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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with 이명세 감독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 김도형 기자 이메일


처음에는 다른 영화를 추천했는데, 프린트 수급에 문제가 있어 <동경 이야기>를 틀게 됐다고 들었다.
원래 추천한 영화는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이었다. 이 영화는 <동경 이야기>에서 며느리로 나왔던 하라 세츠코가 딸로 나오고, 아버지로 나왔던 류 치슈가 그녀의 아버지로 나와 딸을 시집보내는 영화다. 딸을 시집보내고 난 뒤, 홀로 남은 아버지의 느낌을 담은 영화다. 근데 오늘 <동경 이야기>를 보니까 그 느낌들이 비슷하다. 이런 영화들이 필름 상태는 좋지 않지만, 드라마틱한 여러 가지가 세대를 넘어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것들이 있어서 그럴 거다. <동경 이야기> 상영도 만족한다.

평소에도 오즈 야스지로를 많이 좋아한다고 했는데.
오즈 야스지로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건 아니다. 늘 얘기하지만, 개인적으로 5명의 감독을 꼽는데, 오즈 야스지로,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자끄 따띠, 페데리코 펠리니 이렇게 5명이다. 정말 영화를 영화로 찍는 감독들. 영화 속에 영원성이 담긴 감독들. 자르기의 전범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어디서 자르는 지 정확히 알고, 영화의 리듬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감독들이다. 그 중에서 이번에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를 선택했다.

옛날에 영화를 좋아하던 사람들은 시네마테크와 같은 시설이 없어서 이런 영화들을 보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우리 어렸을 때는 오즈 야스지로가 누군지도 몰랐다. 우리가 일본 영화사를 배우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어렴풋이 알았던 것은 구로사와 아키라 정도? 그러면서 미조구치 겐지나 오즈 야스지로와 같은 사람도 있었다는 소문 정도만 들었다. 소문으로만 들었던 감독들의 영화를 일본여행 속에서 봤고, 보면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2000년도에 내가 미국에 있을 때, 필름 포럼에서 영화들을 보면서 다시 만나게 된 거다.

필름 포럼에서 <동경 이야기>를 봤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그 느낌들을 내가 일기장 같은 데 적어놓은 것들이 있는데…. 아까 영화 끝나고 시네토크 때 얘기한 것처럼,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어떤 것들을 다시 한 번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떤 것들이 저런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같구나 하는 것. 사소함 같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소함의 개념들, 소위 말하는 디테일의 영화나 현실을 담고 있는 얘기가 작으면 느껴지는 사소함이 아니라, 그 사소함에는 엄청난 영원성이 담겨 있다. 연출부들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김종상씨의 시인학교가 있다. 그 학교는 아름다운 도나우 강 옆에 있고, 라이너 마리아릴케가 교수로 있고 어쩌고 하는. 어떤 영화학교가 세워진다면, M스쿨이 세워진다면 거기 전임 교수로 위에 언급한 5명을 정교수로 모시고 싶다.(웃음)
영화를 보고 메모를 잘 해두는 편인가?
집에 들어가서 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영화 보면서는 안 한다. 영화 볼 때는 다른 생각은 안 하고 영화만 본다. 편견과 선입견 없이, 직접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알고 있던 이야기조차 지워버리려고 하는 편이다.

<동경 이야기>는 반복적인 일상성의 의미가 커서 마지막 장면에서의 느낌이 굉장히 세다.
그 느낌이 확 온다. 그게 한 사람 빈지라기 얼마나 큰 자린지 보여주는 거다. 아까 시네토크 할 때 젊은 친구가 마지막 장면 전에 편집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그런 꽉 참이 없다면 빈 것이 안 보이는 거다. 상황도 똑같고, 움직임도 똑같은데 딱 한 자리가 비잖나? 그 느낌이 확 와 닿지. 채움이 없으면 비움이 안 보이는 거니까. 불교용어로 공즉시색이고 색즉시공이다.

아까 시네토크에서도 불경을 인용했는데, 불교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의 절반이 불교고 절반이 기독교 아닐까? 사실 다른 것들은 다 분파된 거니까. 이렇게 2,000년 이상 명맥을 이어온 것에는 뭔가의 뜻이 있어서 이어온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두 가지는 공부를 해야 된다. 그것이 성경과 불경이다.

영화적으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진 않았어도, 아니어도 오즈 야스지로에게 받은 개인적인 느낌들이 많을 텐데.
생각이 바뀔 정도로 큰 건 없었다. 잘난 척을 조금 한다면, 나름대로 영화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오즈를 통해서는 그 깨달음을 확인한 거다. 고수를 찾아가서 확인받는 것처럼. 확인해 줄 수 있는, 인가를 내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게 맞나 아닌가 확신이 안 설 때, 그 5명의 감독들이 인가를 내려준다.

