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 왼쪽부터) 김은지 PD, 김학민 PD, 모은설 작가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 국내는 물론 글로벌(비영어권) 1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성황리에 종영했다. 이번 성공에 힘입어 시즌2 제작도 이미 확정된 상태. 이 시리즈를 탄생시킨 김학민·김은지 PD & 모은설 작가를 만났다. ‘각 라운드 마다 재미 포인트가 다르고, 우승자는 육각형 셰프’라는 그들의 제작기를 전한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비영어권) 1위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이 프로그램의 사회적 파급력을 실감하고 있나.
모은설 작가(이하 모은설) 요식업계가 들썩거린다는 소리를 들었다. 대학생들이 ‘모수’(안성재 심사위원이 운영하는 미슐랭 쓰리스타 레스토랑)에 가려고 적금을 들기도 하고 파인다이닝 도장깨기도 유행이라고 한다. 문턱이 높았던 다이닝씬의 인식을 제고한 것 같다. 단순히 가격이 비싼 것이 아닌 그만한 가치를 지닌 식당으로 말이다. 출연한 셰프 한 분 한 분의 디시를 위한 노력을 느끼며, 눈에 보이는 요리 이면의 진심을 알아주신 것 같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시즌2가 확정되었다. 출연자들의 면면도 궁금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백종원, 안성재 심사위원이 시즌2에서도 심사를 이어갈지가 가장 관심도가 높을 것이다.
김은지PD(이하 김은지) 시즌2의 확정이 불과 며칠 전이라, 지금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아직 회의도 시작하지 않았다. 시즌1의 시청자 피드백을 적극 반영할 것이다. 또 처음 제안드릴 때 두 분이 정반대일 건 이미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오히려 너무 반대라 그런지 부조화 속 조화가 있었다. 생각보다 케미가 너무 좋았다. 세상 누가 백종원 선생님을 상대로 토론할 수 있을까! 두 분이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시즌2에도 두 심사위원이 당연히 0순위다. 간절하게 다시 모시고 싶다. (웃음)
시청자의 피드백을 반영할 거라고 했는데, 호와 불호 포인트는 무엇이든가. 레스토랑 승부에서 각 팀에서 한 명씩 방출하여 새로운 팀을 만드는 방식에, 은근히 왕따 조장하는 것 같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는데…
김학민PD(이하 김학민) 그러한 반응을 충분히 인지했고, 시청자들이 비판하는 부분에 공감한다. 처음 하는 서바이벌이다 보니 경쟁에서 여러 면모를 부각하려 했던 것 같다. 레스토랑 팀전에서도 그렇고… 시청자들께서 우려한 지점을 너무 잘 알고 있고 시즌2에서는 절대로 이와 같은 방출은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시청자분들이 너무 많은 피드백을 주셨고, 그 반응은 무조건 옳다는 생각으로 다음 시즌에 반영하려 한다.
▲ 모은설 작가
준우승자인 에드워드 리는 한편의 인간극장 같은 면모를 보여준 것 같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부분 아닌가.
모은설 정말 그렇다. 매 라운드마다 돋보이는 인물 다시 말해 주인공이 탄생하더라. (웃음) 언급한 에드워드 리 셰프도 그렇고 최현식 셰프도 그랬다. 특히 최현석 셰프는 본인의 요리관과 가치관을 충분히 어필했기 때문에 우승한 것보다도 충분히 만족한다고 하셨다. 100명이라는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채롭고 다양한 서사와 요리를 지닌 셰프를 모셔서, 그들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다. 비단 우승자인 ‘나폴리 마피아’ 뿐만이 아니라 철가방 요리사, 이모카세 1호 등 탈락자도 응원받고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우리가 원했던 그림이었다.
김학민 최 셰프 말씀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편집보다 중요한 건 재료였다. 어떤 서사를 쌓을지는 출연자 각자의 몫이었고, 우리 몫은 그걸 최대한 빛나는 방향으로 연출하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이 다 공개된 후 출연자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는데,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분들이 하신 걸 우리는 정성껏 담아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백수저, 흑수저 라는 계급론을 대놓고 표방했다.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과감한 표어가 아닌가 한다.
