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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희한한 경험” 웨이브 <박하경 여행기> 이나영 배우
2023년 6월 12일 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신비주의의 아이콘과도 같은 이나영이 오랜만에 작품으로 돌아왔다. 25분 가량의 독립된 에피소드 8편으로 구성된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는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나는 ‘박하경’(이나영)의 예상치 못한 순간과 기적 같은 만남을 그린 유랑기다. 섬세한 연출로 정평이 난 이종필 감독과 손잡고 독특한 형식의 신작으로 대중을 찾은 이나영과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한다.

오랜만에 작품으로 만나는 거 같다. 바로 전 작품이 2019년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니 4년 만이다.
인연이 되는 시나리오를 하다 보니 이렇게 띄엄띄엄 작품을 하게 되었다. (웃음) <박하경 여행기>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하고 싶었다. 모든 게 완벽했다. 요즘 시대에 맞는 짧은 미드폼 구성, 그 안에 잘 짜인 이야기, 그러면서도 그 안에 담백함이 있어서 ‘내가 멍 때리는 표정만 잘하면 되겠구나’ 싶더라. (웃음) 작품 공개 후 주위 분들이 잘 봤다고 전해주더라. 오랜만에 연락 온 사람들도 있었다. 난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이 사람들이 왜 그러지' 경계하고 있다. (웃음)

멍을 잘 때리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 않나. (웃음)
만약 내가 이 작품을 20대나 30대에 찍었다면 멍 때리는 표정조차 따로 만들었을 거다. (웃음) 하지만 이번엔 특히 뭘 하려고 하지 않았다. 멍한 표정에서도 최대한 더 덜어내고 싶더라. 보통 대사 없이 음식만 먹는 장면이라 해도 괜히 잘 먹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번 작품을 하면서는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했다. (웃음)

미드폼이라는 형식도 그렇지만 OTT 작품도 처음이다.
배우 입장에서 연기하는 방식은 기존과 같은데 시청률이나 관객 수 등 직접적으로 평가를 받지 않는 게 OTT의 장점이라고 할까. (웃음) 팬데믹 이후 OTT와 매체 콘텐츠가 정말 많이 변했고 우리는 점점 그 상황에 익숙해지고 있다. 다양한 소재가 많이 등장하고 재밌는 이야기도 많아졌다. 한마디로 작품이 넓어진 느낌이다. OTT 작업이라고 기존 드라마나 영화같은 다른 매체 작업보다 더 신경 쓰지는 않았다.

‘박하경’은 매주 토요일 하루 목적지도, 만날 사람도 정해지지 않은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30대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이라는 걸 제외하고는 캐릭터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
‘박하경’의 제일 큰 장점은 캐릭터의 경계가 없다는 거다. 보통 어떤 캐릭터든 히스토리나 상처 같은, 연기할 때의 가이드라인이 있지 않나. 그런데 ‘박하경’은 직업이 선생님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설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따로 준비해야 할 감정도 없었고, 촬영하다가 NG 같은 느낌이 나도 ‘오히려 이렇게 어색하고 어정쩡한 게 작품과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면서 자연스럽게 넘어가곤 했다. 어렵지만 좋았다. (웃음) 보통 누굴 만날 때 내가 어떤 캐릭터인지 어떤 성격인지 생각하면서 만나지 않지 않나. 누군가 만나서 갑자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렇게 정해지지 않은 감정이 연기하면서 불쑥불쑥 나와서 재밌고 희한한 경험이었다.

‘박하경’의 여행 스타일은 기본적으로 즉흥 여행이다. 목적지도, 만날 사람도 정해져 있지 않다.
숙제처럼 가지 않는 여행이라는 게 ‘박하경’식 여행의 포인트인 것 같다. 토요일 하루 여행하고 다음 날 일요일은 하루 종일 누워있거나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힐링 여행. 그런 느슨한 호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걸 본 많은 분들이 ‘박하경’처럼 거하지 않게 당일치기 여행이라도 떠나보셨으면 한다.

