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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다단한 감정” VS “한 번도 놓은 적 없으니 복잡할 것도 없다” Apple TV+ <파친코2> 김민하·이민호 배우
2024년 9월 30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1989년 미국 뉴욕의 한 은행에서 일하던 ‘솔로몬’(진하)은 일본의 집으로 돌아온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미국에서 일하는 자이니치, 솔로몬의 정체성이다. 이민진 작가의 동명소설이 원작인 <파친코>는 솔로몬의 할머니 ‘선자’(윤여정)의 192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걸친 일대기를 다룬 대작이다. 16살 ‘선자’(김민하)와 그녀의 첫사랑 ‘한수’(이민호)의 운명적인 사랑은, 시즌1의 마지막에서 7년이 지난 시점에서 출발하는 시즌2에서도 애증의 관계로 이어진다. 글로벌 프로젝트 <파친코> 시리즈의 주역인 이민호와 김민하를 만났다. 시즌2에서 인물들이 어떠한 변모를 보이는지, “선자의 한수를 향한 감정은 점점 복잡다단 해진다”는 김민하와 “한번도 선자를 놓은 적이 없으니 복잡할 것도 없다”는 이민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파친코>가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각별한 경험이었겠다.
김민하 성격이 덤덤해서 그런지 (웃음) 글로벌 프로젝트라서 특별하다는 생각은 크게 못 했다. 다만 미국의 자본으로 우리나라 이야기를, 우리나라 언어로 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OTT 플랫폼이 발전함에 따라 국가나 인종의 경계가 약해졌고, <파친코>가 이런 흐름의 한가운데 있는 작품 같아 자부심이 컸다.

시즌2의 관람 포인트를 꼽는다면.
김민하 선자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어떤 희망을 찾고, 빛의 존재를 찾는 것처럼 시청자 역시 자기 루틴 안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으면 한다. 선자에게 가족과 사랑이 있듯이 저마다의 시청자들이 지탱할 그 무엇을 찾았으면 한다.

이민호 시즌2는 이야기적으로나 인물 간에 주고받는 감정적인 면으로나 더욱 풍성하고 더욱 극적이라고 생각한다. 큰 의미 부여하지 않아도 시즌2의 서사만으로도 재미있게 볼 것 같다.

시즌2를 마친 소감과 연기 주안점은.
이민호 (캐릭터 등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작품 같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빨라지고 간결해지는 시대에 <파친코> 같이 느리고 깊은 작품이 나왔다는 데 감사하다. 배우로서도 이런 깊은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김민하 시즌2는 시즌1의 마지막에서 7년의 세월이 흐른 후부터 시작한다. 선자가 그간 어떤 일을 겪고 어떻게 두 아이를 건사했을지, 또 가족 관계의 변화 같은 것을 시즌1부터 나름의 일기장에 적었었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나중에 보니 연기하는 데 도움되더라. 선자는 적응력이 뛰어나고 사랑이 많은 인물로, 사랑을 주는 법도 받는 법도 잘 알고 있다. 시즌2에서는 이런 부분이 더 두드러진다. 단단하고 유연해지고,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오사카의 가족이 그녀에겐 희망이요, 동력이라 이런 부분을 잘 녹여내려 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끊임없이 찾아내는 선자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일기장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을지 궁금하다.
김민하 일기장이라고 하니 거창한 게 상상될 수 있으나, 정말 사소하다. ‘휴’ 같은 감탄사 하나만 쓸 때도 있고 그랬다. 지금 생각나는 건 선자는 한수에 대해 매일매일 생각했을 것 같다고 쓴 글이다. 10년 넘게 못 봤지만, 만약 내 앞에 나타난다면? 이런 상상을 해봤었다. 그래서 시즌2에서 한수를 맞닥뜨릴 때, 놀랍고 충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선자가 그렇게 만나는 장면을 혼자 생각해 봤을 것 같더라.

<파친코>에서 선자와 한수 사이의 감정선은 작품의 주요한 관람 포인트 중에 하나다. 시즌1보다 한층 여러 층위를 갖는데, 선자에게 한수는 또 한수에게 선자는 어떤 존재일까.
김민하 선자에게 한수는 첫사랑을 떠나서 처음으로 세상을 보여준 백과사전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시즌2에서는 한수가 자기 삶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면서도, 생존에 도움이 되는 그에게 점점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된다.

이민호 한수 입장에서 보면 한 번도 선자를 놓은 적이 없기 때문에 복잡할 것도 없다. (웃음) 한수에게 선자는 단순히 사랑하는 연인만이 아니라 자기와 같은 결을 지닌 강한 인간이다. 선자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기보다 자기 감정을 앞세우지만, 그 마음만은 진실하다.

