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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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통해 단숨에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배우 정호연이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로 스크린 데뷔에 나섰다. 10년 만에 선보이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에서 그는 호포항 출장소의 순경이자 마을 토박이 '성애'를 연기했다. M203 유탄발사기가 장착된 M16A2 군용 소총을 거침없이 다루고, 과감한 드리프트를 선보이는 등 강인한 액션을 펼치는 한편, 부상자와 노인, 의료진을 세심하게 살피는 따뜻한 면모까지 담아내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화려한 필모그래피와 쏟아지는 기대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정호연은 "경험과 내공은 아직 부족하지만, 좋은 기세를 가지고 임하려고 노력했다. 두려움과 불안감보다는 감사함에 집중하고 있다"며 담담하면서도 당찬 각오를 전했다. 이어 "<호프>는 결국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작품을 소개한다. "인간과 외계인의 대립을 넘어 서로 다른 존재들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비극을 그리지만, 그 속에서도 삶처럼 유머를 잃지 않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스타를 넘어 영화배우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정호연과 <호프>를 둘러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크린 데뷔작인데, 대형 스크린으로 자신의 연기를 처음 본 소감은.
그렇게 큰 스크린에서 내 연기를 보는 경험 자체가 무척 생경했다. 떨리기도 했고 두려운 마음도 분명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크게 느껴진 감정은 설렘과 행복이었다. '정말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가 되었구나'라는 실감이 들면서 배우로서 큰 자부심도 느꼈다. 앞으로도 스크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칸국제영화제에 이어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다시 영화를 본 느낌과, 칸에서 기억에 남는 해외 반응도 궁금하다.
칸국제영화제에서도 영화를 보긴 했지만, 당시에는 오전부터 인터뷰와 촬영, 레드카펫 일정까지 이어져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다. 영화를 보면서도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일 여유는 없었던 것 같다. 반면 국내 언론시사회에서는 황정민 선배와 함께 다시 영화를 봤는데 훨씬 몰입해서 즐길 수 있었다. 특히 괴물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둘 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 서로 손을 맞잡고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긴장감과 몰입감이 대단한 작품이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칸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은 "과감한 영화", "대단한 영화"라는 평가였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국영화가 이처럼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사실이 무척 자랑스러웠다. 무엇보다 이런 작품은 나홍진 감독님이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영화에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내 연기에 대한 반응 역시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긍정적인 평가든 부정적인 평가든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자체가 배우에게는 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오징어 게임>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데 이어 나홍진 감독의 <호프>에 출연했다. 신인 배우로서는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데, 그만큼 부담도 클 것 같다.
배우로 보낸 시간과 경험에 비하면 정말 큰 작품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그래서 두려움이나 부담을 느끼는 순간도 분명 있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휩쓸리기보다 더 열심히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영화 <기생충>의 '실전은 기세다'라는 대사처럼 좋은 기세를 가지고 현장에 임하려 했다. 경험과 노하우, 내공은 아직 부족하지만 훌륭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신인만이 가진 에너지와 패기로 부딪혀 보자는 마음이었다. 오히려 그 기세가 신인만의 가장 큰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은 불안이나 두려움보다 감사한 마음에 더 집중하려고 한다. 내게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 감사함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어떤 배우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
<호프>로 영화인의 꿈인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았다. 나홍진 감독님은 첫 만남부터 대화가 무척 재미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감독님과의 첫 만남을 돌아본다면.
<호프>에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배우로서 정말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 지금도 하루하루 설레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처음 나홍진 감독님에게 미팅 제의를 받았을 때는 작품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서로 편하게 만나보자는 자리였다. 하지만 워낙 감독님의 팬이었기 때문에 오디션을 보러 가는 마음으로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만난 감독님은 강렬한 눈빛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눈을 깜빡이지 않으시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괜히 꾸미거나 포장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미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감독님이 "충무로에 들어가려면 짜장면은 먹어야 한다"며 짜장면을 사주셨다. 식사를 마친 뒤 제작사 대표님께 "시나리오를 호연 배우에게 전달해 주세요"라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그 순간은 지금도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장면으로 남아 있다. 당시에는 내가 무엇을 잘해서 그런 결정을 내리셨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나중에 감독님께서 성애라는 캐릭터의 핵심인 '선의'를 그 짧은 만남 속 내 모습에서 보셨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정말 감사했고, 더 큰 책임감을 느꼈다.
