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고맙다.
맡은 역할이나 영화 내용이나 힘든 작품이었을 거 같다. 찍고 나서 보니 드라마로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아니다, 이번 작품은 오히려 유난히 객관적으로 못 본 거 같다. <그놈이다>같은 스릴러 장르와 장우 같은 캐릭터를 기다렸는데, 촬영 마치고 몇 달 있다 보니까 엄청 떨렸다. 영화를 시작하고 보는데 전체적으로 못보고 내가 내 것만 보는 거다. 내가 어떻게 했나 이런 거만. 끝나고 나서 감독님한테 ‘나 전체는 못 봤다, 나 나오는 것만 봤다’ 했다. 유난히 긴장이 많이 되더라.
왜 그렇게 떨렸던 거 같나?
아무래도 내가 29살 시점에서 기존에 안 보여줬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그놈이다>를 선택해서인 거 같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니고 나름 변화를 준 작품이라서 관객들이 잘 받아줬으면 좋겠고. ‘새로운 거에 대한 떨림?’ 이런 게 컸다.
<그놈이다>는 변화를 주고 싶어서 출연했는데 보통 작품 선택의 기준이 뭔가?
보통은 대본과 캐릭터가 제일 중요하다. 일단, 나한테 재밌는 거. 남들은 재미없을 수도 있는데 내가 애정이 가고 재미있는 거 말이다. 내가 재미가 없어서 애정이 안 가면 다른 사람들한테 전달하기도 힘들다. 또 캐릭터가 얼마나 공감이 가는가. 이 두 가지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
이번 작품이 감독님의 데뷔작이다 보니까 불안감도 있었을 거 같은데 같이 작업한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작품에 대한 확고한 생각을 갖고 계셨고 본인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6년 동안 이 작품을 준비하다 보니 작품 안에 갇혀 있을 수 있다. 아니다 싶은 부분은 주변에서 말해 달라’ 고 하셨고. 이 말만 들어도 유연하시겠다 싶더라.
준비 과정이 길다 보니 애정도 남다르셨을 거 같은데?
맞다. 감독님이 6년이나 준비한 작품이니 애정도 애정이고, 작품 관련해서 모르는 거 없이 다 알고 계셨다. 또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는 절대 양보 없으셨다. 그러다 보니 융통성이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더라. 이건 현장에서나 편집하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해진 형이나 나나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면 감독님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설득을 해서라도 뜻대로 하고 감독님이 수긍하는 부분이면 의견을 수렴해서 다시 만들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소통이 잘 됐다.
사실 <추격자>는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지금 말을 들으니 비슷한 부분도 있는 거 같다. 비슷한 부분을 생각해 보자면 일단 범인이 누군지는 처음부터 대충 알 수 있다. <추격자>에서도 하정우 선배가 범인인 걸 어느 정도 알 수 있고. 범인이 누구인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범인을 어떻게 쫓느냐,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춘 게 유사하다.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추격자>와 비슷하지 않나.
그런데 다른 점은 장우가 너무 약하다는 거다(웃음). 약하고 주변에서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장우를 연기하면서 뭔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나? 말했듯이 약하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그런 점이 감정이입 하는데 도움이 됐다. 장우한테 있는 거라곤 동생이랑 집인데 거기다 이제 곧 동생을 위해서 서울로 가야 할 형편이고. 그런데 여동생이 없어진 거다. 장우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살아온 목적이나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아픔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장우를 믿어주지 않는다. 그 점이 대본을 보면서 답답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팠다.
장우를 민약국(유해진 분)과 비교하면?
장우는 동생을 위해서 얼음 공장에서 일하고 인형 자판기도 놓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산전수전 겪은 인물이 아니다. 그런데 민약국 캐릭터 자체는 산전수전 다 겪고 안 해 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많은걸 경험해봤고 능수능란하고 중년의 어떤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것들만 보면 장우가 약한 것은 맞지만 오히려 마음은 강하다고 생각한다.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 얘기 않을 수 없다. 사투리 연기는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원래 서울 사람인가?
그렇다.
그럼 부모님이 경상도?
부모님도 서울이다.
연기하는데 제약이 될 수도 있었을 거 같다. 대본상에도 처음부터 사투리였나? 부담되진 않았는지?
