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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응원이 있어 가능했다” 넷플릭스 <애마> 이하늬 배우
2025년 9월 9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우아하고 꼿꼿한 자태, 화려한 의상, 연극톤의 목소리와 꾸민 듯한 말투까지. 마치 1970년대 스크린 속 여배우가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애마> 속 ‘희란’ 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 제목을 들어본 영화 ‘애마부인’의 탄생기를 그린 픽션 코미디. 1981년, 한국을 강타한 에로 영화의 스포트라이트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목소리 낸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가 그 주인공이다. 이하늬는 ‘젓가슴’만 부르짖는 제작자(진선규)를 상대로 과감하게 맞짱뜨는 담대한 ‘희란’으로 분해 완벽하게 소화해 내었다.

“2025년에 <애마>라는 작품이 나온 것 자체로 너무 의미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이하늬를 화상으로 만났다.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더욱 치열하게 연기에 임하고 있다는 그녀는, “마지막 작품이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도록” 몸이 부서져라 진심을 다한다. 그 모든 과정에서 배우자의 응원이 있어 가능했다고 전하는 이하늬에게 <애마>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둘째 출산에 임박해 <애마>가 공개됐다. 소감 한 말씀. (웃음)
농담처럼 이번 주는 <애마>를 낳고, 다음 주에는 아기를 낳는다고 말하곤 한다. (웃음) 모든 작품에 애정이 있지만, 특히 <애마>는 2025년에 이러한 작품이 나온다는 것 자체로 너무 의미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정말 많이 변했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이 아닌가 한다. 여배우로서 혹은 소수자로서 부당한 상황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인간으로서 또 작품으로서 축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한편으로는 1980년대 충무로를 배경으로 한 로컬한 이야기인데 한국 시청자, 나아가 글로벌 시청자가 어떻게 보실지 궁금하고 설렌다.

언급한대로 매우 로컬한 소재요, 이야기인데 글로벌 시청자에게 소구점은 무얼까.
로컬 소재지만, 관통하는 포인트는 투쟁적인 역사와 여전히 그 연장선 상에 있는 주제라, 이에 공감하고 좋아하시지 않을까 한다. 극 중 주애가 하는 말처럼 ‘80년대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들뜨지만, 여전히 세상은 X 같다’ 그럴수록 더 단단하게 맞서야 한다는 것처럼, 부당함과 싸우는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는 선택의 중요성은 시대와 국가를 넘어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사실 <애마>의 뒷부분은 약간 판타지 같은 요소도 있는데, 정말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떨까. 진일보가 아닐까. (웃음)

극 중 ‘희란’만 유독 80년대 영화배우 톤인데, 희란 캐릭터를 구축할 때 어떤 점에 신경썼는지. 또 이해영 감독의 디렉팅은.
80년대 작품과 인터뷰를 많이 참고했다. 이해영 감독님이 워낙 디테일한 분이라 걸음걸이, 말투, 서울 사투리의 강도까지 세밀하게 상의했었다. 희란은 집에서도, 밖에서도 꼿꼿하고 우아한 태도를 가진 인물이라고 설정했다. 그래서 약간 과장된 톤과 인터뷰 방식으로, 80년대 특유의 향수를 담으려 했다.

장미희 배우가 떠오른다는 평이 많은데 특정 배우를 참고했는지.
그 시기에 태어났기 때문에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당시의 공기와 분위기를 연구하면서 준비했었다. 특정한 배우를 모델로 삼지는 않았고, 70~80년대 배우들의 인터뷰를 많이 찾아봤다. 장미희 선배님도 그중 한 분이다. 정말 당대 최고의 배우셨고, 전성기의 모습이 충격적일 정도로 멋지시더라. 극 중 희란이 부른 ‘새벽비’의 원곡자인 혜은이 선배님도 그렇고, 현재와는 스타일링이 다르지만, 전혀 촌스럽지 않더라. 정말 시대를 초월하는 슈퍼스타 같다.