감독님이 당신에게서 '선의'를 봤다고 했을 때, 실제로 성애와 닮은 점이 많다고 느꼈나.
사실 감독님께서 내게 '선의'를 보셨다고 말씀하셨을 때는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스스로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성애와 내 공통점을 꼽자면 쉽게 지치지 않는 끈기인 것 같다.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성향이 닮아 있다고 느꼈고, 그런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캐릭터를 이해하고 만들어가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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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애라는 인물을 구축해갔던 과정이 궁금하다. 영화 속에서는 캐릭터의 전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데, 나홍진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나.
감독님께서 리딩 때 해주신 말씀이 큰 힌트가 됐다. "성애는 그 마을의 숟가락 개수까지 다 아는 아이일 것"이라는 말이었다. 호포는 노인 인구가 많은 작은 마을인 만큼, 성애도 오랫동안 그곳에서 어르신들과 함께 살아온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르신들을 대하는 태도와 말투, 행동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처럼 자연스럽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많이 나눴다. 캐릭터의 전사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을 드렸는데, 감독님은 "전사는 분명 있지만 영화에는 '지금 이 순간'만 담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홍진 감독님 영화가 설명을 최소화하면서도 강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성애의 전사는 따로 정리해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의 감정과 행동에 집중하며 연기하려고 했다.
완성된 시각효과를 통해 외계인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나.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특히 외계인이 처음 등장해 무언가를 들어 내리치는 장면에서는 정말 심장이 두근거리고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함께 영화를 보던 황정민 선배와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으며 서로를 쳐다봤을 정도였다. 반면 외계인들을 보며 슬픈 마음도 들었다. 배우로서 이들의 서사와 배경을 알고 있어서인지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영화는 외계인과 인간의 비극을 그리지만, 결국 우리 삶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복잡했다. 무엇보다 외계인들의 눈이 정말 아름다웠다. 눈빛을 보고 있으면 자꾸 감정이입을 하게 되더라. 내가 원래 F적 성향이 강한 편이라 그런지 외계인들의 입장에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됐고, 그래서 더 다양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극 중 고난도 액션이 많다. 1종 면허 취득부터 카체이싱, 총기 액션까지 준비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약 6개월 동안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총기 액션을 소화하려면 기본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M203 유탄발사기가 장착된 총기의 무게가 5kg 정도였고, 나홍진 감독님은 여러 차례 테이크를 반복하며 디테일을 끝까지 끌어올리는 스타일이어서 그 무게를 오래 버틸 체력이 필요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량 위주로 약 4kg을 증량했고,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병행했다. 운전 연습도 정말 열심히 했다. 1종 보통 면허를 한 번에 취득했는데, 시험 중 언덕길에서 앞차 때문에 시동을 두 번이나 꺼뜨려 정말 긴장했다. 세 번째 기회에서 겨우 출발에 성공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는 레이싱 전문 강사에게 드리프트와 고속 주행, 급가속·급감속을 배우고 총기 훈련도 병행하며 액션 장면을 준비했다.
