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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 tvN <졸업> 위하준 배우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완도군에 속한 작은 섬 소안도에 살던 소년은 아이돌이 되고 싶은 마음에 홀로 광주까지 가서 3대 기획사의 오디션에 응시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하지만 행운인지 불운인지 떨어져 연습생이 되지 못했고, 운명처럼 연기의 길로 들어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된 배우 위하준 이야기다. 연상연하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 멜로·사회 드라마인 tvN <졸업>에서 첫사랑인 스승을 향해 저돌적으로 돌진하는 제자 ‘이준호’로 분한 그는, 일과 사랑에 서툴지만 점차 성장해 나가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었다.

<졸업>은 위하준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TV 드라마인 데다 익숙하지 않은 로맨스 장르이기 때문.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떤 장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위하준을 만났다. “서툴고 미성숙한 준호를 보며 한편으로 제가 떠올랐어요. 늘 자신 없고 겁이 많은 스스로를 감추며 겉으로는 쿨한 척 살았거든요. 준호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아갈지 자극을 받았고 계속 고민 중이에요”라며 <졸업> 이후 찾아온 변화를 진솔하게 풀어 놓는다.


시청자의 애정 어린 응원 속에 종영했다. 기분이 어떤가.
이렇게 기대하며 본방을 챙겨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종영해서 아쉬움이 크다. 매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며 그때마다 업다운 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껴서인지 한편으로는 낙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무엇보다 작품을 깊이 있게 보고 좋아해 주신 팬들께 감사할 뿐이다.

시청자의 반응에 있어서 전작들과 다른 점이 있을까.
전작들은 시청자가 주로 젊은 층이었는데 이번은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높고 비평가 등 전문적으로 글을 쓰시는 분이 많은 것 같더라. 배우 ‘위하준’을 새롭게 인식한 계기와 다양한 층의 팬이 생겼다고 할지, 이전에는 10대와 20대 팬이 대부분이었거든. 지금은 직장인이나 카페 사장님도 좋아해 주시고 의외로 남성분도 <졸업>을 많이 봐서 새로운 경험을 만끽 중이다. 그리고 이번은 작품도 사랑하지만, 나라는 배우를 좋아해주는 기분이 들어서 무언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더라. 방영 초반에는 평정심을 찾자고 하면서도 어떤 댓글에는 갈팡질팡하며 상처받았고, ‘계속 봐주십사’ 하며 마음을 다졌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너무 잘 보고 있다’며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져서 더욱더 특별한 작품으로 남았다.

<졸업>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옛 스승 ‘서혜진’(정려원)과 제자 ‘이준호’(위하준)의 연상연하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 시청자들이 그들의 사랑에 몰입한 이유는 뭘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현실적인 면이 가장 큰 것 같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전혀 없는 로맨스가 요즘 드물기 때문에 주인공들을 보며 같이 설레고 아프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 현재진행형인 커플도 그렇고 과거형인 사람들도 그 추억을 떠올리며 몰입하신 것 같다.

실제로 연상연하의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웃음)
음… 나이차가 크지 않다면, 연상이나 연하나 상관없다. 비슷한 또래나 인생의 지혜와 경험이 있는 연상이 오히려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잘 기대지도 못하고 도움도 청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여자친구한테는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교육과 공교육의 경계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하는 그 방향성에 질문을 던지는 내용으로 멜로 드라마 이상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 같다.
초반은 대치동 학원가를 배경으로 공교육과 사교육 각자의 영역과 그 충돌에 대한 이야기가 주라 로맨스에 기대가 큰 분은 실망하실 수 있겠다 싶었다. (웃음) 그렇지만, 일과 사랑이 함께 가며 성장하는 작품이라 집중해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했고, 예상대로 후반부로 가면서 애호층이 많이 생겼다. 더불어, 작품하는 내내 정답을 찾기만 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는 준호의 교육관에 공감했었다.

