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이 없다고 했다. 고단한 현실을 참아낼 수 있는 건 미래에 대한 희망과 꿈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꿈이란 젊음의 상징이기도 하다. 꿈을 쫓아 무모하다시피한 일을 감행하기도 하고 또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는 것 역시 젊을 때의 일이기 때문이다.

구루의 주인공인 라무 또한 그런 꿈을 쫓는 청년이다. 섹시한 마카레나 춤 솜씨 때문에 동네 아줌마들을 사로잡고 미국에서 자리잡았다는 친구의 부름을 받아 뉴욕으로 향한다. 물론 뉴욕에서 뮤지컬 영화 <그리스>의 존 트라볼타 같은 스타가 되고 싶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라무의 뉴욕행은 온통 실수투성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만 믿고 뉴욕에 도착해보니 성공했다는 친구는 택시 운전사고 방 값이나 나눠낼 요량으로 라무를 부른 것이다. 아줌마들의 사랑스러운 눈길을 한 몸에 받던 라무의 신세가 뉴욕의 하류층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속물들이여 나를 따르라!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며 라무는 무작정 영화사를 쫓아다니다 드디어 한 배역을 따내게 되는데 알고 보니 포르노 배우다. 꿈에도 생각 못했던 포르노를 찍어야 하는 라무는 이곳에서 그의 인생을 전환시켜 줄 금욕주의 소방관 애인을 둔 여인 샤로나(헤더 그레이엄)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애인에게는 조숙한 선생이라 둘러대고 포르노를 찍고 있지만 당당하다. 포르노 연기에 대한 그녀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있다.

이 철학을 몇 마디 주워들은 라무는 뉴욕 상류층 모임에 갔다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우연히 인도의 수행자 ‘스와미부’의 대역을 맡게되고 샤로나에게서 들은 포르노 철학을 나름대로 포장해 주절거리다 섹스 전도사로 추앙 받게 된다. 이때부터 라무는 어처구니없는 오해로 인해 정신적 지도자인 구루란 호칭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우디 알렌이 그토록 사랑하는 도시 뉴욕의 상류층에 대한 조롱이다. 점잖은 체하던 사람들이 포르노 스타의 말을 읊어대는 라무를 존경하고 그의 행동을 따라한다는 설정을 통해 상류층 인사들의 가벼운 문화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그럴듯한 말 한마디와 행동하나에 말도 안 되는 의미를 부여하고 신봉하는 속물근성을 여지없이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보수적이고 배타적이다가도 한번 뚫리면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집단성까지 보여주는 상류사회의 우매함에 대한 통렬한 비웃음이 아닐 수 없다.

구루와 오해의 여신

영화는 무수히 많은 오해와 세 개의 거짓말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상과 요가에 빠진 갑부의 외동딸 렉시의 오해와 선동으로 인해 라무의 존재는 부풀려지고 유명인이 된다. 때문에 라무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방식과 의도하지 않은 유명인이 되어 방송을 타게 된다. 때문에 존 트라볼타에 대한 열망은 온데 간데 없다. 애인에게 자신의 직업을 숨긴 샤로나와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며 금욕주의를 선택한 애인의 거짓말, 그리고 샤로나의 포르노 강의를 듣고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겠다고 하고는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라무.

이 세 개의 거짓말이 사람들을 유쾌하고 통쾌하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영화가 약간은 어긋난 톱니바퀴처럼 불안하게 맞물려 돌아간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게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아니겠는가. 완벽한 삶을 추구하지만 때로는 속고 속이면서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모습이 바로 우리사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 세 개의 거짓말이 하나씩 들통나면서 영화는 더욱 축제를 향해 나아가는 느낌이다. 막혀있는 무언가가 확 뚫리면서 주위를 맴돌던 이야기는 급물살을 타고 전개된다.

발리우드에도 통하는 헤더 그레이엄

샤로나는 포르노 배우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라무를 위해 어떻게 하면 포르노를 편하게 찍을 수 있는지 마음가짐을 전수한다. 물론 라무는 이 개인 강의를 열심히 듣고 구루가 되어 사람들에게 자신의 철학인 양 떠들어댄다. 그러다 서서히 라무는 친절하면서도 자신의 주관이 강한 샤로나에게 빠져들게 되고 풍자극은 이제 서서히 로맨틱 코미디를 향해 달려간다. 그러면서 할리우드식 로맨틱 코미디에 발리우드식 춤과 노래가 섞이기 시작한다.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을 꼽자면 이야기의 맥과 상관없이 뮤직비디오가 튀어나오는 등 한 영화 속에 다양한 장르가 공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잘 다듬어진 영화에 길들여진 우리가 보기에 인도에서 직공수된 발리우드의 영화는 좀 투박하고 조악해 보이기까지 한다. 구루는 바로 그런 투박하고 조악함을 보완하기 위해 할리우드의 옷을 빌려와 퓨전 발리우드 영화를 선보인다. 할리우드의 로맨틱 코미디를 발리우드 영화에 접목시킨 것이다. 인도풍 옷을 입고 직접 영화 속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 헤더 그레이엄으로 인해 영화는 우리가 평소에 보아온 로맨틱 코미디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여기에 쉴새 없이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음악들 또한 마음을 열기에 충분하다. 이것이 바로 영국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힘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