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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는 더 단단해졌고, 창호는 경희로 인해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Apple TV+ <파친코2> 정은채·김성규 배우
2024년 10월 2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파친코> 시즌1에서 온실 속의 화초 같던 ‘경희’(정은채)는 7년의 세월이 지난 시즌2에서 외유내강의 표본이 되었다. 징용 간 남편의 빈자리에 의기소침하지 않고, ‘선자’(김민하)를 도와 큰엄마로서 집안을 건사하고 두 조카를 살뜰하게 챙긴다. 그런 경희를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다. <파친코2>에서 처음 등장한 ‘김창호’(김성규). ‘한수’(이민호)의 명령으로 선자 가족을 지켜보면서 경희를 눈에, 마음에 담게 되는 인물이다. 경희로 인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캐릭터다. 개인의 사랑과 욕망보다 가족과 시대의 요구가 우선되던 시기, 깊은 감정의 교류를 나눈 ‘경희’와 ‘창호’라는 두 인물을 연기한 정은채와 김성규를 만났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여주는 이야기”, “사랑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작품”이라고 <파친코2>를 소개한다.

시즌2에 새로 등장하는 ‘김창호’ 역을 맡았다. 캐릭터를 간략히 소개한다면.
김성규 김창호는 ‘고한수’(이민호)의 부하로, 고한수와 처음 만날 때부터 그를 존중했고 그렇기에 그가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다 묵묵히 수행하는 인물이다. 그 일 중 하나가 ‘선자’(김민하)네 가족의 동향을 살피는 일이었고, 나중에는 선자네 가족과 함께하며 그들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그 과정에서 ‘경희’(정은채)를 흠모하게 되는데 단순한 사랑을 넘어 존경의 마음으로, 경희로 인해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공개 전까지 베일에 가려졌던 캐릭터인데, 어떻게 이 역할을 맡게 된 건가.
김성규 <파친코> 시즌1을 보면서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살아 있어서,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구나’ 하면서 감탄했었다.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걱정과 부담감이 앞섰는데, 내가 그간 해온 역할과는 달라서였다. 그동안은 주로 단독으로 행동하는 인물이었다면, 이번 김창호처럼 관계 안에서 변화를 겪는 인물은 처음이라 잘 해낼 수 있을지 스스로 의구심이 있었다. 오디션을 보던 때가 어떤 고민이 있던 시기라, 더 그랬던 것 같다. 오디션 영상을 찍으면서도 전혀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또 주어진 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성격이라 열심히 준비했었다. (웃음) 상대역인 ‘경희’ 역의 정은채 배우와 케미스트리 오디션을 보면서 안 되겠구나 싶었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는데…캐스팅됐다!

케미스트리 오디션이라니, 당시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정은채 사실 ‘김창호’ 역을 누가 할지, 모든 배우와 스탭들이 기대하고 궁금해했었다. 성규 씨가 오디션을 보는 자리에 나도 참석했는데, 대사를 주고 받으며 경희와 창호로 그림이 어울리는지, 분위기는 어떤지 살펴보는 자리였다. 성규 씨는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솔직히 나는 성규 씨가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었다. 설명하기 어려운 (연기에 있어) 놀랍고 소름끼치는 희귀한 순간을 경험해서 그렇다. 자기만의 방향으로 변주하고 또 갑작스러운 과제가 나와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믿음이 갔었다. 적당한 거리감과 적당한 텐션, 그러면서도 친근한 모습을 유지하는 걸 보면서 잘할 거로 신뢰가 갔다.

첫 글로벌 프로젝트인 데다, 관계성이 중요한 역할을 처음으로 소화해 내어 성취감이 상당할 것 같은데 어떤가.
김성규 끝낸 직후에는 개인적으로 아주 좋은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배우로서 이렇게 관계성이 짙은 연기를 한다는 것이, 일상의 교감이 작품 속에 묻어나온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이번에 더욱더 체감했던 것 같다. 이런 면에서 앞으로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성격상 또 그동안 맡은 배역상 혼자 예민하게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혼자라)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 해소할 수 있었다. 덕분에 <파친코2>는 내게 상대를 소중히 하는 마음, 사랑의 소중함을 깨우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김창호와 닮은 부분이 있나.
김성규 느리고 조심스러운 점이 닮은 것 같다. 이런 면이 창호가 경희를 바라보는 눈에서 묻어나왔다면 다행이다. (웃음)

