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지면을 차지하고 있는 글과 이미지는 스포일러로 복무될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
가공할 만한 공포의 기운을 던져준 2003년은 분명 한국공포영화의 도약기에 다름 아니었다. 허나, 소수 마니아뿐만 아니라 좀 더 폭 넓은 대중을 호러의 지형도로 끌어올린 그 같은 결실은 2004년의 단단하지 못한 졸속기획 공포영화의 양산으로 이어지며 다시금 충무로는 긴장감과 위기론에 휩싸였다. 때문에 2005년 한국공포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작품인 <레드아이>는 싫든 좋든 우리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폐쇄적 공간에 다름 아닌 기차를 공포의 주 공간으로 설정함으로써 한국최초 트레인 호러 무비를 표명한 영화는, 일본 괴담이 전세계인의 시선을 잡아채면서 확산되고 있는 동양적 공포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그러니까. 공포의 대상이 괴물이나 기이한 변이종이 아닌 바로 우리 자신과 포개진다.
죽은 자가 산 자가 공존하는 기차안에서 공포를 풀어갈 <링>을 연출했던 김동빈 감독의 <레드아이>, 그 귀기서린 음산한 정서를 한 컷 한 컷으로 길어 올린 스틸로 구성한 간단 스토리를 공포열차에 올라타기 전 맞닥뜨려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 1. 여느 기차와 마찬가지로 순조롭게 출발해 어둠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는 서울발 여수행 심야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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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름의 사연을 안고 열차 판매원으로서는 처음 기차에 오른 미선(장신영)이 낯선 환경과 돌발 사태에 적응을 하지 못하자 선배 찬식이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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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뒤섞이며 번번이 눈에 밟힌 기이한 일들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시간이 흐를수록 미선은 감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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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부모는 온데 간 데 없고 홀로 좌석에 앉아 보이지도 않는 승객들을 선명하게 그려내며 결국엔 안개 자욱한 공간으로 사라지는 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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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승무원 복을 입고 태연하게 객석 사이를 지나가는 끔찍한 얼굴의 원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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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축축한 검은 머리를 풀어헤친 채 미선의 등 뒤로 스멀스멀 다가온 정체불명의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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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기이한 능력을 지닌 소녀 역시 비가시적인 그 무엇을 서서히 느끼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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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끝내 미선은 시시각각 옭죄어오는 불길한 기운의 공포의 실체가 이 열차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신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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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십 수년 전 사고로 명을 달리한 원혼들은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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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산 자와 죽은 자가 혼재하는 기차는 생지옥의 아비규환으로 치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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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질펀한 피 구덩이에서 기어 나오는 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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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기괴한 의문을 품고 죽음으로 내달리는 유령열차의 끝은 어떻게 될지...
사진제공: 태창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