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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선물처럼 온다” <아마존 활명수> 류승룡 배우
2024년 11월 1일 금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공감과 위로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면 선물처럼 오는 것 같아요.” 국민 코믹영화에 등극한 <극한직업>의 팀을 이끄는 ‘고 반장’, 올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은 디즈니+ <무빙>의 헌신적인 초능력자 아버지 ‘장주원’, 이번 <아마존 활명수>의 전직 양궁 메달리스트이자 현직 구조조정 일순위인 가장 ‘정진봉’. 모두 선물처럼 찾아온 작품이요, 캐릭터이다. 가정에 충실한 남편이자 아빠, 현장에서는 동료와 스탭을 살뜰하게 챙기는 현장의 맏형 같은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의 주인공 류승룡을 만났다. 매체를 넘나들며 수십편의 작품을 해온 그인데, 점차 영화적 상상이나 재미, 발칙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연대와 공감대 그리고 위로의 정서를 품은 작품에 끌린다고 말한다. 아들을 둔 아빠로서 우리 사회에 좋은 어른이 많아지길 바라고 영화를 통해 교두보가 되고 싶다고 한다. 매일 다도를 즐긴다는 류승룡, 혼자 차 마시는 그 시간은 스스로 주는 선물이다.

<아마존 활명수> 각본을 읽은 첫 느낌은 어땠나.
배세영 작가답더라. 영화적인 발상에 우리나라가 정말 잘 하지만, 잘은 모르는 양궁을 접목한 점이 그랬다. 제일 마음을 끈 부분은 후반부에 배치되어 있었고, ‘진봉’(류승룡)이 아마존 3인방에게 하는 말에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너희들을 가르치러 왔지만, 배운 것이 많다’고 하는데 이런 메시지를 즐겁게 고스란히 전달되도록 잘 달려보자 싶었다.

전직 양궁 메달리스트에 양궁팀 감독이니, 준비할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양궁을 배운 경험이 도움됐다고.
선수가 되기 위한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 양궁 사이에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많이 도움이 되었다. 집 근처에 한 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양궁교실이 있어서, 예전에 아들과 함께 배웠었고 그때 양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초등학생부터 일반인까지 회원수가 많았는데 지금은 더 많아졌는지 좀 더 큰 곳으로 옮기셨더라. 그 당시에 <아마존 활명수> 이야기를 듣고 운명이구나 싶었다.

브라질 현지 촬영으로 아마존 풍경과 원주민 생활상을 담아 현실감을 높였다. 하루가 넘게 걸리는 먼 코스인데 촬영하면서 이러저러한 사연도 많았을 것 같다.
프로덕션 단계부터 갈지 말지 고민했었다. 소스만 찍어오고 우리나라에서 세트를 짓고 비슷한 외국인을 섭외하거나 모시고 오는 방향도 고려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유역에서 배 타는 광경과 밀림 같은 자연 풍경을 담자는 마음으로 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30년 만의 가뭄이라더라! 수원이 바짝 말라 있었고 2주 동안 파란 하늘을 한 번도 못 봤다. (웃음)

지구 반대편이라 듣기만 했던 현실, 그러니까 개발과 벌목으로 뿌연 하늘과 공기를 맛보고 왔다. 보면서 ‘영화만의 이야기가 아니구나’ 싶었다. 그럼에도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 아이들의 순박함과 어른들의 삶이 녹아 든 얼굴을 보면서 정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힘들었는데 예를 들면 땅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맨발로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또 40여 명의 현지 스탭들이 매우 프로페셔널 해서 놀랐고, 현지 배우와 주민들과 같이 재미있고 친근하게 지냈던 기억이 있다. 아마존 3인 방이 그곳을 안내해주기도 했고. 방문 시기는 지난해 11월쯤이었다.

