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말벌 때의 공격으로 외딴 행성 뻬르디르에 혼자 남은 소년 삐엘이 겪는 모험과 그의 구조를 위해 떠난 자파 일행의 여정이 흥미롭게 보여지며, 다양한 외계 생물들과 친구가 되거나 싸워 이겨내는 모습을 보며 어느새 관객 스스로 일행의 동참자가 된다. 영화의 초반부에는 삐엘이 혼자 남아 숲에 들어 온 후 처음으로 본 빛나는 열매들을 맛보고, 마이크를 빼앗아 제 알인 양 품는 어리숙한 외계 동물과 노니는 장면은 자파 일행이 실바드의 집에서 별빛을 벗 삼아 수영을 즐기고 독심술을 지닌 외계인 자드와 율라가 태어나는 진풍경을 목격하는 장면과 겹치며 즐거운 이야기 혹은 해피엔딩으로 가는 진부한 스토리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러나 <타임마스터>는 그리 만만하고 안일한 작품은 아니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삐엘이 혼자 남아있는 행성 뻬르디르에는 살인 말벌과 아름답지만 위험한 호수가 있고 특히 삐엘을 태우고 놀아주던 동물을 단숨에 뼈만 남기고 먹어 치우는 식인 동굴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서서히 영화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관객들은 순간순간 마음 졸이며 삐엘이 무사하기를 바라게 된다. 뻬르디르로 향한 자파 일행은 감마 10의 괴물, 해적순찰대와 차례로 맞서며 숱한 위기를 이겨낸다.
하지만 르네 랄루의 주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의 마음 속이며 더불어 가장 선한 마음 또한 사람의 마음이라는 심오한 메시지가 들어있는 것이다. ‘타임마스터’ 뉘앙스가 풍기 듯 시간을 돌리고 싶어하는 마음이 이 작품의 진정한 주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타임마스터>는 쉽게 접근할만한 작품은 아니다. 우선은 6, 70년대 미국 만화에서 느껴지던 거친 톤이 남아있으며 유럽 애니의 특징인 사실적 묘사가 이미 친근한 그림체에 익숙해져 있는 관객들에게는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실사영화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불어 권 영화가 감상하는데 편하지는 않다는 것은 이미 공통된 의견일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그림체와 함께 이어지는 불어 대사의 진행은 관객들과의 만남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이 될 것이다.
<타임마스터>는 크게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비판적인 시각을 외계인들을 통해 돌려 말하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읽는 독심술을 가진 외계인 자드와 율리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악행을 저지르려는 마통왕자의 생각에서 풍겨오는 악취 때문에 괴로워하며 던지는 “인간들은 보석의 가치에 눈이 멀어서 아름다움을 볼 줄 모르기 때문”에 예쁘게 빛나는 금은보화를 꽁꽁 숨겨둔다.”는 대사의 장면으로 현대사회의 개인주의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영화가 주는 메시지와 의미를 새기기 위해 낯선 외계에서 온 듯한 <타임마스터>를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물론 나름대로의 의미와 작품성을 겸비한 일본 혹은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의 자녀들에게 이런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