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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는 내 안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장르’ <눈동자> 신민아
2026년 7월 1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러블리’의 대명사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온 신민아이지만, 그의 필모그래피는 익숙함보다 도전으로 채워져 있다. 영화 <디바>(2020)의 서늘한 변신과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2025)의 긴장감을 거쳐, 신작 <눈동자>에서는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인물의 절박함과 스토킹이 불러오는 현실적인 공포를 1인 2역으로 밀도 있게 그려내며 또 한 번 스릴러 장르에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하반기 공개를 앞둔 로맨스 판타지 <재혼 황후>, 그리고 촬영 중인 어른 멜로까지 장르의 스펙트럼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는 그는 "스릴러를 작업할 때 내 안의 낯설고 서늘한 얼굴들을 마주하는 게 좋다"며 새로운 도전을 향한 갈증을 드러낸다. 이어 "배우는 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현장을 만나는 직업"이라며,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힘이라고 말한다. 한 프레임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싶다는 배우 신민아를 만났다.

언론 시사와 VIP 시사회를 모두 마쳤다. 오랜만에 영화로 관객과 만나는 소감은.
유독 마음이 쓰였던 영화였다. 사실 이번엔 거의 모든 장면에 나오다 보니 극을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홍보도 거의 혼자 소화해야 했고 흥행 성적에 대한 책임감도 있어서 시사 전까지는 내심 긴장을 많이 했었다. 다행히 기자님들과 지인분들이 좋게 봐주시고 호평을 해주셔서 기쁘고 감사하다.

시사회에 남편 김우빈 배우가 참석해 전폭적인 지원 사격을 보냈다. (웃음) 결혼 후 공식적인 작품 행사에 서로 응원을 건넨 건 처음인 것 같다.
결혼 직후 둘 다 작품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일상에서는 결혼했다는 사실이 온전히 실감 나지 않기도 하더라. (웃음) 그런데 어제 공식 자리에 나를 응원하겠다고 직접 와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는 모습을 보니, 연애 때와는 결이 다른 묵직한 안정감이 느껴지더라. 진짜 내 편이 생겨 함께 응원해 준다는 게 온몸으로 와닿아 고마웠다. 우빈 씨도 촬영 분량이 많아 바쁜 시기인데, 내가 "중요한 작품이니 와야 한다"고 했더니 시간을 쪼개 와주었다. 응원해 주고 곧바로 다시 촬영 현장으로 이동하느라 고생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떤 점에 가장 매료되어 선택하게 되었나.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서사 구조를 정말 잘 짜놓고 꼬아놨다는 인상을 받았다. 글만 읽었는데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까 궁금증이 생기더라. 범인을 끝까지 숨기면서 텐션을 유지하는 정통 스릴러의 매력이 잘 살아 있었다. 주인공이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며 누군가에게 쫓기고, 집요하게 범인을 찾아내야 하는 설정들이 배우로서 잘 표현해낸다면 관객들에게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1인 2역에 도전했다. ‘서진’과 ‘서인’, 쌍둥이 자매를 표현하기 위해 중점을 둔 지점이 있다면.
극을 이끄는 메인 화자인 언니 ‘서진’에게 먼저 깊이 공감하려 했다. 서진은 어머니와 동생 모두 유전으로 시력을 잃었고 본인 역시 잃어가는 힘든 처지다. 반면 동생 ‘서인’은 시력을 잃은 사실이 한편으로는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도예가다. 현실적으로 동생을 케어하며 본인의 사진 작업도 챙겨야 하는 서진으로서는 자기보다 뛰어난 동생에게 복잡한 마음과 미묘한 자격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대로 동생 서인은 언니에게 의지하는 순수한 모습으로 설정했다. 두 사람의 성향이 워낙 달라서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보다 ‘얼굴만 같고 완전히 다른 타인’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어렵진 않았다.

서진이 동생에게 느끼는 미묘한 자격지심이 툭 던지는 대사 한마디에서도 잘 묻어나더라.
맞다. 사람들이 자매를 보고 ‘둘 다 작가네’ 할 때, 서진은 ‘저는 작가 아니에요’라고 선을 긋는 장면이 있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자매의 과거 서사나 드라마적인 부분들이 더 있었지만, 서스펜스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일부 제외되었다. 결과적으로는 그 대사 한마디로 두 사람의 관계성이 압축적으로 잘 보여 졌다고 생각한다. 서진은 스스로를 당당하게 작가라 칭하지 못하는 반면, 서인은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수술까지 거부해가며 창작에 전념한다. 서진은 그런 동생을 현실적으로 다그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느 정도 동경했을 거다.

