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인기 중국 드라마 <이가인지명>을 리메이크한 JTBC <조립식 가족>은 두 아빠와 세 아이로 구성된 가족이야기다. 혈연은 아니지만 진정한 ‘식구’로 거듭난 이 가족 안에서 정채연은 가족의 중심 ‘윤주원’ 역을 맡아 두 오빠 ‘김산하’(황인엽), ‘강해준’(배현성)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는 동시에, 오빠들의 비타민이자 가족의 접착제로 크게 활약했다.
“물음표가 많은 편이에요.” 스스로 관찰하고 무언가 걸리는 감정이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 고민한다는 정채연. 그러다가 결국 “고민해서 뭐해!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는데!’ 하고 마는 낙천적이고 단순한 면이 주원과 닮았다고 한다. 다만, 주원이 타고났다면, 자신은 긍정적이고 심플하고자 애쓰는 노력형이라고. 극 I인, 세 배우(정채연, 황인엽, 배현성)가 서로에게 스며들어 친해지는 과정이 마치 극 중 가족으로 단단해지 모습과 비슷했다는 정채연을 만났다. 이번 작품을 통해 미처 몰랐던 자기의 여러 표정을 알게 됐고, 밝음을 연기하는 데 있어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어 졌다는 그의 가족 조립기를 들어본다.
종영 소감은.
촬영에 빠져 살다 보니 당시에는 정말 가족이 된 느낌이었다. 마지막 촬영 한 달 전쯤, 끝난다는 사실이 확 와 닿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너무 서운해서 촬영장에 가기 싫을 정도였다. 결국 마지막 촬영 날에는 셋(정채연, 황인엽, 배현성)이 서로 안고 울기까지 했다. (웃음) 너무 따뜻했던 작품이라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원체 유명한 중국 드라마가 원작이다. <조립식 가족>의 어느 면에 끌렸나.
대본을 읽자마자 담당 팀장님께 바로 전화 드려 하고 싶다고 말씀드릴 정도로 좋았다. 무엇보다 따뜻한 내용에 끌렸고, ‘윤주원’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었다. 순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보다, 하고싶다는 마음이 커서 ‘이거 해 볼래요’하고 적극적으로 나갔던 것 같다. 친구가 원작인 <이가인지명>의 팬이라 리메크이된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일단 원작팬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을 3화까지 보다가 계속 보면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나만의 주원을 만들기로 하고 시청은 뒤로 미뤄뒀었다. 나중에 봤는데 참 잘 만든 드라마더라.
리메이크한 <조립식 가족>도 평이 좋다. 정채연만의 주원을 어떻게 만들어 갔는지.
원작의 팬덤이 워낙 크다 보니까,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어느 댓글 중에 ‘우려했는데 괜찮다’ 이런 반응이 있어서 한숨 놨다. (웃음) 감독님과 주원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함께 고민했었다. 감독님이 제 브이로그를 보고 ‘표정이 많으니(풍부하니), 이런 모습을 주원 안에 넣어보자’고 하시더라. 그때서야 내가 저런 표정을 짓는구나 싶고, 생각보다 더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 걸 알았다. 브이로그 보면서 ‘아, 내가 저럴 때는 이런 표정을 짓는구나!’ 하고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원 안에 녹아드는 듯했다. 촬영 중 감독님께서 애드립 구간을 주곤 하셨는데, 그때 나도 모르게 애드립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텐션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었다.
주원은 어떤 친구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나.
나 같은 경우 물음표가 많지만, 생각이 깊어지면 그 화살이 내게 돌아오니 심플하게 생각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주원은 이런 면에서 굉장히 강한 친구다. 주원적 사고라고 할지, 단순하고 긍정적이고 낙천적인데 바로 이 부분이 평소 내가 노력한 부분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연기하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주원은 아주 잘 자란 바른 친구라고 생각했다. 엄마의 빈자리와 그에 따른 상처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는 아버지의 사랑을 몇 배 더 크게 받고 느끼며 자랐다고 생각했다.
