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원 기자(이하 ‘서’) 담배 피시나?
노동석 감독(이하 ‘노’) 핀다.
서 그럼 편안하게 피우면서 말씀하셔도 된다.
노 아니다. 난 괜찮다.
서 그럼 나도 괜찮다. 여하간, 이름이 ‘노동’석이라 현재까지 작업했던 영화와 잘 어울린다는 말 오다가다 들었을 거 같다.
노 어릴 때는 놀림도 많이 받고 영화하면서는 본명이 맞아? 뭐 그런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좀 이름과는 다른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웃음)
서 공교롭게도 필자의 아버지 이름과 똑같아 왠지 남다르다.
노 아! 그런가? (분위기 썰렁)
서 원래 초반부터 영화의 내용이 뭐냐는 질문을 잘 안 던지는데 이 영화가 여타의 상업영화만큼 홍보가 널리 안 됐으니 줄거리부터 말해주고 들어가는 게 여러 모로 네티즌들한테 도움이 될 거 같다. 옆집 동네친구한테 말하듯 쉽고 편안하게 말해 달라!
노 종대와 기수라는 두 젊은이가 주인공인 영화다. 종대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같은 사고뭉치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기수는 그런 종대를 친형처럼 옆에서 아끼고 돌보는 그런 친구다. 그러다 우연히 둘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면서 큰 파국을 맞는 청춘영화라 보면 되겠다.
서 그나저나 개봉을 전후로 <스파이더맨>과 <캐리비안의 해적>이 버티고 있어 적잖이 걱정되겠다.
노 전혀! 전혀 부담이 안 된다.
서 왜?
노 그 영화들과 내 영화는 성격자체부터 너무 다르고, 어차피 배급규모도 다르게 갈 영화라 걱정 안 한다.
서 김조광수 대표는 <비상> <우리학교> 등 여러 작은영화가 연이어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고, 관객의 시선이 바뀐 만큼 당당히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저예산 인디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말하더라! 그래서 <후회하지 않아>의 5만에 이어 이번 작품은 10만이 목표라 포부를 밝혔는데.
노 대표님 말처럼 되면 당연 좋을 거다. 하지만 그건 바람일 뿐이고 개봉해봐야 알 거 같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아>의 경우는 굉장히 특별했던 케이스다. 소재나 기획부터가 시도되지 않은 것들이었고 그 외 여러 프리미엄이 있었기에 대중과 소통하는 데 성공했다 본다. 여건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개봉하는 작은 영화들이 1만 명 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대중영화가 100만 이상 기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만만치 않다.
서 이전에 이 영화가 100관 이상에서 개봉했으면 하는 희망을 피력했는데 여전히 현실은 열악한 거 같다. 개봉관은 어떻게 되나?
박순영 마케팅 팀장 당장은 3개관을 확보한 상태다. 첫 주 흥행추이를 지켜보고 더 늘려나갈 생각이다.
서 노동석 감독도 말했지만 정말 배급 그러니까 유통이 많은 걸 좌지우지 하는 현실이다.
노 사실 그렇다. 흥행과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관객들이 영화와 만날 수 있는 최소한의 창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은 그걸 뒷받침해줄 수가 없다. 영화의 질이나 성격에 상관없이 최종스코어는 배급에 따라 결정 나는 거 같다.
서 아! 그리고 아까 말했듯 김조광수 대표는 이 영화를 저예산 인디영화라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감독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다.
노 음...내 입장에서는 그냥 그 주에 개봉하는 한국영화중에 한편 정도. 그 정도가 좋지 않을까 싶다.
서 불편하다?
노 불편하다기보다는 작은 영화에 대한 보편적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서 재미없다?
노 그렇게 보면 될 거 같다. 사실 성공사례도 별로 없고!
● 다음 작품은 뭔가 더 포장한 느낌이 드는 영화가 될 거라 생각했다.
서 이번영화는 여러 측면에서 전작과 다르다. 일단 규모부터가 그렇다. 4천만 원이 좀 못되는 제작비를 갖고 관객 1만을 목표로 마티즈 한 대 끌고 다니며 촬영할 정도의 적은 인원의 스태프로 꾸려졌던 <마이 제너레이션> 때와 달리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40여명 가량의 스태프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예산 또한 3억이 넘어가고. 영화 외적으로 방대해졌다 볼 수 있다.