러닝타임 내내 높은 텐션을 유지하고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많다. 목소리와 체력 관리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리딩 때 감독님께서 평소 내 목소리보다 한 톤 높여 연기해보자고 제안하셨다. 그 톤을 유지하다 보니 초반에는 목이 쉬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대도 근육이라 그런지 계속 같은 톤을 쓰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목이 거의 쉬지 않았다. 체력도 비슷했다. 촬영이 시작된 뒤에는 준비 기간만큼 운동을 하지는 못했는데 오히려 체력과 집중력이 더 좋아지는 걸 느꼈다. 매 순간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현장이다 보니 몸도 자연스럽게 적응했던 것 같다. 배우로서도 굉장히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홍진 감독님은 촬영 현장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는 연출 스타일로 유명하다. 직접 함께 작업해 보니 어땠나.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오히려 신인 배우인 내게는 그런 연출 방식이 축복처럼 느껴졌다.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한두 번의 테이크만으로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있었는데, 촬영을 반복할수록 감독님께서 디테일을 짚어주신 덕분에 연기가 점점 좋아진다는 걸 체감했다. 감독님이 쉽게 타협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는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현장에 'NG'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잘못해서 다시 찍는 것이 아니라, 모든 테이크가 조금씩 다른 가능성을 찾는 과정이었다. 감독님은 "이번에는 이렇게, 다음에는 저렇게 해보자"며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주셨고, 어떤 테이크를 사용할지는 편집 과정에서 결정된다는 철학을 갖고 계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등장 장면이다. 차에서 내려 총기 액션을 펼친 뒤 다시 차에 타기까지 이어지는 긴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20테이크 넘게 촬영했다. 초반에는 준비한 연기를 보여주려 했지만, 테이크가 거듭될수록 계산보다 본능이 앞서기 시작했다. 감독님도 바로 그런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 하셨던 것 같다. 또 "프리 프로덕션은 프로덕션을 위해, 프로덕션은 포스트 프로덕션을 위해 존재한다"는 말씀도 해주셨다. 최고의 결과물을 위한 과정이라는 걸 이해하고 나니 수많은 테이크와 디테일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 차 안 액션 장면에서 '성기'(조인성)를 끌어안으며 외치는 "사랑해요"라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완성된 장면인가.
'사랑해요'라는 대사는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제안해주신 것으로 기억한다. 마지막 장면은 모두가 환호하고 감정을 터뜨리는 분위기였는데, 감독님께서 배우들에게 여러 리액션과 대사를 제안해주셨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다. 그때쯤에는 배우들 모두 작품에 충분히 녹아든 상태였기 때문에 새롭게 제안해주신 대사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감독님의 아이디어가 재미있었고, 나 역시 감독님과 유머 코드가 잘 맞는다고 느껴 즐겁게 촬영했다.
마지막 차 안 액션도 생각보다 많은 테이크를 반복하지는 않았다. 촬영 후반부라 배우들끼리 호흡이 충분히 맞아 있었고, 무엇보다 감독님과 무술팀이 사전에 워낙 치밀하게 준비해주셨다. 필요한 컷만 정확하게 촬영하며 효율적으로 진행됐고, 덕분에 서로를 믿고 마지막 장면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황정민, 조인성 배우와의 작업은 어땠나. 현장에서 특히 많이 배운 점이 있다면.
황정민 선배와의 호흡은 정말 좋았다. 선배가 많이 맞춰주신 덕분이겠지만 촬영이 거듭될수록 서로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맞아 들어간다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리거나 동선을 맞추는 사소한 움직임까지도 호흡이 잘 맞았고,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순간이 많아졌다.
무엇보다 배우로서의 태도를 많이 배웠다. 황정민 선배는 늘 촬영장에 20분 정도 일찍 도착했고, 현장에서 단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셨다. 액션 영화는 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배우가 어떤 자세로 현장에 임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셨다. 조인성 선배는 현장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었다. 스태프들을 유쾌하게 챙기면서도 누구도 부담스럽지 않게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연기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까지 두 선배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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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블랙핑크 지수, 배우 혜리와 함께 무주 여행을 다녀온 사진이 화제가 됐다. 세 사람이 친해진 계기와 우정을 이어가는 비결이 궁금하다.
