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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인 것처럼, 절실하고 치열하게 <내 연애의 기억> 강예원
2014년 8월 21일 목요일 | 서정환 기자 이메일

<내 연애의 기억>의 어떤 면이 끌렸나요?
내 이야기를 하는 게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내 이야기?
은진이 내레이션으로 짧게나마 쭉 상황을 이야기하듯 훑잖아요. 지금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건가요, 질문을 던질 수 있잖아요. 그리고 여자로서 사랑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 이런 로맨스영화를 찍고 싶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던 로맨스가 잘 살아서 좋은 것 같아요. 게다가 빤한 로맨스가 아니라서 더 좋았고요. 한편을 찍더라도 개성 있는 작품을 찍고 싶거든요. 영화를 찍을 때 기획된 콘셉트가 끌리는 작품이 있는 반면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를 보고 끌렸어요.
장르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영화인데, 그런 부분도 선택에 영향을 미쳤나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새벽에 놀라서 소리를 질렀어요. 저를 놀라게 한다는 것 자체는 큰 힘이거든요. 그 힘을 저는 믿었죠.

은진 캐릭터는 어땠어요?
은진이 설명되는 부분들이 시나리오에는 없었어요. 근데 영화는 한 컷의 몽타주의 힘도 대단한 것 같아요. 굳이 말로 모든 설명을 안 하더라도 한 컷 한 컷 몽타주의 그 느낌들이 캐릭터를 많이 보완해 준 것 같아요. 송새벽씨와 가로수길에서 데이트 장면을, 한강에서 자전거타고 풍선 놀이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그냥 그 순간을 즐긴 것 같아요. 여느 연애하는 커플처럼 저는 되게 신났거든요. 화면을 보니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나한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싶을 정도로요. 영화의 반전도 그렇고 은진이 현석의 거짓을 찾아나가는 과정들에서도 통쾌함이 느껴졌어요. 실생활에서 저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까요. 그런 것을 당당하게 하는 은진이가 부럽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시나리오 상에서는 코미디가 있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되게 센 여자(웃음). 저라는 배우의 색이 입혀지고 새벽씨랑 호흡을 맞추면서 재밌어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 같아요. 반전까지 무난한 장면들을 예쁘게만 찍었더라면 사실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제 안에 재밌는 DNA가 들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코미디라 생각하지 않고 연기하는데 감독님이 잘 잡아주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너무 웃긴 거예요. 창피하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을 관객과 공감하고 호흡하는 것, 그 부분이 이 영화를 하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어요.
시나리오 상에 캐릭터 설명이 확실하게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몽타주 숏들에 의해 비로소 설명되어 지는 부분들은 촬영 이후에 느낄 수 있는 거잖아요. 시나리오 읽으면서 영상으로 옮겨졌을 때 내가 연기하면 이런 식으로 표현되겠다고 그림이 그려지면서 매력을 느꼈던 건가요?
캐릭터의 매력보다는 전체 스토리가 매력 있었어요. 캐릭터는 어떤 구체적인 그림보다 적극적이고 당당한 면이 좋았어요. 시원시원하잖아요.

시나리오 초반에는 로맨스 위주였나요?
코미디가 아예 없었어요(웃음). 촬영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코미디를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한 적도 없어요. 현장 여건상 주어진 시간 내에 최선을 다해서 하루하루 찍기 바빴어요. 그래서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몇 번을 이야기했고요. 간절했거든요. 왜냐하면 한 신 한 신이 조금 더 고민하면 더 좋게 나올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남으니까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시간 내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죠. 그런데 이렇게 편집을 잘 해 주실 줄 몰랐어요. 감독님과 현장 스탭들의 힘인 것 같아요.
배우들도 연기를 잘했으니까요.
저는 그런 계산 능력이나 전체를 보는 눈이 아직 부족하거든요. 주어진 연기하기도 바빠요(웃음). 감독님이 자기 고집을 자꾸 강요하면 배우들이 아무리 하려고 해도 기회가 없잖아요.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독님께 감사해요. 현장이 시간이 없으니까 치열했단 말이에요. 새벽씨는 그냥 무던한데 저만 급한 거예요. 혼자 계속 긴장 속에 촬영이 끝난 거예요. 그래서 감정 신을 촬영할 때는 제가 되게 예민했대요. 갑자기 버럭 했다는데, 전 그런 기억이 없거든요. 순간순간 한 테이크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나봐요. 매 순간 영화를 이렇게 찍어야겠다, 너무 편하게 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이 신을 촬영할 기회가 마지막인 것처럼 찍어야지만 최고가 나올 것 같다는 힘을 계속 느끼는 거예요. 그러면서 배우로서 점차 커지는 것 같아요. 커 가는 것 같긴 해요.

규모가 큰 상업영화에 주로 출연했는데 이번 영화처럼 규모가 작은 영화에 출연한 경험은 어땠어요?
엄청 뿌듯해요. 규모는 작지만 이런 게 영화라고 생각해요. 이런 식으로 자꾸 좋은 영화를 선택해야죠. 다음 영화는 어떨지 모르지만, 항상 이렇게 200% 만족하는 기획과 시나리오는 사실 없어요. 만나기는 더 쉽지 않고요.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겨요.
강예원은 큰 규모의 영화에도 출연하고 주연도 하고 흥행도 하고 잘 풀려서 쉽게 활동하는 배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죠. 잘 모르는 사람들은요.

강예원이라는 배우를 데뷔 때부터 봐오면서 작품 하나하나마다 자리를 잡고 배우로서 활동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해왔는지를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그런데 모든 작품에서 다 그렇지는 않더라도 내가 최소한 느끼는 것만큼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운 면도 있었거든요. 이번 작품을 통해 강예원이라는 배우가 이런 배우였구나,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하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반가웠어요.
맞아요. 제 주변 사람들만 알지 사실 쉽게 된 게 하나도 없거든요. 흥행이 잘 된 건 감사한 일이지만, 운이 좋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한 번도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캐스팅된 적이 없어요. 제 바람과 모든 에너지가 항상 꽉 들어차있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잘 버티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도 아직 내가 갈 곳이 많이 남아 있고, 앞으로 갈 곳은 좀 더 기대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여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차라리 고생도 하고,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나만 당당하고 연기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내가 즐겁고 행복한 감정에서 뭔가 만들어내고 또 만들어내고,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다보니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앞으로는 불안이나 걱정보다 내가 또 무엇을 할까, 어떤 또 다른 모습이 나올까, 스스로에게 궁금해 하는 느낌이 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살아가는데 있어서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즐기고, 항상 감사하고, 그러면 맘이 편해지더라고요.
2014년 8월 21일 목요일 | 글_서정환 기자(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studio Z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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