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연기가 너무 자연스럽더라. 솔직히 <순정>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캐릭터와 잘 맞는 배우를 캐스팅 했을까 했다. 그런데 실제 나이가 많아서 놀랐다.
사실 걱정 많이 했다. 근데 내가 고등학교 친구들과 놀던 기억과 그 당시 경험한 첫 사랑의 기억 등 이런 것들을 많이 떠올리다 보니 비슷한 감정에 다가가게 됐다.
<순정>에 출연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시나리오는 회사를 통해서 들어왔고 그래서 보게됐다. 아직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은 모두 시나리오를 읽고 하고 싶은 역할들이었다. 이번 작품도 마찬가지다. 시나리오 보자마자 너무 하고 싶었다. 고민할 여지도 없었다.
이번 작품이 이은혜 감독의 데뷔작인데 신인 감독님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나.
시나리오 읽고 너무 마음에 들어서 솔직히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영화 <카트> 등과 달리 이번 역은 주연이라 부담감이 있었을 거 같다?
처음에 걱정되고 부담도 정말 많았다. 그런데 막상 촬영 시작하고 나서 부터는 내가 주연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찍었다. 나만 주연이라는 생각보다는 다섯 친구 모두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다. 또 아역부터 연기를 해왔던 친구들이라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
처음 영화를 보면 배타고 섬에 들어오면서 바다에 풍덩 빠지는 장면이 있다. 그런 장면이 잘못 표현되면 정말 오글거릴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스타트가 좋다 싶었다.
다행이다. 그렇게 봤다니 기쁘다.
사실 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처음에는 너무 어색하고 서로 말도 별로 없었다. 그런데 고흥에 가서 촬영하다 보면 서로 친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환경이다(웃음). 서로 놀면서 같이 먹고 바다수영도 하고 낚시도 하다 보니 나중에는 정말 친해졌다. 또 같이 동네도 많이 돌아다녔다. 그렇게 친해진 게 영화에서도 드러난 거 같다.
고흥에 얼마나 있었는지?
3개월 정도다. 또 고흥에서 더 들어가서 등량도에서도 촬영 했다. 왜 리어카 장면 있지 않나. 그건 등량도에서 찍은 거다.
고등학교 때 본인의 모습을 범실과 비교하면 어떤지?
생각해보면 범실과 비슷한 거 같다. 조용하고 말도 별로 없었던 편이고, 좀 모범생이기도 하고. 범실과 공통점이 많다.
그럼 첫 사랑은 언제?
첫 사랑도 그 시기다. 고 3때.
그럼 혹시 첫사랑의 그녀와는 연락을 하나.
고등학교 이후에는 연락을 못했다.
그럼 첫사랑을 표현은 했나? 아니면 범실처럼 혼자 고민만 했나?
표현은 했던 거 같다. 그건 범실이와 다르다. 나는 표현은 하는 성격인 거 같다.
여담인데 어쩜 그렇게 다들 수영을 잘하나, 바다수영 직접 한 거 아닌가?
직접 한 거 맞다. 그런데 좀 전에 말한 첫 장면인 바다에 빠지는 장면은 나중에 다시 촬영한 장면을 사용했다.
그런가, 이유는?
발이 안 닿는 곳에서 처음 촬영을 했는데 주다영이라는 친구가 공포증이 있어서 좀 무서워하고 힘들어 했다. 계속 물 위에 떠 있으면서 장난치고 그런 장면인데 나중에 보니 무서워하는 표정이 드러나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용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다시 찍기로 하고 재촬영 시에는 겨우 발이 닿을 수 있는 깊이에서 했다,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수중 씬 촬영하는 게 정말 재밌었다. 계속 물속에서 돌아다니기도 했고.
원래 고등학생 때 말이 없고 조용한 편이라고 했는데, 엑소에서 활동하는 모습 보면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지금은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는데 원래 꿈은 어떤 거였나, 엔터테이넌가, 아님 가수 또는 배우?
원래 엔터테이너가 되는 게 목표였다. 사실 학창시절 때 노래를 너무 좋아해서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가수가 돼서 좋았고 연기는 어릴 때 하고 싶었던 거다. 가수를 하다 보니 기회가 닿아서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범실이 성인 역을 배우 박용우씨가 했는데 성인 연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사실 영화 보면서 너무 놀랐다.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는 박용우 선배님 촬영 분을 볼 수 없어서 이번 시사회에서 처음 본건데, 어린 범실과 너무 비슷했다. 범실이 자랐으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었다. 놀라운 싱크로율이었다! 선배님이 그 분위기를 너무 잘 맞춰 주신 거 같다.
