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덕화, 양조위, 여명, 진혜림 등 아시아 최고 스타가 한 자리에 모여 캐스팅부터 화제가 되어온 <무간도Ⅲ-종극무간>이 어떻게 우리 곁으로 찾아왔는지 그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물론, 돈 주고 수입해 극장에 간판 올리면 그게 땡인데 뭐가 궁금하냐며 되물을 혹자도 있을 게다. 허나, 대소사를 떠나 세상 일이라는 게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운가? 하물며, 소시적 세운 상가에 가 빨간 책 구입해 친구들에게 팔아먹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렇다고 너무 오바해 무슨 병영일지나 가계부처럼 칸을 나눠 요목조목 딱딱 떨어지는 그 무엇을 기대하신다면 그것도 곤란하다. 그러시면 이 글을 제공해준 영화의 수입사 (주)태창엔터테인먼트의 티나 김 대표님 심기 불편해지신다.
자 그렇다면 <무간도> 시리즈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해 직접 다리품을 팔며 뛰어 댕기신 T모 여사를 통해 그간의 지난한 빽스토리를 들어보도록 하자.
<무간도>와의 첫 만남, 슬쩍 봤지만 그 자리에서 반해버리다
2002년 10월, 티나 김 대표는 홍콩에서 지인으로부터 '유위강'이라는 참으로 포텐셜(potential)하다는 감독을 소개받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그녀는 유위강 감독에 대해 아는 바가 그다지 많지 않았고, 그저 신사적이고 겸손한 괜찮아 보이는 감독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감독은 자신의 영화 예고편 작업을 진행중이라며 작업 중인 필름을 그녀에게 선보였는데, "오~ 마이~ 갓!" 단지 맛배기에 불과한 예고편이었을 뿐인데 잠깐 스쳐지난 영상이 홍콩 체류기간 내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그녀가 한 순간에 반해버린 <무간도>와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부터 제작사는 <무간도>가 성공하리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었다. 개봉하는 홍콩영화마다 족족 흥행에 실패하는 국내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제작사는 그만큼 작품에 대해 높은 자신감을 표했고, 순순히 그녀에게 영화를 넘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 결코 당황하지 않고 '본편이 나오면 그 때 다시 이야기합시다' 라며 후일을 기약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그녀는 늘상 좌불안석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이를 뺏길까 늘 불안하고 그렇다고 막상 고백할 용기도 없는 짝사랑에 빠진 여고생처럼 말이다. 그녀가 홍콩을 다녀온 지 한 두 달여 지난 시점, 항간에 들리는 말에 의하면 국내 굴지의 C사 D사 등 크고 작은 수입사는 물론이요, 작은 개인 플레이어들까지도 모두들 미디어아시아 문턱이 닳도록 영화를 보고 득달같이 찾아갔단다. 그녀는 '홍콩에서 너무 당당하게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게 아닐까' 후회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무간도>와 시작된 그녀의 희로애락
통했다~! 미디어 아시아는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와중에도 <무간도>를 집요하게 고집한 그녀의 마음을 알았는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뭐, 굳이 설명하자면 <무간도>의 가치를 제일 먼저 알아준 티나 김 대표의 안목에 신뢰를 보냈다고나 할까? 좌우지간, 그녀는 행복에 들떠 그토록 원했던 <무간도>를 한국에서 공개하게 됐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 불던 일명 형님 무비라 불리던 홍콩영화의 바람은 시들해진 지 오래이고 관객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져 <무간도> 1편이 얼마나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진 영화인지 설명하는 것조차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무간도>를 한번 본 관객들은 아쉬움을 떨구지 못해서인지 극장을 찾아 두 번 세 번씩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자신들을 '조직원'이라 칭하며 매니아층을 자발적으로 형성하기 시작했다. 티나 김 대표는 자신의 선택을 인정해 준 관객들이 고마우면서도 한 편으론 아쉬움을 접을 수 없었다. 500만명이 보고 또 보면 1000만 터뜨리는 건데… 과한 욕심인 걸 알지만 어쨌든 아쉬웠다.
미디어아시아는 2, 3편을 묶어 함께 거래하길 원했다. 유덕화, 양조위, 여명, 진혜림 등이 그야말로 스타 배우들이 '대거' 패키지로 출연한 3편 <무간도Ⅲ-종극무간>이 무슨 문제겠냐만은 무간도의 비극을 극명히 드러내주는 2편 <무간도Ⅱ-혼돈의 시대>의 주연배우가 3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은 그야말로 상대적이라는 걸 티나 김 대표는 잘 알고 있었다. '진관희', '여문락'은 홍콩의 장동건, 원빈 같은 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팬층이 상대적으로 두텁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무간도Ⅱ- 혼돈의 시대>의 작품성을 못 본 척 눈감을 수 없지.' 급한 성격의 그녀는 당연히 <무간도Ⅱ-혼돈의 시대>의 개봉 스케쥴까지도 이미 잡아두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녀보다 과감한 이들이 더욱 많았으니, <무간도>를 원하는 그들은 매우 높은 거래가격을 제시하며 불도저마냥 밀어붙였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게임에 그녀는 잠시 움찔했지만, 여기까진 온 걸 생각하며 다시 기다리로 했다.
제작사가 이것저것 저울질 하는 동안 시간은 점점 더 흘러가고, 그녀는 행여 자신이 찾은 보물을 맛배기로서만 취하고 이렇게 주저앉을까 불안했다. 그녀는 '전생에 미디어아시아랑 부부였나'라는 되도 않는 생각까지 들 지경이었다. 얼굴도 못 보고 연락도 없으면 바람피나 불안하고, 보고싶어져 막상 한 걸음 다가가면 얄밉게 도도한 척하고… 그러나 그것은 진정 좋은 작품을 가진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었고 자부심이었다.
<무간도>는 처음부터 내 것이었다
2003년 7월, 그녀는 눈물을 머금고 떨린 가슴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과감하게 던졌다.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니 마음대로 하세요” 그렇게 메시지를 던져놓고나니 미디어아시아에서 부리나케 연락이 왔다. 더욱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많은 업체들을 뿌리치고 티나 김 대표의 태창엔터테인먼트를 선택해준 것,
결국 미디어아시아는 <무간도>라는 옥석(玉石)을 먼저 알아본 그녀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었던 거다. 좋은 영화를 만든 사람과 가장 먼저 좋은 영화를 간파한 사람과 '통했다'는 게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다. 돈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그리고 믿음을 택한 거래. 많은 이들의 시선엔 포착되진 않겠지만 영화시장에 좋은 선례를 남기며 그녀는 그렇게 <무간도>를 만났다.
조직에 잠입한 경찰스파이 양조위와 경찰에 잠입한 조직스파이 유덕화의 대결, 그리고 진짜 정체를 알 수 없는 경찰 정보국장 여명이 벌이는 치밀한 구조의 숨막히는 추적과 충격적인 반전이 뒤통수를 치는 <무간도Ⅲ-종극무간>은 3월 19일, 국내 개봉 예정이다
자료제공:(주)태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