김은지 백수저 20명과 흑수저 80명의 출발선이 다른 점이 제일 우려했던 지점이었다. 일단 출연자들이 이를 받아들일까 싶었다. 그분들께 승부 규칙을 설명한 후 동의하지 않으면 나갈 수도 있겠다는 마음으로 5초 동안 기다렸는데, 이때가 녹화하면서 가장 긴장된 순간이었다. 나가신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백수저 셰프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도 그렇게 불편한 출발은 아닐 수 있겠다 싶었다. 요즘은 오히려 리스펙할 사람은 리스펙하고 대우받을 만한 사람은 대우하자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 우리 프로그램이 요즘 흐름에 맞는 서바이벌이라고 생각했다. 백수저가 부전승으로 올라가는 룰에 대해 혹시라도 시청자들이 백수저를 빌런으로 보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그렇지 않고 응원하는 걸 보면서, ‘대가’를 리스펙하는 것이 사회적인 분위기라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80명의 흑수저는 본명이 아닌 캐릭터라이징화된 명칭으로 불리는데, 본명을 사용하지 않은 의도는. 또 작명 관련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
모은설 촬영 직전까지도 본명으로 할지 캐릭터화된 명칭으로 할지 의견이 분분했었다. 백수저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왜 흑수저는 자기 이름으로 못 불리는가. 또 자기 이름이 있는데 별칭을 붙이는 게 오히려 촌스럽다는 의견도 많았다. 특히 젊은 작가들 의견이 그랬다. 하지만 80명을 본명으로 부른다면 개인의 서사와 개성이 보이지 않았고, 명칭만으로 서사가 예측되어야 했기 때문에 (내가) 고집을 부려 밀어붙인 부분이었다. (웃음) 그 후 피디와 작가들이 한 분 한 분 정성껏 애칭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서바이벌 내내 불릴 닉네임이라, 미리 본명이 아닌 명칭을 사용한다고 양해를 구했고, 본인의 아이디어와 우리의 추천으로 합의하에 베스트를 찾아 결정했다.
세미파이널인 요리지옥에서는 식재료 주제가 두부였다. 출연자들도 놀랬지만, 시청자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김학민 부제가 요리지옥인 만큼 쉬운 재료면 안 되었다. 백종원 대표님이 한국적인 재료의 요리 느낌이 나는 두부가 어떠냐고 제안 주셨다. 이때 안성재 셰프는 콩이 아닌 두부는 한 번 가공한 요리라 어려운 소재라고 우려했는데, 이 부분이 두부를 주제로 한 결정적인 이유가 됐었다. (웃음) 안 될 것 같은 걸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컸고, 또 세미파이널인 만큼 밀도 있고 창의적인 식재료가 나와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드러나지 않은 출연자의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은데 소개한다면.
모은설 ‘만찢남’ 님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우지 못했지만, 지금은 인기 있는 식당을 운영 중인데, 이분은 자기 요리를 평가받은 적이 없어서 순수하게 궁금해서 나온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지원 동기와 의도가 좋았다. 또 거의 마지막에 모신 분이 철가방 요리사인데, 그 분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은 진심과 진실성이 태도와 눈빛에서 보였었다. 사실 중식 셰프 자리가 다 찬 상태였는데 그 마음이 읽히니 넣지 않을 수 없더라. 나중에 여경래 셰프님께 큰절하는 걸 보면서 잘 넣었다고 생각했다.
