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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스릴러와 로맨스 사이 MBC <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 배우
2025년 1월 13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스릴러 <운수 오진 날>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후 배우 유연석이 혐관로맨스릴러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시청자를 다시 찾았다. 그간 로맨스 장르에서 따뜻하고 배려심 넘치는 면모를 보인 그인데, 이번에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일명 ‘집착광공’으로 아내 ‘홍희주’(채수빈)에게 하는 차가운 언행 이면에는 뜨거운 사랑이 절절 끓는 순애보의 주인공 ‘백사언’으로 컴백한 것. 지금껏 악역을 마다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 온 결과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유연석이다. 이번 <지금 거신 전화는>은 한 작품 안에 멜로와 스릴러, 열정과 냉정의 양면성을 모두 보일 수 있어서 좋았다는 그를 만났다. 팬들이 궁금해할 배우, 새로운 수식어를 붙이고 싶은 배우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한다.

먼저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MBC 연기대상 최우수상, 베스트커플상 수상을 축하한다.
감사하다. 베스트커플상의 경우, (채) 수빈이와 호흡이 너무 좋았다. 처음에는 극 중처럼 데면데면 하고 어색하게 촬영하다가 점차 가까워지는 씬을 찍으면서 편해지기 시작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면서 찍다 보니까 케미스트리가 좋았던 것 같다. 다른 상보다 베스트커플상은 특히 받고 싶었다. 로맨스 드라마이기도 하고, 또 사주(사언희주) 커플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주는 상이라서 의미가 남달랐다.

혐관(혐오관계) 로맨스로 크게 인기를 얻었는데, 개인적으로 혐관을 해보니 어떻든가.
한 작품 안에서 인물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그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더라. 혐관이라는 설정이 처음에는 차가웠다가 점차 미치도록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관계성이라, 한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특히 그랬다. 더불어 한 드라마 안에서 로맨스와 스릴러, 그러니까 로맨스릴러를 경험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백사언’은 일명 ‘집착광공’(차가운 얼굴 이면에 사랑과 집착을 보이는 남주)의 대명사 같은 인물인데 여기에 망설임은 없었나. 대본에서 끌린 점은.
집착광공이라는 용어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웃음) 처음 약간 망설였던 건 있다. 대본을 받은 시기가 티빙 시리즈 <운수 오진 날> 말미에 받았거든, 그래서인지 로맨스보다 좀 더 스릴러로 상상하면서 글을 읽었던 것 같고, 또다시 스릴러를 해야 하나 긴가민가하면서 제작진을 만났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로맨스라는 소재 안에서 한 남자의 지독한 순애보라는 걸 알았고, 한 작품 안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겠더라. 꼭 해야겠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내게 벌주고 있잖아’, ‘홍희주를 사랑하지 않는 법’ 등등 오글거리는 대사가 많은데, 그걸 너무 멋지게 소화한 것 아닌가! 글로 읽으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웃음)
활자로 보고 ‘아, 이게 내가 평소에 할 수 있는 말인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초반에 ‘희주’(채수빈)와 데면데면할 때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둘의 로맨스에 가까워지면서는 감정이 깊어지니, 낯간지럽다는 생각은 없어지고 오히려 가슴 뜨거워지는 대사로 다가오더라. (웃음) 진심이 안 담기면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이 떨어지니, 내 가슴 속에서 나오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로맨스 소설의 대사를 그대로 영상화해서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원작 팬과 해외 팬들은 이런 부분에 더욱더 열광해주셨다고 들었다.

여담인데 사언이 희주에게 하는 ‘지금 나한테 벌주고 있잖아’라는 대사가 담긴 대본을 6~7화 찍고 있을 때 받았는데, 처음에는 작가님이 내게 벌주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웃음) 그런데 그 대사를 할 때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고조되어 있을 거라고 믿고 갔고, 정말로 그랬다.