희란의 비주얼적인 포인트는.
희란을 연기하면서 원래 내게는 없는 호흡을 해야 했어서, (웃음) 뭐랄까 고양이 같은 선의 움직임을 보이려 했다. 예전에 뮤지컬 <시카고>에서 ‘록시’역을 할 때 고양이를 모티브로 그 움직임을 탑재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이번에도 비슷하게 우아한 몸짓이나 선의 움직임 등 단단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모습을 보이려 했다. 한마디로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살짝 주는 포인트가 정말 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신경 썼던 것 같다. 걸음걸이에서도 고양이가 탁 낚아채는 걸 연상하면서 연습했었다.

희란의 감정 변화는 어떻게 접근해 갔나.
신인 배우인 ‘주애’(방효린)도 성장하지만, 희란도 그 변화의 포인트가 분명이 있다. 4회 초반, 연회장에서 주애와 마주하는 장면이 전환점이라고 생각했다. 희란이 자기도 모르게 부당함에 타협하고 침묵해 왔다면 주애를 마주하고부터는 그 내면에 어떤 변화가 생긴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다’는 결단이 생긴 거지. 부조리한 현실에 익숙해지던 희란에게 성장의 계기가 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주애와 희란의 관계가 처음에는 적대에서 점차 연대로 바뀌어 가는 점이 이 작품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가 아닌가 한다.
감독님이 정말 대본만 따라가면 그 관계성이 보이게끔 잘 써주셨다. 꼿꼿하고 한치의 틈도 없는 희란에게 주애라는 인물이 어떤 포인트를 마련해 주지 않나. 주애를 바라보면서 여자로서, 그 시대를 살아가는 배우로서 동질감과 연민을 갖게 되고 연대하게 되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누군가 ‘여자들만 연대해도 세상이 1도는 올라갈 것’이라는 이야기처럼, (웃음) 현장에서도 그렇게 효린 씨와 호흡을 맞춰갔었다. 배우들은 같이 연기할 때 ‘탁’하고 호흡이 맞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아, 너 정말 연기에 진심이구나’ 싶은 모멘트가 클릭됐을 때 상대방과 내가 혼연일체가 된다는 느낌이 든다. 효린 씨와도 이렇게 주고받으며 연기했다. 수개월을 같이 하면서 서로가 깊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저질 영화제작자 ‘구중호’를 연기한 진선규와 다시 호흡을 맞추었는데, 후반에는 살벌한 육탄전을 벌이기도. (웃음)
진선규 선배야 뭐,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이제는 뭘 해도 서로 받아줄 수 있고 또 선배가 연기를 너무 징그럽게 잘하지 않나. 함께한 것만으로 30% 정도 복지가 올라간 것 같더라. (웃음) 정말 양아치 같은 연기를 현장 1열에서 보면서 박수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애마>는 모든 씬마다 코멘터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너무 많은 스토리와 비하인드가 있다. 그중 구중호의 비하인드도 빼놓을 수 없다. 언급한 수영장 육탄씬의 경우, 촬영 당시 선규 선배가 B형 독감에 걸려서 정말 열이 펄펄 났었다. 그래서 나 역시 허투루할 수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 촬영을 12월 22일부터 25일 아침까지 했는데 너무 추웠지만 마지막에 실제로 눈이 예쁘게 펑펑 내렸었다. 너무 아름답게 한 촬영이었다.

연회 장면을 비롯해 실제 인물을 연상케 하는 부분도 꽤 있는데 이에 부담감은 없었나.
어떤 부분에서 픽션과 논픽션을 오고 간다고 해서 부담감을 갖지는 않는 편이다. 사실을 구현하고 재현한다기보다 80년대 분위기나 당시 사회상을 희화화한 것 아닌가. 직접적으로 이야기해서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당시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연회 장면은 어떤 면에서는 매우 드라마적이면서 동시에 판타지적이고, 또 주애와 희란의 관계에 있어서 전환점을 맞는 장면이라, 부담보다는 잘 살려보자는 마음이 컸었다.

