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꿔버린 버스사고로 평생 서른 다섯 번의 수술을 받았고, 부서진 육체와 정신을 강철 코르셋 대신 예술과 사랑에서 잉태된 강인한 생명력과 열정으로 지탱하며 살아간 여자 프리다 칼로. 초현실주의적 감성과 묘사가 돋보이는 걸작들을 통해 20세기 멕시코 최고의 여류 화가로 군림하였을 뿐 아니라 멕시코의 국민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그녀. 그런 그녀가 스크린으로 부활한 영화 <프리다>는 잠시도 숨돌릴 틈이 없을 만큼 화려하고 열정적인, 그리고 너무도 고통스러웠던 그녀의 삶을 관객들에게 펼쳐보인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아니 그 후에도 그녀의 삶에서 빠져 나오기 힘든 영화 <프리다>의 마력은 독특한 영상과 최고 스타들의 열연만큼이나 매혹적인 음악의 힘이다.
영화 <프리다>의 음악은 오스카와 그래미상에 여러 차례 노미네이트 되었었던 엘리엇 골덴탈 감독이 맡았다. 감독 줄리 테이머와는 <타이터스> 이후로 두번째 작업. 멕시코 전통 음악과 흥겨운 라틴풍의 음악이 맛깔나게 버무려진 <프리다>의 사운드트랙은 프리다의 감정에 따라 때론 달콤하게, 때론 격정적인 선율로 흐르며 오감을 자극한다. 멕시코 기타인 비우엘라(Vihulea), 일반 클래식 기타, 아코디언, 멕시코 하프, 마림바, 글래스 하모니카 등 어쿠스틱 악기들의 앙상블과 약간의 불협화음을 결합, 절묘한 비트의 일치감이 돋보이는 음악은 엘리엇 골덴탈의 탁월한 조율감각을 보여준다. 물론 그가 내린 선택은 적절함을 넘어서서 탁월하다. 멕시코 민속악기와 마리아치 음악, 볼레로, 란체라에 대한 화성변환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미국의 팝과 블루스 음악과의 조화로운 접목을 꾀한 것. 이렇게 영상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음악은 결국 그가 2003년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힘찬 어쿠스트 기타와 낭만적으로 편곡된 멜로디, 민속음악을 바탕으로 한 빠른 템포의 트랙들로 채워진 사운드트랙은 다양한 민속문화가 가진 활기찬 리듬과 음악들은 혼합하여 사용, 듣는 이들에게 멕시코, 스케인, 쿠바 그리고 브라질에 이르는 매혹적인 라틴음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준다. 특히 ‘노래(Song)’의 중요성이 강조된 <프리다>의 사운드트랙은 그야말로 영화만큼이나 열정적이고 보석 같은 노래들로 가득하다. 실제로 디에고가 좋아한 노래라고 알려진 샤벨라 바르가스(Chavela Vargas)와 셀마 헤이엑이 직접 부른 ‘La Bruja’, 감독 줄리 테이머가 직접 작사하고 멕시코의 국민가수 카에타노 벨로소와 릴라 다운스가 직접 부른 ‘Burn it Blue’ 까지. 특히 디에고와의 이별 후 괴로워하는 프리다의 마음을 대변한 듯 샤벨라 바르가스가 부른 ‘Paloma Negra’(흑비둘기)와 ‘La Liorona’(흐느끼는 여인)은 숨은 명곡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여운이 깊다. 스크린의 불이 꺼진 후에도 우리 가슴 속에서 프리다의 불꽃 같은 영혼이 살아 숨쉬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