유연석표 순애보하면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구동매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구동매 캐릭터가 떠오른다는 반응이 많더라.
그간의 작품 중 팬들에게 꾸준히 회자되는 캐릭터가 구동매인데, 이번에 신동매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웃음) 또는 현대판 동매라고 하며 열광적으로 응원해준 팬들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번에 해외 반응이 유독 폭발적이다. 인기 요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사실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이 올 거로 생각 못 했다. 넷플릭스에서도 늘 상위권이고, 팔로우 수가 올라가는 속도도 놀라웠다. K-드라마에 원했던, 기다리던 순애보 로맨스라서 그렇지 않나 싶다. OTT 시리즈에는 장르물이 많다 보니까, 우리 드라마가 그들의 목마름을 해소시킨 것 아닐까 한다. 또 소통의 부재로 시작한 부부인데 알고 보니 내 남편이 나를 너무 사랑하고 있더라는, 달달한 설정이 대리만족감을 준 것 같기도 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타일링이나 말투가 부드러워지는 등 외적으로도 온도차를 보인다. 어떻게 변화해 나갔는지.
사실 사언은 희주에 대한 마음을 숨기기 위해 계속 발버둥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사랑해 온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일부러 날카로운 송곳 같은 말투로 상처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초반에는 이런 차가운 모습이 부각되도록 딱 떨어지는 핏과 함께 빈틈없는 모습으로, 눈썹이나 미간도 날 서 있게 스타일링했다. 406과 협박전화 통화를 하면서는 머리를 좀 흐트러지게 하고 캐주얼한 복장도 하는 등 변화를 주었다. 말투도 초반에는 했군, 했지, 했습니다의 딱딱한 어투였다면 점차 편한 말투로 바꿔가며 톤의 차이를 두었다.

브이자 턱선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일부러 감량한 건가?
뮤지컬 <헤드윅>을 공연하며 자연적으로 다이어트가 된 상태였다. 덕분에 날카롭고 샤프한 이미지가 잘 표현된 것 같다.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는 더 찌고 할 여력이 없었다.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는데, 무대 연기와 매체 연기의 각기 다른 매력은 무얼까.
무대는 즉각적으로 관객과 호흡한다는 점이 매력이다. 극장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끼면 짜릿하고, 또 정해진 대사를 매번 다른 관객 앞에서 다른 방법으로 시도할 수 있어서 좋다. 매체의 경우는 짧은 시간 안에 내 표정을 카메라를 통해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거라,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백사언과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일까.
많이 다르다. (웃음) 사언은 지독하게 냉철하고 감정을 숨기고 날 선 말들을 내뱉는데, 나는 그렇게 못한다. 그래서 사언이 중간중간 희주를 챙기려고 요리를 하는 등 하는 장면을 찍을 때가 좋았다. 개인적으로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열정적으로 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약간 낯간지러워하는 면은 있다. 덕분에 ‘오늘부터 1일’ 이런 이벤트 역시 한 번도 못 해 본 것 같다. 갑자기 예전에 짝사랑하던 선배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남자로 봐주면 안 돼?’ 했는데… 그런데 이미 선배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짝사랑을 접기 위한 고백이었다!

