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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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청률 7.8%로 출발해 13.8%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 7주간 화제성 지수 1위, 5.1%의 높은 선호도로 갤럽 1위(5월 좋아하는 방송영상프로그램)라는 화려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역사 고증 논란의 한가운데 놓인 MBC <21세기 대군부인>이다. 조선이 600년을 이어온 가상의 입헌군주제를 배경으로, 신분 빼고 다 가진 남자 이안대군과 신분만 가지지 못한 평민 재벌 ‘성희주’의 로맨스를 그린 판타지 로코 드라마다. 방영 초반부터 설정 오류에 대한 지적이 불거졌던 이 드라마는 11화 말미, 왕의 즉위식 장면에서 만세가 아닌 ‘천세’라는 표현이 방송을 타면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18일 두 주연 배우(아이유, 변우석)의 사과에 이어 19일 박준화 감독과 유지원 작가 모두 사과에 나섰다. 오류인가, 왜곡인가. 박준화 감독을 만나 그 진위를 들어봤다.
박 감독은 “여러 가지로 많은 기대를 보내주시고, 즐겁게 봐주시길 바랐던 드라마였는데, 변명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됐다. 사랑받는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일부 드라마 관련 부분에서는 더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부분에 있어 준비와 고민이 부족했던 점이 정말 죄송하다”며 인터뷰 시작에 앞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인터뷰 결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 드라마를 처음 시작할 때 많은 분이 기대해 주셨고, 드라마를 보면서 즐거워하신 분들도, 비판적인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었다. 긍정적인 말씀이든 부정적인 말씀이든 그 모든 반응을 달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정적인 지점들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또 긍정적으로 봐주셨던 분들께는 끝까지 기대하셨던 재미와 감동을 온전히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 죄송스럽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드라마 안에서 결국 저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직접 나오게 됐다.
대비가 아닌 대군이 섭정한다는 설정을 비롯해 초반부터 설정 오류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모니터링을 했을 텐데도 11화 ‘천세’라는 표현이 걸러지지 않고 방송을 탄 건 솔직히 이해되지 않더라.
작가님이 그리고자 했던 초기 방향이 있었다. 왕실과 평민 사이의 로맨스를 그리고 싶어 하셨고, 동시에 조선이라는 시대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런 배경 속에서 출발한 작품이었다. 우리 역사에는 6·25 전쟁이나 일제강점기처럼 힘들고 부정적인 시기들이 있는데, 그런 역사적 단절 없이 조선의 600년 역사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제작 과정 내내 조선 왕조라는 요소가 작품 곳곳에 깔려 있다고 생각했고, 그 부분을 표현하려고 계속 노력했다. 인트로에서 ‘600년 조선의 국권과 왕권이 이어졌다’는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돌이켜보면 단순한 문장 하나만으로 조선 왕조가 현재까지 이어졌다는 설정을 시청자에게 설득하기에는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극 중 배경은 조선 시대와 시기적으로 다른 21세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시대적 설정을 현재에 맞추면서 전통과 현대를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가상 세계를 전제한 판타지 드라마 특성상 어느 정도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반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관혼상제처럼 예를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서는 조선 왕조의 전통과 예법을 최대한 살려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종묘 제사, 혼례식, 즉위식 장면을 표현할 때도 다른 요소들은 전통을 살려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자문 과정에서 면류관이나 복식 같은 전통적 요소를 강조했던 것도, 조선 왕조가 계속 이어졌다는 판타지 설정 안에서 예법에 맞는 표현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어느 순간 스스로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대한제국이라는 자주적인 역사적 시기를 설정 안에서 중요한 포인트로 조정했어야 했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고증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기본적으로 고증을 맡아주시는 전문가분들이 고정적으로 계신다. 역사학자도 있고 대학 교수님도 포함되어 있다. 이번 작품 역시 고증을 받으며 촬영을 진행했다. 다만 자문을 맡아주신 분들 역시 이 드라마의 출발점 자체가 가상의 세계, 즉 21세기의 왕실과 조선이라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드라마적 허용을 비교적 관대하게 받아들이신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도 있었다. 예를 들어 ‘대군’이나 ‘대비’라는 위치를 표현할 때, 인물 한 명만 화면에 있으면 그 사람의 위상이 쉽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 뒤에 누가 도열해 있는지, 인물들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의상을 어떤 방식으로 선택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했다. 드라마 안에서는 신분제가 존재한다고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유명무실한 형태에 가까워 인물들이 비교적 자유로운 일상을 누리는 환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과 현재 사이의 시간적 간극을 다른 방식으로 채워 나가며 표현하다 보니, '이 정도는 드라마적인 허용 범위 안에 들어갈 수 있겠다'고 판단해 선택한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사극을 하게 된다면 달라져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두 명의 역사학자나 교수님의 자문에만 의존하기보다는, 더 많은 전문가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함께 참여해 여러 시각에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위식의 '천세'는 조선의 예법을 따르면서, 대군부인 혹은 군부인 같은 호칭은 또 따르지 않았다. 고증에 있어서 취사선택을 한 셈인데 기준이 무엇인가? <21세기 대군부인>은 MBC 극본공모 우수작을 직접 개발하고 기획한 작품인데 내부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나.
