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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닥광 없는 자장면이 될 수도 있는 스코어
어바웃 슈미트 | 2003년 3월 31일 월요일 | 서대원 이메일


00. 전곡듣기
01. The Adventurer
02. Telling Ndugu about the Family
03. About Schmidt
04. Schmidt Went to Denver
05. Randall's Room
06. Guilty Escaping the Rusks
07. Helen Goes, Schmidt Stays
08. Of Life After Helen
09. The Fury of Schmidt
10. Shopping with Schmidt
11. Missing Helen
12. Riverside Prayer
13. Dinner with Randall's Relatives
14. Schmidt Revisited His Alma Mater
15. Schmidt At The Wedding
16. Omaha Return
17. Ndugu's Painting
18. What I Really Wanted to Say
19. The End Credits Of About Schmidt
20. Constantine & Warren
21. Africaan Beat/Bert Kaemphert
22. Ndugu Letter
23. Interview with Alexander & Rolfe

Original Music by 랄프 켄트 Rolfe Kent

<어바웃 슈미트>는 한 평생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멋들어지게 회사를 위해 복무하고 그 대가로 이제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집에서 팍팍 쉬라고 회사로부터 정년퇴직을 권고 받은 늙수그레한 한 남자(잭 니콜슨)의 말년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기에, 영화의 스코어를 담당한 랄프 켄트는 엉뚱하면서도 묘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초로의 나이를 훌쩍 남긴 슈미트에 초점을 맞춰 모든 음악을 배치했다.

총 23트랙이 준비된 <어바웃 슈미트>의 음악 중 1번 < The Adventurer >부터 19번 < The End Credits Of About Schmidt >까지는 철저하게 영화의 시간적 흐름과 일치되게 안배됐다. 막이 올라가며 회사를 떠나는 슈미트의 처량한 모습부터 시작해 부인이 급사하고, 그 후 여행을 떠나며 자신의 너절한 자아에 대해 하나둘 인식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음악은 그의 웃기면서도 다소 비극적인 추이 과정을 고스란히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나머지 트랙들 중 < Ndugu Letter >와 < Interview with Alexander & Rolfe >는 일종의 서비스다. 슈미트가 유일하게 안식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자 희망인 제 3세계 어린이 엔두구에게 첫 편지를 쓰는 영화의 초반부 장면을 < Ndugu Letter >는 잭 니콜슨의 육성과 함께 그대로 싣고 있다. 그리고 < Interview with Alexander & Rolfe >는 영화의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과 <시티즌 루스>와 <일렉션>에 이어 세 번째 공동작업을 하게 된 랄프 켄트와의 15분에 걸쳐 진행되는 대화를 담은 트랙이다.

영화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황혼기를 맞이한 슈미트의 처지를 묘파하고자 느린 템포의 스트링과 간결한 터치의 피아노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리고는, 그 위에다 관악기와 우아한 하프를 오케스트레이션의 협연과 함께 덧씌웠다. 또한 월드 뮤직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국가의 전통 악기와 민속음악을 적절하게 빌려와 조율을 하는 영민함까지 <어바웃 슈미트>의 사운드 트랙은 보여주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멜랑콜리하고 우스꽝스런 슈미트의 행동을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랄프 켄트는 음악에 묘한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철저하게 음악의 소품들은 슈미트의 줏대 없는 정신상태에 종속돼 있다. 때문에, 어느 O.S.T도 마찬가지겠지만, 영화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김치 없이 라면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쪽자리 감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인상적인 트랙으로는 슈미트의 극단적인 조울증을 잔잔한 스트링과 청아한 울림의 하프, 그리고 둔탁한 관악기의 소리와 함께 잘 표현해낸 2번 트랙 < Telling Ndugu about the Family >. 그리고 회사를 떠난 노년의 외로움과 여유로움의 이중성을 긴 공백이 느껴지는 피아노 선율에 실어 묘사해낸 3번 곡 < About Schmidt >도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다. 또한 중국풍의 현악기와 서양의 현악기가 앙상블을 이루며 발랄함과 비탄스러움의 정서를 내비친 < Schmidt Went to Denver >, < Dinner with Randall's Relatives >도 귀를 간질이기에 부족함이 없는 트랙이다.

이 같이 슈미트와 함께 긴 여정을 거친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동유럽의 포크송과 같은 < Constantine & Warren >과 엉덩이짝을 가볍게 흔들어 댈 수 있는, 즐겁기 그지없는, 관악기과 타악기의 음색의 비트가 넘실거리는 < Africaan Beat/ Bert Kaemphert >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어바웃 슈미트>의 스코어는 잭 니콜슨의 감정의 결에 따라 음표와 박자가 춤을 추는 음악이다. 결국, 영화를 안 본 상태에서 음악을 접한다면 상당히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오니, 간장 없는 군만두, 닥광 없는 자장면을 먹는 것과 같은 대 참사를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면 꼭 영화를 보신 후에 음악을 먹으시길, 아니 감상하시길 바란다.

2 )
fatimayes
이영화 좀 잔잔해서.. 앞자리 중년부부 중간에 나갔던 기억이..   
2008-05-07 10:35
qsay11tem
피아노 선율이 인상적   
2007-07-22 13:0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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