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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모를 신비감의 윤진서, '친근함'으로 다가오다!
2005년 11월 2일 수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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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자면 <사랑해, 말순씨>의 개봉은 내일이지만 이 인터뷰는 9월초에 이루어졌다. 영화를 안 본 상태에서 배우에 대한 질문은 한정돼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결 쉬워질 텐데...' 하는 개인적 욕심은 홍보사에서 배려해준 포스터 촬영 현장공개와 미리 받은 배우의 캐릭터 소개 자료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본 지금 인터뷰를 다시 읽어보니 그녀가 얼마나 성심 성의껏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뻔한 질문은 기자 탓이지만 그걸 뛰어넘어 영화 속 이야기를 많이 풀려고 노력한 윤진서씨가 고마워 녹취를 하면서 울컥 감동이 밀려왔다.

사실 우리의 인터뷰는 결코 매끄럽지 않았다. 나는 나대로 ‘영화도 보지 않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끄집어 내라는 거야?’라며 툴툴거렸고 두서 없는 질문이 이어졌다. 대답하는 입장에서도 “너무 이것저것 물어보셔서 제가 말을 잘 했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인터뷰가 무척 즐거웠다. 마냥 어린 줄만 알았던 여동생에게 맘껏 어리광을 부리고 위안을 받은 느낌이랄까? 83년생인 그녀는 자신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70년대 말과 80년대 초반의 인물을 연기해야 했다. 나이는 어리지만 영화적으로는 성숙한 이미지의 윤진서는 이번에도 지난 시절의 따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랑해, 말순씨>에서 간호보조사역할을 맡았다. 1979년 사회적으로 암울했던 그 시대에 따뜻한 아랫목 같았던 윤진서는 현실로 돌아와 너무나 멋진 모습으로 청담동의 한 카페에 앉아있었다.

이희승 기자 (이하: 이) 여러 가지 제목에서 결국엔 <사랑해,말순씨>로 결정됐다. 약간 촌스러운 듯 보이지만 각인력은 상당한 듯한데 본인의 만족도는 어떤가?
윤진서 (이하: 윤) 글쎄, 저는 어차피 감독님이 정하신 거니까 마음을 다 비우고 ‘도대체 뭐가 되려나?’ 궁금해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이거라고 결정 났다고 전화가 왔어요. 그러다가 한 이틀 지나면 이거라면서? 그러면 오늘 아침에 이걸로 결정 났대. 그러더라구요. 하루는 인터뷰를 하는데 기자분이 “사랑해 말순씨로 결정이 됐잖아요?”그래서 “그래요? 그건 또 언제 결정 난 건가요?”그랬죠. 그러면서 들은 제목이에요.(웃음)

제 개인적으로는 <엄마 얼굴 예쁘네요>도 좋았던 것 같아요. 여러 번 바뀌어서 되려 사람들이 헷갈려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말순씨가 엄마 얼굴이니까 괜찮다고 생각해요. 사실 금순이나 금자 같은 이름이 많아서 따라 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지만 영화를 보시면 아실 거예요. 영화의 주인공인 광호가 말하려는 의미가 많이 포함된 제목이거든요.

이 : 포스터 촬영 때 현장에 갔었는데 가족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뭐랄까진짜 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거기서 스태프들 하는 얘기가 영화 찍는 내내 너무 재미있었다고 촬영이 끝난걸 무척 아쉬워 하던데…
윤: 문소리 선배님이 진짜 엄마 같았어요.그냥 식구들이랑 잘 논거 같은 느낌이에요. 현장에서 “뭐 먹을래?” 그러면 “자장면이요!” 그러면 시켜 먹고, 자기 촬영이 아니면 이불 속에 들어가 있고. 영화 촬영할 때도 슛 들어가는 느낌이 아니라 뭔가 하고 있다가 그냥 이어진다는 느낌이 많았거든요. 평소의 그런 모습들이 영화에 잘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이 : 박흥식 감독님은 영화계에 잘 알려진 완벽주의자시다. 디테일 한 면까지 챙기시기로 소문나 있는데 감독님과의 작업은 어떘나?
윤: 완벽주의자신가? 완벽주의자라기 보다는 내츄럴 한 거 좋아하시고, 영화에서 ‘광호’를 연기한 재응이하고 되게 비슷하세요. 광호가 뭐 하고 있으면 “그거 영화에서 하는 거야”그러시고. (웃음) 사소한 면을 배우들에게 잘 찾으시기도 하지만 그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주길 원하세요. 감독님이 섬세하신 편이라 영화에서도 그런 느낌을 잘 표현 하시려고 하셔서 정형화된 완벽 주의자라기 보단 배우에 대한 세세한 면을 잘 찾으셔서 그런 말을 듣는 것 같아요. 두번 찍고 바로 그냥 가자고 하시고. (웃음)
일찍 끝난 적이 많았어요. 8번이 제일 많이 간 거였나?. 이 영화가 저예산 영화거든요. 저는 감독님 스타일이 원래 빨리 찍는 스타일인줄 알고 그런가 보다 했는데 스태프들이 농담 식으로 감독님이 필름 아끼시려고 그러시는 거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저예산 영화지만 최고의 스탭들이 모여만든 영화였어요.

