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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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꿈꿨던 스크린 데뷔를 드디어 이뤘네요. 이번 <살목지>를 통해 영화계에 발을 제대로 담갔으니, 이제는 이 세상에서 마음껏 수영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배우 이종원이 영화 <살목지>로 관객들을 서늘한 공포의 세계로 초대한다. <살목지>는 한번 발을 들이면 살아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다는 저수지 '살목지'를 배경으로 한 공포 영화다. 로드뷰 촬영 중 포착된 정체불명의 형체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그곳을 찾은 촬영팀이 물속의 거대한 무언가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종원은 전 여친 ‘수인’(김혜윤)을 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위험한 물속으로 뛰어드는 ‘기태’ 역을 맡았다. “연기는 매번 껍질을 벗고 다시 쌓이는 탈피의 과정 같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공포를 향한 강렬한 리액션부터 수중 액션까지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단단한 성장을 입증해 보였다. 개봉을 앞두고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이종원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개봉에 앞서 여고에서 진행한 시사회 반응이 엄청났다고 들었다. 남중, 남고, 군대를 나와서 여고는 처음 가봤다. 정말 생생한 에너지였다. 고1 학생들이 지르는 함성이 정말 대단했다. 음악 시상식 MC 때 들었던 것보다 더 크게 체감될 정도였다. (웃음) 밖까지 ‘꺄악’ 소리가 들리는데, 우리 영화가 진짜 무섭긴 하구나 싶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개봉이 딱 일주일 남았다. 현재 기분이 어떤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어떤지.
개인적으로도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봐서, 찍은 사람도 이렇게 재미있는데 처음 본 분들은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재미있다’고 확신 중이다. (웃음) 특히 쇼박스가 배급한 <만약에 우리>, <왕과 사는 남자>가 모두 잘 돼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우리 영화의 손익분기점이 80만 정도인데, 150만 명은 충분히 가지 않을까 예상한다. 시청률 등 내 예상이 지금까지 크게 틀린 적이 없다! (웃음)
평소 공포 영화를 즐기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출연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
겁이 좀 있어서 평소 공포 채널이나 콘텐츠에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이 너무 잘 됐다. 머릿속에서 장면들이 착착 그려지는 느낌이었는데, 그게 바로 글의 힘이고 캐릭터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라는 점에서도 확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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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중·후반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분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나?
그런 아쉬움은 전혀 없다. 기태는 중·후반부에 등장하지만 후반부 전개에서 워낙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데다 매우 임팩트 있게 그려진다. 수인을 향한 간절함과 직진하는 마음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만족한다. 다만 중반에 투입되다 보니 앞서 공포의 강약을 조절해온 동료들 사이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고민이 많았다. 감독님이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해주셨는데, 이에 따라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수인의 손을 잡아주겠다는 마음에 집중하니 연기가 훨씬 쉬워지더라.
기태에게 수인은 어떤 존재인가. 전 여친을 구하기 위해 한밤중 물속에 뛰어들지 않나.
음… 물속에 들어가 그녀를 끄집어낼 정도의 사랑이라면, 헤어진 후에도 기태는 혼자 수인을 계속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수인은 마음을 정리했을지 몰라도 기태에게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남아 있을 거로 생각했다.
기태도 혹시 살목지의 물귀신에게 홀린 설정이었나?
감독님이 어느 정도는 의도하신 부분이 아닐까 한다. 물귀신은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게, 또 서로를 믿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기태가 처음 살목지에 등장해 ‘물 조심하라’고 경고할 때, 감독님은 관객들이 기태의 존재에 의심을 품길 바라셨다. 그래서 연기할 때도 그 방향에 맞춰 묘한 분위기를 풍기려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는 할머니 집에서 기태가 방문 안쪽에서 딸의 손이 나오는 걸 보는 장면 등에서는 혹시 홀린 상태가 아닐까 생각하며 연기했다.
수중 장면이 인상적이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귀신은 무서워하지만 물은 정말 좋아한다. 수중 신은 영화의 키가 되는 장면이라 욕심이 났다. 대역보다는 직접 소화해야 감정적으로 풍성한 컷이 나올 것 같았다. 사실 처음엔 자유형도 못 해서 선생님들이 한숨을 쉬셨는데(웃음), 3개월 동안 파주에 있는 수중 촬영장에서 연습했다. 나중에는 5~6m까지 내려가서 작업할 정도가 되어 대역 없이 거의 다 소화했다. 배우로서 가장 뿌듯한 장면이다.
<살목지>만의 특별한 재미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
전반부터 ‘강-강-강-강’으로 몰아붙이는 느낌이다. 관객들이 쉴 틈 없이 파바바박 놀라게 된다. 특히 감독님이 공포의 포인트를 의도적으로 비튼 느낌이 있다. 관객이 ‘여기서 놀라겠지?’라고 예상하는 타이밍을 교묘하게 비틀어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터뜨린다.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명성 선배님(촬영 업체 대표 ‘경석’ 역)이 죽기 전 어떤 얼굴이 쓱 올라오는 장면이 비주얼적으로나 타이밍상으로나 가장 놀라웠고 무서웠다. 또 귀신 장면도 무섭지만, 후반부에서 차가 360도로 돌아갈 때 빨간 조명이 악마의 얼굴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다. 마치 ‘너희는 절대 나가지 못한다’고 비웃는 경고장 같았다. 감독님께 의도하신 거냐고 여쭤보니 맞다고 하시더라. 개인적으로 가장 소름 끼쳤던 장면이다.
