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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가까이하기 싫은 캐릭터” <스트리밍> 강하늘 배우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배우 강하늘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영화 <스트리밍>은 승자독식 구조의 플랫폼에서 구독자 1위인 범죄채널을 운영하는 스트리머 ‘우상’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우상이 연쇄살인 사건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긴박하게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강하늘이 소개하는 ‘우상’은 허세스럽고 말만 번지르르하고 내실 없는 인물. “평소에는 가까이하기 싫은 인물이에요. 평소 ‘나라면 어떻게 할까’ 하고 연기했다면, 이번에는 ‘나라면 제일 싫은 것이 무엇일까’ 하고 반대로 생각하며 이입했어요.”라고 연기 방향을 말한다. 시종일관 극을 홀로 이끌어 가면서도 ‘원톱’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겸손함을 보이는 강하늘이다. 함께 만든 기억이 유난히 소중한 작품이라고 애정을 표하며, 손익분기점은 넘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전한다.

요사이 사이버렉카 등 라이브 스트리밍 채널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실정인데, 스트리머를 연기하면서 고민했던 지점이 있다면.
스트리머 역할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니고 대본이 너무 후르르 읽혀서 하게 됐는데 마침 스트리머 역할이었던 거다. 대본을 받은 게 대략 4년 전으로 그때는 지금같이 사이버렉카가 기승을 부릴 때가 아니라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우리 영화가 스트리밍 채널 등 관련 이슈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유튜브 콘텐츠나 라이브 영상을 볼 때 <스트리밍>이 잠깐이라도 생각난다면 영화로서 역할을 다했다고 본다. 주인공 ‘우상’이 그리 긍정적인 인물은 아니기에 ‘쩝…’ 하면서 보지 않을까 한다.

사건을 파헤치는 범죄채널이 역으로 범죄의 모티베이션이 된다는 데서 경종을 울리더라. 배우로서 말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연예인으로서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말의 힘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말이 불특정 다수에게 넓게 퍼질 수 있기에 더 좋은 말, 더 용기나는 말을 해야 하고 더 다정하게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트리밍>이 청소년 관람불가인데, 영화를 보고 다행이구나 싶었다. 아직 채 성인이 되지 않은 분들이 무분별하게 따라할 수 있으니 그렇다. 많은 어린 친구들이 유튜브 채널을 쉽게 접하고 쉽게 따라가는 경향이 큰데, 유튜브의 순기능도 있으니 좋은 부분을 따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트리머를 연기한 소감은, 또 만족도는 어떤가.
개인적으로 ‘우상’이란 인물이 재미있었다. 내가 진짜 가까이하기 싫은 스타일의 사람이거든. (웃음) 허세스럽고 말만 번지르르하고 내실 없고 등등. 평소라면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까?’ 하고 물음을 던진다면, 이번에는 ‘나라면 제일 싫은 행동이 무얼까?’ 하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만족도는… 어느 영화나 드라마든 100% 만족은 있을 수 없다. <스트리밍>을 찍으면서 영화 <동주>(2016) 생각이 많이 났었다. <동주>를 찍을 당시 감독과 배우만이 아니라 미술팀, 조명팀 등 모든 스태프가 모여서 의논하며 작업했고 그래서 소중한 작품으로 남았는데 이번 <스트리밍>도 마찬가지였다. 전 스태프가 옹기종기 모여서 마치 공부하듯이 만들어 갔다.

극의 상당 부분이 스크린 앞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스크린라이프 방식의 작품을 해보니 어떻든가. 전작들과 달랐을 것 같다.
롱테이크 씬을 원테이크로 가야 해서 카메라 앵글로 컷을 조절할 수 없었다. 컷이 들어가는 이유는 템포와 속도감을 살리기 위해서인데 컷을 나눌 수 없으니 스스로 템포감을 살려야 했다. 자세히 보면 나름의 노력이 많이 들어가 있다. (웃음) 표정으로 리듬감을 준다든지, 일부러 카메라 밖으로 나가는 등 관객의 시야에서 벗어남으로써 호기심이나 불편한 느낌 등을 전달해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상대방의 리액션이 없이 홀로 연기해야 했는데.
바로 그 점이 <스트리밍> 대본을 읽고 재미있겠다 싶은 부분 중 하나였다.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매체는 호흡이 짧은 편이다. 컷을 나누어 찍다 보니까 대사가 길어봤자 네다섯 줄이면 끝인데, 이번 ‘우상’의 대사는 주르르 있는 것이 연극 연습할 때가 생각나더라. 1인극 연극하듯이 접근했다.

