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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한국 기술력으로 일궈낸 성과물 <레드슈즈> 홍성호 & 김상진 감독 ①
2019년 7월 30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공주가 꼭 예쁘고 날씬해야 할까? 마법에 의해 초록 난쟁이로 변한 왕자와 최강 미인으로 거듭난 공주의 모험을 통해 <레드슈즈>는 기존의 편견을 깨뜨린다. 백설공주, 아서왕과 마법사 멀린, 피노키오 등 다양한 동화 속 친근감 있는 주인공들과 나무 곰돌이 3형제와 나무 빅버니 등 사랑스러운 오리지널 캐릭터를 통해 볼거리와 재미를 담보한 영화는 한국에선 보기 드문 제작비 220억의 초대작 애니메이션이다.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 시장 공략을 목표로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된 <레드슈즈>의 주역인 홍성호 총감독과 디즈니 스튜디오 출신 김상진 애니메이터 감독을 만났다.

디즈니 <겨울왕국>(2014), <모아나>(2017)의 캐릭터를 창작한 김상진 애니메이터의 참여와 클로이 모레츠, 샘 클라플린 등 할리우드 배우 목소리 캐스팅에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의 조프 자넬리의 음악까지 <레드슈즈>는 그야말로 글로벌 프로젝트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는 유명 동화를 다수 차용했다.

홍성호 총감독 (이하 홍성호) 투자 유치 등을 고려해서 오리지널 스토리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익히 아는 이야기로 접근하면 좋겠다 싶었다. 2007년경에 처음 개발에 들어갔던 작업으로 공개하는 데 무려 12년이 걸렸다. 중요한 것은 100% 한국 기술력으로 한국 스태프 손으로 완성했다는 거다.

고생이 만만치 않았겠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려 달라.(웃음)

홍성호 제작비가 220억 정도로 한국에선 큰 예산이지만, 사실 디즈니의 경우로 보자면 단편 한편 정도도 안 되는 금액이다. 한국 시장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한계가 있어 세계 시장을 공략하고자 영어로, 배경과 캐릭터도 유럽과 서양인의 모습으로 제작했다. 또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조프 자넬리에게 싸게? 해달라고, (웃음) 도와 달라고 부탁해 1년 동안 작업해 완성했다.
 좌) 홍성호 감독, 우) 김상진 감독
좌) 홍성호 감독, 우) 김상진 감독

처음 개발 당시도 지금 같은 이야기였나. 꽤 혁신적인 스토리에 최근 트렌드가 많이 반영된 인상이다.

홍성호 원래 ‘백설 공주’ 속 일곱 난쟁이가 저주로 변하는 것이 기본 스토리 라인이었는데 이야기를 발전시키면서 여성 주인공으로 바꿨다. 또 남자만 아니라 여성도 변하는데 한쪽은 못생기게 한쪽은 아주 예쁘게, 이런 언발란스에서 오는 아이러니함을 그리고자 했다. 독약 등 약물을 매개로 변신하는 설정이었는 데 그렇게 하니 갈등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더라. 그래서 구도를 바꿔 레드슈즈를 신고 벗는 것으로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 요소를 드러내려 했다.

주인공의 외모가 변하는 것, 동화 속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것 등 언뜻 디즈니 애니메이션 <슈렉>(2001)이 연상되기도 한다.

홍성호 글쎄, <슈렉>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동화 속 주인공들을 등장시킨 건..내가 많은 캐릭터를 모두 창작할 수 없으니.(웃음) 또 말했듯 친근한 주인공을 내세우고 싶었던 이유가 크다. <레드슈즈>에서 중요한 건 인물들이 단순히 모습이 변하는 게 아니라 그 이유와 목적이 중요하다.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레드슈즈’가 처음엔 신발을 쉽게 신고 벗지만, 점점 신발을 벗는 게 힘들어진다. 그건 그(레드슈즈)의 욕망과 의지가 그만큼 커진 것의 반영이다. 그리고 노란색은 미니언즈, 파란색은 스머프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서 난장이들은 청록색으로 색을 입혔다.

<레드슈즈>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매우 선명하다. 바로 편견과 선입견에 대한 경계인데 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길 애니메이션의 주제로 선택했는지.

홍성호 아마 <토이 스토리 1>(1995)을 본 아이들이 지금은 성인이 돼 있을 거다. 벌써 25년이 흘렀으니 말이다. 그만큼 애니메이션이 다루는 이야기에 대해 수용 폭도 커졌을 거로 본다. 우리 영화는 그림체는 어린이에게 이야기는 성인에게 소구한다고 생각한다.
 <레드슈즈> 스틸컷
<레드슈즈> 스틸컷

나무 빅 버니, 나무 곰돌이 3형제 등 극 중 나무로 된 크리처가 여럿 등장한다. 여러 재료 중 나무를 선택한 이유는.

