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각자 좋아하는 영화의 장르가 다를 것이다. 액션을 좋아하는 사람에서부터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 코메디를 좋아하는 사람,스릴러물을 좋아하는 사람등등.. 개인적으로 나는 드라마나 로맨틱 코메디를 좋아한다. 대부분의 스릴러물이나 공포물들은 대부분 배경이 밤이고 화면의 톤이 어둡기 때문에 영화 전체의 느낌이 밝지 않고 결말부도 비극적 결말이 많다. 반면에 내가 드라마나 로맽틱 코메디를 좋아하는 이유는 화면이 밝고 많은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하고 또 결말이 해피엔딩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약간은 작위적인 결말을 가진 영화들도 많이 있긴 하지만 보고나면 기분 좋아지거나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영화들이 그런 장르의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 미트 페어런츠> 역시 나에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영화였다.
예비 신랑역의 '벤 스틸러'와 신부 아버지역의 '로버트 드니로'. 재작년 추석때 국내 개봉했던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에서 어눌한 연기와 말투로 많은 웃음을 주었던 '벤 스틸러'와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로 다양한 분위기의 역을 연기하는 '로버트 드니로'. 두배우의 모습을 나란히 담은 포스터를 보았을 때 부터 이 영화에 적지 않은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되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두 배우 모두 미남 배우이다. 그러나 '벤 스틸러'라는 배우는 바라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배우이다. 물론 그 웃음은 즐거운 웃음일 테지만.. 전작의 영향이 큰 것도 이유이겠지만 흔히 말하는 첫인상이 참 좋은 배우이다.
제목과 여러 카피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영화의 주된 구도는 여자의 애인인 '벤 스틸러'와 여자의 아버지인 '로버트 드니로'의 한 판 싸움(?)이다. 남자는 매우 가정적인 집안에서 자란 딸 '페리 폴로'와 결혼 하기 위해 부모님께 찾아간다. 여자의 부모님께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안쓰럽도록 애를 쓰는 남자와 하나라도 더 흠집을 잡으려고 애를 쓰는 여자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충돌을 하게 된다. 물건을 깨뜨리고 잃어 버리고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조용하던 집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된다. 그 와중에 두 남자간에는 오해가 생기고 둘은 더욱더 앙숙이 된다.
대부분의 드라마나 로맨틱 코메디가 그렇듯이 내용의 참신함이나 독창성은 그리 돋보이지 않는다. 비록 영화의 주요 내용이 두 남녀간의 얘기가 아닌 두 남자간에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관객들은 쉽게 다음 장면을 예상하고 결말을 상상할 수 있다.
[오스틴 파워]를 만든 제이 로치 감독답게 이 영화의 유머는 정말 황당한 상황에 의해서 창조 된다.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집을 망가 뜨리고 애써 만든 작품을 잿더미로 만들고, '벤 스틸러'의 이름을 매우(?) 특별하게 설정해 웃음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장면에서 과장과 비합리적인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사건의 갈등이 너무 쉽게 해결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는 괜찮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우선 이런류의 영화에서 가장 크게 지적될 수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큰 흠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벤 스틸러의 코믹 연기는 기대했던 만큼의 만족을 준다. 물론 전작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연기가 아쉽긴 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연기 였다고 생각한다. 로버트 드니로 역시 노련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더 팬'이라는 스릴러물에서 보여주었던 연기에 많은 실망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의 연기를 보면 '참 자연스럽고 개성있다' 라는 느낌이 많이 든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격인 찌푸린 이마의 주름살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이 코메디를 포함한 다양한 연기에 어울릴 수 있는 모습을 만들어 내는 것 이 아닐까 생각한다.이 두 배우 외에도 여자역의 테리 폴로 역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 주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영화밖에 있는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끌어 들여 같이 느끼고 공감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이다. 이런 면에서 [미트 페어런츠]는 기본(?)을 갖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연기력 외에도 신선한 발상 또한 볼만하다. 도입부와 결말부에 나오는 프로포즈 씬이나 로버트 드니로의 테스트에 응하는 장면, 이름을 갖고 놀리는 장면등 영화 내내 감독의 재치가 돋보인다.
코메디 영화 중에서도 여러가지가 있다. 보고 나면 허탈한 웃음만 나오는 영화, 왠지 기분 나쁜 영화, 기분 좋게 웃으며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는 영화.. 나에게 있어서 [미트 페어런츠]는 가장 후자에 속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웃음질 수 있는 영화'라고 표현하면 어울릴까? '4주연속 전미 박스 오피스 1위'라는 타이틀이 국내에서도 어울리는 표현인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제이 로치 감독의 전작 [오스틴 파워]보다는 훨씬(?) 괜찮은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