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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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머리 위로 연결된 붉은 선을 보는 능력을 타고난 ‘현흡’, 원치 않는 능력으로 비극적인 가정사를 겪은 후 은둔형 외톨이로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다. 이 붉은 선은 이른바 ‘S라인’으로 성관계를 맺은 사람끼리 연결되어 있다. 바깥세상과 스스로를 격리한 현흡을 연기한 이는 10년차 베테랑 아이돌 그룹 ‘오마이걸’의 막내 ‘아린’이다. 아무렇게나 자른 듯한 더벅머리와 창백한 피부, 경계심이 가득한 눈초리의 소녀 ‘현흡’을 본 시청자의 반응은 “아린 인 줄 몰랐다” 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팀의 막내로 밝고 맑은 모습으로 사랑스러움을 뿜뿜했기 때문. “아린 맞아?”라는 피드백이 제일 기쁘고 인상 깊었다는 아린을 만났다. 평소 도전하는 것에 큰 두려움이 없다는 그녀다. 어떤 장르든 역할이든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꿈이라면서, 지난 10년 걸그룹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왔듯이, 앞으로 10년 후회 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배우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마지막 6화에서 장르가 확 변한 느낌이다. 결말은 어떻게 봤는지.
원래가 판타지 스릴러인데 앞부분이 학교생활 중심의 일상적인 톤이라 후반부의 판타지 요소가 더 부각되지 않았나 싶다. 6화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다 담으려다 보니… 뭔가 더 담겼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현흡’(아린)에게만 사람들 머리 위로 붉은 선, 일명 ‘S 라인’이 보이고, 이 선이 성관계를 의미한다는 파격적이고 독특한 설정이다. 처음 제안을 봤고 어땠는지. 그간 보여준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인데.
장르 자체가 파격적인 데다, 말씀하셨듯이 기존의 이미지나 역할과 다른 도전적인 캐릭터라 흥미로웠다. 한편으로는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풀어나갈지 생각했던 것 같다. 제안받을 당시는 대본을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라 꼭 도전해 보고 싶었다. 내용을 끝까지 다 알고 들어가는 것보다 오히려 감독님과 같이 만들어 가는 상황이라 좋았다. < S라인 >을 하면서 장르물을 더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장르물에 대한 애정을 더 크게 해준 작품이다.
장르물도 여러 종류인데, 어떤 장르물을 하고 싶은지.
액션씬이 많은 작품을 아주 좋아하고 재미있게 보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해서 언젠가는 멋있고 통쾌한 연기를 꼭 해보고 싶다. <신세계>, <도둑들>, <범죄도시> 시리즈 같은 누아르 장르를 좋아한다.
소속된 걸그룹 ‘오마이걸’은 청순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그중 막내로 크게 사랑받아 왔는데 팬들이 이번 변신으로 놀랐겠다. (웃음) 다양한 반응이 있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저희 팬분들이 막내로서 아껴주시다 보니까 많이 놀라신 것 같기는 하더라. (웃음) 다행히 ‘배우’ 아린으로서 첫 출발을 많이들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 촬영할 당시에 ‘현흡’ 이라는 캐릭터에 집중하느라 평소보다 말이 많이 없었는데 (그룹) 언니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었다. < S라인 >이 공개되고 나서는 ‘이런 스타일도 매력적’이라고, 놀랐다고 하더라. 또 이런 모습이 ‘아린’에게서 나올 수 있구나, ‘아린 맞아?’ 이런 반응을 보고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스스로는 변신을 어떻게 봤는지.
음, 매화 공개될 때마다 가족들과 보며 주변의 피드백을 들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가족들도 ‘너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면서 봤다고, 현흡으로만 보게 됐다’고 해서 다행이다 싶었다. 나 역시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은둔형 외톨이 같이 홀로 지내는 현흡의 모습에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았다.