이 :그런 원론 적인 질문으로 들어가보자. <사랑해, 말순씨>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윤: 시나리오 보고 ‘이 영화는 정말 내가 꼭 해야 되겠다’ 보다는 왠지 궁금한 영화였어요. 감독님이 어떤 생각으로 이 영화를 쓰셨고 어떻게 찍으실까 되게 많이 궁금해서 감독님을 만나 뵈었더니 내가 본 시나리오가 다가 아니겠구나. 감독님이 더 많이 생각하고 계시고, 배우가 만들어 갈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뭐랄까. 원래 시나리오를 보고 찍기 보다는 배우의 느낌과 현장의 상황을 그때그때 잘 절충하시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그런 만들어 가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어요.

이 : ‘행운의 편지’란 소재가 무척 재미있다. 학창시절에 받아보거나 써 본적이 있나?
윤: 저는 ‘행운의 편지’를 초등학교떄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걸 무척 믿는 편이예요. 개인적으로 어디를 여행가면 편지를 꼭 써요. 하다못해 엽서라도 보내요. 여행가서 사귄 친구들에게 ‘여기 어느 나라에 여행 왔는데 너무 보고 싶다.’고. 그런식의 편지는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이 : 배우 윤진서에 대한 글을 읽다가 한 팬이 쓴 글을 읽었는데,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구절을 발견했다. ‘이웃집 소녀지만 말 한마디 건 낼 용기가 없어 바라만 보다 전학 가 버린 첫사랑의 그녀’란 글이었다.
윤: 바라만 보다가 아무도 말을 걸진 않나요?

이 : 하하하. 바라만 보지 말고 말을 걸라고 인터뷰에 꼭 쓰겠다.
윤: 네. 꼭 써주세요. 말을 걸어 달라고.(웃음)

이 : 근래 출연한 영화들을 보면(<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사랑해 말순씨>) 연기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본인이 생각하는 현재 자신의 이미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윤: 지금 저의 이미지는 잘 모르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저에 대해 하는 말들은 거의 같거든요. 사실 인터뷰 보다는 영화 속에 비춰진 제 모습을 보고 저라고 생각하는 거잖아요? 작품마다 다 틀린 모습이지만. 그래서 더더욱 한 이미지보다는 다양한 캐릭터를 하고픈 욕심이 생기는 거죠.


이 : 왜 위와 같은 질문을 했냐면 <올드보이>, <슈퍼스타 감사용>,<나의 새 남자친구>이 세 영화에서 특히 신비감과 생활소녀의 이미지를 오가는 묘한 매력이 돋보였고, 그게 윤진서만의 역할로 굳어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윤: 아까도 말했지만 작품마다 다 틀려서요. 제가 생각하기엔 다 다른 캐릭터거든요. 그리고 제가 한 역할은 모두다 제 안에 있는 것 같아요. 꾸미거나 만들어서 연기한 건 없어요. 계산된 연기랄까? 그런 건 해 본적이 없거든요. 인터뷰를 기다리다가 황정민 선배님 인터뷰를 잠깐 읽었는데 “<달콤한 인생>에서 계산된 연기를 보여줬다.”라고 하셨어요.그래서 기자가 그 전엔 안 그랬는데 이번엔 왜 그랬냐고 질문하니까, “나는 <달콤한 인생>에서 딱 네 번 출연한다.
그걸 계산해서 내가 등장했을 때 내 절정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대답 하셨더라구요. 그걸 읽고 생각해 보니까 ‘나는 그 동안 뭔가 생각해서 연기한 게 없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아무 생각 없이 한 것 같은 느낌. 저는 그냥 시나리오를 읽다가 그 사람이 되어가는 스타일이거든요. 내가 이 사람이라면 이걸 좋아할 거야. 분명 이렇게 생각할 거야. 그런식.

이 : 요즘 연예인들의 수명이 유독 짧다는 느낌이 강한데 진서씨는 그런 유행에서 한 발자국 벗어난 위치에 서 있는 것 같다. 여배우 기근현상을 해소할 재목이랄까. 영화로 데뷔해도 TV로 많이 가는 판국이라 영화에만 집중하는 모습도 보기 좋고.10년 후에도 연기를 한다면 어떤 연기를 하고 싶은가?
윤: 아닌데, 기근 아닌데…여배우들이 너무 많은데..(웃음) 10년 후에도 촬영하고 있거나 영화를 보거나 영화관에 있거나 DVD를 보거나 하는 지금 내 생활과 똑같을 것 같아요. 영화가 없으면 못 살 것 같거든요. 그리고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사실 기자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그런 말을 많이 하세요. TV를 많이 해야 잊혀지지 않고 오래 간다고.그게 당연한 거라고.

하지만 저는 배우는 아티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아티스트는 룰이 없고.