노 감독 입장에서는 참으로 편하고 좋았던 시스템이었다 말하고 싶다. 이전과 비교해 더 많은 스태프들이 있다 보니 현장에서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는 거!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또 열정과 의지로 똘똘 뭉친 스태프들을 어떻게 하면 잘 이끌고 그러한 공동 작업을 통해 단단한 시너지 효과를 길어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 그것들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숙제인지 깨우치게 됐던 현장이다.
서 그래도 인원이 많아진 만큼 그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을 거라 보는데?
노 글쎄다. 스태프들이 워낙이 시나리오부터 이 영화를 좋아했고 작품에 대한 열의 또한 정말이지 대단했기에 그런 생각을 해볼 만한 일은 없었던 거 같다. 오히려 고마울 뿐이다.
서 어떤 점에서?
노 제작비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결국 돌파할 수 있었던 건 스태프들의 열정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덕분이다. 정말이지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서 규모도 규모지만 영화 내적으로도 많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전작에 비해 드라마틱한 사건도 있고, 장르적 장치도 눈에 띈다. 전작이 화장기 없는 쌩얼이었다면 이번에 화장을 좀 했다 볼 수 있다.
노 지금 말한 게 제대로 본 거다. <마이 제너레이션> 찍고 나서 다음 작품은 내 스스로 말했지만 뭔가 더 포장한 느낌이 드는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했고, 이후에 찍을 작품은 더 확실한 장르영화가 되지 않을까 본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이러한 과도기에 놓여 있는 영화라 보면 될 거 같다.
서 상업적 외피를 두르긴 했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영화적 진정성은 여전하다. 본질적으로 놓치고 싶지 않거나 변화돼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을 거다.
노 이번영화에 장르적 장치를 끌어들였지만 인물의 느낌이나 정서는 <마이 제너레이션>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이 거의 흡사하다. 어둡고 좀 우울한 느낌, 도시 변두리에 자리한 청춘 그리고 그러한 정서 또 그들의 인간관계 이런 것들은 전작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이런 측면을 아끼고 좋아하는 분들도 있고, 계속 이어가고 싶기도 하지만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에 그런 것들을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 중이고 그 방식에 어떠한 변화는 있을 거라 말하고 싶다.
서 근데 성적으로 결핍된 종대가 거세된 남성상을 총을 갈망하며 채우려는 듯한 인상과 사이비 종교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어머니! 최재성의 마초적 캐릭터가 좀 상투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다고 본다. 영화에서의 그런 요소들 그러니까 총이라든가 약간 정신 나간 엄마의 모습, 조폭코드를 가지고 왔을 때 어떤 식으로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지점들을 좀 더 고민 했어야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긴 하더라! 처음 영화를 구상할 때는 상징의 코드라기보다는 그냥 인물의 조건이라 보고 설정한 건데, 영화가 완성된 후 내가 아닌 영화를 분석하는 입장에서 보게 되면 그런 것들이 먼저 상징적으로 눈에 들어오니까 그런 지적이 나온 거라 본다.
서 대중영화로서 갖춰야 할 미덕을 생각해 타협한 건가? 아니면 그것과는 별개로 원래 지향하고 있던 영화적 설정인가?
노 반반씩 섞여 있는 거 같다. 최재성이 분한 김사장 쪽 라인은 그런 걸 고려해서 들어간 것도 있고, 종대의 총 같은 경우는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그것과는 무관하게 처음부터 인물의 조건이라 생각해서 들어간 거다. 어찌됐건, 대중을 위한 영화를 만든다면 거기서 더 나아간 또 다른 새로움을 보여줘야 하고 또 그게 장르영화의 미덕이라 보는데 아직은 내가 좀 부족하지 않나 싶다.
서 2004년에 제작된 <마이 제너레이션> 후반작업 때부터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들었다. 지금이랑은 많이 달랐다고 하던데?
