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라이터와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어떤 작업을 하는지 알려주세요.
조성연 마스터 라이터(이하 조성연) 빛으로 시간과 장소와 분위기, 그리고 스토리를 전달해요. 영화에서는 시네마틱그래피라고 해서 카메라와 조명을 사용하잖아요, 이때 조명에 해당하는 작업을 담당한다고 보면 됩니다.
김성영 레이아웃 아티스트(이하 김성영) 성연 누나만큼 경력이 길지는 않지만, (웃음) 9년 정도 경력을 지닌 김성영입니다! 현재 레이아웃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요. 레이아웃 부서는 크게 묶는다면 시네마틱그래피라고 볼 수 있겠죠, 이 중 카메라 연출을 담당해요. 카메라를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근거리 샷을 찍을지 와이드 샷으로 갈지 등 세부 샷을 계획하고 디자인합니다.
라이팅 팀은 대략 몇 명인가요? 어떤 식으로 협업하는지도 궁금한데요.
조성연 음, 이번 <루카>는 대략 4~50명 정도요. 이번 <루카>는 팬데믹 상황이라 주로 집에서 작업했기 때문에 슬랙(Slack)과 줌을 많이 활용했어요. 채팅과 가상 채팅을 통해 주로 커뮤니케이션했죠.
두 분 모두 재택으로 작업하신 건가요?
조성연 저의 경우 100% 집에서 작업했고요, 한두 번 정도 미팅에 나가 큰 스크린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체크했어요. 컷으로만, 또 분할된 작업 결과물만 보다가 시사회를 통해 전체를 다 보니 1년동안 작업했음에도 처음엔 좀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김성영 저도 100% 재택으로 작업했는데요, 한달에 한 번씩 스크린에서 체크해야 해요. 왜냐하면 캐릭터 클로즈업 등의 작업은 모니터에서만 확인할 경우 종종 너무 가깝게 잡히곤 하거든요. 그래서 큰 스크린에서 꼭 확인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모일 수가 없으니 VR을 활용했죠.
직접 스크린에서 확인하는 대신 VR을 이용해 체킹했다니, 놀랍네요! 어떤 방식인가요?
김성영 VR 기기 안에 극장처럼 세팅한 후 우리가 만든 클립을 올려놓고 볼 수 있도록 했어요. 마치 극장에 앉아 보는 것 같았죠. 팬데믹 때문에 처음으로 한 시도인데 좋은 경험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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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작품을 본 후 첫인상이나 소감은요.
조성연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어요. 어린이가 돼서 마음이 깨끗해진 느낌말이죠.
김성영 이탈리아로 여행가고 싶은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고 할까요.
재택 작업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조성연 저희가 작업하면서 가끔 회식이라고 할지, 모여서 간단한 파티를 하는데요. 이번에는 코로나로 모일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마침 <루카>가 이탈리아가 배경이다 보니 요리사를 초청해 코디와 함께 레슨을 받고 직접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반죽부터 소스까지 직접 만들었어요. 한국 음식으로 치자면 만두를 피부터 속까지 손수 만들어 먹은 거죠. 굉장히 맛있었고, 재미있는 시간이었어요.
김성영 와우! 스케일이 다르네요. 저흰 요리사를 초빙하진 않았고요. 중간에 한 번씩 이탈리아식 요리를 만들어 먹으라고 식재료를 보내줘서 요리를 해먹긴 했습니다. 이번 작업에서 기억에 남는 건 (말했듯) 스크린 테스트를 VR로 했다는 거예요.
<루카>는 이탈리아 해변 마을이 배경인데요, 매우 정감 어린 풍경이에요. 바다마을을 묘사하는 데 참고한 것이 있다면요. 또 반짝이는 햇볕과 바다의 빛깔 등을 표현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은.
조성연 영화 속 배경인 이탈리아 리비에라를 상상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 도시와 비슷한 곳을 찍은 동영상을 찾아봤어요. 해가 언제 어디에서 떠서 어떻게 지는지 등을 관찰했죠. <루카>는 현재가 아닌 근 과거가 배경이라 당시의 모습, 여름의 빛, 바다의 색과 깨끗한 정도 등을 리서치해 반영했어요.
김성영 저희 팀은 해당 과정(마을, 바다 표현)의 루프 자체에는 관여하진 않았어요. 하지만 바다를 찍을 때는 전체적인 지형지물을 파악하려 했죠. 보면 해변과 바다 사이에 섬이 있는데요. 이 섬을 화면 안에 포함할지 안 할지, 포함한다면 화면과 카메라가 매우 근접해서 포지션해야 하거든요. 어느 정도 위치에서 찍어야 자연스럽게 표현될지에 주의하면서 촬영했습니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바다괴물에서 인간으로 변하면서 ‘챠르륵’ 효과음과 함께 비늘이 없어지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데요. 이때 조명과 카메라는 어떻게 작업했나요. 또 소년으로 변신 후의 앞머리 스타일도 독특해요.
조성연 캐릭터를 직접 디자인하지는 않았지만, 루카와 알베르트의 앞머리는 비늘의 변형같다고 생각했어요. 바다괴물일 때는 앞머리에 비늘 같은 것이 겹쳐 있거든요. 괴물일 때는 특히 꼬리가 반짜반짝 빛나도록 강조해서 조명했어요.