처음부터 사투리로 돼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부담이 없었다. 캐릭터 자체가 마음에 들어서 사투리 연기를 한다는 거에 신경을 안 썼던 거 같다. 그런데 정작 사투리를 해야 하니까 막막해지는 거다. 외국 말 배우는 거 같고.
사투리 도전하면서 에피소드는 없었나.
사람들이 사투리 연기에 대해 많이 평가하지 않나. ‘저건 아니다’ 이런 식 평가는 진짜 듣고 싶지 않더라. 그래서 형사 역할을 한 현우형한테 사투리 코치를 받았는데 형이 자기 일처럼 너무 잘 도와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다가 감독님이랑 리딩 연습을 하는데 감독님이 ‘하면 좋겠지만 진짜 힘들면 서울말로 하자’ 그러시더라. 그런데 장우 캐릭터에서 사투리를 빼면 진짜 아닌 거 같더라. 장우가 서울말 쓰면 진짜 이상할 거 같고. 사투리를 어떻게든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물론 연습하면서는 그냥 서울말 할까 생각도 했었지만(웃음). 그렇게 두 달 반 동안 연습했다. 연습실 가서도 하고 카페에서 현우형이랑도 연습하고, 음성 녹음해서 듣기도 하고.
결국 성공한 거다?
어느 정도는. 전체 리딩하는 날 모였는데 배우들이 대부분 경상남도 출신이었다. 그런데 너무 좋다고 하시는 거다. 이게 과하면 문젠데 과하지도 않다고. 그래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생겼다. 그 후에 언론시사하고 인터뷰 하면서 걱정했는데 그쪽 출신 기자님들이 99.9점 주겠다고. 그래서 ‘아 노력한 만큼 나왔구나.’ 안심했다.
내가 나를?
질문이 너무 어렵나?(웃음)
내가 원래 간단명료하게 뭔가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 나를 표현하는 적당한 단어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또래들과 같이 경쟁한다 할 때, 다른 배우도 그렇겠지만 나는 나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라고 말하고 싶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실 변화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는 거 같다. 드라마나 다른 장르에서나 내 또래 배우들한테 요구되는 이미지는 보통 잘 생기고 멋있는 거다. 이런 것들이 상업으로 필요한 이미지라면 그런 것도 갖춰야 하겠지만 사실 배우라면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고 다닐 때도 그렇게 배웠고, 대학교 때도 그렇고. 뮤지컬에서도 계속 다른 캐릭터를 해왔는데 정작 드라마 쪽으로 넘어와서는 갇혀 있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안 되겠다’이런 생각도 했고 나름의 변화를 주면서 해왔다. 그래서 거절 했던 배역도 많이 있고,
당신이 생각하는 변화에 능한 배우는?
많다. 많은데, 크리스찬 베일 보면 <배트맨>이 어느 순간 <아메리칸 사이코>가 되지 않나. 또, 매튜 맥커너히 보면 우주 비행사에서 에이즈 환자가 되고. 그런 게 부럽다. <사도>의 송강호 선배님만 봐도 목소리조차도 변화를 줘서 연기하지 않나. 이런 걸 보면서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그 생각에 동의한다!(웃음)
그리고 또 하나 나름 자부심이라 한다면 ‘나는 무대에 설수 있는 배우’라는 거.
그럼 믿고 보는 배우인가? 주원은.
희망사항이고(웃음) 믿음을 깨뜨릴까 무섭다. 사실 어떤 호칭 자체가 부끄럽다. 사실 선배님들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오면 끄덕끄덕 하겠는데 내가 벌써 무슨...그런 말을 들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그런데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그냥 믿음이 가고 신뢰가 가는 배우가 있지 않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행복해지기도 하는 배우. 그런 모습을 갖춰가고 싶다.
다양한 역할로 부지런히 경력을 쌓고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그 점을 높이 산다. 이번에도 전작 <패션왕>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고. TV 드라마와 비교를 안 할 수가 없다. 드라마는 시청률, 영화는 관객수로 대변되지 않나. 드라마는 어느 정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고 생각하는데, 영화는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때 잘 될 거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촬영 당시에 최선을 다하는 건 물론이고. 그런데 영화 흥행은 참 어렵더라. 그래서 이번이 더 떨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번은 나 자신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고, 새로운 모습을 관객들이 잘 봐주시면 좋겠다. 여하간, 여태까지 진짜 흥행 잘 안됐다. 무대인사 때는 분위기 좋았는데(웃음).