셋 다 동갑이라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혜리는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데, 함께 필라테스를 하면서 더 친해졌다. 사실 2년 전부터 제주도 여행을 가자고 했지만 스케줄이 맞지 않아 계속 미뤄졌다. 이번에 운 좋게 3일 정도 시간이 맞았는데, 제주도 숙소를 구하지 못해 다른 곳을 찾다가 무주의 멋진 숙소를 발견해 다녀오게 됐다.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여행이라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모델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오징어 게임>을 만나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달라진 점과 변하지 않은 본인만의 중심은 무엇인가.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일상에서 나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다만 모델 활동 때도 해외 출장이 많았기 때문에 환경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은 아니다. 대신 일의 성격은 많이 달라졌다. 모델과 배우는 분명 다른 직업이지만, 무대나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표현한다는 본질은 같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몸과 목소리, 표정을 더 다양하게 활용해야 하는 만큼 지금도 계속 배우고 공부하는 과정에 있다. 그래서 달라진 것도 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많다. 주변 사람들과 일상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고,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내겠다는 마음은 20대 때나 지금이나 같다. 항상 열정을 갖고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돌이켜보면 그런 점이 성애와도 닮아 있는 것 같다.
과거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렸던 시기가 있었나. 어떻게 극복해냈는지 궁금하다.
<오징어 게임> 직후가 가장 크게 흔들렸던 시기였던 것 같다. 예상하지 못했던 관심과 반응을 한꺼번에 받으면서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이 컸다. 삶이 완전히 바뀌는 것 같았고, 그 변화가 좋은 의미이기도 했지만 너무 낯선 미래이기도 해서 감정적으로 많이 흔들렸다. 특히 해외 인터뷰에서 영어로 내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이 큰 부담이었다. 그 시기에는 무엇보다 내게 시간을 주려고 했다. 성급하게 다음 작품을 결정하기보다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불안보다 현실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했다. 영어가 부족하면 공부하고, 체력이 부족하면 운동하고, 잠이 안 오면 뛰거나 휴대전화를 멀리하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해결해 나가다 보니 두려움도 많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불안을 없애려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와 배우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요즘 가장 해보고 싶은 건 연극이다. 스케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빨리 도전해보고 싶다. 준비 기간도 길고 공연이 시작되면 다른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작업이지만, 배우로서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은 무대다. 긴 호흡과 많은 테이크를 추구하는 감독님들과 작업하면서 한 인물을 오래 살아내는 과정의 매력을 느꼈다. 1~2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한 캐릭터로 온전히 살아가는 경험을 꼭 해보고 싶다. 배우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과정이 될 것 같다.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존경하는 배우들의 영향도 컸다. 케이트 블란쳇과 황정민 선배를 비롯해 좋아하는 배우들 대부분이 연극 무대에서 출발했거나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또 "배우의 퍼포먼스의 꽃은 연극"이라는 말을 오래 마음에 담고 있다. 무대 위에서는 오롯이 배우가 작품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이 두렵기도 하지만, 그만큼 꼭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다. 진선규 선배의 <우리 노래방 가서…얘기 좀 할까>를 정말 인상 깊게 봤고, 최근에는 미국에서 친구인 아요 어데버리의 공연도 관람했다. 그 모습을 보며 언젠가 꼭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마지막으로 배우 정호연이 생각하는 영화 <호프>는 어떤 작품인가. 한마디로 소개해달라.
촬영하는 동안에는 성애의 입장에서 작품에 집중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니 결국 이 작품은 '입장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홍진 감독님께서도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 일들이 결국 비극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삶에서 많이 봤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호프>는 인간과 외계인의 대립을 넘어 서로 다른 존재들의 삶과 입장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 차이를 이해하지 못할 때 비극이 시작된다는 점을 담담하면서도 강렬하게 보여준다. 흥미로운 건 그런 비극 속에도 유머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삶도 그렇지 않나. 가장 절박하고 힘든 순간에도 웃음은 존재한다. <호프> 역시 긴장감과 유머를 함께 품고 있는 작품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결국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소개하고 싶다.
사진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2026년 7월 20일 월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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