노 분명 달라진 측면이 있다. 처음 준비할 때는 사실 <마이 제너레이션>에 가까운 청춘영화였다. 하지만 청년필름 제작사랑 결합하고 투자나 캐스팅을 고려하면서 조금 더 장르적인 것들이 시나리오 상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너무 오래된 이야기였기에 자연스럽게 변화된 것도 있고. 내 자신이 그간 변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서 무엇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공간을 보여주고 다루는 모습이었다. 특히 종대가 총을 구입할 때 돌아다니며 스며드는 골목들은 쉽사리 잊기 힘든 장면이었다. 홍콩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골목들!
노 보편적으로 영화를 볼 때 많은 분들이 내러티브, 캐릭터, 플롯에만 관심을 두고 본다. 근데, 이 영화는 공간에 대한 영화라 할 만큼 그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서울의 죽어가는 공간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마포나 종대가 총을 사기 위해 찾아가는 을지로는 분명 시내 한 복판인데 조금 더 들어가면 마치 다른 세계처럼 낯선 곳이 많다. 내 자신이 그런 곳에 관심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영화에 반영된 거 같다.
서 사실 필자 역시 중.고딩 시절 해적판을 구하고자 황학동과 청계천을 꽤나 돌아다녔다. 정말 의외의 공간이 많더라! 은근히 겁나면서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설렘! 그런 경험했던 묘한 긴장감이 낯선 공간을 통해 잘 포착돼 있어 옛날 생각 많이 났다.(웃음)
노 나 역시 판 사러 뒷골목을 헤맨 기억이 많다.(웃음)
서 일백년 된 철로와 굴다리는 돼지껍데기로 유명한 마포에서 찍었다. 그곳이 재개발 지역이라 철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고생했다고?
노 우리 영화에 꼭 필요한 장소였다. 근데,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철거지역이라 언제 없어질지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소장님 붙들고 사정 많이 했었다. 극비사항인 건 알지만 언제 부실지 꼭 좀 미리 알려달라고! 해서 결국 카메라에 담았고 지금은 철거돼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상태다.
서 을지로도 그렇고 공간이 좁은 만큼 어려움도 많았겠다.
노 섭외도 만만치 않았고 주변 통제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꽤나 애를 먹었다. 또 겨울촬영이라 빛 통제도 힘들었다. 거의 게릴라 전투 벌이듯 찍었다.
서 위태로운 삶에 놓여 있는 20살 청춘이 비루한 골목에서 서성이는 프루투 첸의 <메이드 인 홍콩>이 떠오르는 장면이기도 했다.
노 나 역시 좋아하는 작품이다. 뭐 그렇게 볼 수도 있고.
서 또 극중에 나오는 안마시술소가 광명시에 실제 자리하고 있는 영업소라 들었다. 근데 그 업소가 영업정지 처분을 먹어 폐업을 앞둔 상태에서 사흘 동안 25개 신, 그러니까 전체촬영 분량의 30%에 해당되는 장면을 영화 들어가자마자 찍느라 몸고생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던데.
노 아마 배우들이 가장 곤욕스러웠을 거다. 영화상으로는 후반부에 자리할 감정 신이었는데 첫 촬영에서 모두 소화해야 했으니 말이다.
서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식으로 달려들었던 이 장면에 모든 스태프들이 만족했다고 들었다.
노 뭐 다들 좋아했던 건 분명하다. 근데, 그게 장면이 좋고 나쁨을 떠나 그 기간 안에 끝냈다는 사실에 스스로들 기특해했던 게 아닌가 싶다. (웃음)
서 특히 안마시술소 장면 중 막판에 등장하는 신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중 가장 장르적으로 센 장면이다.
노 촬영 며칠 전에서야 겨우 그곳에 가볼 수 있었는데 여러 모로 열악한 공간이었다. 미술적인 세팅이 상당히 요구됐고 때문에 스태프들의 손길이 세심하게 미쳤기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연출 말고 미술, 촬영, 조명 등 영화적인 시도가 사려 깊게 집약돼 묻어난 신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가 워낙 내추럴한 영화라 그러한 티가 전혀 안 났다는 게 좀 아쉽게 느껴진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스태프들의 고생이 심했는데...
