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의 그 우수에 젖은 눈빛에 가득 찬 반항아가 환골탈태, 촛점잃은 눈동자의 백수로 돌아왔다라면 적당할까? 정우성의 연기변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하지만 이렇게 망가지는 배역을 맡았는데도 여전히 그 속에서 멋을 느끼는 건 아직 그의 연기가 미완이어서인가? 아님 썩어도 준치이기 때문인가? 보는 내내 웃음은 짓지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왠지 개운치않은 그런 영화가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영화속에서 똥개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경찰로 바쁜 아버지를 가진 정우성의 유일한 대화소통대상이자 정을 가르쳐주는 존재였고 결국 그 존재의 상실로 인해 정우성의 인생은 그야말로 밑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그에겐 전혀 꿈도 없어보이고 눈은 항상 게슴츠레 풀려있지만 아직 남은 게 있으니 그건 바로 순수와 정의감, 그것이 그를 건달과 구별짓게 해준다. 이 영화에서 애매한 역할은 엄지원이 맡은 캐릭터인 것 같다. 친남매는 아니고 천사표는 아니지만 정우성의 방황을 바로잡아주는 등대역할과 똥개의 상실 후 인생의 방향감까지 같이 상실한 정우성에게 다시 그 대체의 역할을 했어야 할 터인데 그리 명확하게 극속에서 빛을 발하지 못하다 중간중간 나타나 집중력만 흐리는 것 같다. 그리고 막판 결투씬은 인상적인 싸움장면으론 기억되겠지만 특히 결말부에 있었기에 영화전체의 격을 유치쪽으로 끌어당긴 것 같다. 나만의 생각일진 모르지만 아무래도 감독이 아직도 친구의 감격에 젖어 헤어나오지 못한 채 삽입한듯한 거친 분위기가 많이 배어있는 것 같다. 여하튼 이 영화 어찌 보면 배경부터 너무 밀양이라는 낯선 곳에서 등장인물과 벌어지는 사건들 역시 점점 거시적인 영화를 기대하는 관객들의 눈에 담기엔 너무 미시적이지 않았나 싶고 친구에서 전혀 친구간의 우정이라곤 느끼지 못한 내게 이번 곽경택 감독의 영화 역시 그렇게 감흥은 불러 일으키지 못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