한수의 사랑이 어떻든 나쁜 남자라 할 수 있다. 현재 시각에서 보면 두 사람의 관계성이 선뜻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시청자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이민호 한수와 선자는 서로를 품고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사랑의 정의는 각자 다를 것이고, 함께한 시간에 무엇을 느꼈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돌이켜 볼 때 사랑이 실존했다는 교감 혹은 공감을 느낀다면 <파친코>의 작품적 의미는 다했다고 생각한다.

김민하 비슷한 맥락으로, 모든 사람은 저마다 사랑의 결을 지니고 있을 거다. 그래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 그간 쌓아온 세월 등 선자가 자기 안에서 정의 내리지 못한 감정과 관계에 대해 시청자가 공감할 거로 생각한다. 둘 사이의 감정은 가족 간의 관계 같은, 사랑보다 넓은 의미의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이 한수를 ‘쓰랑꾼’(쓰레기+사랑꾼) 이라 하는 것도(웃음) 그의 사랑에 공감하기 때문 아닐까.

<파친코>를 통해 연기적으로 성장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
김민하 정말 그렇다. 예전에는 귀로만 들었던 것 같은데 마음으로 듣는 법도 느끼게 되었고, 또 마음의 방이 좀 더 생긴 것 같다. 그만큼 시야가 넓어지고 공감력도 커졌지 싶다. 시즌2에서 선자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이민호 <파친코> 이전에는 각본을 보고 또 대화하면서 상대방의 의도를 잘 캐치하는 편이었다. 그 의도를 파악하여 최대한 존중하고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이번 ‘한수’는 그렇지 않았다. 처음 본 느낌을 배제하고 다른 식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했었다. 혼자 치열하게 또 함께 토론도 뜨겁게 하면서 준비했다. 다른 언어와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사고 자체가 자유로워졌던 것 같다.

<파친코>를 전후해서 연기 외적으로 변화가 있다면.
김민하 시즌1이 공개된 후 길거리를 다닐 때 알아보시더라! <파친코>로 인해 (연기)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사실이지만, 이런 면을 빼고는 예전과 똑같고, 또 똑같기를 원한다. 쉬는 날에는 강아지와 놀고 가족들과 함께 시간 보내고 그런다. 처음 선자를 만나고는 개인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시즌2를 하면서 내면적인 성장을 하지 않았나 싶다.

이민호 그간 작품을 책임지고 이끌어가는 역할을 주로 하다가, <파친코>는 선자의 일대기라, 이전에는 몰랐던 자유로움을 느꼈다.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참에 만난 작품이라 그런지… 나뿐 아니라 신기하게도 <파친코>에 참여한 배우 모두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가 된 것 같더라. 사석에서도 사랑, 가족, 좋은 인간상 등 같은 이야기를 깊게 종종 나누었다.

어느 면에서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건가.
이민호 데뷔 12~13년차 즈음으로 살짝 번아웃이 온 것 같았다. 지금까지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을 매번 할 수 있었지만, 그와는 별개로 새로운 자극이랄지 에너지를 받고 싶던 차에 오디션 제안을 받았었다. 각본이 너무 좋았고, 한국의 이야기를 외국 자본으로, 외국의 시선에서 다룬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작업하면서 여러 배우를 만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번아웃이 해소되고 인간 이민호가 건강해진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좀 친한 편인가. (웃음) 선자와 한수가 맞닥뜨리는 장면은 항상 긴장감이 흘러서…
이민호 (웃음) 실제로도 친하다. 해외촬영 중에 자주 모여 밥도 먹고 나중에 (우리 집에서) 술도 마시고 그랬다. 한수 같이 명확한 걸 좋아해서 그런지 한수 같다는 말을 종종 듣는데, 민하는 선자 같은 지점이 있다.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생각이 많고 사려 깊다.

김민하 사적인 자리가 많아서 시즌1보다 더 믿고 따랐었다. 오빠는 카메라 앞에 서면 딱히 뭘 하지 않아도 한수 캐릭터 자체였다. 덕분에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선자의) 감정도 느꼈고, 무궁무진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한수는 ‘김창호’(김성규)라는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 시즌2의 뉴페이스인 김성규와 호흡은 어땠나.
이민호 평소에 좋아하는 선배이자 배우다. 한수와 창호는 브로맨스 아닌 브로맨스 같은 느낌을 내야 하는데, 현장에서 형의 눈을 보는 순간 너무 촉촉해서 빨려 들어갈 것 같았다. 나도 한 촉촉한 편인데, 비할 수준이 아니더라. (웃음)

제작 시스템에서 국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또 한국적인 면모를 의도적으로 담으려 했는지도 궁금하다.
김민하 문화적이나 언어적으로 다른 부분이 없을 수는 없다. 어떤 장면에 대해 내가 생각한 부분과 완전히 다르게 세팅된 부분은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찾아갔었다. 가령, 선자네 가족이 오사카에 살면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한국인인 내가 잘 알고 있으니 조언하곤 했고, 이를 반영하여 변경한 부분도 있다. 또 파트가 세분되어 있어서, 무언가 물어보고 싶을 때 그 대상이 명확해서 좋았다.