직전 작인 <운수 오진 날>의 사이코패스 살인마에서 이번 <지금 거신 전화는>의 뜨거운 순애보는 간극이 커도 너무 큰 것 아닌가. (웃음)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이입하는 게 힘들지는 않나.
<운수 오진 날>은 나도 그렇고 함께한 성민 선배도 그렇고 정말 멍한 순간이 있었다. 이때는 빨리 다른 집중할 거리를 찾는 편이다. 여행을 간다든지 다른 캐릭터에 몰입한다든지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그러던 와중에 ‘사언’을 만났는데 스릴러로 시작해서 로맨스에 집중하는 면이 흥미로웠다. 앞에서 원체 딱딱하고 냉철한 면모를 보이다 보니, 뒤로 갈수록 살짝만 코믹해도 아주 재미있어하셔서, (웃음) 말했듯이 한 드라마 안에서 다른 두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선역과 악역의 캐릭터 밸런스는 의식적으로 맞추는 걸까.
어느 정도는 그렇다. 안 보였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선역이든 악역이든 도전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편이다. 일단 선택했으면 어떻게 납득시킬지 끝없이 고민하는데 다행히 이런 부분을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어릴 때 롤모델로 삼은 배우가 박해일 선배님이었다. <살인의 추억>과 그다음 작품을 보면서 다양한 얼굴을 오가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내가 다른 배우들처럼 선이 굵은 스타일이 아니라서 해일이 형처럼 캐릭터를 변주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또 서브 주연의 경우 남 배우들은 주로 빌런들이 많고, 그러다가 로맨스 장르를 하게 되면 따뜻한 모습을 선보이니 자연스럽게 선역과 악역을 오가게 되었다. 캐릭터를 어느 정도 고를 수 있고 나서는 의식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 부분도 있다. 양면적인 얼굴을 소개해 드려 선역과 악역 모두 다 가능한 배우라고 어필한 거지. (웃음) 이런 모습을 보고 <낭만닥터 김사부>(2016)때 함께한 한석규 선배님이 ‘양면적인 야누스 같은 얼굴을 가진 몇 안 되는 배우니까, 참 좋다’고, ‘지금 잘하고 있으니 믿고 잘해 나가라’고 말씀 주셨었다. 얼마전 선배님께 이런저런 고민을 이야기하니, 좋은 장점이 많으니 걱정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신 거지.

이런저런 고민은 뭐였을까.
40대 남배우의 고민이라 하겠다. 그간 로맨스 장르를 많이 해왔는데 계속 로맨스를 할 수 있을지, 또 앞으로도 나라는 배우를 찾아줄지 걱정이 많았었다. 아무래도 제작되는 작품이 줄어드는 추세라 이런 불안감이 더 커졌던 거 같다. 또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서 선배가 되어 있고, 어떤 때는 리더가 되어 끌고 나가야 할 때도 있다보니, 자연스레 부담감이 생기더라. 이런 이야기를 하니 한석규 선배님이 본인의 40대를 돌이켜보면, 그 이전의 시행착오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다고. 슬럼프나 좌절할 순간이 올 수 있지만, 그때가 제일 꽃을 피울 수 있는 순간이니 스스로를 믿고 잘해 나가라고, 잘해 나갈 수 있다고 힘을 주셨다.

40대에도 로맨스가 충분히 가능하니 걱정하지 말기를! (웃음)
하하, 감사하다. 로맨스는 연기하는 재미가 있다. 미세한 근육의 떨림, 손짓 등으로 사랑 같은 보이지 않는 감정을 연기하다 보면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어떻게 표현해야 공감할지 고민한 끝에 연기했는데 시청자가 바로 ‘저건 사랑이야!’ 하면서 같이 슬퍼하고 기뻐하고 설레면서 감정을 따라와 줄 때가 정말이지 배우로서 뿌듯한 순간이다. 또 로맨스가 꼭 남녀의 청춘 로맨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브로맨스, 우정, 깊은 멜로 등 다양한 로맨스가 존재하니 앞으로가 기대된다. 지금처럼 향후에도 지금껏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계속 찾아 나가려 한다. 한 20년 해보니, 팬들이 좋아해 주시고, 어느 순간부터는 기대하시기도 해서 열심히 부응해 보련다.

사언에게 탈출구는 희주였는데, 유연석에서 탈출구는 무얼까.
리타!(잉글리시 세터) 유기견이었는데 입양해서 벌써 4년이 됐다. 촬영 때 같이 다니기도 하고, 집에 오면 반갑게 맞아준다. 밤새 촬영하고 오면 피곤해서 곯아떨어질 것 같은 데도 이상하게 공허함이 들면서 잠이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다음날 연기를 생각한다든지 오롯이 나 혼자 찾아내야 하는 답을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으면 리타가 와서 쓱 엉덩이를 갖다 댄다. 그럼 내가 바로 탁탁하고 치면서 기대는 녀석인데, 요즘 나에겐 유일한 탈출구다.

차기작 소개를 부탁한다.
<신이랑 법률사무소>로 인사드릴 것 같다. 휴먼 코미디로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사건이 벌어져서 역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사진제공. 킹콩바이스타쉽


2025년 1월 13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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