서 그런데 안마시술소 섭외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나? 길거리 돌아다니다보면 널린 게 그런 업소인데.
노 안마시술소 하루 매출이 장난 아니다. 무슨 수로 우리가 그 비용을 대겠나?(웃음) 그러다보니 폐업직전에 있는 업소를 찾았던 것이다. 일반 안마시술소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냈다.
서 혹 이용해보셨나 업소를?
노 당연 가봤다. 영화에서 중요한 신의 촬영장소인데 어떻게 안 가보겠나?
서 영화랑 관계없이 가봤냐는 말이다.
노 (웃음)
서 무슨 말인지 알겠다.(웃음) 그나저나 안마시술소 장면에서 판타지스럽게 연출된 장면! 종대랑 여종업원이 춤을 추는 장면을 보다보니 <오아시스>의 종두와 공주가 판타지를 상상하며 춤을 추는 장면이 떠오르더라! 오바스런 추측이지만 종대가 후에 종두 같은 인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 종대의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니 그럴 수도 있을 거 같다. 안마시술소를 판타지스럽고 인공적인 느낌으로 그린 건 강요된 느낌들이 묻어났으면 해서 그런 거다. 자신의 의지랑은 관계없이 자리할 수밖에 없는 공간의 분위기! 그리고 종대와 여종업원이 춤추는 장면은 둘이 뭔가 교류하는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서 여종업이 세일러복을 입었던데 개인적인 취향인지(웃음) 아니면 안마시술소에서 적잖이 행해지는 실제 방식이기에 그런 건지?
노 그 애기 많이 들었는데 내 취향은 아니다. 스태프들이 다리품 팔며 업소를 정말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러한 준비과정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설정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세일러복 역시 상징적인 측면도 있다. 아까 얘기한 것처럼 입혀진 옷 같은 강요된 느낌! 편안한 옷이 아니 잖나?
서 개인적으로 가장 고달팠던 때가 언제인가? 때려치우고 싶을 만큼 힘든 순간이 있었을 텐데.
노 영화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가장 힘들었던 건 누구나 그렇겠지만 투자가 안 됐을 때!
서 그럼 KBS와 영진위가 추진한 제작지원금이 물꼬를 튼 건가?
노 그건 이미 확보된 상태였고, 뿌라스 알파가 되어야 할 투자가 안 돼서 어려웠다는 거다.
서 그걸 이겨낼 낼 수 있었던 건 스태프들의 힘?
노 그렇다. 개런티는 물론이고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작업을 같이 해온 그들이 있었기에 돌파할 수 있었다. 물론, 배우도 마찬가지다.
서 영화에 등장하는 공간이 인상적이라 아까 말했는데 그 못지않게 눈에 들어왔던 건 플래시백이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 장치가 굉장히 아날로그적이고 창의적이더라! 마치 공포영화를 보듯 섬뜩한 느낌도 들고.
노 이 역시 스태프들의 공이 컸던 장면이다. 공포스럽게 다가왔던 건 나름 생각했던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에게 어린 시절은 상처처럼 남아있는 기억이고 그러한 흔적이 현실에 유령처럼 등장하는 느낌을 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 난 자리만 마련해줬을 뿐이다.
서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좀 하자. 당신은 오디션 때 유아인을 처음보고 그를 가리켜 "청춘 그 자체다. 처음 보는 순간 반했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그런 말을 한 건가?
노 보는 순간 그리고 그가 말을 꺼낼 때 모습이 어느 누구보다 청춘이란 단어와 어울리더라! 오디션이란 거 자체가 미팅인데 마주앉아서 긴장하며 떨고 있던 유아인의 그런 모습의 느낌들이 너무도 좋았고 종대라는 인물과 잘 맞겠다 싶었다.
서 작업하면서 내가 확실히 잘 선택했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었겠다.
