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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할수 없는 싸가지,<허브> 정경호!
2007년 1월 10일 수요일 | 이희승 기자 이메일

오해의 소지가 있다. 정경호가 ‘싸가지’ 없다는 얘기가 아니다. 사실 그는 '친절한 경호씨'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예의바르다. 단지, <허브>의 캐릭터 소개에도 ‘잔머리 절정’, ‘뺀질 왕자’라는 표현이 써있을 만큼 영화 속 ‘종범’은 매시간 작업 모드에 귀찮은 건 질색인 뻔뻔한 남자지만 그가 가진 특유의 매력 때문에 결코 밉지 않게 표현됐음을 말하고 싶었다. 한 연기 한다는 여배우로 꼽히는 배종옥과 강혜정의 사이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 존재감으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나간 종범은 정경호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3일째 계속된 인터뷰, 그 마지막 날의 첫 스타트를 끊으며, 우리는 <광식이 동생 광태>이후 두 번째로 마주 앉았다. 반가운 인사가 오고 간 뒤 “<허브>가 잘 안되면 2007년도를 포기하려구요”라는 다소 위험한 발언이 이어졌다. 과묵한 침묵보다는 솔직한 대화법으로 사람을 대하는 정경호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 그의 변화

형제나 다름 없는 사이인 선배가 7년째 짝사랑 해온 여자를 한 순간에 데려가는 남자.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게 여자라는걸 너무나 잘 알기에 그녀에게 흔들리지 않는 진심을 보여줬던 이 얄미운 남자가 정경호가 영화에서 첫 번째로 맡은 역할이었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최고의 인기 가수 ‘최윤’으로 분해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가 이런 의외의 결정을 한 건 순전히 자신의 욕심 때문이었다. 방송국 일을 하는 아버지 덕에 (김)희선이 누나를 보러 드라마 현장을 제집처럼 드나들었을 때부터 그의 꿈은 이미 ‘배우’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집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식구들에게 배우로서 확실한 성장을 보여 주고픈 마음이 앞섰다.

영화 속 비중을 떠나 뭔가 배워야겠다는 평소 생각을 그대로 실천하고 싶었다는 정경호는 그렇게 또래 배우들과 틀린 다른 길을 걸어나간다. 성급한 스타덤에 빠지기 보다는 대기만성형 배우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한국식 옴니버스 영화의 성공 케이스라 불리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예비 수녀와 사랑에 빠지는 한 물 간 아이돌 스타로 분한 정경호는 색다르게 시도되는 영화현장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한다. 사실 <폭력 써클>의 주연으로 발탁됐을 때는 전작과 다른 뭔가를 확실히 보여 줄거라 확신했지만 심혈을 다해 찍은 베드신은 ‘어설프다’는 이유로 삭제 되고 피할 수 없는 폭력에 길들여져 가는 정경호의 거친 모습은 관객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폭력써클>찍고 있을 때 <허브>시나리오를 받았어요. 어느 날 촬영을 끝내고 숙소로 들어갔더니 매니저 형이 울고 있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형, 왜 그래?’하니까 시나리오가 너무 슬퍼서 그런다고 한번 읽어보라고 주더라고요. 읽어보니까 슬프긴 한데 내용이 너무 좋았어요. 무엇보다 잘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있었고. 다행히 그 생각이 맞았지만.(웃음)” 여태껏 해왔던 역할들은 모두 겉모습은 틀리지만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여있었다. 배신하지 않고 점차 진심을 깨달아 가는 인물들. 육사를 지원할 정도로 바른 생활 학생이었지만 폭력 사태에 휘말리면서 전혀 다른 남자들의 세계에 빠지는 ‘상호’도,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만남이었지만 그녀의 외로움을 알고 진짜 가족이 되고자 이른 결혼을 결심하는 ‘일웅’이도 다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인물이다.

“나만의 성장이 있는 영화에 끌렸던 것 같아요. 여태까지 좋은 역할만 해왔잖아요. 명랑하고 밝고, 보호받게 만들고 싶은걸 나로 느끼게끔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죠. 근데 올해는 다른 면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내가 가지고 있는 게 그것뿐만이 아니라 다른 것들도 있으니까.” 전작들의 캐릭터를 소중히 여기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담담히 얘기하는 그 모습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태도가 느껴졌다. 젊음의 에너지로 충만한 정경호이기에 가능한 변화였다.

● <허브>에 매료되다.

