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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보고...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callisto 2002-12-30 오후 2:20:07 1976   [5]
 참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내용이나 구성을 따지기에 앞서 평점을 내릴 때부터 몇점을 내릴지 결정하기 상당히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장선우 감독의 영화는 관람 유무를 떠나서 제목은 한번쯤은 누구나 들어보았음직한 유명한 영화들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 제가 본 영화는 거짓말에 이어서 이번 성소재림이 2번째인 셈이네요.

 그의 다른 영화들은 제쳐두고 이 2편 만으로 장선우 감독의 영화풍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어불성설이지만 그래도 감히 단정지어 본다면 참 실험정신이 뛰어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물론 대중매체이고 관객을 고려해야 합니다. 영화라는 거대 산업이 굴러가기 위해서는 관객 수입이나 흥행을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것을 무시한 채 (물론 전면 무시가 아닌, 어느 정도의 고려는 있었겠지만요)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단순히 결단력이나 용기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선우 감독의 열혈 매니아가 존재하는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만의 독특한 영화 세계가 그들을 강렬히 끌어당기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일단 저는 매니아가 아닌 관계로 일반 관객의 시각 쯤에서 평점을 내려 조금은 잔인한(?) 2.5점(5점 기준)을 내려봤습니다.

 어찌되었거나 '실험정신이 빛나는'이라는 수식어를 빼 버리면, 흥미 차원에서도 구성차원에서도 캐릭터 연기력 차원에서도 어느 한 곳에서도 만족스런 점수가 나오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근래의 한국 영화는 소재의 독특함만을 강조한 체 구성은 너무 허술하게 처리해 버리는 것은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최근 개봉된 몇 편의 영화를 접하며 느끼게 됩니다.

 성소재림 역시 현실에서는 내세울 것 없고 잘난 것 없는 평범한 '주'란 인물이 가상 현실과 실존 현실이 교차되는 성소가 존재하는 차원에서, 성소의 사랑을 받아내기 위해 일종의 게임의 플레이어 되어 게임을 진행해 나간다는 설정입니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성소재림 속의 공간은 교묘하게 얽혀들어가 있습니다.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에야 플레이어들은 자신은 그저 컴퓨터 게임을 즐겼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게임이 종료되기 전까지는 가상 현실이라 여겨지는 그 곳이 현실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이어져버 있습니다.

 일종의 성소가 사는 공간과 본래 주가 머무르는 공간이 분리된 다른 곳이 아닌 교묘히 같은 선상에 놓여져 있는 듯한 구조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라는 세계가 현실과는 확연히 다르게 존재한다는 것과는 달리 성소에서 현실과 게임 속 현실의 구분은 정확하게 구별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성소의 어떤 '특정 공간'이라는 개념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성소가 존재하는 공간이 컴퓨터 속의 가상 공간이라고 한다면, 엔딩에서처럼 성소와 주가 영원히 같은 공간에 머무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현실과 같은 공간이라고 하기에도 역시 아귀가 맞지 않습니다. 죽음을 맞은 주는 모니터 앞에서 엔딩을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자신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성소재림의 한 가지 연결되지 않는 부분은 주는 우연한 성소와의 만남으로 인해 성소로부터 사게 된 라이터에 새겨진 전화번호로 게임에 처음 접속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전화로 접속한 주가 어느 순간 컴퓨터로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라고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즉 영화 성소재림은 우리가 아는 논리정연한 설명과 인과관계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철저히 그저 주, 성소 이 인물 등의 행로에만 촛점을 맞춥니다.

 즉 주가 참여한 게임 속 현실이 컴퓨터 속 가상 현실이든, 진짜 리얼 스페이스든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성소재림에서의 공간이란, 사랑받지 못한 채 끝없는 방황을 계속해야 하는 성소를 구원시켜 줄 이를 찾기 위해 존해하는 곳이며, 성소가 진정한 사랑의 구원을 받게 되면 성소를 감옥처럼 둘러싸고 있던 차가운 세계는 산산히 부서지고 성소와 그녀의 구원자가 영원히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또 하나의 공간이 펼쳐지는 것이 메인 테마이기 때문입니다.

 즉 그게 현실이냐, 현실이 아니냐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지요.

 확실히 100억의 제작비와 14개월이 촬영기간이 보여주는 것처럼 볼거리는 많은 성소재림이지만, 그 볼거리만으로 인정받기에는... 몇 마디 되지 않는 대사 처리에 있어 어설픔이 여지없이 드러난 임은경양의 연기나, 영화 초반부의 10대 남녀의 은/비어로 점철된 대화내용은 큰 마이너스 요인입니다.

 영화 성소재림이 보여주는 모습은 독특합니다.
영화 초반부의 10대 남녀의 대화 장면과 성소에 대해 인터뷰할 때 성소에 열광하는 10대들의 모습은...

 이 시대의 철없고 외모 지향주의에다, 무분별한 우상 심리에 휩쓸리는 10대의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냅니다.

 이것은 주의 모습을 통해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장난 전화로 인해 잘못 배달을 간 한 사무실의 오피스텔에서의 주의 내면은 그들을 무차별 학살하는 것으로 연결됩니다.
10대의 불완전함과 내면의 폭력성을 주 역시 간직하고 있지만 현실이란 벽에 가로막혀 드러내지 못하고 살 뿐입니다.

 그러나 성소의 사랑을 얻기 위해 참여한 게임에서 주는 그러한 모든 장애로부터 벗어납니다.

 성소도 비슷한 변태를 거듭하게 됩니다.
처음 성소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기억은 첫 사랑인 준오에 대한 것 뿐이며, 성소가 느낄 수 있는 감정은 기본적인 춥고 배고픔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의식 속에서 끊임없이 맴도는 말은 '라이터 사세요'입니다.

 초기의 성소는 행복도 불행도 느낄 수조차 없는 인형과 같은 모습입니다.

 그러나 우연히 주를 통해 소지하게 된 무기를 통해 성소는 한 단계 허물을 벗습니다.

 무차별적인 학살을 통해서 분노를 습득하게 되고, 생존을 위한 도망쳐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이 와중에... 끊임없이 하나님께 기도드리면서 실제로는 수많은 여성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던 원장을 성소가 총으로 쏘는 모습은 상당히 강렬합니다.

 성소를 프로그래밍한 존재의 말처럼 성소는 죽지 않습니다.

 인형의 집에 갇힌 인형처럼 끝없이 비정한 세계 안을 돌면서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 채 라이터만을 팔 뿐입니다.
삶도 죽음도 그녀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 성소에게 '주'는 한번은 간접적으로, 또 한번은 직접적으로 성소를 일깨우고 변태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성소는 주를 통해서 스스로 거듭나고, 스스로의 의지로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비로서 하나의 자아가 됩니다.

 성소는 자신을 옳아매던 세계를 파괴하고,
자신을 파괴합니다.

 그럼으로써 비로서 자유로운 자신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 하지만 역시.....
거짓말을 이해하지 못한 저로서는....
이번 장선우 감독의 작품도 제대로 이해했다 말씀드릴 자신이 없군요.

 특정 장르 매니아라기 보다는... 모든 영화 장르의 매니아라고 불리는 걸 좋아하는 저로서는...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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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1, Resurrection of the Little Match Girl)
제작사 : 기획시대 / 배급사 : 튜브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sung-s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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