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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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마의> (2012) 이후 조보아가 다시 사극 <탄금>으로 시청자를 찾았다.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도전이라는 조보아다. 특히 이번 그가 맡은 캐릭터는 실종된 후 12년 만에 돌아온 동생 ‘홍랑’에 대한 의구심과 새롭게 싹트는 연민의 감정 사이 혼란을 겪는 인물. 내·외적으로 표현할 부분이 많은 캐릭터다. 하루하루 집중하며 촬영한 <탄금>과 ‘재이’를 통해서 연기에 대한 긴장감과 욕심이 더욱 커졌다는 조보아를 만났다. 결혼 후 한층 더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일하게 되었다며 활짝 웃는다.
드라마 <마의> 이후 두 번째 사극이다. 사극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극이라는 장르 자체가 내게는 큰 도전이었지만, 열심히 재미있게 준비했다. 10년 전 데뷔 직후에 <마의>를 하면서 사극이라는 장르가 굉장히 어려웠기에 쉽게 하면 안 되겠다는 경각심이 생겼다. (웃음) 그 후 드라마 <구미호전> <이 연애는 불가항력>에서 사극의 옷을 살짝 입어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한복을 입고 옛 시대 모습을 표현하고 싶은 생각이 컸던 것 같다. 사극은 고증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말투라든지 그 시대의 행동 같은 부분을 좀 더 창의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 가는 재미가 더 큰 것 같다.
사극의 묘미는 아무래도 한복이라 하겠는데 <탄금>은 특히 더 신경 쓴 인상이다. ‘민연의’(엄지원)의 화려함과 ‘재이’(조보아)의 단아함까지, 다채로운 미를 보여준다.
글로벌 시청자를 위해 한국의 미를 살려보고자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쓴 걸로 알고 있다. 캐리터가 가진 특징, 다시 말해 캐릭터성을 의상으로 많이 표현했다. 재이 같은 경우는 절제되고 억눌린 느낌이 나도록 했다. 한복만이 아니라 국내 아름다운 명소를 정말 많이 돌아다녔다. 이런 공간과 한복의 아름다움과 한국의 옛 문화 등을 관심있게 봐주시면 좋겠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한국에 ‘조보아’라는 배우가 있다고, 내 존재감을 알아주셨으면! (웃음)
<탄금>을 통해 연기적으로 얻은 부분이 있다면?
연기에 대한 긴장감과 욕심을 더욱더 안겨준 작품인 것 같다. 연기에 대한 활력도 그렇고 하루하루 집중하며 재미있게 촬영했었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을 또 만나고 싶고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을 안겨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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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이가 지닌 이복동생 ‘홍랑’(이재욱)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 특히 끌렸다고.
맞다, 원작보다 대본을 먼저 봤는데 한 편의 소설책을 읽는 것 같았다. 그만큼 흡인력이 크고 스토리의 힘이 있었다. 두 번째 읽으면서는 재이라는 캐릭터가 좀 더 잘 보이더라. 그가 가진 동생에 대한 애틋함, 가족들에게 인정받지 못함과 핍박에 연민이 생겨서 이를 꼭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 후 원작을 읽었는데 드라마가 원작보다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원작은 굉장히 파격적이고 좀 더 비극적으로 치닫는 결말이더라. 각자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동생과 우애가 매우 깊다고 밝힌 바 있는데 조보아는 어떤 언니인가. (웃음)
네 살 차이의 여동생이 있는데 동생이랑 관계가 아주 좋다. 동생에게 나는 무언가 약간 부모님 같은 느낌, 나는 동생을 다소 자식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동생은 누구보다 내 작품을 먼저 봐주고 응원해 주는 친구다.
재이는 여러 층위의 감정을 보여주는 인물인데 어떻게 구축해 나갔나.
결말까지 보면 굉장히 비극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부터 가족에게 핍박받고 그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지 않나. 유일한 가족이라고 여긴 홍랑이 실종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고 오로지 그를 찾기 위해 12년 간의 시간을 보낸다. 그때그때의 감정이 모두 다를 것이고, 그 감정선의 폭이 너무 크기에 이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가장 중점을 둔 감정은, 제일 매력적이라고 느낀 부분인 동생과의 우애와 사랑이었다.