극이 전개될수록 시력이 점차 흐려지다가 완전히 차단되는 등 ‘시력의 강도’를 다르게 표현해야 했다. 연기할 때 혼선은 없었나.
사전에 시력 감퇴의 진행 단계를 정밀하게 계산해 두었다. 특정 위기 상황에 따라 시야 상태를 다르게 설정하고 들어갔지만, 서진의 컨디션에 따라 또 장르적인 텐션을 높이고자 다소 혼재된 부분도 있을 거다. 예를 들어 호텔 화재씬에서는 ‘형체만 보이고 겹쳐 보이는 상태’로, 후반부 차 안에서 범인이 칼을 들이밀며 위협하기 직전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고 오직 희미한 빛만 분간할 수 있는 상태’로, 이런 식으로 기본 축을 정해놓고 연기했다.

후반부 범인이 서진의 눈 앞에서 칼을 들이미는 장면도 임팩트가 컸다. 눈앞에 칼이 오가는데도 눈동자 하나 깜짝하지 않지 않나. (웃음)
그 신은 계산하기 정말 까다로웠고 그만큼 중요한 씬이었다. 관객은 서진이 보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서진은 이를 범인에게 들키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태연한 척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안전 장치가 된 소품 칼을 사용했기 때문에 마음 놓고 과감하게 눈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웃음)

눈동자를 움직이는 동공 연기가 감탄을 자아내던데 CG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직접 한 게 맞나. 연습 과정도 궁금하다. (웃음)
다들 진짜 직접 한 게 맞냐고 물어보시더라. (웃음) 어떤 도움도 받지 않고 생으로 한 연기다. 눈동자도 근육이기 때문에 원리를 알고 연습하다 보면 생각보다 엄청 어렵지는 않았다. 집중해 연습하니 표현이 되더라. 현장에서는 감독님 디렉션에 맞춰 훨씬 기괴하게 돌린 컷들도 많이 찍었었는데, 영화의 톤 조절을 위해 편집 과정에서 너무 과한 영상들은 일부 제외됐다.

진범의 충격적인 정체와 비주얼이 공개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실제로 처음 마주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
시나리오를 보고 대략적인 비주얼을 인지했고 테스트 촬영 때 미리 봤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마주하니 너무 무섭더라. 특히 비주얼이 전혀 정갈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무서웠다. 급하게 가발을 주워 쓰고 메이크업도 대충 발라 사방으로 번져 있는 몰골인데, 누군가를 해치기 위해 급하게 분장하고 튀어나왔다는 그 엉성함과 광기가 기괴하게 느껴졌다. 만약에 현실에서, 평소 아는 얼굴이 그렇게 다가온다면 엄청나게 소름끼칠 것 같다. 이런 지점이 우리 영화의 확실한 비주얼적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서진을 집요하게 스토킹하는 ‘현민’(이승룡)은 정말이지 현실적인 공포를 자아내더라.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감을 조장하는 이승룡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승룡 배우는 온몸을 바쳐 연기하는 에너지와 열정이 엄청나다. 극 중에서 불쑥 들이닥치며 큰 목소리로 ‘누나!’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그 성량과 기세가 날것 그대로 다가와 진심으로 너무 무서웠다. 덕분에 겁에 질린 자연스러운 리액션이 나올 수 있었다. (웃음) 앞으로 훨씬 대단하고 좋은 모습을 무궁무진하게 보여줄, 미래가 아주 기대되는 멋진 배우다.

스토킹 공포는 특히 여성 관객들이 깊이 공감할 것 같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가늠하기 힘든 극심한 공포인데, 어떻게 감정을 잡아 나갔나.
촬영을 진행할수록 실감이 나더라. 실제로 이런 상황에 처하면 미쳐버릴 정도로 무섭겠구나 싶었다. 가뜩이나 서진은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취약한 상태 아닌가. 그런데 상대는 전자발찌까지 끊고 도망쳐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상황이다보니, 서진은 위험에 대비해 긴급 호출 시계를 항상 차고 생활한다. 그 시계를 쥔 손이 벌벌 떨릴 정도로 조여오는 공포감이 촬영 내내 소름 끼치게 다가와서, 그 감정선을 고스란히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스릴러라는 외피 안에는 사랑과 집착,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깔려 있다. 염지호 감독 역시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담고 싶었다고 하던데, 인물들의 비정상적인 집착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우리 영화는 맹목적인 사랑과 뒤틀린 집착이 불러오는 파멸을 담고 있다. 한편으로는 서진과 서인 자매를 통해 친밀한 가족 관계 안에서 유발되는 미묘한 감정을 다루고 있기도 하다. 소중함을 알면서도 따뜻한 말 한마디 못 하고 짜증을 내거나 질투하는 보편적인 감정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어디까지가 순수한 사랑이고, 어디서부터가 범위를 벗어나는 집착이 되는지 여러 생각이 들더라.

