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우리 형제는 인터넷에서 매우 놀라운 이야기를 발견했다. 한 일본인 여성이 코엔 형제의 영화 속에 나오는 보물을 찾기 위해 미국에 왔다가 중서부 황무지에서 길을 잃게 된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의 모호하고 한정된 정보는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녀가 어떻게 해서 미국에 오게 됐고 무엇을 남겨두고 떠났는지가 궁금했다. 과연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현대판 엘도라도 탐험에 착수하게 만든 것일까.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그 어떤 근대 정복자들의 이야기만큼이나 굉장해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탐험의 시대가 아니지 않나. 이 이야기는 모든 것이 명확하고, 미지의 땅이란 더 이상 없는 2001년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녀처럼 큰 열정을 지닌 누군가가 존재한다면 보물 사냥꾼이라는 구식 이야기가 여전히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새로운 정보들이 발견됐고, 땅에 묻힌 보물을 찾아 나선 것으로 알려졌던 일본인 여성의 이야기가 알려졌던 것과 달리 실재가 아닌 하나의 도시 괴담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처음에는 허를 찔린 기분에 허탈했지만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실제와 허구의 흐릿한 경계선, 그리고 복잡성은 우리를 이 소재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처음 아이디어를 구상한 때부터 영화를 완성하기까지 10년 가까운 오래 기간이 걸린 이유가 무엇인가.
상이한 두 지역에서 두 개의 다른 언어를 가지고 촬영해야 했고 제한된 기상환경에 맞춰 모든 것을 스케줄 해야 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출발부터가 매우 까다로운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굉장히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 작업을 계속해왔다.
오랜 기간 형제로서 함께 작업해 왔는데 당신들의 협업 과정이 궁금하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형제로서 함께 일해 왔다. 따라서 이렇게 일하는 것이 제2의 천성처럼 느껴져 뭐라고 설명할 말을 찾기가 어렵다. 강점은 서로 다르지만 연출, 각본, 제작, 편집, 모든 면에서 생각이 서로 겹친다.
이 작품을 연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제작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그리고 지극히 한정된 조건 속에서 촬영을 마무리 하는 것이 힘들었다.
쿠미코는 영화 속에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의 거의 없는 인물이다. 쿠미코를 연출하는 데 있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부분이 있다면.
쿠미코(키쿠치 린코)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하고 그녀가 혼자 생각하고 주위 상황에 반응하는 모습을 잘 담고자 했다. 다른 영화에서는 일반적으로 대화를 통해 전달되는 정보를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에서는 쿠미코의 행동과 얼굴 표정으로 전달해야 했다. 버스터 키튼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이런 부분에서 그렇다.
영화는 오픈 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영화의 엔딩에 관한 당신의 견해가 궁금하다.
관객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말해주지 않는 영화를 선호한다. 관객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각자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세계 여러 곳을 방문하면서, 엔딩에 관한 다양한 해석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모두 흥미롭고 의미 있는 해석이었다. 언젠가 한국에도 작품을 들고 방문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쿠미코, 더 트레져 헌터>는 고독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외로움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고독은 우리 안에 내재하는 인간의 조건으로서 인종이나 경제적, 문화적 환경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 그토록 혼자만의 고립된 외로움이 전 우주적 차원에서 공감될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호주 출신 감독으로서 일본 문화의 묘사가 어렵지는 않았나.
놀랍게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세계의 다양한 장소에서 작업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다음에도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 다른 문화에 접근할 때 흔히 발생하는 무지한 외국인의 시선만큼은 피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쿠미코를 둘러싼 문화에 대해 정말 많은 사전 조사를 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그런 면으로 우리를 도와주는 훌륭한 스탭들이 있었다.
당신도 쿠미코처럼 영화 속 세계와 현실 세계 사이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는가.
글쎄, 아마도?
2016년 1월 13일 수요일 | 글_최정인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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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영화공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