드라마도 하고 영화도 했는데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사실 아직까지 드라마도 많이 안 했고 영화도 많이 안 했지만 다른 점을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다. 촬영 현장이 둘 다 너무 즐겁기만 했다.
<카트>에서 김영애 선생님이 너무 착하고 바르다고 칭찬을 많이 하시더라.
선배님이 좋게 봐주신 거고 선배님들뿐만 아니라 모든 분한테 고맙다.
물론 신인이니까 선배한테 겸손한 건 당연한 거지만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보는 시선을 의식해서 더 행동을 조심하지는 않나?
솔직히 그런 건 없다. 또 일부러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가 할 수 있어서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하고 진심으로 감사하고 열심히 하려 한다.
참 겸손하다. 아주 반듯한 소년을 보는 듯하다.
뭐랄까, 살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거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예의를 가장 중요시 한다.
그게 당연한 거 같지만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다. 혹시 부모님이 예의에 엄격한 편이신가?
그렇진 않다.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하는 편, 그러니까 좀 자유로운 편이셨다. 생각해보니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건 주변 사람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어서 인 거 같다. 지금까지 함께 작업하신 분들이 다 너무 좋으셨다.
아무래도 그렇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하진 않았지만 촬영 현장에서 보면 친한 그룹이 있고 안 친한 그룹도 있다. 근데 이번에는 모두가 함께 너무 잘 지내다 보니 영화도 영화지만 그 촬영 현장을 잊을 수 없다.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나?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에피소드다. 감독님과 스텝들, 배우들과의 첫 만남부터 진행과정이 그렇다. 마치 그 과정이 또 다른 영화 한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감독님과는 첫 만남이 되게 어색했다. 사실 다른 배우들과의 첫 만남도 그렇다. 말도 되게 없었고. 근데 거의 마지막에는 딱히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로를 챙기고 있는 거다. 배려하고.
김소현씨와 친해지기 프로젝트도 있었다고 들었다, 마니또?
마니또는 아니고 감독님이 우리들 좀 친해지라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하셨다. 우리가 처음에 너무 낯을 많이 가리고 어색해 하니까. 소현이랑은 촬영 아닐 때도 손잡고 있으라고 하고(웃음). 너무 어색한 사인데! 또 보드게임? 이런 게임들도 많이 했다. 브루마블부터 시작해서 게임을 수도 없이 했다.
감독님이 참 현명하시다! 이은혜 감독님이 여성 감독이다 보니 섬세하다고 들었다. 말씀도 조근 조근 하신다고.
정확한 표현이다! 크게 얘기 안 하시고. 배우들한테 할 말이 있으면 몰래 살짝 와서 ‘저 좀 잠깐 봐요’ 하고 조용히 말씀하신다. 배우들의 생각도 하나씩 묻고 듣고 ‘전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 하냐고’ 다 물으시고 아주 디테일하게 디렉션을 주신다.
되게 오래 찍었다. 비도 내리고 파도가 치면 배가 떠밀려 내려가니까 중심을 잡는 것도 힘들고. 굉장히 고생한 장면이지만 나도 좋아하는 장면이다.
조인성, 손예진 주연의 <클래식> 빗 속 장면을 잇는 명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감정을 잡았나?
감정을 잡아야 하는데 비가 오니까 눈이 잘 안 떠지더라. 근데 표정 연기에 방해될까봐 눈을 깜박이이지도 못했다. 그래서 고생을 좀 했는데 그렇게 느꼈다니 다행이다.
<순정>에서 보면 세 친구가 모두 한 소녀를 좋아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거 같나? 친구에게 양보할 수 있나?
범실이면 양보할 거 같다. 근데 나라면 양보 안 할 거 같다. 사실 상황이 돼봐야겠지만 지금 생각으론 그렇다.
남자들이 많이 공감 할 것 같다. 한 소녀를 친구끼리 같이 좋아하는 상황에 대해. 범실이도 그렇고 영화에서는 세 명의 친구들이 다 헌신적이다. 당신도 헌신적인가?