몸 고생이 정말 눈에 훤히 보일 정도로 험난한 신이 많았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우선 영화의 서막을 여는 프롤로그인 암실 도망 신이다. 미로 같은 공간에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다가 목을 크게 삐끗했다. 촬영 내내 통증이 심해 치료를 병행하며 찍었는데, 촬영을 완주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현실적인 공포감과 책임감이 엄습하더라. (웃음) 두 번째는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심리적 공포가 컸다. 눈을 아예 가리고 붕대를 감은 채 앉아 있어 보니, 온 신경과 청각이 곤두서며 저절로 예민해지는 거다. 시각을 잃은 서진의 심리 상태와 공간감을 몸소 완벽하게 체득하는 경험이었다.

독립영화 <옆집사람>으로 주목받은, 염지호 감독의 장편 상업 영화 데뷔작이다. 호흡은 어땠는지.
감독님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샤이하고 조용조용한 스타일이시다. 평소 목소리가 작으셔서 집중해서 들어야 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영화적 비전과 연출 생각만큼은 명확하고 확신에 차 있는 실력 있는 분이다. 디렉션을 주실 때도 배우를 배려해 항상 자상하고 조심스럽게 소통해 주셨다. 일을 오래 하다 보니 현장에서 마주하는 감독님들의 나이대가 점점 나보다 어려지고 있다.(웃음) 나는 편하게 의견을 물어본 것뿐인데도 대선배라 조심스러워하는 포인트들이 느껴지곤 해서, 의식적으로 더 부드러운 언어를 선택하고 최대한 평범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하반기 공개 예정인 로맨스 판타지 <재혼 황후> 촬영까지 마무리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거의 처음 시도되는 외국 배경의 로판인데, 연기 영역을 과감하게 확장하고 있다.
<재혼 황후>는 본격적인 로판으로 처음 시도하는 장르라 반응이 궁금하다. 시대 배경과 사고방식이 완전히 다른 낯선 인물의 삶에 도전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 내고 싶다. 지금은 달달한 로코가 아니라 삶의 풍파를 겪은 어른들의 깊은 멜로를 찍고 있어서, 이 감정의 밀도를 어떻게 하면 온전히 전달할지 고민하며 달리고 있다. 관객(시청자)으로서, 평소 로코나 로맨스 장르에서 주로 보던 배우들이 스릴러 안에서 새로운 얼굴을 끄집어 내는 모습을 보면 어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 나 역시 스릴러를 작업할 때 내 안의 낯설고 서늘한 얼굴들을 마주하는 게 좋아 이 장르를 계속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

오랜 시간 수많은 현장을 거치며 굳건히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신민아만의 연기 철학이나 현장 노하우가 있다면 들려달라.
사실 작품이라는 건 정이 들 만하면 끝난다.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감독님마다 작업 방식도 다르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일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어차피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면, 상대의 성향을 빨리 파악하고 나 역시 ‘나는 이런 연기 스타일을 가진 배우이고, 이런 감정을 제안하고 싶다’는 것을 초반부터 분명하게 전달하는 편이 작품에도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20대 때만 해도 낯선 현장에 가면 분위기를 익히느라 초반 몇 회 차를 탐색하는 데 쓰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시간이 아깝다는 걸 안다. 현장에 들어서면 곧바로 부딪히며 서로를 이해하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함께 가장 효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다. 이런 태도 역시 연차가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배우로서의 또 다른 순발력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더불어 흥행 공약이 있다면.
최근 극장가에 웰메이드 공포 스릴러 영화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겁다고 들었다. <눈동자>는 고전 명작 클래식 스릴러들을 오마주한 미장센과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르 영화를 사랑하는 시네필 분들에게는 클래식한 정취를, 정통 스릴러를 처음 접하는 관객분들에게는 신선하고 조여오는 짜릿한 공포를 선사할 확실한 색깔이 분명히 있다. 극장에 오셔서 시원하고 서늘함을 만끽하며 더위를 날려버리셨으면 좋겠다. 흥행 공약은 지금까지 아무도 물어봐 주지 않으셔서 미처 생각을 못 해봤다.(웃음) 이제부터 소속사 스태프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아주 신박하고 재미있는 공약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다.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사진제공. 에이엠엔터테인먼트


2026년 7월 1일 수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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