이번 우상 캐릭터의 완성은 옆을 쓸어 올린 헤어스타일이 아닌가 한다. (웃음) 이외에도 의상이나 문신 등 외적인 측면에 신경을 많이 썼더라.
그 머리가 당시(2021년)에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하하. 원래는 일반적인 스타일이었는데 테스트 촬영을 해보니 너무 평범한 거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우상의 힘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데 지루하지 않으려면 캐릭터가 좀 독특해야겠더라. 그래서 테스트 촬영 후 감독님과 긴급회의를 해서 만든 스타일링이다. 좀 더 과시적이고 캐릭터성이 살리도록 헤어나 문신, 귀걸이, 그리고 슈트도 예산을 초과해서 쓰리피스로 변경했다. 의상실장님과 분장실장님도 좋다고 오케이 하셨다.

우상의 범죄채널이 1위를 꾸준히 유지한 이유가 뭘까. (웃음) 과거 경찰공무원 9수생이라는 언급도 있는데.
우상은 ‘경찰이 되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돈 못 번다’라는 식으로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을까. 거기에 어느 정도 못나지 않은 외모와 언변 그리고 사람을 휘감는 매력이랄지. (웃음) 우상이라는 존재로 하여금 위험한 것에 끌리게 되는 느낌을 주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과거의 찌질했던 캐릭터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두운 집에 들어갈 때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카메라 맨을 앞으로 밀어 넣고, 자기는 뒤로 빠진다든지, 찔리는 일이 있거나 자존심을 건드리면 과하게 욱하면서 반응하는 등. 과대 포장된 자신에게 심취해 있지만, 여전히 그 속은 찌질한 인물로 표현하려 했다.

허세스럽고 어딘가 우스운 우상의 모습과 달리, 초중반부 ‘마틸다’의 목을 조르는 부분에서는 분노조절 장애 같은 폭력적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 장면에서는 우성의 톤앤 매너가 달라서 혹시 소시오패스적인 성향이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하더라.
소시오패스는 아니고, 이 친구가 긁혔을 때 더욱더 예민하게 과민반응을 해야 평소의 찌질한 부분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게 톤을 잡았었다. 겉으로는 뭔가 있어 보이지만 그 속은 유약하고 찐따 같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조장호 감독은 당신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보고자 캐스팅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새로운 얼굴을 발견했는지.
음… 나는 매일 보는 얼굴이라 새로운 얼굴이라고 생각해 보지 않았다. (웃음)

애드립이 많았다고.
마지막 우상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뛰는 부분은 아예 풀 애드립이었다. 원래는 우상이 힘들어하다가 바로 스튜디오로 넘어가는 씬이었는데, 연결 시퀀스가 약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독님께 양해를 구하고 한 번 카메라를 직접 들고 뛰어 보았다. 다행히 원테이크로 한 번에 오케이 났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이렇게 비호감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없는데 해보니 어떤가 혹시 후련함이라도? (웃음)
평소에 화를 잘 안내는 편이라, 화내는 연기하면서 그 화를 해소하냐는 질문을 듣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연기하면서 한 번도 무언가를 해소한 적은 없다. (웃음) 어떤 감정으로 화를 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 달라서 오히려 고민하게 된다. 우상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하면 지루하지 않게 할지 고민하다 보니 후련함 같은 건 느끼지 못했다. 혼자 이끌어 가니 기본적으로 지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최대한 덜 지루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해 나갔었다.

