<체리쉬>는 이상한 영화다. 어떤 영화인가요? 라고 누군가 물어 온다면, 도대체 어떻게 표현 해야 할지 막막해져 온다. 핑크빛 포스터에 탱탱한 미모의 '로빈 튜니'가 섹시하게 사탕을 들고 관객들을 응시하고 있기에 뭔가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같은 느낌을 받은 것이 첫 인상이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 내려서 그녀의 발에 묶인 족쇄를 보게 된다면 뭔가 다른 사건이 숨어 있음을 그제서야 감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정말 <체리쉬>는 어떤 영화일까.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웹 프로그래머 혹은 디자이너가 술을 마시고 나오다가 우연히 강도(?)를 만나게 된다. 그 강도는 그녀를 강제로 운전케 하고, 그녀는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게 된다. 강도의 위협으로 운전을 하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그녀였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고 또한 강도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그만 철창 없는 감옥에 구류된다. 그 철창 없는 감옥이란 것이 재미있다. 발목에 전자 감시장치를 부착해 일정 범위 밖으로 벗어나게 되면 자동 경보가 울린다는 것이다.
색다른 구조로 만들어진 <체리쉬>는 신비한 사랑의 감정을 노래하고 있으며 또한 현대 사회의 병폐와 구조적인 모순(?)등을 이야기 하고 있기도 하다. 그 단편적인 예로 매스미디어의 오용으로 인한 개인 사생활의 노출을 들 수 있으며, 통신의 발달로 누구나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은 아무렇지도 않게 로맨스 사이에서 그 메시지를 강렬하게 남기고 있다. 특히나 시간에 맞춰 전화벨이 울리고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음을 확인 시켜야 한다는 설정은 현대인에게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핸드폰 이라는 존재가 사실은 개인 시간을 박탈하는 족쇄처럼 느껴지게 한다.
선댄스에서 화제를 모았던 영화인 만큼 <체리쉬>의 색깔은 규정 지을 수 없는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엔드 오브 데이즈>, <버티칼 리미트> 등에서 강인한 연기를 선보였던 로빈 튜니는 <체리쉬>에서 대책 없는 여주인공으로 등장해 스크린 속을 마음껏 휘젓고 다닌다.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고백을 하게 만드는 그녀의 변신이 놀랍게 느껴지며, 그간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했던 그녀의 모습이 그 어떤 영화에서보다 어울리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연출의 힘과 배우의 노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온통 판타지 신드롬에 뭔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체리쉬>를 권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