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사극에서는 언제나 표준말로 연출을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그러한 것에 동화가 돼 있어서 표준말이 아닌 사투리 라는 것은 쉽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기에 반발을 하는 영화가 있다. 신라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고, 백제는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지역적인 사투리가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틀린 설정도 아닌 것이다.

이러한 설정으로 기획을 한 <황산벌>이라는 영화가 있다. 제작 초기부터 '퓨전 역사 코메디'를 표방하며 각 각의 언론에 노출이 되면서 관심을 집중시킨다. 황산벌이 개봉하기 전에 하반기 최대의 이슈작인 <스캔들>이 승승장구 하고 있다. <스캔들>의 독주를 막을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인 <황산벌> 밖에는 딱히 없다는 예기도 들린다. 과연 <황산벌>이 <스캔들>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까?

<황산벌>에는 코미디의 대가라고 일컬어 지고 있는 박중훈, 오지명, 이문식 등이 출연을 한다. 그러나 박중훈은 시종일관 근엄한 모습으로 나오고 그의 주변환경에 의한 '웃음'을 연출한다. 어디에서 기사를 읽은 기역이 나는데 박중훈과 이준익 감독은 촬영을 하면서 불화(?)가 있었다고 한다. 그건 케릭터 설정에서 서로의 의견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박중훈이 나오는 영화는 웃기위한 준비를 하고 온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비장함, 중후함을 시종일관 역설하셨을 테니 그러한 문제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황산벌>의 극 초반부분과 중반 부분까지는 언론에서 익히 접했던 것처럼 코믹적인 요소로 포장이 된다. 사투리로 인한 코믹스러운 부분과, 상황설정으로 인한 코믹적인 부분, 욕을 통한 코믹적인 부분이 시종일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황산벌>이 단지 코메디 영화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오산이다. 중반 이후 후반부까지 황산벌 전투에서 계백장군의 5,000명의 별동대는 신라의 김유신장군의 50,000명의 군사를 막기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한다. 그러한 전투장면에서 우리가 익히 보았던 헐리우드 전투영화에서의 비장미와 감동을 전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 흥행코드라고 여겨지는 '코믹'이라는 부분을 억지스럽게 연결시켜서 극의 흐름을 방해하거나, 그러한 흐름이 중, 후반부와의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한 부분이다. 주성치식 캐릭터 코메디, 우리나라 캐릭터 코메디인 <불어라 봄바람>처럼 '이 영화는 캐릭터 코메디 입니다'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극의 비장함, 장엄함이 중 후반부에 깔려있는 영화에서 난데없이 등장하는 몇 몇의 장면은 눈쌀을 찌뿌리게 할 정도의 불편함을 갖게한다.

그러나 <황산벌>은 역사적 고증에 의한 새로운 재 해석으로 영화적인 재미를 선사하고 있고, 마지막 장면으로 치닫는 황산벌 전투에서의 실감나는 전투씬의 '볼거리의 제공', 서로의 전술로 인한 자기희생의 비장미, 새로운 소재의 즐거움 등등으로 하반기 기대작으로 손색이 없는 것 같다.