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iginal Music by 윤종신
최근 영화계에는 가수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영역 파괴를 선언한 가수들이 영화계로 속속 진출하고 있는 것. 가수 겸 배우의 대표적인 원조스타 김민종은 최근 <나비> <낭만자색>등에 출연했으며, '쥬얼리' 의 멤버 박정아 역시 조인성의 상대역으로 멜로영화 <마들렌>에 출연했다. 이번 앨범을 끝으로 가수에서 은퇴한 임창정은 아예 앞으로는 영화 배우로 살겠다고 선전포고를 하였다. 섹시 댄스로 한층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효리 역시 영화에 캐스팅되어 떠들썩하다. 이렇게 많은 스타들이 본업을 탈피해 배우로써 영화에 출연하는 경우도 많지만 더 나아가 그 영화의 음악까지 담당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리고 그 중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가 아마도 풍부한 감성의 로맨티스트 윤종신이 아닐까 싶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 조연으로 출연할 뿐 아니라 최근 TV 시트콤에까지 진출해 활발한 배우로써의 활동을 보여주는 그이지만, 그는 자신의 본업을 잊지 않는 가수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일까. 절친한 친구 장항준 감독의 영화 <불어라 봄바람>에서 들려오는 그의 음악은 영화를 위한 것만이 아닌 하나의 음반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오히려 영화보다 더욱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이다.
그가 전곡을 작사, 작곡한 <불어라 봄바람> OST는 코믹에 무게를 둔 영화의 번잡함을 중화시키기 위해서일까, 서정성이 짙게 드러난다. 윤종신이 직접 부른 코믹한 느낌의 '바캉스 매니아','국가대표,를 제외하면 모두 그의 섬세한 감수성이 나타나는 구성이다. 남녀가 처음 만나 사랑에 빠지기 시작하는 그 설레임과 벅찬 느낌이 잘 나타난다. 어쿠스틱 현과 목관, 피아노로 연주된 메인 테마와 하림의 하모니카 연주곡'사랑이 시작될 무렵'은 윤종신의 감성을 한껏 나타내는 트랙들.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자칫 지나치게 떠버릴 수 있는 영화에 차분한 감성을 주입시킨다. 그의 물오른 하모니카 연주 실력을 한껏 뽐낸다. Paul Anka의 'Crazy Love' 역시 빠질 수 없는 명곡. 알아주는 기타 주자 함춘호의 끌끔한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사랑이 시작될 무렵'도 꼭 챙겨들 을 만한 곡이다. 게다가 클래식의 김광진과 시나위 보컬 출신인 손성훈까지 갖추어 부드러움과 강한 음색을 고루고루 들려준다.
우리가 보아온 윤종신의 음악 지닌 감성들. 그것이 <불어라 봄바람>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의 음악적 감수성이 영화를 더욱 윤택하게 만들고 있음은 분명한 일. 이렇게 그의 감성이 속속들이 담긴 <불어라 봄바람>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은 마치 살며시 불어와 감싸 안는 봄바람처럼 잔잔하고 달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