평소 라이브 방송을 보며 댓글을 다는 편인가. <스트리밍> 챗팅 창의 댓글들이 너무 찰지던데. (웃음)
라이브 방송을 보기는 하는데 댓글은 쓰지 않는다. 채팅창 글들은 감독님이 내용을 써주면 막내 스태프들이 요즘 언어로 바꾸어 주었다. 너무 한물간 표현을 하면 안 되니까 그들의 감수를 거쳐서 탄생한 댓글들이다. 하나하나 수작업이라 댓글 작업이 진짜 오래 걸렸다. 똑같은 내용을 쓸 수도 있지만, VOD 등 가정에서 보실 경우 일시 정지를 누르고 읽어볼 수 있으니까. 같은 댓글이 있으면 요즘 말로 짜쳐 보여서… (웃음) 감독님, CG팀, 막내 스태프들이 내용과 타이밍을 맞춰 정성껏 만들었다.

알다시피 요즘 극장가 상황이 좋지 않다. 원톱 주인공으로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을 터다.
다 같이 만들었기 때문에 원톱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함께 만든 기억이 너무 소중해서, <스트리밍>을 많은 분이 봐주시면 감사하겠고, 개인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말 독서실에서 스터디 모임 하듯이 장면 하나하나 의논해서 만든 영화라, 스태프들이 기뻤으면 좋겠다.

VIP 시사 때 많은 지인이 왔다고. 반응은 어땠나.
아무래도 지인이다 보니, 대체로 좋게 봐주신 분이 많아서 기분 좋았다. 평소 친분이 있는 감독님께 제일 기분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 감독님이 저예산 독립영화로 독특한 영화를 예상하고 오긴 했지만, 어떻게 (그 예산에서 이렇게 잘) 촬영했는지 놀라시더라. 조장호 감독님께도 이 기쁜 소식을 알려 드렸다. (웃음)

<스트리밍>을 통해 새롭게 알거나 배운 부분이 있다면.
예전부터 카메라 앵글 등 카메라 촬영 기법에 관심과 고민이 많았다. 다른 작품할 때도 무슨 렌즈를 사용했는지, 각도나 움직임, 프레임 등에 대해 귀찮을 정도로 카메라 감독님께 질문하곤 했는데, 이번에 하면서도 많은 걸 알게 됐다. 내가 알고 찍으니 더욱더 재미있더라. 그간 알고 있던 걸 활용하면서 더 공부가 됐다고 할지. 원래 내가 카메라 들고 계단 올라가는 씬도 없었는데, 내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도해 본 결과였다. 그립팀 실장님, 카메라 감독님 모두 ‘일단 해봐’라는 마인드라 너무 좋았다.

그렇다면 연출에도 관심이 있을까.
그건 아니고 연기만 똑바로 하려 한다. 카메라를 알게 되면 연기하는 입장에서 수월해지는 부분이 있다. 그냥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와 호흡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고 할지. 예를 들면 감독님이 렌즈를 바꾸셨을 때 그 렌즈의 용도를 알면 내가 어떻게 비춰질 지 그 변화를 아니까 촬영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을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아 이번에는 무언가 포인트를 주고 싶은 거구나’ 같은 걸 이해할 수 있다. 이렇듯 연기하면서 시야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면.
여행 유튜브를 자주 보는데 사람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워킹 캠이라고 해서 걸어가면서 앞에 찍힌 풍경 보는 걸 좋아한다. 오디오도 말소리가 아니라, 걷는 발소리나 바람 소리 등 자연의 소리만 담기는 것을 선호한다. 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페인도 다녀오고 설산도 다녀오고 여러 곳 갔다 왔다. (웃음)

이 영화를 보러 온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영화를 보고 ‘이러이러한 것을 느끼세요’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실시간 스트리밍이라는 아마도 새로운 형식의 영화일 것 같아서, 핸드폰 액정이나 TV, 모니터보다는 스크린에서 커다란 화면으로 보는 편이 좋지 않을까. 라이브 방송을 스크린을 통해 볼 기회가 드무니, 극장에서 보면 좋은 경험이 되시지 않을까 한다.



사진제공. 티에이치컴퍼니


2025년 3월 24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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