아마 이것 먹으면 꿀, 이거 먹으로 콩. 이런 의미인 거 같다. 그때그때 새롭다? 정도.
방송을 안 봐서 전후 맥락을 몰랐는데, 기대를 품게 하고 의외로 다른 면도 있고 그런 의미인가 보다! 그런 심오한 표현인지 몰랐다(웃음). 그리고 유해진씨는 영리한 놈이라고 했다. 좋은 평가는 다 있더라.
아마도 면전이니까 나쁜 말을 할 수 없어서?(웃음)
유해진씨와 이유영씨는 어땠나?
간단하게? 한 마디로?
길어도 좋다.
아까 말했듯이 내가 간단히 표현하고 이런 거 진짜 못하는데... 해진이 형은 '오로지 작품을 위하는 배우'이다. 캐릭터 접근이나 이런 것들을 모두 작품을 위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자신이 나오지 않는 장면도 다 꼼꼼히 체크를 하고 ‘난 이런 거 같은데 넌 어떠니? 난 이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하고 물으신다. 그러면 나도 거의 다 공감되는 부분이고. 작품을 위해서는 내 캐릭터가 손해를 보더라도 감수하신다.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매 작품을 이렇게 하셨을 거 아닌가, 참 대단하시다.
그럼 이유영씨는?
유영이는 진짜 순수한 볼매?(웃음) 약간 특이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좋은 면이 있지만 정말 순수하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하얀 도화지 같았다. 감독님이나 우리들이 어떤 연기를 주문할 때 그게 맞든 틀리든 당황하지 않고 ‘해볼게요’ 한다. 동물적인 연기를 많이 한다고 할까. 그게 순수해서 그럴 수 있는 거 같다. 왜냐면 뭔가 주문을 받았을 때 자기 생각이랑 부딪혀서 힘들어질 수 있고 그러면 시도조차 못할 수 있다. 그런데 유영이는 일단 도전해 본다. 볼매라는 건 유영이가 처음에는 사실 동생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점점 동생같이 사랑스럽게 느껴지더라. 상대 배우로 하여금 억지 연기를 하게 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장우가 점점 동생처럼 여기는데 실제로도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게 한다, 진짜 볼매다.
평가 얘기를 계속 해보자(웃음). 누군가가 당신을 평가 할 때 어떤 평가가 나왔으면 좋겠나?
진짜 어렵다(웃음). 물론 지금이 아니라 먼 훗날이겠지만 누가 날 생각할 때 ‘따뜻한 배우’였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안성기 선배님처럼 생각만 해도 따뜻하고 그냥 좋은 배우.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는 게 엄청난 거 아닌가. 그리고 이번 <인턴>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로버트 드니로도 그렇다. 영화 <인턴> 자체의 내용도 그렇지만 보다 보면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사람들이 생각할 때 행복하고 미소 짓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사실 영화나 드라마를 이렇게 병행해가는 배우는 드물다. 하다 보면 어느 한 쪽에 집중하게 된다. 당신이 병행할 수 있는 힘은 뭔가?
재밌다. 둘 다 재미있어서 할 수 있는 거다. 물론 드라마가 힘들기는 하다. 힘든 게 재밌는 건 아니고(웃음). 드라마 현장은 정말 속도감이 있다. 그 현장에서 서로 ‘으싸으쌰’ 격려도 하고. 그런 게 없으면 사실 버티기 힘들 수도 있다. 빨리빨리 하는 속에서 뭔가 의지가 불탄다고 할까, 그게 좋다.
그럼 영화는?
영화는 중간 중간 좀 여유가 있다. 결과물도 영화는 좋은 테이크만 가져다 쓰니까 배우로서 영상물을 남기기에는 더 좋다. 드라마는 그냥 다 나오는데 말이다. 둘 다 장점이 있는 거 같고 또 둘 다 재밌다. 간혹 영화 찍다가 드라마로 넘어오신 선배님들 보면 너무 정신 없다고 하시기도 하는데 나는 그냥 둘 다 즐기는 거 같다.