주원은 왈가닥 느낌에 어느 정도 눈치가 없고 또 가족들에 대해 시시콜콜 다 알고 있어야 한다는 주의인데, 스스로와 싱크로율은 어떤가.
내가 제일 기분이 좋을 때의 텐션이 주원의 일상 텐션의 80% 정도 되는 것 같다. 난 주원 만큼 하이텐션은 아니다. 주원이 눈치가 실제로도 없는 것이 맞고 한편으로는 없는 척하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나 역시 반반이다. 눈치 없다는 소리를 가끔 듣기도 하고, 좀 난감한 상황이면 일부러 없는 척하며 딴소리를 하기도 한다. 또 주원이 가족들에게 꼬치꼬치 다 묻는 건, 사실 왜 이렇게 다 알려고 하지,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했었다. (웃음) 나는 그렇지 않은 편이라서… 아마 다섯 가족 사이에 중심이 주원이다 보니까, 자신이 상황을 다 알고 있어야 모면할 수도 또 보듬어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원과 두 오빠 ‘산하’(백인엽), ‘해준’(배현성)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다. 김승호 감독 역시 이런 생각에 세 배우가 칠해질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고.
특별하게 자리를 마련했다기보다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시간이 좀 있어서 빨리 친해지면 좋겠다고 하셨었다. 그래서 몇 번 모여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는데 막상 촬영 들어가니, 셋 다 극 I 라! (웃음) 사람을 사귈 때의 속도감이 서로 비슷해서 촬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던 것 같다. 마치 가족으로 끈끈해지는 과정과 나란히 갔다고 할지, 그래서 더 좋았다. 셋 다 성향이 비슷했고,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따라주면서 같이 씬을 만들어 가며 즐겁게 일했던 기억이 있다.
셋이 있을 때 분위기가 궁금하다.
인엽 씨는 인식형 P고, 나와 현성 씨는 계획형 J다. 둘이 티키타카가 잘 맞는 편이라 인엽 씨를 놀리는 듯 아닌 듯 놀리기도. (웃음) 또 셋 다 맛있는 걸 먹는 걸 좋아하지만, 두 분은 막 맛집을 찾아서 다니는 성향은 아니라 내가 ‘이것 맛있겠더라’ 하면 ‘가자!’ 하는 식으로 잘 따라주었다. 진짜 오빠같이 ‘하자, 가자’ 이랬던 것 같다. 현성 씨의 경우 극 중 오빠지만, 실제로는 동생인데 굉장히 과묵하고 말이 없고, 와중에 배려심이 넘치는 친구였다. 사투리, 농구 등 여러가지를 준비해야 해서 많이 고생했는데 전혀 힘든 티 내지 않는 걸 보고 진짜 오빠나 선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근데 요즘 유행하는 밈 같은 건 나보다 훨씬 많이, 잘 알아서 이때는 또 동생 같고 그랬다. (웃음)
두 아빠(최원영, 최무성)들은 어떠셨나.
정말 뿌리 깊은 나무의 기둥 같았다. 다섯 명이 밥을 먹는 장면이 많았는데, 리허설할 때 내가 좀 어려워하는 씬이 있으면 편히 하라고 기다려 주시고, 함께하지 않는 씬에 대해서도 여러 조언을 주셨다. 선배님들이랑 함께하는 씬이 오히려 마음이 안정됐던 것 같다.
주원이 산하 엄마(김혜은)에게 “아줌마한테 내가 오빠를 10년 빌려준 것”이라는 대사는 정말 사이다였다! 산하 엄마의 도를 넘는 극 이기심을 보며 분노하던 차에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더라. (웃음) 주원이 그렇게 담대하게 대처할 줄은 미처 몰랐다.