노 작업하기 전 준비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술을 먹기도 했고, 바닷가에 같이 가기도 했는데 종대스런 느낌들이 고스란히 와 닿았다. 그러한 인상들이 현장에서 유아인의 노력으로 잘 풀어졌던 거 같다. 난 자리만 마련해줬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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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개인적으로는 기수로 분한 김병석의 이미지가 너무도 좋았다. 고통을 드러내지 않고 내면으로 빨아들여 혼자 짊어지고 가려는 고단함이 표정을 통해 미세하고 절절하게 감지됐다. 마치 양조위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근데 직업배우가 아니라 인터뷰에 응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정말 궁금한 인물이다.
노 배우가 쉬운 직업은 아니잖나? 배우를 계속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을 했었던 거 같다.
서 그럼 배우로서 계속 만나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
노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이번작품도 처음부터 하려고 했던 게 아니고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어 한 번 더 해보자 하면서 시작하게 된 거다.
서 다른 직업이 있는 건가?
노 알바도 하고 이런 저런 일을 하기도 한다. 또 이번영화 끝내고 결혼을 했다. 가장이 되다 보니 배우로서의 삶이 더더욱 큰 고민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다.
서 뜬금없는 질문이긴 하지만 두 주인공의 헤어스타일이 앞머리를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쫙 내린 스타일이다. 감독의 머리스타일과 비스무리하다.(웃음)
노 (웃음) 그것 또한 내 취향은 아니고, 젊은 친구들 중 자신의 눈을 가리는 저런 헤어스타일이 많아서 그런 거뿐이다.
서 왕년의 청춘스타였던 최재성이 기성세대를 대변하는 마초적 인물로 나온다. 아이러니한 캐스팅이다.
노 김사장이란 인물을 구상하다가 갑자기 최재성씨가 떠올랐다. 워낙 활동을 안 하고 있었기에 어렵게 수소문해 만날 수 있었다. 영화를 만들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몇 번 만났고, 시나리오랑 전작을 보고 싶다고 해서 건네 드렸더니, 얼마 후 연락이 왔다. 이 영화 하겠다고.
서 혹 꺼려하지는 않던가? 다른 데도 아닌 안마시술소 사장 캐릭터 아닌가?
노 일단, 영화를 보는 눈이 상당했다. 활동을 안 했을 뿐이지 내가 못 본 영화도 허다할 만큼 많은 영화를 보는 마니아더라! 시나리오를 좋게 봐서 그런지 악역이든 뭐든 드라마에 필요한 배역이면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러한 어려움은 없었다. 영화를 볼 줄 아는 분이다.
서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구체적인 디렉션이나 연기에 대한 세세한 요구는 안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노 배우에게 맡겨두는 편이다. 뭔가 자꾸 지시하는 듯한 관계가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나 싶다. 배우 스스로가 뭘 해야 될지 더 잘 안다. 감독은 그걸 할 수 있게끔 장을 마련해주는 게 최선이다.
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는 HD 카메라로 촬영된 디지털 장편영화다. 보통 디지털 카메라라고 하면 민주적이고 기동성이 우수하다고 한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후미진 골목길과 비좁은 안마시술소의 황량한 풍경을 잡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거다. 그 외에도 현실의 팍팍한 공기를 거친 입자로 담아내는 데 있어서도 용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직접 촬영해보니 어떻던가? 장점과 단점이 있을 거라 보는데.
노 단점은 HD 카메라 쓰임새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지 않다는 거다. 그래서 우리가 쓴 카메라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이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필름과는 다른 디지털만의 색감이나 입자성 이런 걸 영화에 장점으로 취하겠다면 그게 장점이 되는 거 같다. 따로 장점이 있는 게 아니고.
그렇지만 현장에서의 기동성은 필름 카메라와 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러한 카메라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필름을 운용할 때와 비슷한 규모의 스탭이 필요하다.
서 그런데 아직까지도 디지털이란 말이 들어가면 저예산영화 그러니까 제작비를 낮추고자 선택한 방식! 영화의 미학이 아닌 경제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노 예전 홈비디오를 생각하면 그럴 수 있는데 실제 보통 상업영화에서 필름 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작다. 그렇다고 배우 스태프의 개런티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 이제는 큰 차이가 없다.
●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골방에서 나날을 보내는 그런 친구였다.