변명처럼 들릴 수 있어 조심스럽다. 내가 작품에 비교적 늦게 투입됐고, 전체를 정리하고 방향을 잡는 이른바 ‘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 대본을 받은 뒤에는 항상 “이 부분 자문을 받은 건가”, “이 설정이 맞는 건가”를 확인했고, 실제로 당시에는 매 순간 자문을 거친 상태였다. 이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 부족했다고 느낀 지점은, 대본을 보면서 자문 결과를 다소 맹목적으로 신뢰했던 부분이었다. 어떤 선택을 할 때 '왜 한 번 더 묻지 않았을까, 왜 조금 더 확인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잘못을 계속 돌아보게 된다.
사실 이 드라마 안에서 조선이라는 설정을 가져온 것 역시 개인의 판단이라기보다 제작진 전체의 입장에서 고민하며 선택한 결과였다.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이게 틀리면 어떡하지’, ‘혹시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부담과 강박이 내내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중요한 건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일인데, 이유를 떠나 결과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은 제 책임이다. 실수라고 단정 짓고 끝나기보다, 다음에 비슷한 형태의 드라마를 만든다면 반드시 달라져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는 역사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 고민이 시청자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먼저 소통하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 대본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어떤 표현을 하기 전에 충분히 의견을 나누고, 작품의 ‘온도’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을 것 같다.
왕실이 아닌 황실로 설정했다면 좀 더 수월했을 텐데, 꼭 왕실을 고수한 이유가 있을까.
작가님이랑 함께 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작가님은 조선 왕실의 모습 자체를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 역사에 대한 자부심도 매우 컸다. 대한제국의 역사가 부정적이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지만,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 드라마 안에서는 역사적인 ‘아픔’의 정서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돌이켜보면 그 선택이 조금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결국은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의 배경으로 ‘왕자’와 ‘평민 재벌’의 로맨스를 부각하기 위해 입헌군주제라는 설정을 큰 고민 없이 빌려왔다는 생각이다. 후반부로 가면서는 로맨스의 비중이 약해지는 측면도 있던데. 또 초반에 대군이 섭정하는 이유 등에 대해 대사나 자막으로 한 줄만 보태줬어도 훨씬 친절한 서사가 되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이 드라마 안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스토리의 방향성은 작가님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그 생각이 구체적으로 잘 표현되고 사건과 서사의 얼개가 촘촘하게 맞물려야 완성도 있는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을 텐데, 로맨스와 로맨틱 코미디, 그리고 역사라는 요소가 결합되는 과정에서 초반 기획과 달리 중반 이후에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작가님이 스토리를 이어가는 부담도 상당히 컸고, 나 역시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결과물을 만들어야 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드러난 부족함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신인 작가로서 사전 집필이 아닌, 촬영과 동시에 진행되는 작업 환경은 역부족이었을 것 같다.
사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다른 드라마들도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 만들어지겠지만, 이번 작품은 여러 면에서 작가님에게도 조금은 가혹한 환경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남는다.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조율을 거쳤음에도, 조금 더 긍정적인 방향의 그림을 입장에서 잘 그려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다면 더 좋은 결을 가진 드라마로 남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다. 요즘 방송 제작 환경 자체가 현장을 계속 내몰아치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캐스팅을 포함해 여러 현실적인 조건들이 맞물리면서 드라마 제작 환경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고, 콘텐츠 산업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저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그런 어려운 흐름 속에서 하나의 돌파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었다.