▲ 김은지 PD
블라인드 테스트는 정말 파격적이었다. 요리라는 것이 미각만이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또 안대를 가리고 떠먹여 주는 음식을 시식하는 두 거성(백종원, 안성재) 이라니! 솔직히 웃픈 광경이었다. (웃음)
김은지 블라인드는 심사 유형 중 하나로 보통은 요리과정과 요리사를 알리지 않는 방식이다. 한데 이번에는 그렇게 한다 해도 두 심사위원은 모든 걸 유추하시겠더라.(웃음) 그래서 무조건 눈을 가리자, 오직 냄새와 맛만으로 평가하자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다! 옆에서 떠먹여 주니, 그것도 굉장히 불편하고 또 안대를 계속 풀었다가 썼다가 해야 해서 고생이 많으셨다. 백 쌤은 나중에 눈이 얼얼하다고 하시기도. 사실 백 쌤은 처음에는 눈을 가리고 하는 심사가 말도 안 된다고 하셨는데, 왜냐하면 그만큼 시각적인 요소가 중요해서 그렇다. 프로그램의 정체성 상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설득했고 결국 응하셨다. 나중에는 너무 잘한 선택이었다고 하셨다.
모은설 100명이 모인 컴피티션이다 보니까, 회의를 정말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은 안대의 두께와 천의 재질까지 논의하고 있더라! (웃음) 회의 시간에 피디님이 안대를 써 봤는데 그 비주얼이 너무 인상 깊었고, 우리 프로그램의 하나 같이 느껴졌었다. 녹화 날 두 심사위원이 착용한 모습을 보고 그야말로 전율을 느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과 기존 요리 서바이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김학민 작가님이 400페이지 이상 되는 자료를 준비했을 정도로 다른 요리 프로그램을 많이 보고 참고했는데, 이는 기존의 것을 피하고자 함이었다. 이미 접해 본 요리 경연의 미션이나 떠오르는 그림은 배제하고자 했다. 요리 프로그램이지만, 이전에는 못 봤던 요리 프로그램, 이를 지향점으로 유기환 넷플릭스 디렉터까지 포함해서 제작진이 많은 논의를 했다. 흑백 요리사라는 개념이 가장 큰 차별점이 아닌가 한다.
김은지 기존에 다양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있었던 지라, 심사위원도 그리고 참가자 자신도 흥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셰프님들이 예상하는 미션은 넣지 않으리라 결심했고, 두세 달 동안 회의를 거친 후 첫 라운드부터 끝까지 어떻게 진행하겠다는 대략적인 윤곽을 백쌤님 앞에서 브리핑하는 자리를 가졌었다. 다 듣고 나신 후 백쌤이 ‘재미있겠다, 잘 짰네’ 하시는데 그때 처음으로 안도하며 되겠다 싶었다. (웃음)
▲ 김학민 PD
국내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크게 터져서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뿌듯할 것 같다. 또 시즌2 캐스팅에 대해서 벌써부터 관심이 많은데…
김학민 꼭 한식만이 한국요리가 아니라, 한식 요리사가 만들면 한국 요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해외에 한국에 이렇게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린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다. 관광객들이 찾아가야 할 명소들이 늘어난 것 같아 그 점도 기분이 좋다. 시즌2 역시 다양성을 높이는 데 노력을 다할 것이다.
모은설 시즌1 때는 어떤 컨셉인지 설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섭외가 힘들었었다. 백종원 선생이 심사위원 중 한 분이고, 100명이 출연자라는 정도만 알리고 한 분 한 분 만나서 진심을 다했던 것 같다. 다행히 시즌2 때는 캐스팅이 좀 더 수월할 것 같다. 시즌2에서 나왔으면 하는 셰프님들 라인업이 벌써부터 SNS에 올라와서 공유되고 있더라. (웃음) 아직 정해진 바는 없지만 시즌 1에 버금가는 셰프님들을 모시고자 한다.
김학민 시즌1 섭외는 정말 작가들이 진흙 속의 진주를 파내는 과정이었다. 실제로 실제로 지원자 5~600명의 요리사분들 모두 꼼꼼한 면접을 거쳤고, 이를 통해 참여자들을 확정했다. 최현석 셰프, 정지선 셰프 등은 고사하셔서 전화로 1시간 이상 설득해야 했었다. 반면에 여경래 세프와 에드워드 리 셰프는 재미있겠네 하며 흔쾌히 출연을 결정해 주셨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4년 10월 30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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