홍성호 ‘레드슈즈’의 새엄마인 ‘레지나’가 나무를 활용한 마법을 쓰기에 그의 손이 닿는 것은 모두 나무로 변하도록 했다. 또 찾는 것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취지도 있었다.

영화를 보면 동·서양의 정서와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지난 2월 ‘유럽 필름 마켓’에 최초 공개한 거로 알고 있는데 해외 반응은.

홍성호 글쎄, 딱히 동양적이라는 반응은 없었던 것 같다.

김상진 애니메이터 감독 (이하 김상진) 그렇잖아도 아내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캐릭터의 움직임과 느낌에서 굉장히 한국적인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하더라. 생각해 보면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모두 작업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한국인 최초 디즈니 스튜디오 수석 애니메이터를 역임했다. 본격적인 합류는 언제부터인가.

김상진 기획과 캐릭터 디자인에 틈틈이 참여하다 2016년 초에 본격적으로 합류했다.

<레드슈즈>의 캐릭터를 디자인하며 중점을 둔 바는.

김상진 이번 작업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시각적 요소를 비롯해 각기 필요한 요소가 있는데 그 점에 가장 집중하게 된다. 예를 들면 일곱 난쟁이의 경우 시각적, 형태적으로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보일지에 중점을 두고 각각 형태와 다른 색상의 의상을 입혔다.
 <레드슈즈> 스틸컷
<레드슈즈> 스틸컷

디즈니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여유로운? 제작 환경과 작업 방식에 비하자면, 이번 작업은 여러모로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혹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김상진 일곱 난쟁이를 모두 다른 모습으로 디자인했다면 좋았을 텐데 제작비 상 세쌍둥이 ‘피노, 노키, 키오’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디자이너로서 똑같은 모양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쉬웠지만, 그래도 타협해서 나름 특색을 부여하려 했다. 만들어 놓으니 잘했다는 기분이다. 세쌍둥이가 모자를 쓴 데다 눈도 가려져 있는데 그것도 사실 제작비를 고려해서다. 머리칼과 눈동자를 만드는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거든. (웃음)

애니메이터들이 캐릭터를 창작할 때 자신의 아이를 보고 영감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하던데 어떤 편인가.

김상진 꼭 그렇진 않다. 단지 <모아나>(2017)의 경우 ‘모아나’의 어린 시절은 딸의 아기일 때 모습이 많이 반영됐다. 딸 아이가 어릴 적 머리숱이 많고 굉장히 곱슬곱슬했었다. 지금은 스트레이트 한 머리인데 말이다. 그 아이도 이제 다 커서.. 이번엔 특별히 실제 모델을 참조하지 않았다.

일곱 난쟁이 중 주인공 ‘멀린’을 동양인으로 설정한 까닭은.

김상진 이름은 ‘멀린’으로 서양인 같지만, 홍 감독이 말하길 동양에서 저쪽 나라로 이민을 갔거나 여행을 갈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하더라. 한국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이야기이기에 한국적 요소를 넣고 싶었는데 딱 한국인으로 특정하기보다 동양적인 인상을 풍기길 바랐다. 마녀와 싸울 때 부적을 던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얼굴 표정과 근육의 움직임 등 싱크(Sync)를 맞춰야 하는데, 한국 애니메이터에게 영어 작업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김상진 쉽지 않았다. 싱크도 그렇지만 일단 이 정도의 퀄리티를 요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전무했던 게 큰 난관이었다. 그간 내가 쌓았던 노하우를 나누며 처음 목표로 잡았던 게 애니메이터 한 명당 1주일에 3.5초를 만드는 거였다. 그런데 처음 9개월 정도까지 한 사람이 1주일에 1초밖에 작업을 못 했다. 이후 점차 발전해 결국 3.5초에 도달했는데 작업을 마치고 난 후 돌이켜보니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디즈니 스튜디오와 한국 간의 기술력의 차이는 어느 정도인가.

김상진 수치로 직접 비교는 힘들고 아직 실력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제로에서 사람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가기에 그들이 그간 축적한 경험치는 엄청나다. 때문에 현재 직접 비교하기는 힘들다.

홍성호 한국에서 이런 규모의 프로젝트를 경험해 본 인력이 없다 보니 김 감독이 초반에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애니메이터의 그림을 일일이 수정했으니 그 작업량이 얼마나 많았겠나.

일일이 수정한다는 게.. 좀 더 부연한다면.

김상진 가령 ‘멀린’을 그리는데 애니메이터가 10명이라면 각기 다른 ‘멀린’을 그린다. 보통 애니메이터가 거울을 앞에 두고 표정을 짓고 보면서 작업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만의 독특한 표정이 담기기 마련이다. 그걸 홍 감독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일관성 있게 수정해야 했다. CG 작업해 오면 그 위에 내가 직접 그려 교정하고 이후 고치는 작업을 반복했다.

다음 기사 바로 가기 마블도 디즈니도 작은 스튜디오에서 시작했다.. <레드슈즈> 홍성호 & 김상진 감독 ②


2019년 7월 30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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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이노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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