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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큰 발자국을 남긴 작품” 넷플릭스 <굿뉴스> 홍경 배우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연대에서 오는 위로가 있다고 생각해요.” 위로의 이름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어떤 마음은 그 자체로 전해진다. 홍경은 <굿뉴스>가 그런 영화라고 말한다. 세대를 막론하고 전해지는 울림, 웃다가 씁쓸해지고 어느 순간 생각에 잠기게 하는 힘 말이다. 홍경은, 일본 적군파의 하이재킹으로 북한으로 향하게 된 비행기를 다시 하이재킹하는 데 성공한 항공관제사 ‘서고명’ 역을 맡아, 이상과 야망이 교차하는 복잡한 내면을 그린다. 영화 <청설>(2024)의 파릇파릇한 청춘과는 달리, 이번엔 뜨거움과 야망을 품은 성숙한 어른으로 돌아왔다. “고명에게 뜨거움이 있다면, 제 안에도 비슷한 에너지가 있어요.” 자신 안의 열망과 닮은 캐릭터를 만난 홍경에게 <굿뉴스>는 그 자체로 “마음속에 큰 발자국을 남긴 작품”이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에 깃든 디테일과 애정을 곁에서 지켜봤다는 홍경. <굿뉴스>를 “매우 밀도 높고, 자신 있게 좋은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굿뉴스>에 대한 반응이 매우 좋다. 오랜만에 만나는 수작이라는 평가다.
반응을 스스로 별로 찾아보진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좋다는 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다. 요즘은 의도적으로 무던해지려고 하고 있다. (웃음)

주변에서는 어떤 점이 좋았다고 하던가. (웃음)
구체적으로 뭐가 좋았다는 말보다 ‘기본적으로 재밌고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배우로서 기분 좋은 말이었다. <굿뉴스>는 한마디로 먹을거리가 많은 작품이다. 재밌다가도 씁쓸하고, 웃다가 뭉클해지기도 하는 다채로운 감정이 공존한다. 관객분들이 이런 감정의 결을 느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토론토국제영화제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할 때, 관객들의 반응 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토론토영화제는 문화권이 달라 감독님의 유머와 위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예상과 달리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이 웃더라. 영화의 첫 질문인 ‘과연 진실은?’ 이 부분을 직관적이고 재기발랄하게 받아들인 듯했다.

영화 <댓글부대>(2024)에서는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 부대의 일원이었다. 이번에는 여론 조작에 가담하지는 않지만, 작품 자체가 대중 선전과 호도를 흥미롭게 다룬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어느 순간 왜곡하기도 하고 단정되어지기도 하는 것 같아서, 좀 더 넒은 시야와 다채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런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에 좀 더 흥미가 생긴다.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도 좋지만, 개인적으로 그 이면에는 한 번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를 선호한다. 이번 <굿뉴스>가 내게는 그랬다.

<굿뉴스>의 어떤 점에 가장 끌렸나. 변성현 감독은 당신을 ‘해당 나이대에서 연기를 제일 잘 한다’고 극찬하기도.
아무래도 감독님 작품에 출연한 배우라 애정을 담아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다. 그래도 그렇게 봐주셨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하다. 극에서 튀지 않게 보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굿뉴스>는 블랙코미디 요소를 비롯해 여러 장르적 특징이 있지만, 가장 끌렸던 건 ‘서고명’이라는 인물 자체였다. 뜨거움과 정의로움도 있고 동시에 야망과 쟁취의 본능도 있는 친구인데 그 복합적인 면모가 너무 궁금했다. 그를 탐구하고 싶었다.

언급한 뜨거움과 야망은 한 끗 차이일 수 있는데, 그 균형을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은.
‘이렇게 보여야겠다’는 목표를 두고 달려가진 않았고,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했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 감독님과 만났는데 그때 감독님이 ‘고명은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하셨었다. 이 심장이 향하는 야망 혹은 윤리적 고민 같은 솔직한 감정을 잘 표현하여 관객이 납득하도록 하고 싶었다. 야망과 뜨거움, 그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감독님과 장면마다 조율하며 잡아 나갔다. 감독님은 최대한 고명을 땅에 붙여 놓고 싶어 하셨고, 과장된 인물들에 대한 리액션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려 했다. 내면연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재미로 다가오는 편이다. 프리프로덕션 기간이 4~5개월 정도 있어서 준비할 시간이 풍요로웠다. 또 내 나이에 설경구, 전도연 선배를 비롯해 여러 선배님들과 함께한다는 데 두려움보다는 셀레임이 컸다. 인생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기도. (웃음) 나도 모르게 몸에 동력이 돌고 불에 타오르는 느낌이었다.

몸에 동력이 돌다니! 재미있는 표현이다. 선배들과의 호흡에 정말 신났었나 보다.(웃음)
설경구 선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믿어 주셨고, 내가 어떤 시도를 하든 충분히 열어두셨다. 전도연 선배는 말 그대로 ‘리빙 레전드’ 였다. 류승범 선배는 현장에서 펼치는 퍼포먼스가 거의 마법 같았다. 연기외적으로도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또 박해수 선배는 나와 ‘황야에서 총 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이런 즉흥성이 현장을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또래들과는 젊음의 뜨거움을 함께 쏟아내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번엔 선배들의 리액션과 연기를 보고 겪으며 배운 게 많은 현장이었다. 어떤 현장이든, 함께 주고받으며 성장하는 것 같다.