마음 깊숙한 곳에 있던 생각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가 10년 빌려드렸잖아요’ 이 말을 하는 씬은 대본에서는 좀 더 감정적으로 슬픈 톤이었다. 주원이 좀 더 감정을 터뜨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처음에는 그렇게 잡아가다가 내가 주원이었다면 어땠을까를 생각해 봤었다. 산하 엄마 앞에서만은 울지 않았을 것 같고, 그동안 쌓아 뒀던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 것 같더라. 감독님께 말씀드려 지금 같은 톤으로, 할 말 다 하는 당당한 톤으로 가게 됐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정말 와닿았던 대사는 주원이 산하에게 ‘집에 가자’라고 하는 대사였다. 이 대사가 너무 좋았다. 산하한데 집이라는 존재는 정말 따뜻한 곳이어야 하고, 그곳은 아버지와 같이 사는 집일 테니까. 이 대사가 유난히 기억에 오래 남았다.
<조립식 가족>을 보고 가족들은 무슨 이야기를 하시던가. 또 실제로 언니만 있지 않나. 극 중에서나마 오빠가 있어 보니 어떤가.
엄마 아빠가 거의 주무시는 시간 빼고 계속 틀고 계셔서 민망할 정도였다. (웃음) 좋아하면서도 크게 표는 내지 않으신다. 우리 가족이 대체로 표현에 약하다고 할지, 대놓고 칭찬하거나 좋다고 잘 못하는 편이다. 비록 드라마지만 오빠가 있어서 좋았다. 친인척 중에서도 오빠가 없어서, 어렸을 때는 오빠를 갖고 싶다고 엄청 졸랐던 기억이 있다. 주변의 오빠 있는 친구들을 보니, 잘 지내는 친구도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고 사이가 다양하더라. 내 경우 친언니와 두 살 차이밖에 안 나서 그런지 정말 많이 싸웠었다. 옷도 빼앗아 입고 매일 티격태격하며 컸는데 성인이 되니까 이만큼 의지가 되는 친구가 없더라. 표는 내지 않았지만, (조립식 가족도) 매주 챙겨보고 있더라! 이번 작품 하면서 가족만큼 의지가 되는 존재는 없다는 걸, 가족이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한데 나 역시 표현을 잘 못해서… 가끔 손편지를 쓰곤 한다.
최근에는 뭘 썼는지 궁금하다.
8월 언니 생일 즈음, 언니는 없이 부모님과 나 셋이 식사하는 자리였다. 엄마는 언니가 첫째라서 그런지 항상 언니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낳을 때 힘들었다 등등. 이번에는 엄마한테 아주 작은 카드에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를 줘서 고맙다’라고 썼는데, 세상에 엄마가 너무 좋아하시는 거다. 그렇게까지 좋아하실 줄 몰랐다. 나중에 그 카드를 집에 있는 큰 액자 위에 올려놓으셨더라.
채연적 사고와 주원적 사고 사이의 간극은 어느 정도인가.
말했듯이 개인적으로 물음표가 많은 편이다. 스스로 관찰해서 무언가 걸리는 감정이 있다면 그 불편한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물음표가 내게 돌아오는 것이 싫어서 계속 생각한다. 한데 그 걱정의 끝은 결국 ‘고민하면 뭐해, 어차피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없는데!’로 귀결된다. 이런 면에서 낙천적이고 심플한 주원적 사고와 맞닿아 있다고 하겠다. 다만 주원이 타고난 거라면 나는 노력형이라는 차이가 있달까. (웃음)
걸그룹 아이오아이 데뷔 후 연기에 입문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
아이오아이 할 당시의 기억이 좋게 남아있다. 그때의 시간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생활하면서, 도전하고 좌절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어떤 상황에 놓여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한 편이다. 이번에 성장한 점은… 사실 처음에 주원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해맑고 텐션이 이쁜 친구라 ‘내가 할 수 있을지’ 라는 생각이 한편으로 있었지만, ‘그래도 부닥쳐 봐야지’ 했었다. 주원을 하면서 스스로 더 밝아졌고, 밝음을 던지는 데(연기하는 데) 있어 걱정이나 부담이 없어졌다. 또 내가 생각보다 여러 표정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았다. 스스로가 몰랐던 모습이 카메라에 잘 담긴 것 같다. 그래서인지 다음에도 이번 같은 밝고 코믹한 작품을 하고 싶다. 나도 몰랐는데 코믹한 씬에서 코믹을 욕심내고 있더라.
사진제공. BH엔터테인먼트
2024년 12월 4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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