준호의 어느 면에 매력을 느꼈는지.
자기감정을 숨기지 않고, 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인생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투박하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주변에 좋은 영향과 메시지를 주고자 솔직하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도 좋았다. 서툴고 미성숙한 준호를 보며 한편으로 내가 떠오르더라. 늘 자신 없고 겁이 많은 스스로를 감추며 겉으로는 쿨한 척 살았었거든. 그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현명하고 지혜롭게 살아갈지 자극을 받았고 계속 고민 중이다.

로맨스 드라마 주연은 처음인데, 부담감은 없었나. 스스로 만족도는 어떤가.
처음이라 부담감이 없지는 않았는데. 실제로 사랑을 한 경험도 있고 우리 드라마가 리얼리티를 추구해서 괜찮았다. 아마 낯간지러운 대사나 판타지스러운 설정이었다면 힘들었을지도! (웃음) (려원) 누나와 원체 호흡이 잘 맞았고, 초반의 약간 어색한 부분도 오히려 준호의 서툰 사랑을 잘 드러내는 데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보통 로맨스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가령 멋짐과 능력을 두루 갖췄다든지 하는 그런 공식에서 조금 벗어난 아주 현실적인 모습 아닌가. 일정 부분 나약하고 철이 없다 싶었는데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남주, 이런 성장이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준호를 통해 잘 보인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만족하고, 어떤 장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키스 같은 애정씬도 거의 처음 아닌가. (웃음)
맞다, (웃음) 새로운 경험이라 당연히 서툴고 어색했다. 이런 애정씬에 경험이 적다 보니 누나한테 ‘어떡하죠’ 하고 물어봐서 미안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누나도 생각보다 멜로·로맨스 경험이 많지 않아서 서로 뚝딱거렸던 것 같다. 그래도 나보다 경험이 많으니까 포즈나 손동작 등 조언을 많이 해주었고 덕분에 서툴지만 예쁘게 잘 나온 것 같다.

‘준호’의 국어 강사로서의 면모는 어떻게 구축해 나갔나. 프로 강사의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학원과 학원 강사분께 자문을 구하고, 밤늦게 강의실을 빌려서 판서 연습을 했었다. 따로 강의하는 영상을 보며 흉내내기도 했고 또 칠판을 사서 집에서 연습하기도 했다. 특정 강사를 따라하기보다 영상을 보며 내 말투, 내 몸짓, 내 눈빛으로 소화하고자 했고, 다행히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온 것 같다. 준호의 글씨체가 궁서체 비슷한데, 어릴 때 서예를 조금 배운 것도 있고, 또 준호가 굉장히 신세대인데 예스러운 글씨체를 쓰면 신선할 것 같아 그렇게 설정했다. 사실 학창 시절 때 국어를 제일 못했는데, 이번에 준비하면서 그때보다 국어 공부를 더 많이 한 것 같다.

애청자들이 꼽는 <졸업>의 매력 중 하나가 명대사인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거의 후반부 준호가 술에 취해서 혜진을 찾아가, 왜 왔냐는 물음에 ‘보고 싶어서 왔어요’ 라고 답하는 부분이다. 이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미성숙한 준호가 자기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의 삶(커리어)이 무너진 것에 대한 죄책감과 자기도 모르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각성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 대사 한마디에 미안함과 고마움을 온전히 담아 표현했던 것 같다.

설렘 포인트도 많다. 제일 설?던 장면을 꼽는다면.
아이러니하게도 학원 부원장(김정영)과 준호가 격렬하게 맞붙는 장면이다. 당시 공기도 그렇고 선배님의 포스가 너무 강해서 찍으면서 가슴이 콩닥거렸었다. 제일 설레였던(?) 것 같다.