뜨거움과 야먕, 당신에게도 있을까. (웃음) 이번 <굿뉴스>에서 부쩍 어른 같은 모습이다.
누구나 꿈을 꾸지 않나. 무언가를 뜨겁게 사랑하고 큰 애정을 가지고 끊임없이 달려가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에너지가 있는데, 고명도 내게도 있는 것 같다. ‘무엇이다’라고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비슷한 결이 있다. 일단, 고명이라는 친구에 대한 애정도나 마음이 너무 컸다. 어느 캐릭터든 나와 닮은 면도 있고 닮지 않은 면도 있는데, 그가 지닌 뜨거움과 야망이 내 안에도 있거든. 그래서 신이 났고, 시대는 다르지만 굉장히 큰 연대 의식을 느꼈다.

외적인 준비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전문 용어, 영어, 일본어 그리고 증량도 했다고.
준비 기간이 짧았으면 어렵고 힘들 수 있는데, 4~5개월을 주셨는데 못 한다 그러면 안 되잖나. (웃음) 고명이 항공관제사라, 관련된 지식과 용어 같은 부분을 밀도 있게 준비했다. 감독님과 PD님 덕분에 실제 관제사분들을 만나면서 현장감을 익힐 수 있었다. 원래 마른 편이라, 체형을 좀 더 키우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감독님과 이야기하기를, 갑작스러운 벌크업이 아닌 건강하게 찌우자고 했었다. 4~5개월 정도 운동과 식단을 병행하면서 한 7kg가량 증량했다. 평소에 신체를 부각하기보다 연기를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몸을 만드는 일이 쉽지가 않더라.

내레이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매우 안정적이더라. (웃음)
촬영 전에 내레이션을 녹음해 두고 들어갔었다. 감독님은 콘티 작업을 여러 번 할 정도로 치밀하신 분이라, 여러 톤의 균형을 맞춰가며 작업했다. 고명이라는 인물이 상황을 설명하는 듯한 톤, 또 고명으로서 직접 얘기하는 톤 등 고명이 처한 선택의 기로가 많아서, 그 굽이마다 (그가) 어떤 생각과 판단을 할지 상상하며 채워 나갔던 것 같다.

변성현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했는데, 이번 <굿뉴스>가 좀 더 특별한 현장이었던 건가. 또 변 감독은 요즘 손에 꼽히는 재능 있는 감독인데, 함께 작업해 보니 어떻든가.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선배님, 스탭들, 여러 감독님들과의 유대를 쌓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서 시간을 많이 가지려 하는 편이다. 선배님들이 나누는 대화와 여러 시도를 보면서 어떤 식으로 프레임을 채우는지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이번에 특히 설?고 신났었다. 이런 신남이 화면에서도 드러난 것 같더라. (웃음) 이번에 감독님이 후반작업 하는데 불려 주셔서 옆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는 치열한 분이더라. 동시에 현장에서는 직관적이고 유연하게 대응하신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우연한) 어떤 것을 최대한 활용하신다. 여러 면이 있지만 뜨겁고, 열정적이고, 순간을 놓치지 않는 감독님이다.

일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일본 운수정무차관 ‘이시다 신이치’를 연기한 야마다 타카유키 선배는 현장에서 집중력과 에너지가 대단하셨다. 테이블을 뒤엎는 장면은 한 번에 오케이가 났을 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비행기를 하이재킹한 적군파의 리더 ‘덴지’역의 카사마츠 쇼 배우는 사람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그 매력을 어떻게 극에 녹여낼지 본능적으로 아는 분이더라. 촬영 중간중간 서로의 연기, 나라 그리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일본어로 몇 마디 하다가 힘들면 통역의 힘을 빌리며 즐겁게 대화한 기억이 난다.

비행기를 납치한 적군파들이 만화 ‘내일의 죠’를 여러 차례 언급하는데, 알고 있던 작품인가.
사전에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내일의 죠’는 고명과 덴지 사이의 유대 형성에 영향을 주는 매개라 인지하고 들어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마지막, 아무개의 진심이 고명에게 전해지는 씬이다. 이후의 고명은 어떨지, 관객도 상상의 타래를 펼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씬이기도 하다. 또 중요하게 생각한 장면은 고명이 슬랩스틱으로 연거푸 넘어지는 장면이다. 옆으로 넘어질지 앞으로 넘어질지 다양한 의견이 있었고, 여러 테이크를 갔었다. 이 씬은 고명의 울화가 폭발하는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몸과 마음을 모두 쏟아붓고 싶었고, 조금 아파도 괜찮았다.

<굿뉴스>가 어떻게 남을 것 같나.
내 안에 있는 뜨거움과 열망을 닮은 캐릭터를 만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시대가 달라도 고명과 나는 닮아 있었고, 이런 면에서 내 마음에 큰 발자국을 남긴 작품이다.

평소 영화광으로 유명한데 <굿뉴스>를 관객으로서 평가한다면.
후반작업, 후시작업, 영화제에서 그리고 집에서까지 정말 여러 번 봤다. 블랙코미디라는 게 눈에 띄는 장르적 특징이지만, 뭐랄까 감독님이 위로라는 말을 꺼내지 않고 위로를 전한다고 느꼈다. 다시 말해 단순한 웃음이 아닌 ‘연대에서 오는 위로’를 담은 작품이다. 세대와 시대를 막론하고, 고명이라는 인물을 통해, 웃다가도 씁쓸하고 그러면서도 공감되고 나중에는 생각할 거리를 던지지 않을까 한다.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한 프레임, 한 프레임 공들여 만든 걸 곁에서 지켜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웃음)

가볍게! (웃음) 요즘 개인적인 ‘굿뉴스’가 있다면.
심심하게 살아서… 음, 좋은 영화를 보는 것이 내게는 ‘굿뉴스’다. 평소 너무 좋아하는 PTA(폴 토마스 앤더슨)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봤는데 경이롭더라. 부녀 간의 사랑 같은 끈끈한 감정도 그렇고 여튼 너무 좋았다.




사진제공. 넷플릭스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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