서 제목이 아서 펜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와 같다. 거기에 나오는 클라이드도 종대처럼 성 장애가 있고. 어떤 연관이 있나?
노 영문제목인 <미래소년>이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이다. 개인적으로 그 영화를 좋아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어떤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청년필름이랑 작업하면서 미래소년이란 제목이 SF같고 상업영화로 하기엔 좀 어려운 점이 있다는 의견이 나와서 현재의 제목으로 바꾼 거다.
서 혹 제작을 맡은 김조광수 대표와 의견이 엇갈린 부분은 없었나?
노 작품 자체를 정확히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감독의 생각을 존중하고 맡겨주는 편이라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서 전작인 <마이 제너레이션>에 이어 이 작품 역시 청춘에 관한 보고서다. 어떤 점이 그렇게 끌려 청춘이라는 소재를 지속적으로 영화 안에 끌어들이는지 궁금하다.
노 세상의 어떤 상황이나 사건에 둔감해 하지 않고 반응하고, 혼란스러울지언정 뭔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 그런 게 너무 좋아서 그런 거 같다.(웃음)
서 전작도 그랬지만 이 영화 또한 자전적 경험이 반영된 영화라 들었다. 위태롭고 힘든 시기였나? 혹은 먹고 살기 힘들었다는 말인가?(웃음)
노 글쎄다. 뭐 종대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골방에서 나날을 보내는 그런 친구였던 거 같다.
서 조용조용하고 사색적인 스타일?
노 어두웠던 청춘?! 그리고 뭘 해야 될지 모르는 청춘!
서 혹 사고 치고 다니는 그런 청춘은 아니었나?
노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 (웃음)
서 원래는 작년 가을쯤 개봉예정이었다.
노 그때 유아인이 <좋지 아닌한가>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이 친구의 인지도가 올라가면 개봉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회사내부의 의견이 있어서 그렇게 됐다.
서 갠적으로 정말 물어보고 싶었던 건데, 빼어난 연출 솜씨 덕에 여러 영화제와 제작지원 사업에 당선돼 상금을 받은 경우가 많더라! 작품 준비하는 데 죄다 쓰이겠지만 사기 진작차 술도 마시고 하지 않나?
노 (웃음) 그 비용으로 술 먹으면 절대 안 된다.
서 왜?
노 정산처리 해서 고스란히 보여줘야 한다. 그 돈으로 술 먹으면 큰일 난다. 국민의 세금으로 모아진 상금이기 때문에 사용내역서 보여주고 영수증 처리한다.
서 앗 미안하다 정말 몰랐다.
노 물론, 상금타면 술을 먹긴 먹는다. 단 사비로!!
서 영화사집에서 차기작을 준비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일본소설 <사랑, 사라지고 있습니다>를 원작으로 한 귀신과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야기.
노 어떤 한 여자의 죽음을 추적해가는 미스터리 멜로 정도로 보면 될 거 같다.
서 어떻게 맡게 된 건가?
노 영화사집 이유진 대표랑 친분이 좀 있는데 이런 영화를 기획하고 있으니 한번 보라고 추천해줘 보게 됐고 마음이 끌려 하기로 했다.
서 그럼 규모도 이전의 작품보다 커지겠다.
노 일반 상업영화라 보면 된다.
서 그럼 전에 말했던 소매치기 형제의 로드무비나. 홍콩을 배경을 한 영화는 차차기작으로 미뤄진 건가?
노 계속 생각은 하고 있는데 그때그때마다 감독한테 필요한 영화가 있지 않나 싶다. 지금 나한테는 이 영화가 필요하고.
● 특별한 걸 갖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그냥 무식하게 지금까지 달려온 것뿐이다.
서 늦은 나이에 해병대에 지원입대 해 갔다 온 후 문화센터 영화강좌를 듣다 영화의 매력을 발견했고, 2001년 영화아카데미에 들어가 <초롱과 나> <나무들이 봤어> 두 편의 단편을 찍었다. 그러다 한겨레 문화 센타 영화제작과정의 조교로도 일했고, 이 길에 들어서게 된 결정적 계기가 뭔가?