극 중 ‘인생의 스승이라는 건 무지 끓어오르는 무언가’라는 표현이 개인적으로 크게 다가오더라. 실제로 이런 분이 있는지?
아무래도 <졸업>을 생각하면 스승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더라. 촬영하며 준호에게 혜진 같은 존재가 내게도 있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었다. 소안도라는 작은 섬, 완전 시골에서 자랐는데 동네에 공부방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아버지와 동갑인 분으로 곰을 닳았다고 해서 ‘곰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선생님께 영어와 수학을 전부 배웠는데, 고3 때 서울로 전학 가보니 수업 시간에 나 혼자 대답하고 있는 거다. 그때 공부를 꽤 잘했었다. 준호처럼 스스로 읽는 법, 돌파하는 법을 가르쳐 주신 덕분이다. 내겐 곰선생님이 ‘이준호’같은 스승이 아닐까 싶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2018) 이후 안판석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다. 당신의 어느 면을 보고 ‘준호’ 역을 제안했다고 생각하나.
어! 생각해 보니 이유는 물어보지 않았다. (웃음) 감독님께서 예전에 내게 예상치 못한 리얼한 연기가 있다고, 큰 장점이고 높이 산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다. 솔직히 내 어떤 부분이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준호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여러 요소를 감안해 감독님 나름의 판단으로 제안하신 게 아닐까 한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때는 조연이라 감독님과 같이한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감독님의 진가를 더욱더 알게 됐다. 다양한 이야기와 경험을 나누면서 주변에서 ‘왜 안판석, 안판석 하는지’ 알게 됐다.

다음에 또 로맨스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혹시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상대역이 있다면.
<졸업>이 장르 자체로 멜로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현실 세태를 반영한 부분이 많더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보다 <풍문으로 들었소>(2015)와 더 가깝다고 할지. 처음에는 로맨스가 생각보다 적어서 살짝 아쉽기도 했지만, 이내 교육관의 대립과 다툼 같은 문제의식은 필요한 부분이라 정말 하길 잘했다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좀 더 가벼우면서 코미디도 섞인 로코를 한번 해 보고 싶다. 상대역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실제 려원 누나 같은 성격의 배우와 함께라면 편하게 할 것 같다. 누나가 원래 통통 튀는 성격에 코미디를 잘 한다. (웃음)

누나가 선배로서 ‘너는 멜로를 더 잘하는 것 같다’고, ‘매력이 더 사는 것 같으니, 다음 작품도 꼭 멜로하라’고 해서 욕심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정말 하고 싶은 건 도시적인 느낌의 멜로 말고 시골에서 살았고 전라도 사투리도 정말 잘하니까 투박하면서도 서툴지만, 한 여자를 깊이 사랑하는 멜로다. 예를 들면 황정민 선배의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2014) 같은. 또 격투기를 즐겨서 드라마 <쌈, 마이웨이> 같이 격투기 선수가 투닥거리며 하는 사랑이야기도 좋겠다.

여담인데 게이가 선호하는 남자 배우로 항상 상위권이더라. (웃음) 혹시 알고 있나. 어느 부분이 어필한다고 보는지.
하하하, 알고 있다. 최근 6월 순위는 2위더라. (1위는 손석구 배우) 국내에선 아직 2위지만, 해외에서는 1위 일지도. (웃음) 홍석천 형님의 유튜브 채널 ‘보석함’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나간 김에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봤었다. 형님 말이 ‘동양적인 눈매가 매력적이고, 남성성이 강한 얼굴인데 웃을 때는 남녀 모두 녹일 미소가 있어서 좋아한다’고 매력을 극대화해 칭찬하는데…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으로 해외 팬이 많다. 이번에 첫 해외 팬미팅을 한다고. 춤과 노래, 모두 준비했나. (웃음)
처음으로 아시아 팬미팅을 하게 됐는데 처음 하는 투어라 너무나 설렌다. 이참에 계속 좋아하고 응원해 주신 해외팬분들께 어떤 모습을 좋아하는지 물어보려 한다. 춤이나 노래를 썩 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력하여 최대한 많이 소통하려 한다.

차기작은 정해졌나. 요즘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오징어 게임2>, <졸업>을 연이어 끝냈고,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이 있긴 한데 100% 정해지진 않았다. 그간 몇 년 동안 작품이 겹치거나 아니면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조금의 텀이 생겼다. 격투기 수련도 하고, 건강과 신체 기능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어서 웨이트는 상대적으로 줄이고 필라테스 등을 하고 있다. 운동하면서 스트레스 풀고, 카페도 마음껏 다니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아, 가족과 모처럼 여행도 갔다 왔고, 팬미팅 홍보 영상도 찍고 그랬다.



사진제공.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2024년 7월 15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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