로맨스 드라마로는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남녀 주인공의 역할을 비튼 역클리셰도 그렇고, 로케이션을 통해 담아낸 아름다운 풍경도 그렇다.
초반에 이안대군(변우석)의 모습은 굉장히 강하고 단단한 인물처럼 표현되지만, 조카에 대한 애정과 본인이 지닌 과거의 트라우마가 함께 존재한다. 그런 요소들 때문에 어떤 선택의 순간이나 부정적인 공격을 받았을 때 스스로 강하게 앞에 나서지 못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대비에게 공격받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순간 ‘성희주’(아이유)가 손을 잡아주고 함께 일어나 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이로써 이안대군을 세상 밖으로 이끌어내는 느낌을 준다. 이런 관계성과 감정의 흐름이 이야기적인 재미를 더욱 극대화한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초반 배우들의 연기 톤에 대한 호불호가 강했는데, 어떤 캐릭터를 구축하고자 한 건가.
1회부터 4회까지 전체를 놓고 보면 감정의 전개는 빠르지만 사건의 전개 자체는 굉장히 느리다고 느꼈다. 특히 1, 2회가 이런 흐름 안에서 ‘성희주’ 혼자만 입체적인 느낌이었다.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제안하고, 화를 내고, 토라지는 등 감정 표현이 굉장히 다양하게 존재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런 표현들이 지나치게 리얼하게만 전달되면 초반에 시청자에게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본을 보면서는 이 캐릭터가 악녀처럼 보이고, 누군가가 쉽게 응원하지 않는 인물로 읽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은 씨와 이야기하면서 감정을 조금 더 강조하되 다른 결로 표현해보자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허당기나 독특함 같은 요소를 살려 “이 캐릭터 좀 특이하네”라는 인상을 주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희주라는 인물이 만들어지는 걸 보며 배우가 어떻게 그런 표정과 행동을 표현해내는지 인상 깊게 느꼈다. 또 성희주가 초반에는 주도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입체적인 인물로 등장하지만, 이안대군을 만나면서 점차 변화해 간다고 봤다. 강한 모습보다는 부끄러워하고 시선을 피하는 모습들이 생기고, 상대를 통해 감정이 변해가는 과정이 두 사람의 로맨스에 또 다른 설렘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안대군 역시 초반에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봤다. 지위가 높은 인물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않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운 건조함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런 건조함이 성희주의 극성스럽고 감정적인 성향과 만나면서, 한쪽은 감정이 조금씩 드러나고 다른 한쪽은 감정이 희석되는 과정 속에서 관계의 재미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했다. 또한 대비라는 인물과 현대적인 감각을 가진 성희주가 대비되는 구도가 형성되면서 갈등 구조 역시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고 봤다. 중반 이후에는 성희주의 여성스러움, 슬픔, 그리고 사랑을 위해 자신의 지위와 명예까지 포기하려는 선택이 등장하는데, 이는 초반의 욕망 중심적인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결의 변화다. 그런 변화를 통해 이안대군을 향한 진짜 사랑이 드러난다고 보았다. 그리고 4부까지의 흐름을 보면, 이안대군은 은연중에 이미 호감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지만 성희주는 여전히 계약 관계로 시작한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좋아하는 감정보다는 관계의 조건 안에서 움직이는 인물이다. 그런 상태에서 3부 엔딩이나 여러 설정 속 장면들은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기보다는 표정과 분위기로만 설렘을 전달해야 했는데, 초반에 성희주가 가진 독특한 캐릭터성이 충분히 구축될수록 그 미묘한 감정들이 더 강조되어 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배우부터 감독까지 모두 회피하지 않고 사과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였다. 이후 후속 조치가 있다면.
사실 이 자리에서 제가 어떻게 하겠다고 단정적으로 답변드리기는 어려운 상태다. 다만 제작사와 MBC 등 관계자들과 함께 시청자들이 불편함을 느꼈던 부분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면서, 어떤 형태로든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MBC 측에서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든 결과나 후속 조치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진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
2026년 5월 20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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