노 결정적 계기라 말할 수 있는 사건은 없었다. 그냥 영화가 좋아서 작업을 하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온 거다. 작품 하나하나를 만들면서 생기는 에너지가 축적돼 이 자리에 이른 거 같기도 하고 뭐 그렇다. 물론, 처음부터 감독이 되려고 한 건 아니다. 그냥 영화에 관계된 일을 하고 싶었고, 그런 와중 연출 일을 알게 돼 감독을 하게 된 거다.
서 브레송이나 허우 샤우시엔와 같은 거장들의 이름을 자주 거론하던데 한국감독 중에는 영향 받은 감독이 없나?
노 있다. 임권택 감독님! 동시대 한국영화와는 다른 정교하고 절제된 영화언어를 구사하는 연출력에 감명 받았고 늘 그러한 점을 배우려고 한다.
서 7월 1일부터 노사가 맺은 협정이 실질적으로 적용된다. 감독의 권한이 많은 것을 좌지우지했던 현장에 적잖은 진통이 있을 거라 본다. 감독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나?
노 늦은 감이 있지만 스태프 처우와 관련해 개선된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말한 대로 우리나라 현장은 감독위주로 돌아가는데 이래저래 여러 모로 누수가 있던 게 사실이다. 진통이 있긴 하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야할 길이고 거쳐할 길이라 본다.
서 저예산 영화를 여러 번 작업한 감독으로서 작은 영화를 보호하고 살리자는 갖가지 대안 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문제는 뭐라 보는가?
노 무조건 지원만 해서도 안 되는 문제고 정말 어려운 사안인 거 같다. 그게 안 되니까 나 역시 상업영화를 찍으려고 하는 거고. 어쨌든 핵심은, 관객들이 극장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시장이 커져야 하는데 그 방법이 쉽지 않으니 걱정이다. 정말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서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2004년 최고의 독립영화계 스타감독으로 떠올랐다. 해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도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고, 그러한 주변의 시선이 부담되지 않나?
노 독립영화 스타라는 말이 나한테 좋은 거 같지는 않다. 독립영화라는 말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나라는 사람한테 어떤 수식어가 붙는다는 게 내 취향에 잘 맞지 않는다.
서 당신을 모델로 삼아 영화를 찍고 있는 이들! 지금 막 시작한 또는 어렵게 영화를 찍고 있는 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 게다
노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영화 일을 한 지가 10년 정도 됐는데 특별한 걸 갖고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무식하게 지금까지 달려온 것뿐이다.
서 속된 말로 ‘오래 버티는 놈이 장땡!’
노 (웃음) 그 말이 어떻게 보면 그러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서 예전에 이런 말을 했더라! 스스로 피폐해질 뿐 모든 인터뷰가 영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거 같고.
노 영화평 같은 경우는 빠지지 않고 보는 편이다. 호평이든 악평이든 내가 만든 영화를 이렇게도 볼 수 있구나 하는 어떤 계기를 마련해 준다. 하지만 인터뷰는 내 자신을 쏟아내야 하니까 이게 내가 맞나 싶을 때가 적잖이 있다. 그래서 인터뷰는 지속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한다.
서 그 말은 곧 기사가 본의 아니게 왜곡 되는 측면도 있다는 말?
노 아무래도 말이라는 게 그때그때의 뉘앙스도 있고 현장분위기도 있고 순간적으로 깊게 고민해서 나오기보다는 툭툭 내뱉는 거라서 그런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본다. 일단 기본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말에 대해 큰 신뢰를 하지 않는 거 같다.
서 노동석 감독이 생각하는 청춘의 희망은 무엇인가?
노 음..............우리영화의 엔딩 그 정도가 아닐까? 그러니까 희망은 정해진 게 아니라 뭔가 있지 않을까 찾아가는 그 자체! 그 과정! 그게 아닌가 싶다. 만약 희망을 손에 쥐게 되면 과연 그게 희망처럼 느껴질까? 결과가 아닌 그런 과정 그게 희망이지 않을까?!
2007년 5월 22일 화요일 | 글_서대원 기자
2007년 5월 22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