나를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우선적으로 듣고 신중한 선택을 해왔던 그였기에 하기 싫은 작품을 억지로 한적도, 마음에 안 든다고 대충 한적도 없었다. 그러나 7살 지능의 소유자인 상은을 국제변호사로 착각해 작업을 걸만큼 속물적 이다가도 그녀의 순수함에 거침없이 빠져드는 이번 역할은 정경호에게 ‘나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해준 캐릭터였다. <허브>에서 맡은 역할은 자신과 너무 비슷해서 따로 인물 연구를 하지 않아도 됐지만 실제로 장애를 가진 친구를 만나고 알게 되었을 때 나도 종범처럼 그렇게 행동했었을 지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고민해야 했다고 고백했다. 정경호가 선택한 방법은 그저 잠시 스치고 지나갔을지도 모를 그 고민을 붙잡고 동료배우들과 오랜 대화를 나누면서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나를 성장시켜준 영화예요. 배우로서 한발자국은 앞섰다고 느낄 만큼이요. 배종옥 선배님이나 혜정이 누나, 허인무 감독님을 만나 <허브>를 찍으면서 ‘어울림’이란 걸 알게 됐고, 호흡도 너무 잘 맞았어요. 한 장면 한 장면이 정말로 소중해요. 그래서 더욱 잘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영화구요.” 처음에는 단순히 영화 촬영 후 조촐하게 뭉치는 술자리였다. 몇 번의 농담이 오고 가고 그날 있었던 일을 유쾌하게 풀다가도 반드시 영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렀다. 스스로도 “사람을 잘 만나는 것 같다.”고 표현할 만큼 <허브>에 대한 애정은 그만큼 차고 넘쳤다. “배종옥 선배님이 ‘연기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씀 하셨어요.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고 생각하는 게 다른 게 어떻게 정답이 있겠냐는 거죠. 하지만 배우는 기본적으로 ‘말’은 되야 한다고. 스피치나 발성으로 관객들에게 정확한 전달을 하는 게 우선이라는 조언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초 절정 미녀와 간지나는 삶을 사는 게 꿈인 의경의 뻔한 작업에 걸린 순수소녀 ‘상은’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나만의 왕자님을 사랑한다. 동화 속 공주 마니아에게 그는 단순히 남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녀의 순수함이 성장하지 않은 정신연령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종범의 고뇌는 영화 속에서 그리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다. 참된 사랑의 의미는 외모가 아닌 마음에 있다는 걸 알게 된 종범이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무늬만 스무 살인 그녀의 가치를 깨닫게 된 후 상은의 주변을 배회하면서 그가 보여주는 내적 변화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빛을 발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신이에요. 연 날리는 장면. 상은에게 희망을 주는 거잖아요. 엄밀히 말하면 나를 만나고 행복했던 상은이 저에게 ‘몸과 마음이 다 자랄 때 그때 다시 만나요’ 라며 저를 찬 건데. 그런 그녀가 사회에 정식으로 첫발을 내디딜 때까지 종범이 기다렸다는 얘기죠. 새로운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 2007년도를 여는 영화로 딱 인 것 같아요.” 편견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가치를 깨달은 종범은 그가 연기할 다양한 배역이 확장됐음을 넌지시 알려준다. 다음 작품인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국제 마약 범죄단과 대결하는 국가정보요원 역할은 정경호가 가진 새로운 매력을 발견 하게 될 것이다.

● 다시, 질주하다

천상 남자인 배우에게 의리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정경호의 대답은 아마도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 한방일 것이다. 자신의 영화를 홍보하는 기간에도 학교 선배의 졸업작품을 보기 위해 달려가고, 새 영화를 찍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고등학교시절 함께 뭉쳐 다녔던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그의 평소 모습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의리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시사에 늦지 않기 위해 이제 막 끝난 인터뷰를 털고 일어나던 재작년 11월이 그랬고, 데뷔전이나 후나 변함없이 자신을 대해주면서 격려를 아끼지 않는 동창들 덕에 <폭력써클>에 집중할수 있었다는 몇몇 인터뷰는 그 사실을 증명한다. 정경호만의 그 끈끈한 유대감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껏 연기한 인물들이 조금씩 내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애착이 가고 소중하다는 정경호는 그렇게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나를 꾸미지 않고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연기가 가장 자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고마웠고, 동심에 빠질 수 있어서 더욱 행복했었던 작품이에요. 앞으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중심을 잡아준 작품이니까.” 지금 여기 가장 인간적인 배우가 되고 싶다는 정경호의 앞날에 새로운 길이 펼쳐져 있다. 여러 개로 갈라진 길 중에서 어느 쪽을 향하건, 이제 우리는 그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일만 남았다. "어떻게 가야 할지 이제는 알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어떤 선택을 하든 진실한 배우근성을 지닌 정경호의 행보는 분명 색다를테니까.


2007년 1월 10일 수요일 | 글_이희승 기자
2007년 1월 10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
장소협찬_ 프레이저 스위츠(Fraser Sui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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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yids
아직까진 단독 주연하기엔 카리스마가 부족...
하지만 마스크랑 연기가 괜찮으니 가능성이 풍부하다고 생각합니다.
"허브"에서 이종범역할 너무 귀여웠음...   
2007-01-12 01:04
lee su in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부터 주목했는데,
이후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폭력서클> 등에서 인상적으로 보았습니다.

튀지 않으면서 은근히 연기 잘하는 젊은 배우인듯 하네요.
앞으로의 영화도 더욱 기대됩니다.^^   
2007-01-11 03:02
rcy09
얼굴이 깔끔해보인다   
2007-01-11 02:09
ssang2z
왠지 모르게 대성할것 같은 배우예요..차근차근 잘할것 같은,,,좋은 배우로 성장했음 좋겠습니다   
2007-01-10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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