비결이라기보다 나는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특히 처음에 신경을 정말 많이 쓴다. 일단 현장에 맞춰 준비를 많이 해간다. 사실 현장에서 생각한 대로 다 진행되지는 않는다. 그렇게 때문에 현장 사정이 변할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해서 또 준비를 한다. 물론 다른 분들도 준비를 다하시겠지만 나는 그게 좀 더 심한 것 같다.
어떤 준비를 하나?
내 연기나 내가 맡은 배역에 대해 설명을 할 때 부족함이 없도록 준비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얘기를 많이 듣는다. 어떻게 보면 현장의 스텝들이 나의 첫 번째 관객이니까. 내 연기에 대한 평을 듣고 고치고 하는 작업을 반복한다. 결국은 사람들이 믿어 줘서 인 거 같다. 사실 나는 칭찬 받는 것을 좋아한다. 칭찬이 나를 힘 나게 한다(웃음). 그래서 현장에서 꾸지람 하고 그러면 그런 분을 무서워한다(웃음). 내 말에 진지하게 대답해주고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다. 매번 새로운 촬영장에 가게 되는데 그때마다 준비를 많이 해갔고, 다행히 사람들이 믿어줬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쌓이고, 이런 선순환이 있었다.
그런데 <용팔이>를 채 떠나 보내기도 전에, <그놈이다>가 빠르다는 생각은 안 했나?
그게 좋다면 좋은 거고 나쁘다면 나쁜 거 같다. <용팔이>의 좋은 기운을 받아서 개봉을 하는 게 좋다는 의견! 아니면 <용팔이>가 감사하게도 잘 됐으니까 그 기분을 좀 더 즐기라는 의견! 등 여러 말씀들을 해주셨다.
정신이 좀 없겠다!
별로 생각 못했었는데 생각해 보니 그렇긴 하다. <용팔이>가 끝난 게 10월 초니까.
개봉 일정이야 알아서 해주시는 거니 어쩔 수 없고, 내가 하는 건 인터뷰나 시사회 인사 같은 건데 좀 힘든 건 있지만 좋은 일이다!
다른 인터뷰 보니까 당신에 대한 칭찬이 너무 많다. ‘효자다, 겸손하다’ 이런 인간적인 면과 더불어 뮤지컬까지 섭렵하는 능력. 살면서 혹시 열등감을 느낀 적이 있나?
열등감?
아니면 나에게 부족한 점이라든지?
많이 느낀다, 항상 뭔가에 자극을 받고. 사실 표를 안 내서 그렇지 정말 많다. 티를 내면 꼴 보기 싫어지니까 티를 내지는 않지만 내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 고민하고.
의외다?
그런가? 누가 승리한다 패한다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 보면 선의의 경쟁이고, 누가 더 잘 되느냐 인데. 내 또래의 배우들이나 선배님들 보면서 항상 느낀다. 또래한테는 자극을 받고 선배님들 보면서는 배우고. 배우라면 항상 자기가 부족한 걸 알아서 채워나가는 게 필요한 거 같다. 뭐 죽을 때까지도 못 채우겠지만(웃음). 아주 나중에도 영화 찍고 개봉 전에 보면 아쉬울 것 같다. 내가 부족한걸 아니까 계속 채우려고 하는 거다.
그럼 현재 본인한테 가장 부족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많이 있지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거친 거? 프리한 거?(웃음) 약간 그런 느낌이다. 왜냐면 나 자체가 그렇게 살아오지도 않았고, 또 연기도 그런 역을 잘 하지 않았기에 그렇다. 다행히 점점 그런 면이 생기고 있는 거 같다. 연기적으로 변화를 주려 하다 보니 내 스스로도 어느 정도 변화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전보다는 지금 많이 프리해졌다.
