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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유효기간은 없다” 쿠팡플레이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사카구치 켄타로 배우
2024년 9월 27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사랑의 유효기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처음으로 출연한 한국 작품인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한국 유학생 ‘홍’(이세영)과 사랑에 빠진 ‘준고’ 역으로 분한 사카구치 켄타로의 사랑관이다. 사랑의 형태나 질감 색깔의 변화는 있겠지만, 사랑이라는 인연이 생기면 그 역사가 몸과 마음에 새겨진다는 것이다. 시리즈 공개를 앞두고 내한한 켄타로를 만났다. 희로애락을 같이 표현하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는 켄타로. 한국 시청자에게 ‘편안한 배우’로 인지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나라타주>(2017) <오늘밤, 로맨스 극장에서>(2018) <남은 인생 10년>(2022) 을 인상 깊게 봤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멜로 영화더라. (웃음) 덕분에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 기대가 컸는데 ‘역시!’였다. 이 시리즈의 어느 면에 끌렸나.
한국여자와 일본남자가 만나 사랑하는 아름다운 스토리가 좋았다. 만남과 이별, 애정과 거리감 같은 사랑의 여러 면모를 다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어서,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참여한 한국 작품이다. 평소 합작 작품에 출연 생각이 있었는지, 또 작품 제안을 받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
한국에서 알아준 것 같아 기뻤지만, 처음이라 그만큼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모든 스태프가 한국 분이라 언어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런데 감독님과 미팅 후 함께하면 좋은 작품이 나오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님의 작품을 향한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준고’라는 캐릭터에 관한 깊은 생각을 느꼈다.

실제로 작업해본 해보니 어떤가. 일본과 다른 점이 있는지.
대본이라는 길잡이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차이라고 할만한 부분은 딱히 없었다. 이번 작업이 특히 좋았던 점은 ‘준고’와 ‘홍’의 씬을 제대로 기록해 나간다는 강한 의지가 현장에서 느껴져서였다. 한 씬 한 씬 테스트를 거쳐서 좋은 장면을 뽑아내는 방식이 아니라 촬영하면서 바로 그 느낌과 감정을 문현성 감독님과 촬영 감독님들이 섬세하게 잡아 주셨다. 덕분에 나는 참여한 일원으로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상대역인 이세영 배우와 처음 만남 때 어땠나. 언어가 다르지만, 또래라 금방 친해졌을 것도 같고 한편으로 어색했을 것도 같은데!
사실 처음 대면할 때 기분 좋은 긴장감이 있었다. 목소리 톤을 살피고 눈을 마주치면서 탐색하는 시간이 있었고(웃음) 또 크랭크인하기 전에 몇 번 미팅 기회가 있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눴었다. 이세영 배우님이 ‘홍’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았고, 물론 통역사를 통해서지만, 촬영에 들어가서는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마음의 거리감이라고 할지, 적절한 거리감이 잘 맞아야 연기가 잘 되는데 둘 다 좋게 느꼈던 것 같다. 연기합이 좋았다.

준고와 홍은 사랑과 이별을 거쳐 5년 후 재회한다. 여기에 국가 간의 문화적인 정서적인 차이가 영향을 주었을까.
한·일 간의 차이라기보다 사랑가지는 못간 애정 단계에서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많았지 않았나 싶다. 사랑이란 상대를 위해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것인데 그들은 너무 어려서 그렇게 못 하고 서로 엇갈린 거지. 극 중 보면 준고는 세영을 처음 만났을 때만 한국 사람 그러니까 다른 나라 사람인 것을 인지하지, 그 이후는 그 차이를 의식하지 못한다. 서로 알아가는 과정에서 언어의 벽으로 인해 소통에 조금 어려운 점이 있다고 해도, 한 여성으로만 바라본다. 출신 국가의 문제가 아닌, 그냥 성장 환경이 조금 다른 정도라고 생각한다.

솔직하고 감정 표현에 익숙한 홍에 비해 준고는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별 후 오랜 시간 가슴에 ‘홍’을 향한 그리움을 간직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라면.
준고를 굉장히 존경하는 부분 중 하나가 그런 면이다. 5년 동안 홍을 잊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 둔 파워풀한 애정이다. 표현력이 좀 부족해도 말이지. (웃음) 각본을 읽으면서 내가 준고라면 이토록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데 못할 것 같더라. 준고의 차분함 혹은 침착함이 홍에게는 오히려 어떤 불안 요소로 작용했을 거다. 좀 더 사랑을 드러내길 바라지 않았을까. 한편으론 준고는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계속 홍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긴 시간 그리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설은 그의 애정을 유지하는 에너지가 아니었을까 한다.

소설이 애정의 에너지라는 표현이 딱 가슴에 와닿는다!
준고는 소설을 쓰면서 홍을 계속 생각하고 기억하니, 그녀를 사랑하는 에너지를 계속 공급받는 셈이다. (웃음) 또 추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라… 준고의 사랑과 이별이 꼭 아름답지만은 않았겠지만, 아련하게 아름다운 순간만을 떠올리며 그리움은 더욱더 짙어지지 않았을까 한다.