크게 성공한 <극한직업> 이후 극장용 코미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흥행 부담감도 꽤 있을 것 같다.
<극한직업> 당시 2주 차 무대인사 하면서 모두 다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무대인사는 2주 차까지만 하자고 했었다. 다른 영화도 잘 되어야 하니까. <극한직업>을 통해 이런 부분을 배웠다. <극한직업2>를 하고 싶은 이유도 그 성공을 재현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보답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건강하고 통쾌한 웃음으로 우리가 받은 사랑을 환원한다고 할지. <극한직업>에 준하는 흥행이라든지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 없고, 전혀 의식하지도 않았다. <아마존 활명수>는 문화충돌, 공감, 스포츠, 어드벤처가 들어가 있어서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특히 관객과 만났을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라 지금까지 한 번도 예상이 맞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웃음) ‘이렇게 잘 돼?’ 혹은 ‘이렇게까지 안 된다고?’ 하는, 매번 영화마다 그 결괏값이 달랐다. 이번에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촬영했고 마지막 홍보까지 최선을 다하고 나서, 겸허하게 그 결과를 기다리려 한다.

<극한직업>에서 호흡을 맞춘 진선규 배우와 일명 ‘류진스’로 뭉쳐 활약했다. 호흡이 정말 찰지더라.
선규뿐 아니라 고경표, 염헤란, 박영규 선생님까지 모두 함께한 경험이 있던 분들이라 호흡이 좋았다. 진선규 배우는 사람 자체가 너무 맑아서, ‘선규 테라피’ 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연기할 때 내가 빈볼을 던져도 다 받아준다. 마치 6~7층에서 떨어져도 밑에서 받쳐주는 안전 그물망 같다. 덕분에 바디랭귀지, 애드립 등을 마음껏 던질 수 있었다.

진봉은 구조조정 일순위인데, 빠른 시간에 양궁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휘하는 걸 보면 의외로 능력자인 것 같다. (웃음)
그런 능력이 있으니 아내 ‘수현’(염혜란)이 믿고 응원하는 게 아닐까 한다. 짧은 시간에 아이디어를 내고 우여곡절 끝에 리더십을 갖추는 걸 보면 감독의 자질도 충분해 보인다. (웃음) 주변에 제 나이 또래를 보면 이미 은퇴한 이들이 꽤 있다. 정년이 빨라져서 그런지, 피부에 와닿는 장면이 많아서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배우도 작품이 어느 순간부터 안 들어오면 정년을 맞는 것 아닌가. 가장의 무게, 일적인 압박은 비단 진봉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을 거로 생각한다.

사극, 액션, 멜로, 드라마, 코믹까지 장르 불문 연기 달인인데, 그중 코미디를 제일 잘한다는 보는 시선이 꽤 있다. 류승룡 코미디의 힘은 무얼까.
코미디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현장에서 우리만 웃기면 안 되지 않나. 결국은 관객이 어떻게 볼지이고, 또 OK에 가까울 뿐이라는 어마무시한 말을 한 어느 감독님도 계시고 해서 늘 배우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배우들과의 소통, 로케이션 시간, 촬영 일정 등 변수가 많은 환경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던 부분이다. 초반에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치이고 생전 처음 가본 말도 안 통하는 볼레도르에서는 답답해하다가, 후한부로 갈수록 포용하고 위로하고 위로받는 감정의 그래프를 그리며 연기했었다. 말이 길어졌는데, 정리하면 초반부는 유쾌한 영화라는 걸 각인하고 싶었고, 후반부는 스포츠를 중심으로 명쾌함과 서스펜스를 길어 올리려 했었다.

도파민을 추구하는 요즘, <아마존 활명수>는 조미료 치지 않은 슴슴한 맛의 코미디인 것 같다. 또 극장에서 긴 시간 영화 보는 일도 점점 비선호되는 추세인데 그럼에도 <아마존 활명수>를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있다면.
울음이나 분노의 종류가 많듯이 웃음 역시 그 종류가 많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향하고 싶은 건,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관객이 웃는 상태다. 지금은 거기까지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울면서 태어났고(사람은 다 울면서 태어나지 않나!) 일찍이 힘들었던 때가 행복했던 때보다 많아서 그런지 (스스로) 웃음에 박하다는 생각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웃음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건강한 웃음, 어떤 희열 등등 딱 웃음이라기보다 기분 좋은 유쾌함을 추구하고 싶다. 웃음이 박한 분도 있고 또 후한 분도 있고, 그 터지는 지점도 각기 다르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 그 웃음을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여러 아이디어를 내어 진지함과 웃음을 오가며 유쾌하게 연결하려 했다. 막 대놓고 웃기겠다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환기하며 다음 챕터로 넘어갈지 고민했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번 방의 선물>(2013) <명량>(2014) <극한직업>(2019)까지 천만 영화만 4편이다. 또 누적 관객이 거진 1억 명에 육박하더라.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얼까. (웃음)
음… 친근함? 옆집 아저씨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한 번도 숫자나 타이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고,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자상한 아빠로도 유명하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같이 관람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더빙을 많이 했던 걸로 알고 있다.
아들만 둘인데, 제 영화가 어린이들은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서 애니메이션 더빙을 많이 했었다. 젊을 때는 <최종병기 활>(2011)이나 <표적>(2014) 같은 그때 아니면 못 할 것 같은 영화에 도전했는데, 애들이 크고 저 역시 중년이 되면서 관심사가 변화더라.