설명하기 좀 힘든데, 예를 들어 300원짜리 라이터를 매일 사다가 500원짜리 라이터를 사도 사실 아무 일 없다. 그런데 난 ‘내가 이걸 사면 큰일 나지 않을까?’ 하고 걱정을 한다. 물론 지금은 좀 더 자유롭게 행동하기에 앞서 드는 이런 고민들을 많이 줄이긴 했다. 그냥 ‘직업이 연기하는 사람이지, 다 똑같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으로 지하철이나 버스도 더 많이 타고 다닌다. 많은 걸 부딪히고 해보려고 하는 거다. 그렇게 마음먹은 지 1~2년 좀 넘은 거 같다. 왜냐면 아무리 연기로 해 봤자 억지스럽고 자연스럽지 못 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내 스스로 뭔가 변화를 줘야겠더라.
어떻게 보면 예전보다는 좀 더 대중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고 볼 수 있겠다, 심적으로도.
그렇다.
그런데 특별히 자유롭고 터프하고 싶은 이유라도 있나?
내가 좀 프리하고 거칠고 그러고 싶은 이유를 생각해보니 30대, 40대 선배님들을 보면 그런 모습들이 많이 있는 거 같다. 어떤 분은 여유가 있어서 멋있고 또 어떤 분은 섹시하면서 자유분방하고, 또 거칠고 남자답고. 이런 많은 모습이 있다. 내가 앞으로 보여줘야 할 모습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작품들 변화도 주고 앞으로 그렇게 되려고 많이 노력할 거다. 그럴 수 있는 작품도 하고 싶고.
지금 한창 변신중인 거다?(웃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한테는(웃음).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20대의 풋풋하고 소년이나 청년 같은 느낌을 많이 내지 않았나. 하지만 언제까지 그런 연기를 할 수 있겠나. 앞으로 내가 뿜어야 할 연기를 위해서 생활에서부터 작품 선택까지 서서히 변화를 많이 주고 있는 거다! 나중에 내가 30대 중반이 되고 40대가 됐을 때, 자연스런 연기가 나올 수 있게끔. 지금 그런 변화를 겪는 시기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꼼꼼하게 미래를 설계하는 거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계획을 많이 세워났다. 그런데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틀린 게 아니라 좋은 거 아닌가?
너무 많이 세워서 문제이긴 한데(웃음), 어느 정도 내가 생각을 해서 세운 계획들이고 마침 지금 그 시기가 된 거 같다.
되게 많은데. <노트북>도 좋고, 특히 디카프리오 출연한 <로미오와 줄리엣> 좋아한다. 연기적으로는 모르겠고, 내가 그때 그런 거 따질 처지도 아니었지만 내가 제일 많이 본 영화다.
재밌어서? 특별히 어떤 점이 좋았나?
재밌기도 하고 그 감성이 너무 좋았다. 수도 없이 봤고, 사실 지금도 가끔 본다.
나도 그 영화 좋아한다, 갑자기 친근하게 느껴진다! (웃음)
어떻게 보면 공통적인 감성인데 그냥 사랑이라는 게 좋다. 어떤 남녀가 미쳐서 사랑하는 게 좋은 거 같다. 그들이 가문을 무시하고 사랑하지 않나. 그 예쁜 남녀가 잘 됐으면 좋겠는데 주변에서 못 만나게 하니까 답답하고 그랬다, 그리고 내가 디카프리오를 좋아한다. 너무 좋아하는 배우다. 인생의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좋아하는 영화다.
멜로물을 하고 싶은 욕심이 분명 있겠다
사실 멜로를 굉장히 하고 싶다. 특히 행복하고 밝은 멜로!. 우리나라 멜로가 유난히 울고불고, 아프고 이런 게 많지 않나. <노트북>을 봐도 나중에 치매에 걸려서 힘든 게 있지만, 그 둘이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 보인다. 보면 저 둘이 정말 미쳐있구나, 이런 게 느껴진다. 그게 예쁘고 부럽기도 하고, 나도 저렇게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나는 정말 내 스타일의 멜로가 나온 다면 물불 안 가리고 할 거 같다.
그럼 <노트북>같은 시나리오를 가져가면 당신을 자동 캐스팅 할 수 있는 건가?
그럴지도(웃음).
당신의 가슴 떨리는 멜로 연기, 기대하겠다!
나도 기대된다.
2015년 11월 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사진_박광희 실장(ULTRA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