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금쪽이란 표현, 좋게 받아들여” 디즈니+ <삼식이 삼촌> 이규형 배우
2024년 7월 12일 금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1950~1960년대 혼란스러운 시대, 하루 세 끼는 반드시 먹인다는 이유로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송강호). 그의 곁엔 그를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이루려고 하는 ‘강성민’(이규형)이 있다. 큰 야망을 품고 ‘박두칠’을 토사구팽하려고 하지만 내면은 한없이 유약한 ‘강성민’ 역을 맡아 ‘금쪽이’라는 애칭을 얻은 이규형과 만나 나눈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주인공 ‘박두칠’만큼이나 ‘강성민’도 비중이 큰 캐릭터다. 어떻게 준비했나.
일단 외적으로 강해 보이지만 내면은 유약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의상과 헤어에 신경을 썼다. 쓰리피스 수트 같이 각이 잡힌 옷을 입고 색상을 어둡게 잡았다. 헤어스타일도 누가 봐도 세팅한 것처럼 만졌다. 더 예민해 보이기 위해서 체중도 3~4kg 정도 감량했다. 얼굴이 잘 붓기도 하고 나이가 드니까 몸매 관리하는 게 옛날 같지가 않더라. (웃음)

내면적인 부분은?
‘강성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는 ‘박두칠’과의 관계성을 중요한 포인트로 잡았다. ‘박두칠’은 ‘강성민’이 처한 모든 문제적 상황을 해결해주는 유능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둘 사이가 애틋하기도 하고, ‘강성민’도 ‘박두칠’ 앞에서 상당히 징징댄다. (웃음) 어떤 분들은 ‘강성민’이 ‘금쪽이’라고 하시더라. 그 표현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웃음) ‘금쪽이’라는 표현이 붙었다는 건 ‘강성민’을 마냥 미워할 수는 없었다는 뜻이니까 좋게 받아들인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정말 나쁜 인물일 수도 있을 텐데 많은 분들이 이 인물에게 동정심을 느낄 수 있게끔 표현이 된 거 같아 다행이다. 그만큼 입체적이었기 때문에 ‘김산’(변요한)의 반대편에서 한 축으로 존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박두칠’ 대사 중에 '다음은 내 차례다. 저 놈 눈빛이 있다'라는 게 있었다. 그 대사에서 ‘강성민’을 유추할 수 있었다. ‘박두칠’은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객관적으로 ‘강성민’을 지켜봐온 인물이지 않나. 어떻게 말하고 어떤 말투를 써야 ‘강성민’의 눈을 부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고 그에 맞춰서 톤을 잡았다.

‘강성민’과의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 되는 거 같나.
연기라는 게 결국 나로부터 시작하는 거 아니겠나. 예전엔 나와 100% 다른 인물을 만들어 보려고도 했지만 잘 안 되더라. 내가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들이 연기에 반영되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맡든 본연의 내가 묻어나오는 거 같다.

실제로 내게도 ‘강성민’처럼 유약한 면이 있다. 그 인물만큼 강한 트라우마를 겪으며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의 말투나 움직임 중 어떤 포인트는 내가 이미 가진 부분에서 따온 거다. 특히나 내가 어딘가에 집중했을 때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예민함이 많이 투영된 거 같다. 물론 실제 성격은 ‘강성민’처럼 잔혹하지 않다. (웃음)

송강호와의 호흡은 어땠나.
언젠가 송강호 선배님이 지나가는 말로 ‘너희들이 있어서 든든하다’고 해주셨다. 나는 반대로 선배님이라는 큰 기둥이 있으니까 오히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관상> 때는 멀리서라도 뵌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가까이서 보고 너무 떨리더라. (웃음) 영광스럽게도 선배님과 붙어있는 씬이 많았다. 처음엔 팬인 걸 너무 티내면 불편하실까 봐 최대한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숨길 수가 없더라.

보통 여러 테이크를 찍다 보면 몇 번째 테이크에서 어떤 연기를 했는지 까먹기도 한다. 그런데 송강호 선배님은 기억력이 좋으셔서 본인이 어떻게 연기했는지를 다 세세하게 기억하고, 철저하게 분석하시더라. 그러니까 감독님과도 더 디테일한 대화를 나누는 게 가능해지고. 정말 대단하다 싶었다.

기억에 남는 조언이나 순간이 있을까.
한 번은 내가 주진모 선배님 앞에서 무릎 꿇고 연기하는 씬이 있었다. 준비도 많이 했고, 현장에서도 빨리 오케이 싸인이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거 같다. 나조차도 그 이유가 뭔지 몰라서 계속 답답했는데, 그때 강호 선배님께서 ‘어차피 오케이 컷이 나왔으니 감정을 계산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연기해 봐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렇게 선배님 디렉션을 참고해서 연기했던 테이크가 방송에 쓰였다. 깔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투박한 느낌이 오히려 그 순간의 ‘강성민’에게는 더 잘 어울렸던 거 같다.

송강호가 당신이 휴대폰으로 대본을 보는 게 신기했다고 계속해서 언급하더라. (웃음)
뮤지컬을 할 때 종이로 된 대본을 들고 연습하는 게 너무 불편하더라. (웃음) 다른 동료 배우들이 태블릿을 사용하는 걸 보고 나도 따라 휴대폰으로 대본을 보기 시작했다. <삼식이 삼촌> 때도 그랬는데, 어느날 강호 선배님이 뒤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대본이었구나!’ 하시더라. 내가 현장에서 딴짓한다고 생각하셨던 거 같다. (웃음)

최근 <삼식이 삼촌>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인 영화 <핸섬가이즈>, 그리고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를 통해서도 대중과 만나고 있다. 작품 선택의 기준이 어떻게 될까.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연달아 하기보다는?반대적인 성향의 캐릭터를 번갈아가며 연기하려고 한다. 사실 <핸섬가이즈>는 몇 년 전에 찍었던 건데 우연히 <삼식이 삼촌>과 같은 시기에 공개하게 됐다. <젠틀맨스 가이드>에서는 1인 9역으로 나오는데 전부 웃긴 캐릭터다. <삼식이 삼촌> 같은 무게감 있는 작품을 해보니 다음 작품으로는 이런 유쾌한 작품이 끌리더라. (웃음)

이렇게 다양한 무대와 작품에서 계속해서 찾아주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대학로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할 때부터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내가 외모가 뛰어난 배우는 아니기 때문에 연기로 인정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 하나로 학교 다니면서부터 열심히 했고 대학로에서 쉬지 않고 작품에 참여했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된 거 같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이번에 기라성 같은 선배님과도 작업을 하면서?연기적으로 배운 게 많고,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는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웃음) 좋은 작품, 좋은 동료 배우들과 함께하는 게 참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작품, 이런 역할을 또 만나는 게 가장 큰 목표이자 내가 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인 거 같다.

진부하겠지만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감독님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요즘 관객, 시청자들의 눈이 워낙 높지 않나.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다.


사진제공_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