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의 국내 배급이 허용된지 3년이 지나가면서 이제는 일본의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극장 개봉을 하고 있다. 무사 쥬베이를 시작으로 해서 들어오기 시작한 일본의 애니메이션 영화들은 국내 유입 초기의 극영화가 겪었듯이 많은 관객수를 동원하지는 못했지만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는 많은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있기 때문에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그 중에서도 국내에 많은 매니아들을 가지고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도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평소 즐기지 않았기에 영화를 보기전에 영화와 감독에 대한 사전 지식이 많지 않았다.첫화면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솔직히 기대에 못 미쳤었다. 좀 세련된 화면을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에 이 애니메이션이 약 10여년전에 제작 된 작품이라는걸 알았을 때에는 많이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이 코믹물 위주의 가벼운 얘기에 중심을 두는 반면에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인간문명의 폐해 ,즉 자연 파괴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잡아 스케일이 큰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여러가지 면에서 꽤나 괜찮은 작품이다. 우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엿 보이는 부분이지만 작품 속 영웅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그러타고 여성의 모습을 억지로 강인하게 그려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혜로운 인물로 그려낸다.이 점은 우선 작품의 참신함(?)을 보여준다. 어찌보면 오히려 이렇게 느끼는게 편견일 수 있지만 많은 영화들에서 영웅이나 매력적인 인물로 남성이 주로 묘사되기 때문에 이 점은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거대한 스케일과 '인간문명의 자연파괴'라는 큰 주제는 자칫 웃고만 넘길 수 있는 보통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작품의 무게를 가볍지 않게 해준다.미래배경에 따른 새로운 캐릭터의 창출과 새로운 환경적 요소들을 관객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은 어찌보면 미야자키 하야오, 아니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자랑거리가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에 있어서 기발한 상상력과 창조는 작품 전체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관객들에게 더욱 더 잘 전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솔직히 그 동안은 애니메이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극영화에 비해 많이 과장되고 표현하지 못 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을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큰 이유였을 것이다.하지만 10여년이 지난 일본 애니메이션을 지금 보고난 후에 '이 정도면 왠만한 극영화 한편에 비길만 하지 않나' 생각한다.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작게는 더욱더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크게는 실제로 불가능한 장면들과 큰 주제를 다루기에 더욱 더 적합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희망의 메시지를 주는 결론부는 실사촬영에 버금가는 감동을 주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자칫 싱겁게 끝맺음할 수 있었기에 나에게 더 깊고 진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