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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쉬운 이야기를 어찌 이리 돌려 말하는가 | 2004년 5월 17일 월요일 | 김용필 작가 이메일

웅장함을 보이려 하였으나 얘기가 뒷받침이 안되네
웅장함을 보이려 하였으나 얘기가 뒷받침이 안되네
누구에게나 지우고 싶은 악몽 같은 과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악몽들은 한 순간 또렷한 기억으로 되살아나곤 한다. 사건의 비중을 떠나 쉽게 잊혀지지 않기 때문에 악몽이 되는 건 아닐까? 이 영화는 바로 그런 악몽으로 인해 삶이 바뀌어버린 사내의 이야기다. 좀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복수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간단해질 법하건만 어찌된 일인지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로 돌아간다. 너무나도 뻔뻔하게 오로지 빌을 죽이려는 복수극을 두 편의 이야기로 쪼개어 보여줬던 킬 빌의 의도가 너무 유치하다는 듯 말이다.

아직 미소년 티를 벗지 못한 청년 블루베리는 아름다운 창녀에게 순정을 바치지만 총잡이 월리의 출현으로 여인은 비극적인 최후를 맞고 만다. 총을 맞고 쓰러진 여인과 화염에 휩싸인 월리를 두고 겨우 밖으로 빠져나온 블루베리. 정처 없이 말을 타고 흘러가다 금기의 땅 인디언들 구역에 떨어져 쓰러진다. 인디언들의 신비한 치료를 받고 겨우 깨어난 블루베리는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을 배우며 지난 과거를 잊으려 애쓴다. 때문에 영화는 한동안 자연의 삶에서 얻는 성찰을 그리려 하는가 하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도베르만에서 감각적인 영상과 이야기를 선보였던 얀 쿠넹 감독은 광활한 대지의 아름다움을 화폭처럼 보여준다.

그리고 한 순간 블루베리가 보안관이 된 모습으로 옮겨간다. 이번에는 금괴와 영혼을 지배할 수 있는 신산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잠시 비춰진다. 때문에 초반 무엇이 이야기의 핵심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인디언들의 영역에 들어갔다 한 사내가 살해됐다는 말과 함께 인디언들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다. 블루베리는 정확한 진상을 알기 위해 길을 떠나고 불길 속에서 죽은 줄 알았던 월리가 나타나면서 비로소 이야기의 가닥이 잡힌다. 까맣게 잊을 줄 알았던 과거가 다시 떠오르는 순간 블루베리는 이성을 잃고 숨겨두었던 총을 꺼내보지만 여전히 월리를 당해내기엔 역부족이다. 월리는 죽음을 불사하고 그린 신산으로 향하는 지도를 갈취해 가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를 잃은 마리아 역시 복수를 위해 길을 나선다. 블루베리와 마리아의 월리를 찾아서가 시작된다.

이제 이야기는 뻔하다. 킬 빌 처럼 오로지 월리를 찾아 제거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뻔한 이야기를 하기엔 너무 낯간지럽다는 듯 몇 가지 곁가지를 더 첨가한다. 다분히 상업적이었던 ‘도베르만’의 그늘을 벗고 작가주의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언 듯 느와르적 영상을 비추기도 하고, 정통 서부극이 아닌 멕시코 서부극 그리고 판타지까지 잡식성으로 비대해지면서 자꾸만 영화의 집중도를 떨어뜨린다. 월리를 찾아 죽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듯 말이다. 공포를 깨치고 나가면 너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인디언들의 주술처럼 영화는 때로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마치 부처가 보리수 밑에서 온갖 유혹을 물리쳤듯 내면의 공포를 물리치는 시간이 판타지로 제공된다.

<증오>, <돌이킬 수 없는> 에서의 뱅상 카셀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보다는 비주얼에 연기력이 흡수돼 버린 ‘늑대의 후예들’처럼 그의 매력을 찾기 힘들다. 이 영화에서의 진정한 매력은 당당한 여성 줄리엣 루이스도 아니고 악당 월리 역의 마이클 매드슨이다. 특유의 묵직한 목소리만으로 암울함을 이끌어낸 배우다. 이미 킬 빌에서 비슷한 킬러 역을 선보였지만 그의 존재는 영화를 순간이나마 긴장되게 만든다. 여러모로 킬 빌과 비교되는 건 같은 복수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킬 빌은 단순무식 과격하게 오로지 복수를 향해 달려가지만 <블루베리>는 그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안고 있다는 것. 하지만 결코 그것이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걸 너무나 선명하게 보여준다. 왜 이렇게 쉬운 얘기를 빙빙 돌려가며 해야 했는지 지금도 궁금하다.

4 )
ejin4rang
감동적이다   
2008-10-15 16:53
callyoungsin
쉬운이야기를 어찌 돌려 말하는건지...   
2008-05-16 15:31
qsay11tem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2007-11-23 14:29
js7keien
선무당이 영화 잡는다...   
2006-10-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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