재이가 하는 대사의 표현과 톤이 너무 현대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부모님 등 어른을 대할 때는 진지하게 사극톤으로, 홍랑과 ‘무진’(정가람)을 대할 때는 조금은 현대적이라도 감정을 잘 보일 수 있게 하자고 이야기하고 들어갔었다. 작가님 역시 대사를 너무 딱딱하지 않게 써주셨다.
오라버니인 ‘무진’과 동생 ‘홍랑’을 대할 때 어떻게 차이를 두려 했나.
무진과 홍랑을 대하는 표현과 감정을 정반대로 가져갔었다. 초반에 보인 홍랑에 대한 경계심을 무진의 집착을 보면서부터는 무진에게로, 또 초반의 무진을 향한 우호적인 감정을 후반부로 가면서는 홍랑에게로 점차 바꾸어갔다. 감사하게도 대체로 순서대로 촬영해서 감정선에 방해가 되지 않고 좀 더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앞뒤 순서를 바꾸어 촬영할 때는 모든 걸 잊고 해당 장면에만 집중하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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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랑의 친모인 ‘민연의’(엄지원)에게 무진장 미움과 핍박을 받지 않나. (웃음) 촬영하면서 엄지원과 호흡은 어땠나.
앙상블이라고 표현할 만큼 좋았다. 선배님이 주신 것만큼, 또 준비한 것 이상으로 더 표현할 수 있었다. 지원 선배는 카메라 밖에서는 세상 온화하신데, 강아지 이야기 등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하다가 슛만 들어가면 갑자기 민연의가 되셨다. 카메라의 온·오프가 명확해서 촬영하면서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홍랑’ 이재욱과의 호흡은 어땠나. 별명이 ‘천사’라고.
재욱 배우는 아주 스마트하고 어떨 때는 오빠라고 느껴질 만큼 성숙한 친구다. 특히나 액션을 진짜 잘해서 그가 하는 액션들을 시청자 입장에서 감탄하면서 봤었다. 또 현장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어서, ‘너는 정말 천사야’ 하면 굉장히 낯간지러워하는 거다. (웃음) 재미있어서 자꾸만 부르다 보니까 별명으로 굳어지게 됐다.
<탄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인간의 끝없는 욕심 혹은 탐욕이라고 할지. 각 인물들이 갖고 있는 각기 다른 욕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진상이 많이 남고, 한참을 생각하게 되더라. 더불어 금지된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한다.
조보아가 사극을 만나면 기구한 서사라는 이야기가 있는데.(웃음)
개인적으로 비극적인 서사를 좋아해서 보다 더 기구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다른 작품에 또 다른 이야기로 딥한 감정을 표현해 보고 싶다. 공포나 스릴러, 비극적인 새드 엔딩인 작품이 보다 더 메시지가 명확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 그렇다. 좀 더 이입되면서 무언가 감정이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탄금>은 결혼 이후 처음으로 공개된 작품인데, 결혼 생활은 어떤지. 이 기회에 남편 자랑이라도.(웃음)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잘 생겼으니, 결혼까지 했겠지! (웃음) 행복하고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사실 일하는 데 있어서 크게 달라진 점은 못 느끼겠고 마음에서 오는 편안함이 있다. 결혼해서 행복감이 더 커졌다기보다는 매일매일이 순조로운 것 같다. 여기서 오는 안정감이 너무 좋다. 또 평소 내 일을 존중하고 사랑해주기에, 로맨스 부분도 당연히 잘 이해해 준다. 이번 <탄금>도 아주 재미있다고 정주행했다.
디즈니+ <넉오프>가 상대 배우 이슈로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 참여한 배우로서 유감이겠다.
말씀드리기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대본도 재미있고 출연진, 스탭들 모두 너무 열심히 재미있게 촬영했다. 애정이 크게 담긴 만큼 언젠가는 (공개되어) 그 에너지를 나눠드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진제공. 엑스와이지 스튜디오
2025년 6월 9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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