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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으로는 <헌티드 힐><13인의 고스트>등 기존의 좀비 영화, 뱀파이어영화에서 느끼지 못한 친숙한 공포감으로 우리에게 소개되어졌다.
우리로써는 공포 영화 전문 제작사가 따로 있는 할리우드의 구조가 낯설긴 하지만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과 조엘 실버 제작자가 합심하여 할리우드 공포 영화의 재 부흥을 이끈 성과는 우리 영화계에서 벤치마킹 할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인다.
오로지 관객을 두려움에 발발 떨게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한 두 사람이 과학(이성)과 초자연적인 현상이 충돌하여 파생되는 공포를 담은 그 이름도 의미심장한 <고티카>(18세기 고딕 문화에서 따온 말)가 개봉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할리 베리 주연의 <고티카>는 논리와 이성만이 자신과 타인을 폄하지 않는다고 믿는 여성이 어느 날 초자연적인 무언가가 세상에 공존함을 인식하여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삶의 시선을 가진다는 교육적(?)인 내용의 영화이다.
미란다는 에드워드 감호소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는 아름다운 여성이다. 크롤(페넬로페 크루즈)같이 이성적인 사고방식이 씨알도 안 먹히는 환자를 치료하는 일 외에는 그녀를 짜증나게 하는 일은 전혀 없어 보인다. 남편조차 미란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후원자이고 직장 상사로 있으니 그녀의 커리어는 나날이 인정받는 날의 연속이다.
행복한 주인공 곧이어 앞날을 예고하는 듯한 폭우가 쏟아지면 공포영화의 기본 설정이, 어느 영화고 상투적이지만, 오프닝을 장식하며 드디어 공포의 존재가 스물스물 등장하기 시작한다. 교과서를 답습하듯이 충실히 목차를 따라가는 <고티카>의 진행방식은 서구보다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나마 낯설게 안보는 우리로써는 지루해 보이기까지 한다.
어찌하여 비가 억수로 오는데 미란다의 퇴근길을 속옷 한 장 딸랑 입은 소녀가 울면서 가로 막고 있을까........상투적인 표현 한번 더 남발한다면 “공포의 서막이 아가리를 벌리고 어두운 속내를 구경시킨다”.
눈 떠보니 미란다는 자신이 근무하던 직장에 정신병 환자 겸 남편을 살해한 죄로 수감된 상태고 3일만에 눈꺼풀을 위아래로 분리시켰다고 한다. 신분의 변화도 억울한데 다들 미란다를 미쳤다고 하니 이때부터 그녀는 똑똑한 머리를 육체적으로 단련하면서 잃어버린 3일간의 기억을 찾기 위해 감호소를 휩쓸고 다닌다.
미란다의 심리 변화가 영화 안에서 얼마큼 관객에게 전이되는가 가 공포의 관건이 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빠른 동선에 비해 멀티키워드의 역할도 미비하고 심리를 뒷받침해주는 영적인 존재의 신비스러움과 공포의 난이도도 얇다.
전혀 새로운 형식의 공포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감독의 의지만 대단했을 뿐, 미스테리한 찜찜함은 말끔히 거둬내는 할리우드식 제작 공식이 여전히 적용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영적인 존재에 대한 이해의 수준은 아직도 뱀파이어, 늑대인간 수준의 공포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증명할 뿐이다.
마지막으로 페넬로페 크루즈 대체 그녀는 왜 나온 걸까? 극중 그녀를 제대로 활용하기만 했어도 미란다의 심리 변화와 더불어 신비스러운 공포도 선명하게 드러났을 텐데 아쉽기 그지 없다.
기억하는 모든 것이 공포가 된다던 그들의 영화 광고 카피는 기억하는 모든 할리우드 공포 영화의 전형이 <고티카>로 합체됨을 상기시킬 문구로 뇌리에서 대체되어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