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접한 이들을 경악과 환장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은, 1년여 동안 인상 쓸 거 단 몇 시간 만에 다 쓰게 할 정도로 눈에 둔중하게 밟히는 작품이다. 그만큼 <돌이킬 수 없는>의 폭력의 수위는 객관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이고, 그에 대한 생각은 일고의 가치조차도 필요 없을 만큼 지금 현재도 도도하게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장을 목도한 우리들은 정말이지 맞대면하기 곤혹스러운 작품을 주조해낸 감독의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그러한 곤혹스러움을 온몸으로 버팅기며 체화해 낸 주인공들의 놀라운 인내심과 대담성 역시 어디에서 기인해 출발한 것인지 무릇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무비스트는 그 목불인견에 내재된 정체 모를 비밀의 암호해독에 미약하게나마 접근해보고자 그들의 인터뷰를 이 자리를 빌려 싣기로 했다.
기실, 한 영화의 숭고한 비밀을 또는 졸렬한 변명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는 감독과 배우이다. 때문에 그들과의 대화는 그들의 지혜를 합법적 선 안에서 가차 없이 훔쳐 올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자신의 상상력의 지형도를 마음껏 극소화시키고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배움의 시간이다.
물론, 감독과 배우들의 이 인터뷰가 에둘러 이루어진 것이기에 ‘돌이킬 수 없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그래도 현실적으로 이 인터뷰가 아주 유용한 글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도 어찌할 도리 없이 ‘돌이킬 수 없는’ 사실이다.
Q. 처음 누가 먼저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의 촬영 제의를 했는지?
Q. <돌이킬 수 없는>의 시나리오에서 어떤 면이 맘에 들었나?
모니카 벨루치 : 솔직하게 말하면 처음엔 완결된 시나리오 없이 15 페이지의 대본만 가지고 시작했다. 이야기는 점차적으로 만들어져 갔고 모든 것은 가스파르의 머리 속에 들어 있었을 뿐. 갑작스러웠다. 왜냐하면 <매트릭스2 : 리로디드>를 찍기 위해 9월에 떠나야 했고, 영화를 찍을 시간은 여름 기간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백퍼센트의 흥분 상태에서 촬영에 임했는데,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서 작업을 해 나갔다. 이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그 20분 간의 강간 장면을 하루 종일 찍고 그 다음날 다시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이전엔 이렇게 일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준비된 연기에 즉흥적인 것을 혼합하는 식이었는데, 저는 제2외국어인 불어로 즉흥연기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었지만, 가스파르는 나를 안심시키며 나의 액센트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내가 바라는 것은 바로 너야” 라고 하면서 용기를 주었다.
Q. 영화를 본 후 당신의 소감은?
모니카 벨루치 : 이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감동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이와 같은 영화를 내가 찍을 수 있을 거라는 것도,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 못했었다. 최대한도로 나를 표현하려 노력했고, 나의 많은 것을 보여주려 했다. 하지만 가스파르는 ‘조금 더, 조금 더’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예를 들어 뱅상과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보니 가스파르가 순수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동시에 표현하려 했구나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나체로 나오는 장면도 있지만 그것은 저질스러운 것이 아닌 아름다움의 표현이다.
Q. 당신과 뱅상 카셀은 실제 연인 사이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에서도 커플로 나왔는데 내면 연기 하기가 쉬웠는지?
모니카 벨루치 : 사실 뱅상과 나는 함께 영화 찍는 걸 즐긴다. 상부상조한다. 서로에게서 영감을 받고 때론 의견 차이로 다투기도 하지만, 카메라 앞에선 항상 신나는 무언가가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내가 배우라는 것을 느꼈다. 뱅상이라는 배우에게 제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정확성이다. 우리는 서로 상반되는 방법으로 일하는데, 나는 아이들처럼 급하고 즉흥적으로 일하는 반면 뱅상은 역할을 연구하고 노력하면서 준비하는 배우라고나 할까.
Q. 강간 장면을 어떻게 찍었는지?
모니카 벨루치 : 하루 종일 예민해져 있었다. 끔찍한 강간 장면이 나오는 <서바이벌 게임(Deliverance)>, <피고인>과 같은 영화를 혼자 보았다.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면서 촬영 장소로 갔다.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이 장면을 다시 본다는 것조차 힘이 든다. 정말 괴로웠다.
Q. 지금까지 정신적, 육체적으로 이와 같이 많은 투자를 요구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준비했는지?
모니카 벨루치 : 모르겠다. 강간을 당하는 장면은 너무 강렬해서 미리 준비할 수는 없었고, 단지 그 움직임만을 생각하려 애썼다. 그 긴 통로를 어떻게 걸을 것인가, 어디서 멈추고, 어떻게 뿌리치고… 롱 테이크로 찍었는데 정말 길었다. 다행히 조 프레스티아(강간범 역할)는 천재적인 파트너였고, 아마 아무하고나 이런 장면을 찍을 수는 없을 것 같다.
Q.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두렵지 않은지?
모니카 벨루치 : 전혀. 나는 전혀 다른 세계를 다루는 시나리오에 매료된다. 이미 문제가 되었던 <도베르만>도 찍었었는데. 사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양함이다.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강스, 토르나토레, 샤바, 노에와 같은 감독을 만남으로서 그들의 다양한 세계를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여배우로서 뿐만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된다.
Q. 가스파르 노에 감독이 말하길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고 했는데, 동의하는지?
모니카 벨루치 : 진실이다. 아이는 나이 들어 늙고 죽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이끈다.
(자료협조 : 프리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