<애마>의 자극적인 소재에 출연 망설임은 없었나.
처음에 이해영 감독님이 ‘애마’라고 하셔서, 영화 <애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들은 바는 있어서 덥석 ‘하겠습니다’라는 말 대신 대본을 주시면 생각해 보겠다고 했었다. (웃음) 그런데 대본이 너무 재미있는 거다. 재밌는 대본에 무엇보다 끌리는 것 같다. 동시에 2025년에 어떻게 이런 작품을 하실 생각을 하셨는지, 감독님이 정말 브릴란트(Brilliant) 하다고, 작가로서도 대단하다고 감탄했다. 자극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아 용기 낼 수 있었다. 배드신도 소비적이지 않고 건강하게 담겨 있어서, 좀 더 과감하고 자유롭게 성에 대해서도 캐주얼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애마>의 주인공인 안소영 배우와 만났다고.
이번에 촬영장에서 처음 뵀는데, 정말 반가웠다. <애매>를 준비하며 자료 등을 찾아봤기 때문에 (당시에) 얼마나 고생했을지 너무 잘 알고 있었거든. 그때 보호장치도 없이 생짜로 찍었다는 비하인드를 들었어서, 이번에 선배님을 뵙자마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넙죽 인사드렸다. 이런 선배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우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80년대에 배우로 활동했다면 어땠을 것 같은지.
아마 좀 더 예민한 배우가 되었을 것 같다. 배우가 편해지려면 주변 환경의 배려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80년대는 정말 녹록하지 않았겠더라. 영화 제목이 ‘타오르는 아궁이’ 일 정도로 (웃음) 드러내 놓고 성인영화를 하겠다고 한 시기라, 이때 여배우로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애마>를 찍으면서 많이 생각했었다. 한편으로는 여배우가 왜 예민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되기도 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 주애를 바라보는 희란의 심정, 배우로서 공감되든가. (웃음)
요즘은 후배분들이 너무 잘하셔서… (웃음) 나, 진선규 선배, (김) 남길, 이렇게 셋이 있는 단톡방이 있는데, ‘우리 큰일 났다. 이렇게 다들 잘하면 우리 설 곳이 없다’라고 농담하기도 한다. 후배를 경계한다기보다 스스로 좀 더 진지하게 연기를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크다. 대체불가 배우가 되면 오래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웃음) 취미도 많은 편이고 무언가를 하는 걸 좋아해서 많을 걸 해봤어도 연기보다 재미있는 걸 못 찾았다. 지금은 낚시라고 치면, 그 찌가 흔들리는 맛을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예전엔 잘 안되던 부분이 조금씩 잘 되게 되는 이런 확장이 즐겁고, 스스로를 보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기도 한다. (연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솔직히, 너무 많은 변수가 있으니 매 작품마다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이런 마음으로 하니 한 작품 한 작품 더 소중해지는 것 같다.

내용은 그렇지 않은데 ‘야한 느낌’이 드는 오해의 여지가 있는 작품인데, 배우자의 응원이 있어서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정말 그렇다. 그 응원이 있어서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진짜 은인 같은 사람을 만나서, (웃음) 싱글 때보다 훨씬 과감한 연기를 할 수 있는 제반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배우로서의 행보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라 결혼이 가능했고, 또 배드씬의 경우 같은 배우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일 수 있는데 무던하게 바라봐 준다. 무엇보다 배우 이하늬가 성장해 나가는 걸 지켜봐 주어서 감사하다. 출산 후에는 좀 더 치열하게 작품에 임하고 있다. 왜냐하면 매우 소중한 존재를 집에 두고 촬영장에 가는 입장이라, 시간 대비 기회비용이 너무 세져서 그렇다. (웃음)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시간 그리고 작품이길 바란다. 그래서 전투모드로, 마지막이라 해도 후회가 없는 작품이 되도록 몸이 부서져라 연기한다.

세금 문제 등 이슈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심경을 밝힌다면.
살면서 억울한 일은 항상 있는 것 같고 견해차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 송구한 마음이다. 나만의 작품이 아니라서 나로 인해 작품에 누가 되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무엇보다 컸었다. 이미 세금은 완납했지만, 그 적법성 여부는 조사를 의뢰한 상태로 아직 과정 중에 있다. 거의 4년째, 첫째 임신과 출산 때도 세무 조사가 있었던 지라 이번에는 조금은 의연해진 상태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9월 9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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