홍은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믿는 쪽이고, 반면 준고는 그렇지 않은 사랑도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당신은 어떤가.
사랑의 형태는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질감이나 색깔이 변한다 해도, ‘유효기간’ 자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건 남녀 간의 관계만이 아니라 동료, 가족 등에도 해당한다. 만나는 순간부터 인연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함께한 시간이나 나눈 경험에 따라 그 깊이의 차이가 있겠지만, 한 번 생긴 인연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인연이 생기면 그 역사가 내 안에 새겨지는 것이라, 결론적으로 사랑의 유효기간은 없다고 본다.

원작소설이 2005년 작품이다. 지금과 다른 감성을 느끼지는 않았나.
감정과 마음에 관한 이야기라, 시대에 따라 크게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약속 상대가 늦을 때 지금이라면 바로 핸드폰으로 연락할 거다. 하지만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상황에 따라 여러 대처 방안을 떠올리겠지. 행동의 차이는 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감정과 생각은 같지 않을까.

한국어를 배우고 있나. (한국어로 간단한 인사를 전함) 혹시 다음 스텝을 위한 준비 인 건가.
현장에서 스태프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어서 몇 가지 표현을 익혔다. 제대로 배운 건 아니고, 그래서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른다! 다음 스텝 준비를 위한 공부도 아니다. 서툴지만, 자주 사용하려 하는데, 해보니 재미있다. 장난를 부리다 보니 웃기기도 하고,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익혀가려 한다.

한국에도 당신을 애정하는 팬들이 많다. 자국 팬들과 한국 팬들 사이 반응이나 행동에 차이를 느끼나.
고민되는데…. 왜냐하면 일본 내에서도 지역마다 반응이 달라서 그렇다. 도쿄와 오사카 간에도 에너지 차이가 크거든. 한국에서 특별히 느낀 점은 팬들이 공항까지 마중나와 반겨준다는 점이었다. 아마도 내가 한국에서 희귀하니까, 다시 말해 공항을 찾는 일이 드무니 그런듯하다. 일본에서는 그럴 일이 없거든. 재밌는 건, 한국에서 언뜻 나를 알아보는 분도 계셨는데, 아마도 ‘설마 사카구치가 여기서 걷고 있겠어?’ 하고 지나치는 것 같았다. (웃음)

한국 팬층이 두텁지만, 그럼에도 모르는 시청자도 많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통해 어떤 인상을 남겼으면 하는지.
추상적인 답이 될 수 있겠지만, ‘편안한 사람’이면 좋겠다. 이 시리즈로 만났으니, 그 후 다른 작품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이런 배우가 있구나’ 하고 편안하게 인지됐으면 한다.

사적인 질문이다. 궁금해할 분이 많아서…(웃음) 한국에서 가 보고 싶은 곳은? 또 이상형은 어떻게 되는지.
주로 서울 스케줄 위주라, 다른 곳을 잘 모른다. 추천해달라. 그 지역에서 꼭 가봐야 할 장소와 꼭 먹어야 할 음식도! (부산의 광안리, 해운대, 돼지국밥, 밀면 추천) 이상형은, 희로애락이 맞는 사람이다. 느끼고 공감하는 지점이 잘 맞는 사람이었으면 한다.

출연한 작품이 워낙 많다. 한국 팬을 위해 추천한다.
음… 이것도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남은 인생 10년>과 < 헬 독스(Hell Dogs) >다. 내 매력이 잘 담긴 것도 같고 무엇보다 같은 시기에 찍은 두 작품이다. 심지어 촬영기간이 겹쳐서 하루는 사이코패스, 하루는 깊은 감정 연기를 번갈아 했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본다면 좀 더 흥미롭지 않을까 한다. (기자주: <남은 인생 10년>에서는 시한부 여자친구를 둔 남자, <헬 독스>에서는 감정을 억제할 수 있는 잔혹한 사이코패스를 연기함)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고 들었다. K-팝에도 관심 있나.
K-팝을 좋아하고 관심도 많다. 운동할 때 항상 틀어놓고 할 정도다. 한국 아이돌 문화 굉장하고, 또 퀄리티가 높아서 글로벌에서 많이 찾아보는 것 같다. 한국 콘텐츠는 정말 많이 봤고, 지금도 보고 있다. <사랑의 불시착> 같은 러브스토리도 <살인자의 기억법> 같은 서스펜스 심리물도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작업 소감과 느낀 점은.
이번에 작업하면서 언어나 문화는 시간을 들여 배우고 경험하고, 인지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요즘은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국가라는 장벽을 넘어 활동할 기회가 많아진 것 같고, 이런 현실에 기쁘다. (웃음) 이번에 너무 좋은 기억이 많아서, 기회가 된다면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사진제공. 쿠팡플레이

2024년 9월 27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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