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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렇다. ‘수신된 메시지가 있다’는 정도의 의미로 쓰이는 <착신아리>라는 제목만 들어서는 뭔가 필이 팍 꽂히고 와 닿고 하는 거, 정말이지 거의 없다. 허나, 그 영화의 감독이 미이케 다카시라는 말을 들으면, 이거 또 사정이 달라진다.
그만큼 <착신아리>는 그간 영화제를 통해 열혈 마니아들을 형성하고 있는 미이케 다카시의 공식적으로는 한국에 처음 개봉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상당히 귀추가 주목된 작품이다. 게다, 장르가 호러라니 더더욱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각종 선약을 야멸차게 물리치고 영화를 봤더니만, 단번에 두 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야 이거 좀 의외네, 전에 봤던 미이케 다카시의 작품만을 생각해서 그런지 뭔가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머머머......어유 그게 뭔 소리야 그래도 꽤나 무섭던데, 톡 깨놓고 말하면 <링>이나 <페이스>보다는 훨 낫더라, 뭐!”
그렇다. 극단의 무자비한 상상력으로 스크린을 난도질한 기존의 그의 영화를 떠올린다면 당 영화 <착신아리>는 얌전한 편에 속하는 안전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 버릇 남 못 준다고, 그의 가공할 만한 몰아치기 식 연출 스타일이 완전히 거세될 수는 없는 법. 영화에는 그만의 인장이 곳곳에 묻어 나 있고, 귀신 영화의 그 장르적 관습에도 꽤나 충실하다. 다시 말해, 통상적으로 공포영화로서의 그 값어치를 따지자면 부족함이 없다는 말이다.
스토리는 <링>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죽음을 전파하는 매개체가 비디오에서 핸드폰의 메시지로 대체됐을 뿐이지 정해진 시간 속에 갇혀 때 되면 죽임을 당하고, 소신 있어 보이는 한 사내가 조력자로 나서고, 죽음의 바이러스를 잉태한 그 원귀의 정체가 막판에 등장하시는 등 <링>의 설정을 고스란히 빌려오고 있다.
울궈먹을 대로 울궈먹은 소재를 차용하고, 스토리의 아귀가 딱딱 맞지 않음에도 <착신아리>가 진부함의 지루함보다는 살짝이 뒤로 자빠지시며 단말마의 비명 소리를 질러대는 무서움 가득한 리액션의 도가니 장으로 이끄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최소한 미이케 다카시는 뭔가 있는 듯한 오바의 작태를 범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재탕 삼탕의 내용에 자신이 잘 하는 몇 가지 연출 요소만, 그러니까 제어되지 않는 상상력이 빚어내는 생뚱맞은 유머나 혹은 이야기 그리고 기괴하기 짝이 없는 시각적 쾌감을 극 안에 얹어 영화를 관장해 나간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러한 그의 장기는 인간의 죽음마저 시청률 올리기에 악용하는 매스미디어의 후안무치함을 극명하게 폭로하는 생방송 중에 일어나는 살 떨리는 신과 끝장을 보자고 작심이라도 한 듯 굳어버린 신경을 박박 긁어대며 귀기 서린 폐가에 다름 아닌 병원건물에서 선보이는 후반 15분여 동안의 공포릴레이 한 마당에서 잘 드러난다.
어쨌든, 미이케 다카시 대인의 <착신아리>는 포스터(한국버전)에서부터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를 뽀록내고, 이야기 구성에 있어서도 구멍이 많고, <링>의 그것을 따라하고, 막판 엔딩 부분이 오뉴월에 헛방귀 뀌듯 허무하고, 뭐 그랬어도 보는 이의 시신경을 마음껏 즐겁게 교란시키며 이것만큼은 확실히 선사하며 과시한다.
“정말 무섭다니까~~~~~~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