김성영 저 역시 아트팀이 아니라 캐릭터 자체의 특징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힘들지만, 변신장면을 찍을 때 주의를 많이 하긴 했어요. 두 소년이 주변 사람들이 모르는 상황에서 변신할 때가 있는데 이게 주로 대낮에 이뤄지거든요. 낮이라 어두운 쉐도우를 쓸 수도 없어서 어떻게 쉐도우할지, 또 어떻게 자연스럽게 앵글에 담을지 고민했습니다. 또 변신하는 장면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기를 반복하니까 어떻게 하면 작업량을 줄일지도 업무적으로 고민하며 촬영했네요. (웃음)
조성연 바다괴물 캐릭터 라이팅은 눈을 좀 반짝반짝 돋보이게 했어요. 또 사람과 바다괴물일 때의 라이팅이 달라요. 보통 라이팅은 한번 하면 되는데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라이팅도 애니메이션이 들어가거든요. 물이 묻으면 괴물로 변하는 거라 얼마만큼 물이 튀어야 라이팅을 바꿀지도 고민했죠. 많이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웃음)
<도리를 찾아서> 등 이전 디즈니·픽사 작품 중에는 물속 생명체를 다룬 작품이 여러 편 있었는데요. 이번 <루카>만의 차별화된 점이나 작업 중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요.
김성영 <도리를 찾아서>와 연출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기보다는요, 캐릭터 디자인 측면에서는 텍스트와 색감에서 오는 차이가 커요. <도리를 찾아서>는 물속과 물의 색감을 좀 더 무거운 톤으로 가져갔는데요. 이번 <루카>는 물속과 물 밖 모두 경쾌하고 발랄한 색감을 강조해서 찍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조성연 엔리코 카사로사 감독님이 꼭 그림을 그린 듯한, 수채화 같은 느낌으로 하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극 중 판타지 같은 장면을 자세히 보면 느낄 수도 있을 텐데요,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상력이 많이 들어갔다고 보시면 돼요. 색감도 여름 영화라 활기차게 보이기 위해 높은 채도의 색을 사용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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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공존을 이야기하는데요. 아시아권 출신 아티스트로서 어떻게 좀더 공감하셨나요.
조성연 맞아요, 영화는 타인과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장애인과 비장애인, 나와 피부색이 같은 사람 혹은 다른 사람 등 우리는 세상에서 많은 타인을 접하고 있잖아요. 이런 차이를 어떻게 대할지, 타인의 겉모습과 배경을 떠나서 어떻게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공감하고 배워가는지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영화라 저도 많이 공감하며 봤습니다.
김성영 아시아인이자 이민자 입장에서 공감한 부분이 많았죠. 나 자신을 그대로 내보이는 데 대한 거부감이라고 할지 두려움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내보이면 안 될 것 같고, 맞춰 살아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그런데 <루카>에서도 그렇지만, 내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도 진실로 그 안에 흡수되기는 힘들어요. 진짜 정체성을 드러내지 않으면 커뮤니티에서도 완벽하게 받아주진 않는 것 같아요. 그런 경험이 있기에 더욱 공감됐어요. 오랫동안 미국 생활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알고 열어가는 과정을 거쳐 조금씩 더 깊게 커뮤니티에 속해간다는 느낌을 받았기에 특히 공감했죠.
애니메이션 아티스트에게 디즈니·픽사는 꿈의 직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작업 환경과 사내 문화 등 오랜 기간 근무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요.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높이 보장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조성연 슈퍼바이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게 아니라 회의를 통해 같이 만들어 가는 방식이에요. 상하구조가 아닌 평등한 구조라 덕분에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스토리 피칭 등 기회도 많이 주어지고,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평등하게 돌아가는 구조예요. 규칙 아닌 규칙이 있는데요, 특정인이 리드 롤을 계속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팀 내 처음으로 리드 롤을 맡는 사람이 최소한 한 사람은 있도록 해요.
김성영 동의해요. 시스템적으로 팀원을 존중하게 돼 있어요. 한번 슈퍼바이저가 된다고 해서 계속 그 위치에 있는 게 아니거든요. 프로젝트마다 로테이션되기 때문에 그다음 작업에서는 누가 슈퍼바이저가 될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평문화가 조성되는 거죠. (웃음) 피칭도 리드롤도 캐스팅 과정이 매번 있어서,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어요. 덕분에 수평적이고 평등한 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는 거죠.
마지막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는다면요.
조성연 스포일러일 수 있지만, 루카와 알베르토를 만난 줄리아가 “우린 같은 팀이야, 땀도 같이 많이 흘리잖아” 이러면서 만세 자세로 땀에 젖은 겨드랑이를 보여주는 장면이요. 줄리아의 관용적인 성격을 잘 드러낸 사랑스러운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김성영 늦은 밤 주인공이 지붕을 건너다니고 그 뒤에는 슈퍼 문 같은 커다란 달이 걸려있는 장면이 있어요. 감독님의 단편 <라 루나>를 연상시키는 장면이라 찍으면서 그런 분위기를 염두에 두면서 촬영했어요. 또 옥상에서 망원경으로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어요.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2021년 6월 1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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