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의 오프닝은 정준호 때문인지 모르지만 <나두야 간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무리 잘나가도 조직에는 들지 않는 형 명수와 형으로 오해받아 깡패들에게 맞을 분위기가 되자 파출소로 도망가는 동생 현수의 모습은 영화의 모든 설정과 진행 방향을 이야기 해준다. 이 장면은 영화의 중요 줄거리이자 영화의 모든 것인 둘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다. 모든 이야기는 명수와 현수가 얼마나 차이나는 혹은 불합리한 관계를 유지해 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남편도 없이 두 쌍둥이 형제를 국밥집을 하며 키우는 어머니의 고단함도 오로지 대학에 가면 성공한다는 것으로 표현될 뿐 사람 사는 향기가 묻어나질 않는다. 또 조폭이 된 친구를 도와주는 명수의 장면도 그것이 돈 때문인지 아니면 의리 때문인지 분명히 나타나지를 않는다. 이 장면에서 감독은 그 이유를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영화의 대부분을 두 형제의 관계 묘사에 지나친 시간을 할애한 부분을 다른 설정과 장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분산 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감독은 창녀들을 가르켜 이보다 더 깨끗한 여자는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명수와 사귀는 이순희는 유난히 착하고 마음이 깨끗하다. 자신의 남편을 위해 선물을 간직한 채 창녀 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뭉클함을 더 나아가 그들도 여자인데 라는 생각을 갖게 될지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그것을 표현하면서 엄청난 착각에 빠져있는 듯하다. 창녀들을 비하하거나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네들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은 창녀는 불쌍한 존재 혹은 그녀들이 진정한 사랑을 하는 것이 무척이나 큰일인양 포장하고 미화하려 노력했다. 감독은 상당히 기성 세대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해 신파적 요소를 살리려 했으나 감독의 의도는 살아나지 못하고 그저 한 창녀의 아픈 추억을 강조하는 것에만 그쳤다. 또한 명수의 부하인 똘팍은 새로 들어온 창녀를 사랑하게 되고 둘은 사귀게 된다. 창녀의 모습은 너무도 예쁘고 곱다. 그러나 똘팍은 약간 모자라는 그런 인물로 감독은 이 부분에서 창녀는 부족하고 착한 희생적인 사람과 함께 해야 하는 식으로 표현해야만 했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전의 명수>는 이밖에도 여러 가지 안일한 사고로 만들어진 여러 장면들을 가지고 있다.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면 사회 병폐와 형제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등 여러 가지 작은 주제의식은 있으나 이 모든 주제들이 극의 흐름 속에 묻혀 전혀 살아나지를 못하고 있다. 또 두 명의 순희를 표현하면서 비중을 조율하지 못해 두 배우 모두 매력이 살아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당히 매력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여주인공 오순희 역의 윤소이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으며 창녀로 전라의 열연을 한 이순희 역의 김혜나를 그저 잠깐의 추억정도로 활용한 점은 영화가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려 집중할 곳을 놓쳤다는 것을 잘 나타내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장면을 부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좋은 장면 혹은 재미있는 부분들도 많다. 더욱이 감동적이고 공감이 가는 장면들도 있다. 하지만 그 씬들을 적절하게 연결하지 못해 영화는 산만해졌고 그 안에서 보이는 배우들이 무척이나 힘들어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점은 관객들도 지치게 만드는 중요한 허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전의 명수>의 단점들은 연출력의 부재나 편집력의 부족 혹은 배우들의 문제에서 오는 것으로 보지이지는 않는다. 감독이 너무 순진하고 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은 너무 순수하고 의욕이 앞서서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 너무 착한 나머지 강한 주제보다는 사랑이야기 우리가 흔히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앞으로 감독이 조금 더 욕심을 내고 자신의 능력을 조율할 줄 알게 된다면 좋은 작품,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대중성과 작품성까지 겸비한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정준호의 1인 2역의 연기나 김혜나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연기, 박정수와 조연들의 적절한 연기는 <역전의 명수>를 보는 재미를 안겨주고 있으며 감독이 이야기한 것처럼 그저 순수한 멜로로 본다면 조금 엉뚱하지만 시간이 아깝지는 않을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