현흡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해 나갔는지.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현흡은 자신의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는 아픔을 겪었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이 외로운 생활을 해 왔다. 남에게 피해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칩거하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는데, 이런 데서 오는 아픔과 남다름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심했다. 또, 또래 친구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도 있어서 이를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지도 고민이었다. 결국 현흡이 ‘S라인’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지에 집중했던 것 같다. 현흡이 작품에 잘 묻어날 수 있는 데 중점을 뒀고, 이는 언제나 연기하면서 주어진 큰 숙제 같다. 앞으로도 좀 더 다른 색깔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어려웠던 점은, 아무래도 기존의 밝은 모습과 다른 차분하고 조용한 면을 표현하려다 보니 처음에는 좀 낯설게 다가왔었다. 또, 붉은 선이 CG로 어떻게 구현될지 몰라 상상으로 연기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현흡의 감정을 표현할지 고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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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단발에 더벅머리 등 외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줬던데.
감독님이 현흡에 대해 매우 확고한 이미지를 갖고 계셨다. 머리는 짧은 컷을 원하셨고, 나 역시 이번 기회에 짧은 머리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더벅머리 같은 경우는 현흡이라면 미용실에 가서 단정하게 자르기보다 혼자 집에서 막 잘랐을 것 같은 모습을 표현한 거다. 피부나 톤은 현흡이 집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 친구라 창백하고 관리를 안 하는 모습으로, 버석해 보이도록 메이크업했다. 이 외에도 눈썹을 아예 정리하지 않았고 주근깨를 표현하는 등 외적으로도 많이 신경썼다.
만약 S라인을 볼 수 있는 안경이 실재한다면 볼까, 안 볼까. (웃음)
촬영하면서 우리끼리 비슷한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굳이’ 였다. (웃음) S라인을 보면 무언가 곤란하고 알고 싶지 않은 상황이 생기니 말이다. 다들 굳이 쓰고 싶지 않다고 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극 중에는 욕망과 호기심 때문에 이 안경을 가지려고 다투는 상황이 발생하지만, 현실에서라면 안경을 써서 과연 좋을까 싶다.
< S라인 >을 통해 스스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이번에 현흡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무언가 힘을 빼고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초반에 일진들과 대립하는 씬이다. 소중한 친구가 그들 무리에게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용기를 내어 일진에 맞서는 모습에 연기하면서도 희열을 경험했다. 또 이런 당당함에서 오는 매력을 많이 느꼈다.
수조씬도 고생했겠더라.
수영장에 가서 잠수 연습을 많이 했다. 물속에서 감정 연기, 그러니까 표정 연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이 부분이 어려웠다. 옆에 있는 고무 풀장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고 촬영이 끝나면 그쪽에 가서 몸을 녹인 기억이 생생하다. 또 라면 먹는 씬도 있어서 허기도 달래가면서 늦게까지 으?으?하며 촬영했다. (웃음) 카메라 감독님도 같이 잠수해서 촬영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도, 죄송한 마음도 있다. 나중에 보니 감정을 좀 더 표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첫 주연작으로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거기다 음악상 수상까지! 칸은 어떻든가.
너무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가기전에도 너무 설레고 믿기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으면서 ‘언제 또 한 번 이런 자리에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후회 없이, 감독님과 배우분들과 즐겁게 보냈다.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은 없는지.
너무 재미있는 작품이라 6화로만 끝나는 아쉬움이 크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했지만, 6화 안에서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시즌2에 대해서 들은 바는 없지만, 기대 중이긴 하다. (웃음)
연기 지향점이 있다면.
어떠한 이미지로 굳혀지기보다 느리고 더디더라도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의 새로운 면을 끌어 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노력하려 한다. ‘아린’이 아닌 작품의 캐릭터로 기억되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 어떤 장르나 역할에 잘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으려고 한다. 다행히 도전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웃음)
마침 오마이걸 데뷔 10주년이다. 지난 10년을 돌아본다면.
어느새 10년이다. 정말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걸 몰랐을 정도로 열심히 달려왔고 행복했고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오마이걸로서도 개인적으로도 단단해졌기 때문에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많이 서툴렀던 내가, 좋은 멤버들과 함께 풍성한 10년을 보낼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 10년이 된 지금, < S라인 >으로 배우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섰고 또 성장하고 있어서 이후의 시간이 기대된다. 앞으로 10년, 후회 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배우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사진제공. ATRP
2025년 8월 7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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