이민호 프로듀서가 여럿인 건 좋은데, 배우 입장에서는 프로듀서가 한 분인 게 좀 더 편한 것 같기도. 한 명과 소통하면 되니 말이다. (웃음)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포지션에 따른 중요 결정권자가 질문을 많이 하는 거였다. 미술, 소품, 의상, 세트에 대해 여러 생각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좀 더 밀도 있고 디테일한 장면이 살아났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실루엣 같은 부분까지도 신경 쓸 정도였다.

6부작을 세 감독(리앤 웰함, 진준림(Alvin Chen), 이상일)이 나누어 연출했다. 재일한국인 3세인 이상일 감독은 그중 한 분인데, 아무래도 통하는 점이 많았을 것 같다.
김민하 세 분의 스타일이 다 달랐고, 대화의 종류도 달랐다. 상일 감독님과는 감정적으로 깊은 대화를 나눈 느낌이다. 내가 장난으로 ‘저 포기하시면 안 돼요’ 하면 감독님께서 ‘제 이야기라 포기할 수 없습니다’하고 대꾸하셨었다. (웃음) 이런 찰나의 대화에서도 잘 맞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리앤 감독님이나 알빈 감독님은 내 연기에 믿음을 표해주셨고 또 빠른 피드백을 주셔서 덕분에 좀 더 많이 생각해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캐릭터와 비슷한 면이 있나. 시즌1과 시즌2를 하면서 빠져나오는 것이 힘들지는 않던가.
이민호 한수를 나쁜 남자라 했는데, 닮으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웃음) 그런데 비슷한 면이 없지 않다.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잘 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차이점이라면 나는 이런 욕망이 건강한 쪽으로 발현되어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고 지금의 현실에 너무 감사하다는 거다. 평소 캐릭터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빠져들기 때문인지 몰라도 끝나는 순간에는 스스로 잘 빠져나오는 편이다.

김민하 저 역시 잘 빠져나온다. 다만, 선자는 배우고 싶은 점도 많고 앞으로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라 문득 선자를 아직 못 보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캐릭터를 우상 시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됐다고 할지. (웃음)

데뷔 이래 청춘스타, 한류 스타 같은 여러 수식어로 불리며 최정상을 유지했는데, 앞으로 새로운 장르 혹은 제작 같은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든지 하는 계획이 있다면. 또 왕좌의 무게(feat <상속자들>)가 부담스럽지는 않나.
이민호 먼 미래든 가까운 미래든, 무엇인가 되겠다고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상속자들>의 김탄이 크게 인기였는데, 이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족한 부분이 많은 캐릭터다. 재벌이라는 포장지를 둘러서 겉으로는 괜찮아 보이지만 성장 여지가 많은 인물들인데, 이런 성장 이야기를 좋아한다. 내 감성으로 채울 부분이 있는 이야기라면 장르는 가리지 않을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진짜 나를 만드는 건 앞에 붙은 호칭이 아니라 ‘이민호’ 자체더라. 호칭에 무게가 쏠리면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과 감성이 중요한 것 같다.

제작은 회사(MYM엔터테인먼트)에서 어느 정도 진행 중이기도 하고, 좋은 이야기가 있으면 할 것 같다. 요즘에는 유튜브에 빠져 산다. 현실을 사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 좋다. 또 숏폼 컨텐츠에 관심이 많다. 짧은 시간 안에 감성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은 콘텐츠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면에서 숏폼이 적합하지 않나 싶다. 일단 지구력이 필요하지 않으니. (웃음) 늘 지구력이 필요한 대작을 할 수는 없고, 또 많이 사라지는 추세이기도 하니 말이다. 왕좌의 무게라…부담감은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제작비(돈)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다행히 일찍부터 보고 들은 게 있어서 그런지 부담감이 좋은 쪽으로 발현한다. 후회 없이 하고, 진정성 있게 임하려 한다.



사진제공. Apple TV+

2024년 9월 3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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