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이동준
외계인으로 인해 지구가 곧 위험에 처할 거라고 믿는 병구. 이번 개기월식까지 안드로메다 왕자를 만나지 못하면 지구엔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할 엄청난 재앙이 몰려올 것이다. 병구는 외계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유제화학의 사장 강만식을 납치하고, 이제 외계인의 지구 파괴 음모를 밝히려는 병구의 일생일대 최대의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
<지구를 지켜라!>의 음악은 여러 장르가 혼재된 영화의 특성을 잘 살리는 데 주력하여 제작되었다. 스릴러, 코미디, 공포, 액션, 멜로 등의 장르와 요소가 뒤범벅된 영화의 하이브리드한 성격에 맞추어 음악 역시 코믹한 가운데서도 긴장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긴장감의 효과적인 표현을 위해 “피치는 최대한 없게, 각 악기가 낼 수 있는 가장 고음을 트레몰로로 강하게 연주해 달라”는 주문에 충실히 따르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려준다. <은행나무 침대>, <초록 물고기>등의 음악을 담당하여 청룡영화제 음악상을 수상한 바 있는 이동준이 맡은 <지구를 지켜라!>의 음악은 히치콕의 영화에서 스릴러적인 부분을 만들어 주었던 버나드 허만의 날카로운 음감과 <펄프 픽션>의 코믹함이 섞여 있으며, 장르에 충실하던가, 반대로 장르를 비틀던가 두 가지 갈래에서 장면과 대조되는 음악으로 코믹함을 준다는 전략으로 승부를 본 듯하다.
그가 즐겨 사용하는 민속악기와 오케스트라 연주가 이번 <지구를 지켜라!>에서도 사용되었는데, 메인 테마인 ‘지구를 지켜라!’에서는 프롤로그에서 잠깐 선보인 주제부의 트럼펫 선율이 초반부터 강하게 전개되면서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어설픈 영웅의 진지한 모습이 묘사되고 있으며, 현악 아르페지오로 시작하는 ‘지구의 역사’ 역시 관악기들이 SF적인 분위기를 살리면서 이 영화의 빼놓을 수 없는 유머러스한 요소를 한국의 북소리나 아메리카 원주민의 피리소리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주제가라고 할 수 있는 ‘Over the Rainbow’는 언더그라운드 락 밴드 출신으로 최근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트랜스픽션이 펑크 특유의 시원 통쾌함이 돋보이도록 불러 주고 있으며 서정적인 목소리로 또 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린다 에더가 부른 다른 버전 역시 영화 내에서 병구가 가진 아픔이라는 감정을 전달하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지구를 지켜라!>의 스코어는 영화 내의 드라마 흐름과 잘 조화되어 영화 곳곳에서 다양한 음악의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