영화만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그때 마다 나에게 최적의 시나리오를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하려고 하는 의지나 내 안에 꼭 있었으면 하는 역할을 찾거든요. 시간이 지나도 찾아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는데, 항상 그런 영화의 여배우들은 너무나 매력적이에요. 그렇게 누군가가 나의 영화를 보고 매력을 느낀다면 좋겠어요.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 : 사실 ‘윤진서’를 남자배우로 치자면 ‘박해일’씨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순백,친근함, 왠지 모를 신비감까지. 이 일을 하면서 같이 공연하고픈 남자배우는 누구인지 궁금한데..
윤: 우와!너무 좋아요.박해일 선배님과 닮았다니. 영광이죠. 사실 얼굴이 닮았다는 소리는 몇번 들은 적은 있어요(웃음)그래서 “내가 박해일 닮았어?”그러면 다들 “응”그래요. 사실 같이 공연하고 싶은 훌륭한 배우 분들은 너무 많아요. 송강호 선배님도 그렇고. 황정민 선배님하고도 뮤직 비디오 찍었는데 그떄 다음엔 영화 한번 찍자고 하셨거든요.흠.선배님! 저 꼭 기억하고 있답니다.

이 : 그렇잖아도 몇 달 전에 황정민씨 인터뷰 할 때 진서씨 이야기가 나왔다.그 전에는 영화를 많이 찍어도 사람들이 못 알아봤는데 그 뮤직비디오 찍고 십대들이 특히 많이 알아봐서 버스를 못 탄다고 하시더라.
윤: 하하하. 정말요? 그런데 지금도 계속 버스 타고 다니세요. 누가 “황정민 아니야?”그러면 “설마 황정민이 버스타고 다니겠어.” 그러고 만다고. 2년 전에 처음 뵈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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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 뮤직 비디오와 인연이 많은 배우 같다. 서태지의 뮤직 비디오에 나온 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다. 사실 대배우와 명감독들이 아끼는 여배우로 언론에서 떠들썩 했었다. ‘혜성처럼 나타난 여배우!’ 그러면서. 오디션도 안보고 앞다투어 캐스팅하려 드는 것 같았다.
윤: 아무리 혜성처럼 나타나도 오디션은 봐야 되지 않아요? (웃음) 저도 몇 번의 오디션에 떨어지기도 했어요. 사실 <올드보이>를 찍고 나서도 사람들이 절 많이 좋아해 주실지 몰랐어요. 분량도 적고. 그때는 그냥 영화 찍는 거에 대한 환희에 가득 차서 촬영장 갔다 오면 마냥 신기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 영화 개봉하는데 제 인터뷰가 되게 많이 잡혀 있는 거예요. ‘아니, 왜 나를 인터뷰하지?’그랬을 정도로.

이 : <사랑해, 말순씨>에서는 청순한 역할로 14살 소년의 마음에 천사로 각인되는 역할을 맡았는데 망가지는 역할에 도전해 볼 생각은 없는지? 아까 말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잠깐이었지만 담배 피는 불량 소녀의 모습도 의외로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윤: 뮤직비디오에서는 잠깐이었지만 그런 캐릭터는 꼭 해보고 싶어요, 예전에 이와이 슈운지 감독님의 <스왈로우 테일 버터플라이> 라는 영화를 봤어요. 거기서 ‘차라’라는 여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너무 매력적이지 않아요? 마음의 상처가 보여지는 역할을 나중에 꼭 해보고 싶어요.

이 : 마지막으로 배우 윤진서가 보는 <사랑해, 말순씨>는 어떤 영화인지 알려달라.
윤: <사랑해, 말순씨>는 14살의 ‘광호’라는 소년이 무언가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시기를 그린 작품이에요. 소중한 엄마와 친구들이 떠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아픔을 겪게 되죠. 14살 소년이 바라본 그 나이 때의 인생이랄까? 성장기를 거친 남성분들이라면 공감을 얻을 영화입니다.

인터뷰 말미에 자신을 세가지 단어로 표현하면 어떤 단어일 것 같냐고 즉흥 질문을 던져봤는데 무척 수줍어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저는 세가지 단어로 표현 할 수 없는 배우입니다.” 라고. 정말 끝까지 멋진 배우다.




8 )
pretto
좋은 작품 기대할게요~^^   
2010-01-30 15:42
qsay11tem
친근해요   
2007-08-10 11:27
kpop20
앞으로도 좋은활동 부탁요   
2007-05-26 17:25
ldk209
윤진서... 왠지.. 아주 독특한 자기만의 세상이 잇을 듯..   
2006-12-30 12:12
js7keien
윤진서 씨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면서..
말순씨는 - 불효자의 개과천선을 원한다면 반드시 보여줘야할 영화   
2006-09-30 17:35
slchoddeok
이뿌당.   
2005-11-04 10:01
chasukw
좋다. 너무   
2005-11-03 13:28
ejwl1
잘 보고 가요~   
2005-11-0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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