촬영 중 겪은 무서운 에피소드는 없었나.
현장에서는 기태를 만들어가느라 감독님과 대화하기 바빠서 무서울 틈이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영화로 보니 새삼 무섭더라. 습지의 기괴한 풍경이나 물속에서 다리에 스치는 나무 줄기의 감각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사실 대본을 본 첫날 생생한 악몽을 꿨었다. 차 바퀴와 펜더 사이에 사람 얼굴이 끼어 있고 그 사람이 내 옆에 서 있는 꿈이었다. 너무 무서웠지만, (웃음) 한편으로는 ‘이 대본이 그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글이구나’ 싶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김혜윤 배우를 비롯해 또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리딩 때부터 이미 다 친해졌다. 특히 혜윤 배우가 붙임성이 좋아서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에너지가 있다. 슛이 들어가면 극한의 공포를 느껴야 하는데, 사실 우리끼리 너무 장난을 많이 쳐서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특히 내가 웃음을 못 참아서 NG를 내곤 했다. 우리 일곱 명의 합이 너무 좋아서 ‘출장 십오야’ 같은 예능에 다 같이 나가 퀴즈도 풀고 더 많은 콘텐츠를 찍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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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스크린 데뷔작인데 드라마 현장과 다른 점이 있던가.
영화 작업은 드라마와는 또 다른 지점이 많았다. 촬영 기간이나 렌즈 앵글, 스태프 등 모든 게 생소해 하나하나 배우는 마음으로 임했다. 특히 현장에서 내가 어디까지 과감하게 표현해도 될까 의문이 있었는데, 감독님과 소통해보니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준비한 것들을 감독님께 제안하기도 하며, 마치 감독님과 한 땀 한 땀 같이 십자수를 새겨나가는 기분으로 장면을 만들어갔다. 그만큼 애착이 크다. 구체적으로 의견이 반영된 부분은 ‘살목지’에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저수지 깊이가 들쭉날쭉해서 위험할 수 있다 보니 감독님은 안전을 위해 대역을 쓰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다. 하지만 배우로서 욕심이 생겼다. 처음부터 내가 직접 하는 게 더 좋겠다는 확신이 들어서, 살목지에 들어가 보트에 올라 수인을 구하는 신까지 직접 하겠다고 감독님께 요청해 관철시켰다.
또한 영화에서 '생활 연기 잘하네'라는 말을 듣는 것이 배우로서 가장 큰 칭찬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기태라는 인물이 어딘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로 보이길 원했다. 신이 끝날 때마다 감독님께 걸음걸이나 손끝 동작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여쭤보며 기태라는 캐릭터를 완성해 나갔다.
드라마 <밤에 피는 꽃> 방영 당시 출연한 <나 혼자 산다>에 이어, 이번에 서바이벌 예능 <킬잇: 스타일 크리에이터>에 출연한다고.
예능은 확실히 어떤 해소가 되는 부분이 있다. <나 혼자 산다>는 내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예능이었고, 이번에는 패션 크리에이터로 활약할 수 있어서 관심이 갔다. 패션은 어렸을 때부터 너무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던 분야라 한 번쯤 증명해 보고 싶었다. 좋아함 이상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과 증명해 내고 싶은 욕심에서 출연하게 됐다.
앞으로 배우로서 어떤 길을 걷고 싶은가.
<살목지>를 통해 영화라는 세계에 처음 발을 담근 느낌이다. 막상 들어와 보니 욕심이 생겼고, 이 세계 안에서 한번 제대로 수영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또 공포 영화라는 장르를 해냈다는 경험 덕분에 다른 장르에도 도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앞으로 다양한 영화로 관객들과 계속 만나고 싶다.
연기에 대한 변하지 않는 생각은 ‘어렵다’인 것 같다. 매번 직업도 성격도 다른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야 하는데 이게 항상 숙제이고 어렵다. 아마 60대, 70대가 되어도 마찬가지 아닐까. (웃음) 항상 뭔가 탈피하는 느낌이다. 탈피하고 다시 껍질을 쌓고 다시 탈피하는데, 매번 하는 과정은 똑같지만 그 안에서 점점 더 단단해지는 부분은 있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짚어준다면.
반드시 극장에서 보셔야 한다. 비주얼도 그렇지만 사운드가 핵심이다. 큰 공간에서 귀를 찌르는 듯한 굉음을 들어야 시각적인 공포도 극대화된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짜릿한 ‘광음 시네마’를 경험하시길 바란다.
사진제공. ㈜쇼박스
2026년 4월 24일 금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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