그들의 영화를 통해 인가를 받을 때는 느낌이 어떤가?
정말 열심히 영화를 찍어야겠구나.(웃음) 저 사람들의 느낌, 치열함이 전해온다. 알다시피 그 5명의 감독들은 지독한 완벽주의자다. 채플린이 <서커스>를 만들 때, 한 장면을 위해 필름 몇 십 만자를 썼고, 자끄 따띠도 파산에 이르기까지 했고, 펠리니 역시 마찬가지다. 또 5명은 고도의 테크니션이기도 하다. 테크닉이 안 보인다고 하지만 그게 바로 고도의 테크닉이다. 영화를 더 보면 알겠지만, 고도의 테크니션이고 스타일리스트다. 또 현실의 어떤 것을 담고 있기도 하다. <독재자> 같은 것은 현실을 앞서가기도 했지만, 현실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영원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 5명의 느낌이 또 허무하다. 사실은 따뜻하고 유며가 가득해서 웃음을 주긴 하는데 뭔가 허망하고 인생은 다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다소 쓸쓸함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다시 살아가야지 하는 힘을 주는 스타일이다. 비관주의나 염세주의랑은 다른 거지.

우리나라에서는 완벽주의하면 이명세 감독이잖나? 테크니션이자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고.
그 분들에 비하면 난 못 미친다. 그 분들은 아주 지독하고, 정말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하기는 힘든 여건이니까. 나는 테크닉을 추구하기보다 영화감독이라면 뭔가 새로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아방가르드라고 한다면, 뭔가 다르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오즈 같은 경우도 뭔가 다르게 표현했다. 움직이고 싶을 때 멈춰있는, 이거야 말로 고도의 테크니션이다. 양념 더 섞을 수도 있는데 안 하고 싶겠나? 오즈도 분명 그랬을 거다. 과부가 허벅지 바늘로 찌르면 참듯.(웃음) 그냥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아방가르드적인 거다. 그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꾸준히 추구한 거니까. 이후로는 카메라 무빙이 완전히 없어졌다. 트랜지션에서도 페이드 인/아웃 조차도 지워버렸다. <동경 이야기>에도 그런 거 하나도 안 나오잖아? 그냥 컷으로만 이어지는 느낌들만 있다. 정말 고도의 테크니션이다. 눈에 보이는 현란함이 테크닉이 아니다.
이번 친구들 영화제에는 시네마테크 전용관 문제가 더 적극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전용관은 정말 사대문 안쪽으로 들어와야 한다. 우리가 추진하는 것은 지금 짓고 있는 현대 미술관에 시네마테크와 영화박물관이 같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그러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고, 모두가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영화가 얼마나 우리의 삶 속에 있고, 우리를 알리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나를 알려야 한다. 그래야 가능해진다. 영화가 그냥 돈 벌이로서 엔터테인먼트적인 것도 분명히 있지만, 엔터테인먼트적이든 뭐든 문화를 가장 쉽게 전파시킬 수 있는 매체다. 음악이든 뭐든 모든 예술에 등가는 없겠지만, 영화는 가장 쉽게 많은 관객들, 많은 세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영화가 중요한 거다. 비단 내가 영화를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세계 어느 문화원에 가봐도 영화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다.

시네마테크가 없던 시절에는 문화원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많이 봤다. 미래 영화인이 아니더라도 시네마테크는 이 시대의 친구들에겐 큰 혜택임이 분명하다.
미래 영화인이 아니더라도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좋은 일이다. 나는 고전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고전이라면 낡고 동떨어진 느낌이다. 현실과 동떨어졌지만 억지로 봐야 하는 그런 느낌. 정말 영화를 공부하려면 옛날 영화를 봐야 한다. 그 안에 모든 기본이 다 있다. 영어로 치면 기초 영문법이고, 수학으로 치면 수학의 정석이다. 먼저 거쳐야 다른 걸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앞선 선배들이 영화 언어를 어떻게 발전시켜 왔는지도 알 수 있다.

기초를 다지고 다른 일을 해야 크게 성공할 텐데.
걷기도 전에 무조건 뛰고 날려고 하니까 부러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기초가 약해서 그렇다. 우리가 뭔가를 하지만 기초가 부실하면 성수대교가 된다. 성수대교 안 되려면 튼튼한 공법으로 기초부터 잘 다져야 한다. 그린 공법이 바로 시네마테크에 있다.

그래도 다 같이 영화를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는 즐겁지 않나?
솔직히 혼자 영화보고 싶은데.(웃음) 얘기했듯이 이런 보물은 다 같이 나누기보다 혼자 갖고 싶다.(웃음) 난 어디에 속해 있는 것을 싫어한다. 하지만 시네마테크라는 것이 중요하고 내가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까 해서 참여하게 된 거다.

요즘 준비하고 있는 <영자야, 내 동생아>에 대해서 얘기해 달라.
아직은 공개적으로 많은 얘기를 할 수 없는 단계다. 캐스팅이 진행 중이고, 시나리오도 수정 작업을 하고 있다. 조만간 투자자랑 군대 지원문제가 결정되면 원활하게 작업이 될 것 같다. 그때가 되면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
2010년 1월 26일 화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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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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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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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TW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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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 감독   
2010-01-2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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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M이 광장히 기억에남는영화이다   
2010-01-26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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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 이명세 감독   
2010-01-2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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