지금은 무슨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가.
에코, 리사이클에 관심이 많다. 또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하고 싶다. 영화적인 상상이나 재미, 발칙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감대를 형성하는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 이해하고 그러면서 서로 위로가 되는 영화인지가 지금으로선, 작품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스스로 어떤 아빠라고 생각하나.
예전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어릴 때는 나무에 매달려 놀고, 크면서 과일도 따먹고 또 나중에는 나무를 베어 집을 지을 수 있는 나무 같은 아빠. 지금도 그런 아빠가 되고 싶다.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이렇게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언가.
고1 때부터 연기했는데, 그 질풍노도 시기에 연기로 인해 마음을 잡았고 여러가지 고민을 해소할 수 있었다. 연기하며 꿈과 목표도 생겼고, 학교도 진학했고 또 결혼도 했고 예쁜 두 아들도 얻었다. 예전은 연기 사랑이 원동력이었다면, 지금은 이렇게 많이 받은 사랑을 어떻게 환원할지 가 원동력인 것 같다. 또 B형이라 그런지, 한 역할에 집중하다가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라 늘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다. 물론 연기하면서 고민이 있지만, 짧고 굵게 하는 편이다. 너무 생각이 많으면 다소 우유부단해지고 모호해지는 부분이 오히려 많아진다. 숙고하는 것이 장점일 때도 있지만, 계속 물음표를 이어가면 확신이 흔들릴 때도 있어서, 이럴 때는 감독님과 상의한 후 방향을 정해서 가는 편이다.

경력이 쌓일수록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다.
어렵지. 어느덧 현장에서 나보다 연배 높은 분들을 뵙기가 이전 같지 않다. 심지어 내가 제일 연장자인 경우도! 이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자기 자랑하지 않으면서 기분 좋은 상태로 현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낄낄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라고 또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라는 말을 실행하려 하지만, 주연 배우다 보니 나서야 할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하면서 이야기해줘야 하는 것 같은 전체적인 튜닝이 제일 힘든 일이다.

‘환원’이라는 표현을 자주쓰는데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배경은.
말했듯이 연기를 통해서 너무 다른 삶을 살게 되었다. 또 지금 나이에도 늘 설레고 기대되는 일을 가졌다는 현실에 감사하고, 그간 받은 사랑에 어떻게든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소년처럼 철 없을 때나 어느 정도 사회에 익숙해졌을 때나 지금같이 아들을 둔 아빠로서나 점차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으로서 무엇을 할지 고민이고, 좋은 어른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러한 사회가 되기 위한 교두보가 되고 싶다. 이준익 감독님이 늘 하시는 말씀인데, 나 역시 그 영향을 받은 듯하다. (웃음)

연기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했을 것 같은가.
음… MBTI 유형이 ENFJ(열정적인 선도자)로, 이 유형이 NGO 활동하는 분들 중 많이 있다. 결혼 20주년 기념으로 제주 올레길을 3박 4일 걷는 프로그램에 동참했는데 (아내에게 고맙다), 그때 밤에 다들 자는데 안 자던 3명과 정말 재미있게 대화를 나눴거든. 일고 보니 세 명 다 ENFJ 유형이더라. 계획 세우고 할 때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아마도 그런 비슷한 단체에서 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10년 후 어떤 모습이었으면 하는지.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가까웠으면 좋겠다. 성장보다는 성숙해져서 거시적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세월을 담아내고, 마음도 읽어내면서 이런 부분들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다.



사진제공. ㈜바른손이앤에이

2024년 11월 1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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