헌신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진 모르겠는데 고등학교 때는 정말 범실이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좋다 싫다가 확실해졌다.
김소현씨가 원체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지 않나! 함께 영화 찍는다고 멤버들이 부러워하지 않았나?
그런 소리 들었다. 부럽다고도 하고. 촬영 잘 하고 있냐고도 하고.
처음에는 많이 걱정을 했다. 내가 소현이 처음 봤을 때가 좀 어렸을 때였다. 그 이후 드라마 ‘후아유’에서 봤는데 어리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나서 보니 생각보다 많이 어른스럽더라. 생각도 깊이 있고 차분하다.
이번 작품에서 배우들이 다 사투리를 구사하는데 준비하기 힘들지 않았나?
안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다. 사투리 연기 어떻게 봤나?
나는 사실 사투리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그러다 보니 웬만하면 다 잘 사용하는 거 같다. 실제 사용하는 분들이 보면 어설펐을지 몰라도.
영화를 보고 난 후 난 정말 아쉬웠다. 좀 더 자연스러웠으면 좋았는데 싶더라.
그랬나? 일단 나는 어색한 걸 잘 못 느꼈다. 관객들이 평가해 주지 않겠나! 얼마나 연습했나?
일단 촬영 현장에 내려가면 서울말을 안 쓰려 했다. 그리고 길을 다니면서 많이 들었다. 소리 듣기를 계속 반복했다.
부모님들도 사투리를 안 쓰시나?
두 분 다 서울 출신이다 보니 안 쓰신다.
영화에서 보면 김소현씨가 노래를 부른다. 당신도 엑소 내에서 노래 잘 부르는 멤버 중 한 명인데 극 중 노래 욕심은 없었나?
범실이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에 이 질문 받기 전까진 생각도 안 해봤다. 또 처음부터 대본상에도 없었다.
중간 중간 공연 다니고 다시 고흥 가고 했다. 다른 건 힘든 게 없었는데 이동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들었다.
무대 위와 촬영장은 서로 다른 에너지를 내뿜지 않나?
정말 무대에서 공연하다 보면 넘치는 에너지를 받기도 하고 쏟기도 한다. 그건 엄청난 거다!
서로 다른 에너지가 만나서 시너지가 나겠다.
맞다. 그래서 양 쪽 모두를 더욱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무대에서 받은 기운 촬영장에서 쏟고 또 반대 경우도 있고.
<순정> 관객층 연령대가 어떨 거 같나?
어떤 관객들이 찾아 주실지는 잘 모르겠지만 봐주셨으면 하는 연령대는 30~40대다. 우리 영화를 보고 ‘아,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라는 마음 가지고 극장을 떠나시면 좋겠다.
이번 작품이 91년도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은 학창물이라고 할 수 있다. 세대가 변했다고도 하지만 그 또래들이 갖는 공통점이 분명이 있을 거다. 십대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감독님도 요청하신 부분이 ‘91년이라고 생각하지 마라’였다. 시간적으로는 오래 전이라 할 수 있어도 내 생각에 감성은 똑같은 거 같다. 세월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연기를 병행하다 어느 시기가 되면 아무래도 무게중심이 한 쪽으로 옮겨갈 거 같은데? 솔직히 어디에 중점을 두고 싶나?
솔직히 내 욕심으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어느 것이라고 선택하긴 힘들다. 둘 다 열심히 하고 싶다.
물론 하고 싶다. 사실 느와르 같은 장르도 하고 싶다.
인상이 진해서 좀 못된 역에도 잘 어울릴 거 같다.
그런가. 앞으로 예정작인 <형>에서 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다.
요 근래 가장 즐거운 일은 뭐였나?
영화 쇼케이스가 마침 내 생일이랑 겹쳤었다.
아 그랬나, 며칠이었나?
1월 12일이다. 그때 굉장히 많은 분들에게 둘러싸여 생일 축하를 받았다. 생각지도 못 하게 많은 분들의 축하를 한 번에 받게 돼서 굉장히 기뻤다.
마지막 질문이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관객들이 <순정>을 보고 어떤 걸 느꼈으면 좋겠나?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순수하면서도 따뜻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다.
2016년 2월 16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young@movist.com 무비스트)
사진_김재윤 실장(ULTR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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