시즌2는 시즌1에서 7년이 지난 시점인데, ‘경희’는 무슨 변화를 겪는지.
정은채 이번 우리 모두의 큰 숙제는 세월의 흐름을 외모적으로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거였다. 실제로는 2년밖에 안 지나서. (웃음) 세월의 풍파를 맞은 듯한 모습을 가져가기 위해서 여러 버전을 시도했었고, 전문가들의 노력 덕분에 잘 나온 것 같다. 시즌1의 경희가 온실 속의 화초같이 여리고 정결한, 자기 아픔을 드러내지 않는 꼿꼿한 인물이었다면, 시즌2에서는 생활감이 많이 묻어 있다. 실제 생활전선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시즌1 때 워낙 동고동락하며 촬영했기 때문에 배우들끼리 가족 같은 친밀함이 이미 있었고, 덕분에 시즌2에서는 더욱더 깊은 감정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희’는 어느 순간이든 감정을 표출하기보다 안으로 삭히는 스타일인데, 그 심정을 어떤 식으로 드러내려 했는지.
정은채 경희는 응축된 아픔과 서글픔이 많은 인물이다. 한껏 담담함을 유지하려 하지만 어느 순간 불안감이 비집고 나오고, 이전 시즌에서는 이런 혼란한 모습을 종종 보이곤 했다. 시즌2에서는 다른 인물들도 그렇지만 경희 역시 한층 단단해진다. 힘든 환경에 적응해 나가면서 많은 부분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인간이기에 자기를 알아주는 누군가를 갈망하게 된다. 또 스스로 외면했던 부분이 창호와의 관계를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담담하되 어느 순간은 흔들리는 인간적인 면을 보이려 했다.

오디션을 본 시기에 ‘어떤’ 고민이 있었다고 했는데, 김창호를 연기하면서 해소됐는지 궁금하다.
김성규 자신감이 떨어졌던 시기였는데 촬영하면서 나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시즌1 때부터 함께해온 배우들은 이미 가족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고, 다들 나를 포용해 끌고 가려는 기운이 있었다. 이런 마음이 너무 좋으면서도 나 역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졌었다. 이런 내 마음과 극 중 김창호가 선자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이 같다고 느꼈다. 김창호는 아픈 과거를 숨긴 채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데, 선자 가족과 경희를 만나 같이 지내면서 다시 꿈을 꾸게 된다. 이런 김창호와 촬영하면서 변모하는 내 모습이 겹쳐 보였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경희와 창호의 감정선이 깊어지지만, 그 마음을 외면하는 경희와 떠나기로 한 창호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마음 아프더라.
정은채 가족 안에서, 시대적 상황 안에서 개인이 사랑과 욕망을 좇기는 힘든 시대였다고 생각한다. 경희가 떠나는 창호에게 훗날 ‘예쁜 부인과 아이들과 같이 오라’는 대사가 있다. 이 대사는 창호가 아닌 스스로에게 하는 말 같았다. 그렇게 자기 마음을 다잡는 모습에서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192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아픈 역사가 담긴 이야기라 임하는 마음도 다른 작품과 차이가 있었을 것 같다.
김성규 역사적 사실에 관심을 좀 더 기울이게 됐고 좀 더 찾아봤었다. 창호는 가족과 관련한 비극적인 전사가 있는 인물이고, 그러한 과거사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한 인간으로서 그 아픔을 어떻게 이겨 나가는지에 중점을 뒀던 것 같다. 해방과 전쟁 같은 역사적 사실은 솔직히 막연하게 다가와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로 인해 삶이 변하고 희망을 품게 되는 한 명의 인간을 상상하며 연기했다.

정은채 <파친코>는 역사 드라마가 아닌, 역사 속 인물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당시에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직접적으로도 또 폭력적으로도 묘사하지 않는다. 인물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캐릭터 안에 이런 면을 녹여내려 했다. 우리 드라마가 흥망성쇠, 성공과 실패, 사랑과 미움 등 여러 코드를 담고 있는데,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 <파친코>가 아닌가 한다.

등장인물이 흥이 넘치게 춤을 추는 오프닝 시퀀스는 <파친코>가 하고자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다고.
정은채 시즌1 때 오프닝 시퀀스로 상도 받았고 호응이 컸어서, 이번에도 기대에 부응하고자 좀 더 스케일을 키워서 며칠 동안 촬영했었다. 마지막이라 회포를 풀듯이, 다양한 음악을 활용해서 하루 종일 춤 췄었다. 그날만큼은 모든 걸 내려놓고 즐겁게 웃었던 기억이 있다. 함께한 아이들이 너무너무 사랑스러웠다.

김성규 오프닝 시퀀스에 서사로 드러나지 않은 캐릭터의 일면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서 부담감도 컸고, 그만큼 고민도 많았다. (웃음)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연습했고, 촬영 전날은 엘리베이터에서 춤추다 갇히기까지! 많은 사연 끝에 탄생한 시퀀스다.



사진제공. Apple TV+

2024년 10월 2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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