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왓 위민 원트]는 "남자 중의 남자" 그러니까 여자들을 한낱 노리개감으로만 보고,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잘 났다고 생각하는 이기적이고 마초적인 '닉 마샬'(멜 깁슨 분)이라는 광고인이 우연한 감전사고로 인해 여자들의 속 마음을 알 수 있게 된다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영화는 '닉'의 원래의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설명하는 어린 시절부터 감전 사고, 그리고 자신에게 새롭게 생긴 능력에 대해 저주하다가 정신과 의사를 만나 발상의 전환을 겪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는 2주간의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결말은? 여러분이 보지 않아도 아실 수 있는 것 처럼 닉은 딸 그리고 자신의 직장동료들과도 진정한 인간관계를 맺고 되고 '달시'(헬렌 헌트 분)와도 진정한 사랑을 맺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런 진부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상당히 유쾌합니다. 그리고 그 유쾌함을 만들어내는 요인은 여성 감독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섬세한 관찰들로부터 나오는 시선들과 로맨틱 히어로로 변신한 멜 깁슨의 뛰어난 개인기입니다. (여성 감독만이 잡아낼 수 있는 섬세함들은 각자 영화를 보면서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 안에서 '닉'을 제외한 어떤 남성도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것만큼(남자 배우들은 모두 멜 깁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들러리에 불과합니다.) 영화는 철저히 닉 마샬역을 맡은 멜 깁슨의, 멜 깁슨을 위한, 멜 깁슨의 영화입니다. 물론 헬렌 헌트가 맡은 '달시'의 연기도 훌륭하기는 하지만요. 제 눈에는 영화 자체가 마치 그의 연기 커리어의 변신을 은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오만하고 마초적인 남자에서 사랑스럽과 자상한 남성으로 변신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액션 영웅에서 로맨틱 코미디에 어울리는 주인공이 되는 것도 쉽지 않고요.
영화에서 멜 깁슨은 마치 자신이 닉 마샬 자체인 것 처럼 자연스럽고 천연덕스러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뛰어난 연기에 깊은 감동을 받지 않을래야 받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그는 코믹하고 자상하고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고 사랑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그의 영화들 중에서 가장 변화무쌍하고 뛰어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나이가 먹어가고 있어서 더 이상 근육질의 액션스타역으로는 어필할 수 없는 멜 깁슨에게 있어서 개인적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리고 또 이런 그의 뛰어난 개인기 하나만으로도 [왓 위민 원트]라는 영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