실제로 여행 스타일은 어떤가.
원래는 계획적으로 여행하는 편이다. 여행을 가면 최소 2~3박은 하고, 맛집이나 유명 여행지를 꼭 방문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찍고 나니 이렇게 무계획적으로 여행 가도 괜찮을 거 같더라. 뭘 안 해도 되는 여유가 엄청 괜찮게 보이더라. (웃음) 이제는 제주도 정도는 당일치기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작품을 통해 구교환, 한예리, 선우정아, 박인환 배우 등과 첫 호흡을 맞췄다.
캐스팅이 확정될 때마다 놀랐다. 너무 좋아하는 선후배 분들이라 떨리는 마음으로, 팬심을 가지고 연기했다. (웃음) 그분들과 연기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행운이고 큰 기회였다. 배우마다 연기의 호흡이 달랐고, 연기하면서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나서 얼마나 멋진 케미가 나올지 결과물이 기대되더라.

매 회 다른 배우들을 기용해서인지 에피소드마다 분위기도 다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배우가 있을까.
모든 에피소드가 다 제각각의 매력이 있다 보니 친구를 만나고 싶을 때, 자연을 보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는 회차가 다른 거 같다. (웃음) 가장 처음 촬영했던 에피소드는 구교환 배우와 함께한 부산에서의 에피소드였다. 기다려 왔던 호흡이었다고 할까. <박하경 여행기>에 있는 유일한 멜로이지 않나. 나는 구교환 배우와 내가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해서 거기서 비롯된 오묘한 엇박자와 시너지를 기대했다. 대사가 잘 외워지지 않을 정도로 유독 긴장했던 회차였던 거 같다. 촬영 전에 <비포 선라이즈>(1995)를 다시 봤다.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의 로맨스니까. (웃음) 나중에 스태프들이 회식할 때, ‘하경’이의 러브 라인이 미술 선생님(조현철)인지 ‘창진’(구교환)인지를 두고 토론하더라. (웃음) 스태프들까지 저렇게 몰입해서 봐준다는 게 참 고맙고 신선한 경험이었다.

가수 선우정아 님과의 촬영도 기억에 남는다. 연기를 안 해보신 분이라, 더 좋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약간 어색하지만, 딱 떨어지지 않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바위에서 선우정아 님이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 분을 바라보는데 그때 이상한 울컥거림이 있었다.

작품에서 춤도 췄다. (웃음) 이종필 감독이 <영어완전정복>(2003)에서 ‘나영주’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하더라.
춤은 따로 준비해간 건 아니고 현장에서 느낌 가는 대로 췄다. (웃음) 감독님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을 준비하며 <영어완전정복>을 다시 본 모양이더라. 그런 연기 톤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웃음) 나도 좋아하고 아끼는 캐릭터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유독 많이 생각났는데 장르는 완전히 다르지만 비슷한 지점이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어떤 점이 비슷하다고 느꼈나.
코미디 장르를 찍을 때에는 사전에 준비해서 연기할 때보다 현장에서 집중할 때 연기가 더 잘 나온다. 그래서 <영어완전정복> 찍을 때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자연스럽게 코미디 잘 하는 분들을 존경하게 됐다.

이번 현장도 <영어완전정복> 때와 마찬가지였다. 미리 준비하는 것보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에서 즉석으로 나오는 게 더 컸다. 준비한 게 없어서 더 긴장되기도 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독특한 여백에 시청자들을 초대하고 싶었다. (웃음)

차기작 계획은 있을까.
대본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기다리고 있는 작품도 있다. 작품을 신중하게 고른다기 보단 꽂히는 걸 기다리는 중이다. 평소에 생각은 많지만 의외로 어떨 땐 단순한 편이라 작품을 고를 땐 나를 자극하거나, 재밌겠다 싶은 것에 끌린다. (웃음)

최근 <박하경 여행기> 시즌2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만큼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신 거 같아 감사하고 시즌2가 나오게 된다면 또다시 찾아뵙겠다.

사진제공_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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