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대목인 추석 시즌에 개봉돼 500만 이상을 극장으로 불러들여 한목 단단히 챙긴 <조폭마누라>의 기이한 신화는 시장 환원론자들의 간단한 수치의 대차대조표 아래 불려가 더욱 강고한 신화가 돼 지금까지도 하나의 전설로 명징하게 기억돼 내려오고 있다. 그리고 그 신화적 전설을 재현하고자 동일한 시기에 맞춰 <조폭마누라2-돌아온 전설>이 기세등등하게 세상에 떡하니 강림했다.
‘돌아온 전설’이라는 노골적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지난날의 부귀영화를 오늘날 되살려 다시금 누려볼 깜냥으로 영화는 불패신화의 막강한 규모의 물량 지원 사격에 힘입어 극장가에 별 탈 없이 안착할 막바지 채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볼 일 다 보고 떠나는 그날에도 <조폭마누라2>가 스스로 대견한 듯 여유 있는 미소를 보이며 “나 <조폭마누라3-또 돌아온 전설>로 다시 올게, 그 때도 알아서 꿇어! 알았지!”라고 할 수 있을지는 심히 갸우뚱스럽다
<조폭마누라2>는 이처럼 점입가경적인 은진의 기억 찾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먹는 것 이상으로 은진과 한 짱개집 지붕 아래 사는 재철과 그의 딸 지현과의 삼각 갈등구조를 통해 가족애를 전면적으로 스크린에 들이민다. 또한 영화는 이 굵직한 두 가지 설정을 받쳐주고자 요란스런 동네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전편의 인물들과 조폭들을 불러들인다.
결국, <조폭2>는 거친 사내들의 세상 속에서 홀홀 단신으로 우뚝 솟아 그들을 떡 주무르듯 호령하며 혈기탱천 했던 깔치 차은진의 남성성을 거세하고 대신 주방에서 밀가루 주무르는 일 잘하는 여자 슈슈라는 사근사근한 이름을 은진에게 부여하며 여성성을 내세운다. 물론, 조폭들 캐릭터 역시 가만둘 리 만무하다. 감독은 그들의 포악성과 호전성 카리스마 가오를 싸그리 희석시킨다.
서열 2,3위의 부두목이 자장을 먹고 돈을 내네 마네 실랑이를 벌이고, 명성 있는 킬러가 에프 킬러 한 방에 실신하는 파리처럼 은진 앞에 나타나 똥파리처럼 웽웽거리다 나자빠지고, 백상어(장세진)는 아예 머리 파마하고, 미장원에서 파마하는 동안 아줌마들과 친해졌는지 말도 많아졌다. 주현과 이원종의 캐릭터 역시 전혀 드라마에 힘을 싣지 못하고 말 그대로 동네사람들로서만 동분서주할 뿐이다. 이처럼 영화는 캐릭터들을 상당히 유치하고 보는 이가 기진할 정도로 맥아리 없이 변화시켜 놨다.
<가문의 영광>으로 흥행 감독 대열에 오른 정흥순 감독은 전편과 차별점을 두고자 영화를, 소갈비 칼끝으로 다져 연하게 만들 듯, 순진한 매무시로 다듬어 카메라에 담았다. 그렇다면 아낙네가 조폭의 두목으로 군림하는 위치 바꾸기를 통한 의외성이 돌출할 수밖에 없는 <조폭마누라>에 비해 얌전해짐으로써 변수가 적어진 <조폭2>는 감정적 파장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럼 승부수는 드라마나 캐릭터에 좀더 세심한 공을 쏟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감독 역시 이 점을 잘 인지 하고 있기에 갖가지 설정과 인물들을 스크린에 투사시킨다. 하지만 벌여놓은 건 많은데 수습하지 못함으로써 이도저도 아닌 흉물로 굳어버리게 만든다. 하나의 커다란 줄기의 드라마를 구축하기 위해 저변에 깔은 각각의 시퀀스 역시 진부할 정도로 이미 숱하게 보고 들은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모두에서 얘기했듯 와이드 릴리즈의 대대적 규모의 공세와 전편의 후광?에 힘입어 일단은 성공적으로 오프닝을 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영화가 꿇을 것인지 우리가 꿇을 것인지.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재철이 자장을 만들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더니 딸 지현이 뻐끔거리며 피던 담배를 친근하게 지 입으로 낼름 가지고 와 끽연하는 신이다. 카메라는 자칫 콩가루 집으로 비춰줄 수 있는 이 상황을 천천히 하늘로 치솟으며 부녀 간을 감싸안 듯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거 한번 생각해볼 만한 장면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영화가 가야할 방향을 이 신이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